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러스 GH300 27,000km

1 유춘재 0 61,070
저번 설 지나고 나름대로 길게 글을 남기고는 마지막에 "등록하기"대신 "목록보기"를 눌러버려 좌절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다시 한 번 올려봅니다.

2003년 6월 20일 즈음 차를 첫 구입해, 처음 그 부드러움과 다루기 쉬움... 등등... 상당히 괜찮은 차 였습니다.
이사를 한 뒤, 심하게 테러를 당하고(차를 한 바퀴 쭉 둘러서 심하게 긁고, 후드까지... 그리고 약 5개월 후 누군가 창문까지 깼습니다.) 보험으로 설날 전에 대규모 수리를 했었죠.

그리고는 설날, 어머니와 형이 교회를 간 사이, 아버지는 드라이브 하러 나가자고 하시더군요.
요즘 실업자인 제가 돈이 없어 차를 끌고 내려오지 않은 걸 보시고는 멀리 갔다와보자고 하셨습니다.
약간 감동하고는, 새로 개통된 진주-통영 고속도로로 진입했습니다.

저희 아버지, 우리 형, 저, 우리 가족 모두 자동차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피아노 음악을 틀어놓고 호수나 강을 낀 도로를 부드럽게 운전하는 그런... 조용한 드라이버 들이죠.
그러나, 왠지 그 날은 오피러스도 저도 뭔가 다른걸 기대하는 거 같았습죠.
아버지께 오늘은 약간 과격하게 달릴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평소와 같이 100~110키로로 달리며 처음 차를 살때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을 해 봤습니다.
뭐, 당연히 부드러운 승차감, 그러나 너무 출렁거리는 서스펜션, 그래서 크지 않은 코너에서도 약간은 불안한 그런 상태... 이 차를 처음 사서 운전할 때 그 느낌입니다.
코너에서는 별로지만 직진에서는 굉장히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그러나, 달라진 것을 이야기 하자면, 차체의 강성이 굉장히 약한건지 아직 3년이 안된 고급차가 코너를 돌아갈 때, 직진을 하면서도 어느정도의 출렁임만 있으면, 삐그덕 삐그덕 거립니다.
물론, 차체에서 나는 소리라기 보다는 차체의 움직임으로 가죽시트가 마찰하면서 나는 소리같습니다.
고급차다보니 실내로 들어오는 외부의 소음은 잘 잡혀 있는데 반해 내부에서 소리가 나니깐 이 소리 생각보다 크게 들립니다.
상당히 거슬리네요.

그리고, 오피러스가 만난 두번째 겨울, 그러니깐 2004년 초겨울, 기온이 내려가면서 후드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동을 건지 얼마 안되서 나는 소리라 고치려고 가면 항상 소리가 나지 않아서 이번 수리때 언급했는데 고쳐지지 않았군요.
증상은, 정지에서 출발할때 후드에서 플라스틱이 고주파로 떨리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제 상식선에서 고급차는, 특히나 당시 약 15,000키로를 막 넘은 사고도 나지 않은 차가 이런 소리를 내는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제 곧 날씨가 따뜻해질테니 잠잠해지긴 하겠네요.

또 하나, 오피러스를 운전해 보신분은 잘 아시겠지만, 핸들이 유난히 가볍습니다. 근데, 이번 겨울부터 시동직후 핸들을 심하게 꺽고 나아가면, 꺽는 순간 갑자기 무거워집니다.
옛날 제 마티즈에도 없었던 반응인데... 고급차가...
뭐, 이런 갑작스런 핸들의 무거움은 주행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위험한 상황은 만들어 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위의 것들이 27,000키로라는 짧은 주행동안 생겨난 단점들입니다.
뭐, 생각보다는 참을만한... 그러나 고급차라서 참을 수 없는...

자... 이제부터 이 차를 사고나서 처음 접해보는 속도에 대해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앞에 말씀드렸듯이 우리 오피러스는 한번도 3000cc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성능에 다가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한번도...
그러나 설날 아침, 생각보다 차가 없고, 아버지는 실제로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으신 수동모드도 배우고 싶어하셔서 저에게 운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셨습니다.
수리 후 처음 나와보는 고속도로...

D 모드로 적당히 발을 깊이, 편안하게 밟으니 속도가 천천히 올라갑니다.
어느정도 실외에서 소리가 들리자 아버지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들어납니다.
아마 수리 후, 차가 소음면에서 안 좋아지셨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때가 시속 180.
180과 120과의 큰 차이는 오직 외부 소음의 유입이었습니다.
180키로라고 말씀드리니 아버지가 갑자기 즐거워하십니다.
전혀 불안함이 없었거든요.
120키로에서보다 오히려 자세를 잡아주는게 믿음직하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해도 충분할 만큼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속도감이 없어서 실망 스러울 정도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수동모드를 사용, 적극적인 가속을 해 봤습니다.
속도는 이미 100키로, 5단에서 3단으로 살짝 바꿔봅니다.
4단으로 낮췄을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토크감이 3단으로 낮추자 순식간에 살아납니다.
엑셀을 끝까지 밟지 않았으나, 회전수와 함께 동시에 속도가 140으로 미친듯이 튀어나가네요...
4단으로 변속, 더 깊이 밟아 봅니다.
회전수는 4000에서 5000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돌진합니다.
그리고 속도는 지체하지 않고 180까지 무턱대고 올라가는 군요.
감동먹었습니다.
레드존이 6500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여기서 5단으로 변속, 엑셀을 끝까지 밟았습니다.
180에서 200, 사실 상당히 지루하더군요.
5초는 넘게 걸린거 같은데...

200에서 이 차는,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그 어떤 코너에서도 안정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세를 잡고, 기분좋게 몸으로 전달되는 노면상태...
그리고 시내도로에서보다 많이 무거워져 운전하기 적당한 핸들링.
최근 몇가지 잡소리로 싫어질 뻔 했던 오피러스에 갑자기 정이 가기 시작했고, 왜 여태껏 이 차를 차에 맞게 운전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오피러스에 많이 미안했습니다.

아참, 제가 고회전으로 가속하면서 가장 즐거웠던건, 6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엔진소음이었습니다.
소형차의 고회전에서 나오는 에엥하면서 오는 소리가 아니라 우웅하면서 스며드는 멋있는 소리... 그거 괜찮더군요.
엔진소음을 조금더 잘 들리게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습니다...

암튼, 이번 주행으로 왜 사람들이 대배기량의 비싼차를 사는지 소형차를 비정상적으로 좋아하는 저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나 터져요"하고 악 쓰는게 아닌, "나 이정도는 기본이야"하며 여유있는 엔진소리와 소형차로는 꿈꾸기 어려운 직진에서의 안정된 자세, 거기에 거칠것 없이 부드러운 고속 코너링...

약 4000만원의 돈, 어중이 떠중이 수입차보다는 국산차가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그랜져 TG, 3800의 성능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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