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뒤에 두고 운전하지 마세요
2017-09-28  |   32,976 읽음


버스 뒤에 두고 운전하지 마세요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버스가 승용차를 덮치는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초보운전’이나 ‘아이가 타고 있어요’가 인쇄된 스티커 대신 ‘버스 다가오지 마세요’, ‘버스는 싫어요’ 등의 문구가 들어간 스티커를 제작해 붙여야 할 판이다. 되풀이되는 고속도로 버스 참사, 예방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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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뒤에서 다가온 버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하면서 승용차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최근 유사한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앞서가던 승용차에 타 있던 세 사람이 모두 사망하였고, 몇 달 전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근방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모두가 사망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앞서가다 받힌 승용차는 종이가 구겨지듯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피해 자동차 모델의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작스럽게 다가와 추돌하면 어떤 차종도 무사할 수가 없다. 특히 졸음운전으로 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여서 추돌강도는 더욱 크다. 버스는 범퍼 높이가 높아서 승용차를 타고 넘어가기 쉬워 더욱 위험하다.

AEBS 장착 의무화하고 벌칙규정 마련해야
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대통령까지 관심을 가지고 대처방안을 언급하였건만 끔찍한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부분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할 경우 작동되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게 장착할 수 있으나 대당 700~8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흔쾌히 부담할 버스회사는 많지 않을 터.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상당 비용을 부담하고 새로운 신차뿐만 아니라 기존 차량에도 이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즉, 운전자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버스운전자의 근무조건은 OECD 국가 중 최악의 강도를 자랑한다. 이들은 운행시간과 조건에 쫓기어 쉴 시간이 없다. 운전은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운전하는 현재의 근로조건에서 반복적인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선진국과 같이 2시간 연속 운전 후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제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드문 실정이다. 여론에 밀려 법규만 만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이행되는지 살펴보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규정을 어겼을 경우에 적용할 엄격한 벌칙조항을 마련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법정 휴식시간 보다 1분이라도 덜 쉬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해 해당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로 엄격한 벌칙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비상자동제동장치 탑재 의무화와 휴식시간 미준수에 대한 벌칙규정 정립으로 대규모 인명살상이 가능한 대형 이동수단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구축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항상 강조한다. 주변에 큰 차를 두지 않고, 같은 부류의 차종 속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운전을 하다가 주변에 버스 등 큰 차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추월하거나 거리를 두어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속도로를 비롯해 진행속도가 높은 도로의 경우 이러한 운전 습관이 더더욱 필수적이다. 하지만 안전운전 습관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따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차라리 ‘버스는 주변에 다가오지 마세요’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게 더 나은 방법인 걸까?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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