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도시 쿤밍(昆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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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도시 쿤밍(昆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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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 샹글리라, 옥룡설산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운남성은 동남아시아와 인접해 차를 실어 나르던 차마고도가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이곳은 외모만큼이나 독특한 생활양식을 지닌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성도인 쿤밍은 해발 1,900m에 위치해 ‘구름 위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지난해 고속철도가 연결되어 상하이에서 12시간 만에 닿을 수 있다

 

중국 중남부에 위치한 윈난성(云南省: 운남성)은 중국에서 가장 특별한 고장이다. 치차이(七彩:무지개)의 고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다양한 민족·문화·음식이 어우러져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관광지인 리장(?江), 상글리라, 옥룡설산(玉?雪山) 등 웅장한 자태를 지닌 지형이 많은데, 이 중 수억 년 전 인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충돌로 생긴 지각변동 때 태어난 해발 5,396m의 옥룡설산은 만년설을 끼고 길이 16km에 깊이가 2,000m에 이르는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져 있다. 호랑이가 건너 다녔다는 호도협(虎跳?)이다. 협곡위로 만들어진 길은 사천과 티벳을 거쳐 인도로까지 이어진다. 과거 운남의 차(茶)를 운반했던, 세계에서 가장 험한 길의 하나인 차마고도(茶?古道)다. 아름다운 풍광과 숱한 전설을 간직한 운남성에는 2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까닭에 중국보다는 태국이나 미얀마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실제로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그 길이만도 3,207km이른다. 동남아시아로의 통로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이런 입지적인 조건 때문에 탈북자들의 중국내 종착점으로 쿤밍을 이용해왔다. 이곳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탈출을 하는 루트가 그동안 가장 안전한 것으로 여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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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쿤밍의 운남성 민족촌, 각 민족들의 생활상과 주택을 만나볼 수 있다 

환경오염에 신음하는 천혜의 관광도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운남성은 인구 4,300만 명에 성도는 쿤밍(昆明:곤명)이다. 작년에 상하이에서 쿤밍까지 2,600km나 되는 거리가 고속철로 연결되어 이제는 두 도시를 왕래하는 데 고속철로 1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일반 열차로 가면 꼬박 44시간을 가야 한다. 당연히 필자는 이우에서 고속철을 타고 쿤밍으로 가기로 했다. 중국 남서부는 산악지역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쿤밍으로 가는 길은 험한 산을 수없이 넘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산을 뚫기도 하고 높은 산 위로 다리를 놓아 건설한 철길을 보니 중국의 힘이 느껴진다. 

10시간 넘게 고속철로 가는 길이 조금 지루하기는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인지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장성과 장시성에도 산이 있지만 운남성 인근 산세는 완전히 다르다. 고도가 높은 산들이 연이어 펼쳐져 깊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은 사천성과 티벳으로 연결되면서 5,000m가 넘는 산맥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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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역에서 만난 라오스 청년들. 쿤밍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쿤밍은 해발 1,900m에 위치한 구름 위의 도시다. 지대가 높으면 기압은 낮아진다. 그래서 공을 차면 훨씬 많이 나간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야구를 하면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공기가 맑고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로 인해 쿤밍은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천혜의 관광 도시다. 그렇지만 쿤밍도 급격한 도시화 및 경제개발의 여파로 환경오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발 2,500m인 서산에 오르면 쿤밍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아왔던 쿤밍은 눈부신 파란 하늘 아래 바다처럼 푸른 덴츠(?池) 호수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하늘 위 호수인 덴츠는 녹조로 인해 진한 녹색이었다. 덴츠는 중국의 6대 담수호로 면적이 311㎢나 되어 마치 바다처럼 보인다. 산 위에 이렇게 큰 호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비스럽다. 1980년 초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였으나 급격한 공업화로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각종 공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유입되어 황폐화되고 있는 것. 멀리서 보면 큰 호수가 녹조로 인해 마치 넓은 초원처럼 보인다. 또한 서산에서 본 쿤밍은 스모그로 인해 선명한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천혜의 환경을 지녔다는 쿤밍마저 공업화의 폐해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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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서산은 해발 2,500미터다. 케이블카를 타고 서산에 오르면 쿤밍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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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900미터에 형성된 쿤밍은 구름 위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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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1,900미터에 형성된 텐츠호수도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녹조현상으로 호수가 녹색을 띄고 있다

 

 

운남성은 인근에 귀저우성, 광시, 쓰촨성(사천), 시장(西藏:티벳)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소수민족들의 터전이다. 55개 소수민족 중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좡족을 비롯해서 이족, 백족, 묘족, 와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존재한다. 북방의 위구르족(新疆:신장)과 만주족, 몽골족, 회족, 조선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내가 생활해왔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소수민족의 화려한 복장을 한 이들을 길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소수민족 학교도 많아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인구가 줄어 민족 학교가 폐교하는 동북의 조선족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족들은 한국과의 수교 이래 대부분 도시로 진출해서 지역 사회가 붕괴되는 현상을 빚었다.     

 

일대일로에서 중요한 역할 담당

시내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새롭게 건설되는 높은 건물과 고층 아파트들이 변화하고 있는 쿤밍의 오늘을 말해준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서부 대개발을 내세우며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쿤밍 역시 그 중 하나다. 또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쿤밍시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중국에서 육로를 통해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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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시 전경. 인구 430만 명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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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의 유적지는 많지 않다. 중국 역사에서 뒷전에 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쿤밍시에도 지하철이 있다. 계획된 6개 구간 중 4개 노선이 개통되었고 두 개 노선은 아직 건설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쿤밍의 인구도 부쩍 늘었다. 인구 증가와 함께 자동차도 급격히 증가해 출퇴근 시간에는 시내 중심부에 교통 체증이 엄청나다. 사실 시내에는 자동차보다 전기 오토바이가 훨씬 많다. 전기 오토바이들이 도로를 줄지어 달리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다. 출근 시간에는 통제원들이 줄을 이용해서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오토바이들의 출발을 제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는 2층 버스가 많았다. 요금은 1위엔(우리 돈으로 170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서산에 오르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택시 기사는 바이주(백족:白族)라고 한다. 바이주의 근거지는 따리(大理:대리)이다. 택시 기사 말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쿤밍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고들 한다고. 소수민족들의 특별한 억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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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오토바이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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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의 지하철 1,2호선이 개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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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족은 중국 서북부의 회족 자치구에 살고 있다 

시간을 내서 쿤밍 인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석림(石林)을 방문하기로 했다. 시내 여행사에 알아보니 식사까지 포함해서 280위엔이라고 한다. 아침 7시에 데리러 오기로 했다. 한참 꿈속에서 헤매던 새벽 5시에 전화가 왔다. 6시까지 올 테니 내려와 기다리라는 전갈이다. 7인승 빵차가 와서 나를 태우더니 시내를 돌면서 5명을 더 태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 8시다. 2시간 넘게 시내를 돌아다닌 셈이다. 내가 불평을 했더니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절대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비용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120위엔, 어떤 사람은 130위엔인데 나만 280위엔이다. 내가 바가지를 쓴 것이 분명하다. 버스 터미널에는 관광을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고 있었고 그들을 태울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마치 출정을 앞둔 군대의 진영과 같은 모습이다. 이곳에는 베트남과 라오스, 태국으로 가는 국제선 버스도 있다. 쿤밍에서 라오스 비엔티엔으로 가는 버스는 험한 산길을 38시간이나 가야 한다고. 그런데 버스 안에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우산을 필히 준비해야 한단다. 급하면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봐야 하는데 우산을 칸막이로 사용한다나……. 남자들은 그나마 안면몰수하고 버티겠지만 여자들은 참으로 난감할 것 같다. 특히나 험한 장시간 코스라 차멀미를 하는 승객이 있을 경우에는 모든 승객들이 고생을 한다. 나도 18시간을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타본 경험이 있지만 38시간은 여행이라기보다 고난의 행군에 다름 아니다. 

중국인들과 함께 한 석림 관광은 싱겁기 짝이 없었다. 하루 일정 중에서 석림 구경은 2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쇼핑이었다. 중국 관광객 중에 한국전에 참전한 노병이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사드’문제를 걸고 나온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바람에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침을 튀겨가며 나를 힐난했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일행 중 한 명이 ‘왜 여기에서 사드문제를 거론하느냐’며 그를 말렸다. 다른 사람들도 오늘은 즐겁게 여행이나 하자며 거들었다. 

사드 때문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동안 숨죽여 살아왔다. 중국인들은 북한의 핵개발은 비난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사드만 문제를 삼는다. 본질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 노 병사와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나라와 세계정세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리고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나중에 헤어질 때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를 하자며 즐거워했다. 1950년 한국전에 참전했으니 당시 국군이었던 필자의 아버지와는 목숨을 걸고 싸웠을 터. 예전에 목숨 걸고 싸웠던 적군의 아들과 이제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세상일이란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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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이루는 쿤밍의 석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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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여 자전거, 쿤밍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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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에도 전기 오토바이가 대세다. 가는 곳마다 전기 오토바이 주차 장이 마련되어 있다  

 

석림에서 만난 소수민족

석림은 2억7,000만 년 전 지각 변동에 의해 해저에 있던 기암괴석들이 돌출하면서 생겨난 지형이다. 총 면적 350㎢에 형성된 돌무더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다. 석림은 대석림과 소석림, 내고석림, 신석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석림과 대석림만 개방되어 있다. 석림은 이족들의 터전이다. 이족들은 진한 빨간 색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색이 조합된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다. 주위 배경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석림을 돌아보는 일정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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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촌의 안내원들이 소수민족 복장을 입고 안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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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화려한 이족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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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족의 주택, 한족들의 주택 구조와는 다르다.

 

석림 관광을 끝내고부터는 쇼핑이 계속됐다. 각종 차와 기념품이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하기 전 그림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리곤 다시 운남 차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식사를 끝내고 30여 분 이동해 항산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방문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항산화 물질을 이용해 만든 건강식품과 화장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 강사의 설명을 관심 있게 들었지만 졸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쿤밍시를 바로 앞에 두고 옥을 파는 상점으로 들어서길래 마음속으로 이것이 마지막이길 빌었다. 규모가 어마 어마하게 컸는데, 사진은 못 찍게 했다. 매장을 둘러보기 전, 진짜 옥과 가짜 옥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일행 중에 허름한 옷을 입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차고 있는 옥팔찌가 우리 돈으로 수천만원이나 하는 것들이다. 중국에서는 옷차림이나 얼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쿤밍시로 돌아오니 저녁 7시. 밤공기가 차다. 쿤밍의 겨울은 온화하다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추웠다. 해발 2,000m에 가까운 고지대이니 따뜻할 리가 없다. 

쿤밍에는 민족촌(民族村)이 있다. 우리의 민속촌과 비슷한 민족촌에서는 각 민족들의 주택구조와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야 하나의 민족이라 언어나 생김새가 동일하지만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이 있는 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몽고족은 현재 몽골과 중국 내몽골로 나뉘어져 있다. 태국의 소수민족인 타이족(?族)도 이곳에 산다. 이들은 태국을 표기할 때 쓰는 태(泰)자가 아닌 태(?)자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소수민족은 한족과 유사해 보이지만 일부 소수민족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신장의 위구르족은 중국인이라기보다 중앙아시아나 터키인에 가까운 얼굴이다. 게다가 언어는 러시아어와 비슷하니 중국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회족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와족(?族)은 동남아시아인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한족들은 소수민족에 관심이 없고, 얼마나 많은 소수민족이 생활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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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촌의 이슬람사원, 중국의 서부는 이슬람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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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남성에는 29개 소수민족이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계승해오고 있다 

 

마오저뚱과의 인연으로 우대정책 받아

민족촌을 뒤로 하고 쿤밍의 중심지인 난핑제(南平街:남평가)를 방문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전통 건축물과 현대식 건물이 복잡하게 얽혀 조화를 이룬 곳이다. 이곳에서 화려한 소수민족 복장의 여행 안내원을 만났다. 자신을 이족(?族)이라고 소개한 여인은 소수민족에 대한 자랑을 한참동안 늘어놓았다. 어제 들렀던 석림이 본거지인 소수민족이다. 오래전에는 이족(夷族)이라고 불렀는데 마오저뚱의 중화 인민공화국이 건설된 이후에는 한자 표기를 ‘?族’(이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족(夷族)은 오랑캐라는 뜻이다. 

소수민족은 마오저뚱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대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중국의 전면에 나설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마오저뚱이 소수민족에 대해 우대정책을 펼 정도로 호의적으로 대한 것은 대장정 당시 소수민족으로부터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 국민당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당에 쫓겨 장시성 뤼진에서 시작된 대장정은 출발 당시 8만 명이었던 인원이 대부분 죽고 8,000명 정도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소수민족들이 살던 산악 지역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고. 만약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장정이 성공할 수 없었을 터이니 어쩌면 오늘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쿤밍에서 100년째 성업 중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도 인근의 귀조우나 광시성과 같이 쌀국수가 보편화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쌉쌀하고 매콤한 맛이 전에 먹었던 계림의 쌀국수와 비슷하다. 남부 소수민족들은 한족과 달리 매콤한 맛을 즐긴다. 주변 상점에는 화려한 색을 입은 소수민족들의 전통 공예품이 많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장사를 하는 사람마다 민족이 다르다. 워낙 다양한 소수민족이 있다 보니 전부 기억하기도 쉽지가 않다. 확실히 이곳은 소수민족들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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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은 복장뿐만 아니라 각종 장신구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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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에는 소수민족 학교가 많다. 소수민족 학교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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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55개의 소수민족이 있으며, 운남성에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난핑제 인근에 오래된 성당이 하나 있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엄청나게 큰 성당이 하나 더 있다. 중국 정부에서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이렇듯 엄청나게 큰 성당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 성당의 신부는 교황청의 지시를 받지 않고 중국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임명한다. 중국과 교황청은 아직까지도 외교관계가 없다. 중국에선 선교가 금지되어 있다. 외국인이 선교를 하다가 걸리면 구금기간을 거치고 나서 바로 추방된다. 종교행사는 반드시 교회 안에서만 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종교의 자유는 허용되지만 선교가 금지된 구조적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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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핑제 인근에 세워진 성당.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선교활동은 금지되어 있다  

차의 고장에 들어선 스타벅스 매장들

요즘 쿤밍시에는 스타벅스가 성업 중이다. 차의 고장인 운남성 성도 쿤밍에 스타벅스가 많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운남성은 앞서 설명한 대로 중국을 대표하는 차 생산지다. 특히 푸얼시(普?市)에서 생산되는 푸얼차(普?茶)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예전에는 많은 이들이 차를 인도까지 운반하기 위해 험난한 차마고도를 넘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에는 2,000개가 넘는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일 뿐 아니라 2021년까지 중국에 5,000개가 넘는 매장을 열 계획이라 하니, 차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요즘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전통차 대신 커피를 즐겨 마신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다루는 것이 문화인의 척도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 중국 젊은이들의 세태다. 이들은 스타벅스를 이용하며 자신들이 선진 문명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낀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미국 문화를 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요사이 운남성에서는 차밭을 갈아 업고 커피나무를 심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머지않아 중국이 커피의 나라로 변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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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은 차의 고장이다. 운남성 보이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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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남성은 차의 고장이다. 운남성 보이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글 사진 양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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