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을 받으려는 다양한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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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을 받으려는 다양한 노력들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세금 덩어리’다. 신차를 인수할 때부터 폐차할 때까지 갖가지 세금이 붙는다. 때문에 제조사는 소비자가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적게 낼 수 있는 차를 만든다.

 

사실, 자동차는 상류층의 사치품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세금을 붙이기에 좋은 대상이 되었다. 부자들은 그들의 장난감에 세금이 붙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 사회 분위기 역시 합리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된 지금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부터 판매 또는 폐차할 때까지 다양한 세금을 낸다. 따라서 제조사는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내야 할 세금이 많을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엔진 배기량

 

한국
아반떼가 1,600cc로 알고 구입했던 대부분의 오너들은 자동차등록증의 실제 배기량이 1,596cc로 쓰인 걸 보고 의아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기량 1,600cc 미만을 기준으로 1cc당 과세되는 세금 구간이 크게 달라지는 탓에 그에 살짝 못 미치는 배기량으로 설계하기 때문이다. 1cc당 세액은 1,000cc 미만에서 80원, 1,600cc 미만에서는 140원, 1,600cc ‘이상’부터 2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차를 살 때 같이 매입하는 도시철도채권(또는 지방개발채권)도 배기량에 따라 다르다. 1,600cc 미만은 차 가격의 9%, 2,000cc 미만은 12%, 2,000cc 이상은 20%로 그 차이가 크다(서울시 등록 기준). 배기량을 기준으로 소형, 중형, 대형을 나누던 예전 기준과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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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배기량 1,000cc와 1,600cc 그리고 2,000cc를 기준으로 세금 구간이 크게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다. 배기량 2,000cc를 기준으로 다양한 세제혜택과 준조세 항목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의 LPG 차량이다. 장애 1~3등급 장애인이 배기량 2,000cc 미만 차량을 구입하는 데 한하여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면허세, 채권 구입이 모두 면제되지만 2,000cc 이상은 이러한 혜택이 없다. 그동안 이런 세제 때문에 LPG 차량을 찾는 소비자 대부분은 2,000cc 미만 중형차를 구매해왔다. 한편 2014년 등장한 르노삼성 SM7 LPe 모델은 SM5 LPe용 1,998cc 엔진을 얹었다. 덕분에 세금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는 준대형차가 되어 반짝 인기를 끌었다.

중국
중국은 배기량 1,000cc부터 500cc가 커질 때마다 구입할 때 내는 소비세 구간이 다르다. 1,000cc 미만 1%, 2,000cc 미만 3~5%, 3,000cc 미만 9~12%, 4,000cc 미만 25%, 4,000cc이상 40%다. 특히 3,000cc를 기준으로 소비세율 구간이 급격히 상승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중국 시장만을 위한 소배기량 엔진을 얹기도 한다. 이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는 예전부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소배기량 모델을 종종 선보였다. 바로 전 세대 S클래스(W221)에는 배기량 2,977cc (M272) S300도 있었다. S300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조립되었다. 국내에서 팔린 09~10년식 E300(W212)과 같은 엔진이다. 최근에는 AMG 43으로 익숙한 M276 엔진을 활용해 소비세율 구간을 피해가고 있다. 2,996cc에 트윈터보를 얹어 비교적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확보한다.


이 엔진을 활용해 S400 세단과 마이바흐 S400, 출력을 조금 더 낮춘 E320, CLS320, S320을 만들어냈다. 특히 마이바흐 S400은 마이바흐 S500과 편의사양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46만위안(2억4,000만원)과 220만위안(3억6,0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소비세율이 가격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000cc 미만 구간을 노려 만든 CLS260 (M274, 1991cc) 역시 중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종이다.


한편 BMW는 중국 시장에서 병행수입업체의 시장점유 확대를 막기 위해 독점적 지위에 의한 횡포를 저질렀다며 관용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배기량 3,004cc인 미국 시장용 2015년식 X5를 병행수입업체에게 공급하고 본인들은 2,979cc 2015년식 X5를 팔아 소비세율 차이에 따른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유럽
EU 안에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구체적인 계산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정해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실상 연비규제와 다름없다. 연비가 좋을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상관관계는 99.9%.


EU는 2020년까지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각 제조사들은 효율 좋은 디젤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전동화 모델을 고급 승용차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수치를 낮추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산 프리미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판매가격이 높은 탓에 시장반응이 차갑지만 막대한 이산화탄소 페널티를 물지 않으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차들이 메르세데스-벤츠 S500 PHEV(65g/km), BMW 740Le(56g/km) 등이다. 무엇보다 전기차시대 패러다임에서 기술을 선점하고 사회공헌 및 친환경 기업이미지를 알린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유럽 주요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제도는 어떨까? 먼저 프랑스는 구매단계에서 차량의 CO₂/km 배출량이 20g 미만일 경우 6,300유로를, 21~60g일 경우 1,000유로를 보조해준다. 반대로 250g 이상은 최대 8,000유로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연간 자동차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g당 2유로로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190g/km 이상 배출하는 차량의 경우 연간 160유로의 세금이 부과된다. 독일은 95g/km 미만일 경우 면제되며 95g/km 이상부터 g당 2유로로 책정되어 있다. 영국은 100g 미만일 경우 자동차세가 면제된다.

한국
한국은 2015년부터 저탄소차 보조금 지원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겐 부담금을 매기고, 100g/km 미만의 저탄소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서, 100~130g/km은 중립구간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행을 1년 앞두고  BMW 320d(CO₂ 배출량 115g/km)보다 가격이 싼 그랜저 IG 2.4 (150g/km)의 경우에서처럼 "국산차 오너에게 부담을 지우고 일부 수입차 오너가 상대적인 혜택을 본다"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져 제도 도입이 무산되었다.

 차체 무게

 

차체 무게
과거 스웨덴은 차량 중량에 따른 도로세를 물렸다. 무거운 차들은 도로파손을 가중시켜 도로 유지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지금도 자동차 중량세가 존재한다. 0.5t 단위로 1년에 6,300엔을 내야 하며 신차등록시 3년, 이후 2년 단위로 부과된다. 차체 중량세를 따로 내지 않는 EU에서도 무거운 차는 대체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이다. 앞서 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하는 세금 제도 때문이다. 차체가 가벼울수록 연비에 유리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가벼운 차체를 위해 각 메이커들은 열간성형 강판 제작방식을 도입했다. 열간성형을 하면 강도가 높아지므로 더 얇고 가벼운 철판으로도 같은 강도를 낼 수 있다. 제조원가가 높은 고급차들은 차체 각 부분에 알루미늄, CFRP, 마그네슘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차체로 무게를 덜기도 한다. 7세대 골프는 다양한 경량화 제작방법을 적용해 구형보다 최대 108kg까지 감량했다. 최근에는 차체 무게에서 평균 2.9%를 차지하는 유리도 경량화의 대상이 다. 5mm 두께의 한 장짜리 측면유리 대신 두께가 좀 더 얇은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 방음 성능까지 개선하는가 하면 파노라마루프, 리어윈도 같은 부위는 유리보다 가벼운 투명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쓰기도 한다. 한편 2013년 포드에서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헤드램프 프로젝터를 사용해 헤드램프 유닛에서만 45%의 무게절감 효과를 얻었다.

 차체 크기


일본
차의 크기에 따라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경차제도다. 일본의 경우 배기량 660cc 미만, 길이 3.4m/폭 1.48m/높이 2m 미만을 만족하는 차량을 경차로 규정하고 있다. 경차의 1년 세금은 7,200엔이며 경차가 아닌 차는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낸다. 경차는 연 단위 자동차세뿐 아니라 취득세가 40% 저렴하며 자동차 중량세도 일률적으로 4,400엔만 내면 된다. 일본에서 자동차를 살 때 꼭 필요한 차고증명(자동차 보관장소가 있다는 증명) 또한 면제된다. (도쿄,오사카 제외)


이런 혜택 덕분에 일본에는 스포츠카부터 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차들이 팔린다. 좁고 짧은 공간 안에서 최대한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다 보니 톨보이 스타일의 박스카 형태가 많다. 엔진룸을 최대한 짧게 설계하고 실내공간을 키운 것이 이 차들의 특징이다.


경차를 제외한 일반적인 차는 '3넘버 차'와 '5넘버 차'로 분류된다. 길이 4.7m/폭 1.7m/높이 2m, 엔진 배기량 2,000cc 미만이면 번호판 앞자리 5를 부여받는다. 이 중 하나라도 초과하면 앞자리 3이 붙는다. 이에 따라 '3넘버 차는 세금이 비싸다'는 오해가 많아 일본 제조사들은 가급적 5넘버 규격 안에서 소형차를 설계하는 편이다.

한국
한국의 경차는 일본 경차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 도입했다. 최초의 경차였던 대우 티코가 스즈키 알토를 베이스로 했던 영향이다. 현재는 엔진 배기량 1,000cc, 길이 3.6m/폭 1.6m/높이 2m 미만을 만족하는 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차들은 큰 폭의 세금감면과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차값 7.5% 수준의 등록세와 취득세를 비롯해 도시철도공채(지역개발공채), 특별 소비세도 면제된다. 그 외에 유료도로 50% 할인, 공영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장 80% 할인과 함께 책임보험료도 10% 할인받는다. 뿐만 아니다. 나라에서 보조금도 지원해준다. 동거인을 포함한 각 세대에 자가용 또는 상용차중 경차의 합계가 1대일 경우 연간 20만원까지 유류 환급금을 지급한다. 경차 규격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1999년 대우자동차는 마티즈에 보디 키트를 붙인 '마티즈 스포츠'를 출시했다. 하지만 보디 키트로 늘어난 차체 사이즈가 경차규격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곧바로 단종되고 말았다.

 

 범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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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범퍼 디자인을 바꾸고 세금혜택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혜자는 차량 소유주가 아닌 제조사다.

 

미국
범퍼 디자인을 바꾸고 세금혜택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혜자는 차량 소유주가 아닌 제조사다. 바로 렉서스 NX와 기아 스포티지(2016)가 주인의 이야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제조사 평균연비를 계산해서 그해 연비 규정치보다 낮은 제조사에게 벌금을 물린다. 연비 규정치는 승용차와 경트럭(Light truck)으로 기준이 나뉘며 경트럭 연비 기준이 승용차의 그것보다 낮다. SUV가 경트럭으로 분류되면 상대적으로 제조사 평균연비를 높일 수 있다. 미연방이 정한 경트럭 기준은 차량 총중량 3,855kg 미만, 진입각 28˚ 이상이다. 승용차와 다름없는 요즘 SUV는 진입각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렉서스와 기아자동차는 앞 범퍼의 아래를 깎아 진입각 28˚ 이상을 충족시켜 경트럭으로 인정받았다. 벌금은 피해갔지만 못생긴 얼굴을 가진 탓에 두 회사 모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이 범퍼를 적용하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시간


한국
전기차 충전시간으로 보조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기준은 완속충전 10시간 이내, 1회 충전 주행거리 120㎞ 이상, 경사도 25˚ 주행가능 등이다. 테슬라 모델 S는 완속 충전하는 데 14시간(모델S 90D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고보조금 1,400만원(2017년 기준)을 받지 못한다. 국내에 시판 중인 전기차들 가운데 유일하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무려 5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90kWh) 때문이다. 그런데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다 해도 무공해 전기차라는 점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규제다. 고급 전기차를 구매하는 부자들에게 정부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논란을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친환경이라는 잣대로 들이대면 불합리한 기준이 아닐까 싶다.

 

 

이인주 기자 사진 다임러AG,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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