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WRC, 제9전 독일 랠리
2018-10-04  |   1,193 읽음

제9전 독일 랠리

타나크가 독일에서 시즌 3승 째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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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독일 랠리는 초반부터 타나크가 빨랐다. 소르도가 최장 스테이지 판저플라테를 잡아 종합 2위로 부상했지만 일요일 사고로 아쉽게 리타이어. 대신 머신 트러블에 시달리던 누빌이 2위를 차지해 챔피언십 선두를 유지했다. 


제9전 독일 랠리

현재 WRC에 타막 랠리는 2개뿐. 프랑스전이 시즌 전반으로 옮긴 덕분에 독일 랠리는 후반기를 대표하는 타막 랠리가 되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코너링으로 유명한 프랑스 랠리(코르시카)와 달리 독일전은 다채로운 노면이 특징. 게다가 악명 높은 날씨가 더해져 타이어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노면 상태와 날씨 등을 미리 살피는 노트 크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8월 16일 목요일 밤. 벤델 부근에 마련된 새로운 수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개회를 알리는 수퍼 스페셜 스테이지가 시작되었다. 커다랗게 말아놓은 건초더미를 장애물 삼아 구성한 2.04km의 짧은 스테이지에서 타나크가 톱타임. 핀란드 랠리에서 시즌 2승째를 챙겼던 타나크는 독일 랠리 테스트 코스에서 최고속랩을 찍으며 한껏 오른 기세를 과시했다. SS1 2위는 놀랍게도 WRC2 클래스의 17세 소년, 칼레 로반페라였다. WRC 출신 아버지 해리 로반페라에게서 조기교육을 받은 천재 드라이버 칼레는 슈코다 파비아 R5를 몰고 타나크에 불과 0.1초 뒤쳐진 2분 11초 3을 마크했다. 타막에 단거리여서 그런지 WRC2 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상위권에 들었는데, 코페키가 5위, 스칸돌라와 카예타노비치가 9, 10위였다.  


첫날부터 타나크가 선두로 나서

8월 17일 금요일은 독일 랠리의 명물인 모젤강변 포도밭 속 3개 스테이지를 두 번씩 달리는 구성. 오프닝 스테이지 SS2에서는 오지에가 톱타임, 누빌과 타나크가 2, 3위였다. 그런데 이어진 SS3를 시작으로 타나크가 내리 5연속 톱타임을 마크하며 종합 선두가 되었다. 이 날을 마치는 시점에서 종합 2위 오지에와의 시차는 12.3초. 누빌은 오지에 15초 뒤에서 라트발라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 소르도와 라피, 브린, 미켈센, 수니넨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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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머신 트러블에 고전하면서도 2위를 차지했다


토요일(8월 18일)은 SS8~SS15의 8개 스테이지 합계 150.12km로 전년도에 비해 1.5배 길어졌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바움홀더의 전차 연습시설. 전차의 탈선을 막기 위한 안전 구조물, 힌켈슈타인으로 특히 악명이 높다. 전차와 장갑차에 견디도록 만들어져 자칫 충돌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게 된다. 독일 랠리 스테이지 가운데 가장 킨 판저플라테(SS9, SS12)를 두 번 달렸다. 

이 날의 첫 스테이지 SS8을 잡은 것은 라트발라였다. SS9에서는 현대팀의 소르도가 실력을 발휘했다. 종합 6위였던 소르도는 최장 스테이지를 가장 빨리 달렸다. SS10의 톱타임은 라피의 차지. 한편 갈 길 바쁜 누빌은 기어박스 트러블로 페이스를 올리지 못해 소르도와 라트발라의 맹추격을 받았다. 오전을 마무리하는 SS11에서는 브린이 톱타임. 누빌은 라트발라에 0.1초 차 추월을 허용했다. 오전까지 종합 3위 라트발라부터 9위 라피까지 불과 8초의 근접전이었다. 오후 판저플라테(SS12)에서 다시 톱타임을 낸 소르도는 누빌을 제치고 종합 4위로 등극. 내친김에 SS13까지 연속으로 잡아 종합 2위로 부상했다. SS14는 오지에가 잡았지만 종합 순위는 8위. SS13에서 타이어 펑크로 1분 40초 이상 허비한 것이 뼈아팠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SS15는 라트발라가 가장 빨랐다. 종합 순위는 그대로였지만 소르도와의 시차를 0.8초까지 좁혔다. 타나크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소르도를 43.7초 뒤로 밀어냈다. 덕분에 일요일 경기 운영을 한층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르도가 2위, 라트발라가 3위였고 누빌, 라피, 미켈센, 오지에, 수니넨, 오스트베르크, 브린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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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팀의 라피가 3위


소르도 리타이어한 대신 누빌이 2위

8월 19일 일요일. 이 날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모젤에서 3개 스테이지 구성. 오프닝 스테이지를 두 번 달린 후 최종 스테이지 보젤베르크에서 최후의 승패를 갈랐다. SS16~SS18의 3개 스테이지 71.18km 구성.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최종 스테이지 보젤베르크는 2015년 이후 오랜만의 재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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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16에서 리타이어한 오스트베르크


타나크는 전날까지 벌어놓은 시차를 발판삼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다. 반면 2위 싸움은 한층 치열했다. 그런데 오프닝 스테이지 SS16에서 소르도가 오버 스피드로 코너에 진입해 차가 크게 부서졌다. 거의 확실해 보였던 시상대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토요타의 더블 포디엄이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라트발라에게는 트랜스미션 트러블이라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충분한 여유가 있는 데다 추격자들이 자멸하면서 타나크가 무난히 독일 랠리 우승자가 되었다. 핀란드에 이은 시즌 3승째. 토요타 야리스 WRC로 거둔 첫 타막 우승이기도 하다. 종합 2, 3위를 달리던 소르도와 라트발라의 불운은 누빌에게 행운이 되었다. 누빌은 SS16 톱타임, SS17 2위 기록으로 종합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오지에는 막판 추격을 벌였지만 3위 라피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신 파워 스테이지를 잡아 추가 5점을 챙기는데 만족했다. 타나크가 파워 스테이지를 노려보았지만 0.1초 차이로 2위. 시상대 마지막 자리는 라피의 차지로 토요타의 더블 포디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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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빌은 챔피언십 선두를 지켰고, 타나크는 오지에와의 점수차를 좁혔다


드라이버즈 포인트에서는 19점(18+1)을 챙긴 누빌이 172점으로 여전히 선두다. 오지에는 파워 스테이지 5점을 챙기기는 했지만 합계 17점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반면 타나크는 우승 25점에 파워 스테이지 4점을 추가한 136점으로 챔피언 타이틀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매뉴팩처러즈 포인트에서는 현대(254)가 여전히 선두를 달린 반면 토요타(241)가 연속 시상대 등극에 힘입어 224점의 포드를 밀어내고 종합 2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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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를 차지한 오지에는 파워 스테이지를 잡아 17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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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T 클래스를 위한 포르쉐의 신형 랠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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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 랠리에서는 특별한 포르쉐가 한 대 등장했다. 카이맨 GT4 클럽 스포츠 랠리 컨셉트가 그 주인공. 실제 경기에 출전한 것은 아니고 경기가 시작 15분 전에 스페셜 스테이지(SS)를 직접 달려 코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용도였다. S2000 규정에서 발전되어 온 현재 WRC 월드 랠리카 규정은 사실상 B세그먼트 해치백 전용이라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가 참여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차는 FIA가 새롭게 마련한 R-GT 클래스. 양산 스포츠카를 개조한 온로드 전용 랠리카다. 

우리에게 생소한 R-GT는 GT카 베이스의 랠리카 규정으로 2011년 처음 도입되었다. 로터스 액시지와 아바르트 124 등이 R-GT로 개조되었지만 아직은 참여가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다. WRC의 경우 2014년 몬테카를로에서 마크 두즈가 911 GT3를 몰고 참가한 이래 로맹 뒤마와 프랑수아 들레크루 같은 유명 드라이버가 모나코, 프랑스, 독일에 엔트리 했다. 뒤마는 2014년 프랑스 랠리에서 911 GT3(997)를 몰고 종합 5위에 오르기도 했다.   

R-GT가 제대로 FIA 공인 시리즈화된 것은 2015년. 비포장을 제외한 타막 랠리로만 한 시즌 5개 경기를 치른다. 올해의 경우 WRC 개막전인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프랑스 랠리가 제2전. 이후 ERC(European Rally Championship)의 이탈리아와 체코를 거쳐 TER(Tour European Rally) 최종전인 스위스 발레에서 시즌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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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는 사실 포르쉐에게 그리 낯선 무대가 아니다. 60년대 워크스팀을 꾸려 몬테카를로 랠리에 도전, 1968~70년 3연패를 거두었으며, 80년대 중반에는 로스만스 컬러로 무장한 911을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랠리 세계에서 4WD가 빠르게 대세가 되면서 RR 구동계로는 더 이상 전투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로스만스 컬러 911 랠리카의 워크스 활동은 1986년까지. 959 개발과정에서 파생된 다카르 랠리 참전(86년 우승)을 포함해도 포르쉐의 랠리 활동은 80년대 중반이 사실상 끝이었다. 따라서 이번 카이맨 GT4 랠리 컨셉트는 포르쉐가 메이커 차원에서 준비한, 30여 년 만의 랠리카인 셈이다. 

포르쉐는 이 차를 컨셉트카로 소개했지만, 반응이 좋다면 양산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베이스 모델은 카이맨 GT4 클럽 스포츠. 구동계는 수평대향 6기통 3.8L 385마력 엔진과 PDK 조합이다. 온로드라지만 상당히 거친 주행환경을 의식해 바닥에는 프로텍터를 대고 도어에는 WRC에서 사용되는 충격흡수구조를 넣었다. 외관은 카이맨 GT4와 다르지 않다. 다만 창문을 폴리카보네이트로 바꾸면서 슬라이드식 쪽창을 넣었으며, 노즈에는 전용 야간 램프를 추가해 랠리카로 꼼꼼하게 변신시켰다. 실내는 불필요한 부품을 떼어내 경량화하는 한편 롤바로 강성을 높였다. R-GT 클래스가 활성화될 경우 보다 다양한 랠리카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편집장  

사진 레드불, 토요타,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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