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XG 재즈택시 진공관 오디오로 음악 전하며 도심 활보하는 도쿄 명물
2003-03-08  |   24,324 읽음
LP와 카세트에서 CD, 그리고 MP3에 이르기까지 오디오 기술은 숨가쁘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첨단 제품에 눈 돌리지 않고 완전 구식인 진공관 오디오를 아직까지 좋아하고 즐겨 듣는 매니아들도 많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진공관 앰프가 CD 등 디지털 기술과 잘 어울려 IC나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짙고 풍부한 사운드를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공관을 본 적도 없는 젊은층까지 이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진공관 오디오 달아 세계 뮤지션들 태우기도

지금 소개하는 재즈택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진공관 오디오를 단 택시로 오디오 매니아뿐 아니라 전세계의 재즈 연주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명물이다. 주인공은 일본 도쿄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안자이 토시유키(安西敏幸) 씨. 지난 74년 택시운전을 시작한 그는 91년에 개인택시 운전수가 되자마자 택시를 달리는 음악실로 개조했다.

“업으로 삼고는 있지만 운전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충을 덜기 위해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차 안에 만들었지요.” 그는 재즈택시 덕에 많은 사람들과 좋은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즈택시를 이용한 고객 가운데는 퓨전 재즈로 유명한 미국의 칙 코리아를 비롯해 재즈가수 헬렌 머릴, 트리오 활동으로 잘 알려진 레이 브라이언트, 그리고 마이클 브레커와 렌디 브레커 형제 등 20명 이상의 세계적인 뮤지션이 포함되어 있다. 안자이 씨의 말에 따르면 이제 음악가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퍼져 일본 공연이 결정된 해외 뮤지션들이 국제전화로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우연히 손님으로 탔던 작가가 재즈택시를 자신의 소설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3번째 차로 고른 XG, 눈길 끌고 음향 효과 좋아

재즈택시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는 그의 표정에서 지금의 직업에 대한 강한 자존심과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택시라고 하면 도시나 관광지의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세계 유일의 진공관 오디오 택시이면서 요금은 다른 택시와 같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그 덕분에 안자이 씨는 지난 12년간 신문에 8번, 잡지에 20번이나 소개되었고 라디오와 TV에도 여러 번 등장해 유명해졌다. 소문을 듣고 재즈택시를 타기 위해 일부러 도쿄에 오거나 데이트 혹은 프로포즈를 위해 찾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재즈택시 자체가 도쿄의 유명 관광상품으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안자이 씨는 개인택시를 시작한 이래 3번째 파트너를 맞아들였다. 그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차는 현대 XG(그랜저 XG의 일본 수출명). 일본의 영업용 택시들은 대부분 1천800~2천cc 정도의 LPG 모델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개인택시 운전수들은 화려하고 힘이 충분한 3천cc급 고급차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모델은 도요타 크라운과 닛산 세드릭, 글로리아다.

안자이 씨도 전에는 글로리아와 크라운을 탔다. 그러다가 이번에 XG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같은 배기량의 크라운보다 150만 엔(약 1천500만 원)이나 싸고, 디자인이 당당해 보이며, 보디 철판이 일본차보다 0.2mm 두꺼워 음향을 내는 데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의 일부 개인택시 운전수들 사이에서는 XG가 싼값과 큰 덩치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안자이 씨의 차는 도쿄에서 27번째로 등록된 현대 XG 택시다.

택시를 XG로 바꾸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주위의 열띤 반응’이라고 했다. 특히 손님들에게서 “이 차는 독일차인가요?” 하는 질문을 받고 “아니, 한국차입니다” 라고 대답했을 때 놀라는 표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그는 또 XG의 뛰어난 정숙성 덕분에 오디오 튜닝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애프터서비스 센터가 부족하고 차체 도장 마무리가 좋지 않은 점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재즈택시 홈페이지: http://homepage2.nifty.com/jazztaxi

재즈택시 이모저모

1. 자동문

영국의 오스틴, 미국의 옐로 캡 등 택시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모양이나 장비들이 많이 다르다. XG 재즈택시 역시 일본 도쿄의 택시 규격에 맞게 많은 부분이 개조되었다. 일본의 택시는 뒷문이 자동으로 열려 손님을 태운다. 이 자동문은 운전석 옆에 달린 레버로 움직이는 수동식과 지하철처럼 공기압을 이용해 여닫는 2가지 방식이 있는데, XG는 공기압을 이용한 최신 자동문을 달았다.

2. 택시등과 천장의 깜박이

일본의 택시등 디자인은 택시 회사에 따라 크게 다르다. 또한 개인택시의 경우에는 개인택시조합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그래서 택시등은 택시임을 알리는 동시에 소속된 회사나 조합, 기사를 구분하는 표시로 요긴하게 쓰이고, 일본에서는 이를 ‘달팽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또한 일본의 택시 운전수들은 시내를 달리다가 손님을 발견해 급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추돌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등 켜야 하는데, 택시 비상등은 먼 곳에서도 잘 보이는 높은 곳에 달게 되어 있다.

3. 보디 컬러

안자이 씨가 가입한 택시조합에는 보디 컬러를 반드시 흰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일본 수출용 그랜저 XG는 화이트 컬러가 없어 은색 보디에 검은색 인테리어―일본에서 XG의 내장재 컬러는 은색 차를 빼고는 모두 베이지 톤이다―를 선택한 뒤 흰색으로 다시 도장해야 했다. 도색 비용을 아끼기 위해 범퍼는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 오히려 투톤 컬러의 효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한다.

4. 진공관 오디오 튜닝 내역

진공관 앰프: 마이크로 컴포넌츠사 6BQ5 AB1 푸시풀

스피커: KAILAS(독일)

CD 플레이어: 파나소닉 TX5500

기타: 내장재 방음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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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된 헤드유닛이 눈길을 끄는 재즈택시의 실내공간재즈택시로 유명세를 탄 안자이 토시유키 씨안자이 씨가 택시인생을 시작한 이래 3번째 동반자로맞아들인 현대 그랜저 XG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진 재즈택시는 일본을 찾는 외국 뮤지션들이 국제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놓을 만큼 도쿄의 명물로 떠올랐다.자동문택시등과 천장의 깜박이보디 컬러진공관 오디오 튜닝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