SUZUKI INTRUDER 1500LC 소리 없이 강하다!
2003-03-08  |   15,072 읽음
간혹 라이더들은 동네에서 미움을 받는다. 바이크 특유의 큰 배기음이 그 이유다. 웅장한 배기음을 내뿜는 크루저 바이크들은 미움받는 정도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크루저가 과장된 배기음과 진동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소리 없이 강한 크루저도 있고 그 매력 또한 크다. 스즈키의 인트루더 1500LC가 바로 그렇다.

크루저답게 넉넉한 저회전 출력

보통 모터사이클에서 LC란 ‘Liquid Cool’(수랭식)을 뜻하지만 인트루더 1500LC에서는 ‘Legendary Classic’(전설적인 클래식)을 뜻한다. BMW의 R1200CL(럭셔리 크루저)이나 R1150RS(수퍼 스포츠), R1150R(로드스터) 등을 떠올리면 납득되는 작명법이기는 하지만 굳이 L과 C의 이니셜을 조합해 이런 엉뚱한 이름을 붙인 것은 조금 속보이는 마케팅 같다.

인트루더의 V2 SOHC 3밸브 엔진은 2개의 실린더 당 세 개씩 총 여섯 개의 흡·배기 밸브를 갖고 있다. 바이크의 고회전 및 고출력이 일반화된 지금은 DOHC 4밸브가 마치 기본 메커니즘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크루저는 흡기 두 개, 배기 한 개인 SOHC 3밸브로도 배기가스를 충분히 원활하게 내뱉을 수 있다. 물론 크루저라도 높은 출력이 뒷받침된다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크루저는 크루저일 뿐. 크루저에 요구되는 덕목은 시속 300km를 능가하는 스피드나 최첨단 편의장비가 아니고, 라이더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적당한 영역에서 컨트롤하기 좋은 파워를 발휘하는 것이다.

최대토크 11.4kg·m/2천300rpm은 인트루더의 성격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낸다. 2천300rpm이라는 저회전에서 나오는 1천462cc 엔진의 폭발력은 다루기 쉬우면서도 힘이 넘쳐 지극히 크루저다운 특성을 보인다. 조금 의외인 것은 진동이 무척 억제되었다는 점. 물론 크루저라고 무조건 과장된 진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외의 억제된 진동이 할리 데이비슨의 이미테이션 같은 첫인상과는 딴판으로 여겨진다. 배기음도 의외로 조용하다. 이 정도의 정숙성이면 동네 사람들에게서 괜한 미움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

대부분의 크루저가 그러하듯 인트루더 역시 타코미터가 없다. 그저 속도계의 바늘만이 손목 움직임을 따라 오르내릴 뿐이다. 진정으로 크루저를 즐기고 싶다면 회전수 따위는 잊는 것이 좋다. 모름지기 크루저는 타코미터의 눈치를 보며 애처롭게 최대토크나 최고출력 따위에 연연해 타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의 감각에 의지해 본능적으로 변속하면서 타는 것이 본연의 자세다. 불쾌한 진동이 느껴지는 부근에서 변속하면 엄청난 토크를 그대로 내뿜으면서 가속할 수 있다.

이웃에 피해 주지 않고 즐긴다

가장 기분 좋게 크루징할 수 있는 영역은 시속 100km 부근이다. 물론 이 영역에서도 드로틀 그립을 쥐어짜면 롱 스트로크의 V2 엔진이 다이내믹한 진동을 일으키며 차체를 밀어낸다. 키 180cm의 라이더를 기준으로 볼 때 라이딩 포지션은 여유 있는 편. 앞으로 뻗은 포워드 타입의 스텝에 발을 올리고 널따란 핸들에 팔을 올린 다음 골반을 푹신하게 감싸는 시트에 몸을 맡기면 수퍼 스포츠 계열의 바이크 따위는 쳐다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다. 탠덤 시트는 조금 큰 듯 보이지만 특유의 두툼한 모양 덕분에 급가속할 때도 라이더가 뒤로 밀리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 다만 불어닥치는 바람이 버겁게 느껴지고 주변 경관이 흐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라이더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낙하산 신세가 되고 만다.

잠시 언급했듯 인트루더는 고동감도 거의 없고 배기음도 크루저답지 않게 잘 억제되어 있다. 그따위 크루저가 무슨 재미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 모든 라이더들이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않는다. 크루징의 묘미를 느끼면서도 이웃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선량한(?) 크루저를 선호하는 라이더도 분명히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저·중속 영역에서 노면의 충격과 정보를 적절히 여과하던 뒤 서스펜션이 고속으로 접어들자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어느 영역에서나 최적의 댐핑력을 보여야 우수한 서스펜션이지만 대부분의 크루저가 고속보다는 저·중속에 맞춰 세팅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서스펜션 자체가 워낙 안쪽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프리로드를 조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앞 브레이크에 더블 디스크 방식의 핀 슬라이드 타입 2포트 캘리퍼가 달린 데 반해 뒤쪽에는 싱글 디스크 플로팅 방식의 로터에 4포트 캘리퍼를 달고 있는 점이다. 이전의 크루저들과 달리 뒤 브레이크 시스템을 강화한 것. 이는 ‘이상한’ 점이 아니라 ‘확연히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인트루더는 왜 이런 시스템을 택한 것일까? 크루저라는 바이크 장르에 대해 이해 깊은 개발자가 참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크루저를 아는 사람이 만든 바이크

인트루더에 브레이크를 걸면 초기에 솟아나는 앞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큰 불편을 느낄 수 없지만 코너의 입구 같은 곳에서는 의식적으로 레버를 세게 움켜쥐어야만 타이어를 노면에 충분히 눌러댈 수 있다. 반면에 4포트 방식의 뒤 브레이크는 만족할 만한 수준. 뒤는 앞 브레이크와는 달리 둔감한 발을 쓰기 때문에 초기 제동감을 느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트루더는 같은 제동력을 뽑아내더라도 발끝으로 미는 힘이 절약된다. 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단순히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있구나’가 아니라 ‘바이크가 멈추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제동력이 뛰어나다. 즉 인트루더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뒤 브레이크에 의존하는 비율이 크다.

실제로 코너를 돌 때는 앞 브레이크의 초기 작동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브레이크 레버를 어느 정도 세게 움켜쥐어야 타이어를 노면에 바짝 눌러댈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굳이 엉덩이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널찍한 플로어 보드 타입의 스텝을 슬쩍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차체는 쉽게 코너 안쪽으로 누우며 코너를 돌아 나간다. 복합 코너든 타이트한 코너든 무리 없이 돌아 나가지만 아무래도 크루저의 매력은 코너링이 아닌 크루징이다. 시끄럽지 않고 손발이 저릴 정도의 과장된 진동도 없다. 초보자든 프로든 1천462cc의 엔진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넓은 포용력도 갖고 있고, 그 어떤 크루저에게도 뒤지지 않는 당당한 풍채도 갖추고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크루저 라이더들이여! 시끄러운 크루저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에는 소리 없이 강한 크루저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즈키 인트루더
1500LC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2525×965×1165mm

휠베이스
1700mm

시트높이
700mm

무게
296kg

엔진
형식
공·유랭 V2 4스트로크

굴림방식
96.0×101.0mm

배기량
1462cc

압축비
8.5

최고출력
66마력/4800rpm

최대토크
11.4kg·m/23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5L

트랜스미션
형식
5단 리턴

기어비 ①/②/③

④/⑤/R

보디와 섀시
서스펜션 앞/뒤
텔레스코픽/스윙암

브레이크 앞/뒤
더블 디스크/싱글 디스크

타이어 앞/뒤
150/80 16

성능
최고시속

시가지 주행연비


1,5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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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모양이 할리 데이비슨 같지만 진동이 없고 배기음이 조용하다플로팅 방식의 디스크와 4포트 캘리퍼를 단 뒤 브레이크는 뛰어난 성능을 낸다왼쪽 샤프트 드라이브 부근에 자리한 공구 박스뒤 서스펜션은 저·중속 영역에 맞춰 세팅되어 있다인트루더는 장거리를 달리는 전형적인 크루저다풍부한 저속 토크를 자랑하는 V2 1.5L  66마력 엔진샤프트 드라이브로 동력을 전달한다더블 디스크 방식의 핀 슬라이드 타입 2포트 캘리퍼를 쓴 앞 브레이크1500LC의 뒷모습. 180/70 15의 광폭 타이어를 신었다롱 앤 로(long & low) 스타일의 당당한 차체. 크롬 장식이 화려하다다루기 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엔진 때문인지 타코미터 없이 커다란 속도계만 달았다연료주입구가 위쪽에 있지만 연료탱크는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시트 밑에 두었다인트루더 1500LC의 LC는 ‘전설적인 클래식’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