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고, 맛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곳, 1박 2일의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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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고, 맛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곳
1박 2일의 대구


대구 여행의 1번지,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로 가는 길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좋은 공간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과 성모당, 그리고 성 유스티노 신학대학으로 이어지는 카톨릭 타운은 과거를 따라 걷는 대구의 근대골목 중에서도 명소로 꼽힌다. 거기에다가 앞산전망대에서 만나는 낙동강 낙조의 아름다움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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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 KTX로 1시간 30여 분이면 닿는 지근거리의 대구는 그곳에 살았던,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또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아내는 것으로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둘레를 형용하기 어려울 공간이다. 그 광활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결코 수고롭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열차가 동대구역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플랫폼을 빠져나오면서 설렘의 크기가 한 뼘 더 자란다. 나는 지금 대구에 있고, 조금 더 지나면 대구가 주는 매력에 흠뻑 취해 있을 것이다.

동화사의 마애여래좌상이 마중을 나오고
대구 여행의 일 번지,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로 가는 길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좋은 공간이다. 지금까지의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찰들의 풍경이 스치듯 지나치면서 건물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청명한 하늘을 이고 있는 고즈넉이 빛바랜 기와지붕과 사천왕상, 대웅전 등 가람의 배치와 정성을 다해 예불을 올리는 신도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익숙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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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을 이고 있는 동화사의 기와지붕

독경소리가 장중한 울림으로 다가서면 바람과 구름이 장난을 치다가 하얀 솜 바닥에 흠을 내놓을 것 같은 그런 날, 편안함으로 마애여래좌상이 마중을 나왔다. 통일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오른손은 무릎에 대고 아래를 가리키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해 배꼽 앞에 놓은 항마촉지인 자세를 하고 있다. 옷은 어깨를 모두 덮었고, 머리와 몸 뒤의 광배는 두 줄의 선으로 표현했는데, 자세하게 보아야 형태가 드러난다. 불상이 앉아 있는 연꽃대좌가 구름 위에 떠 있어 사뿐하게 내려앉은 듯하다.


봉황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경내로 들어서는데 계곡을 타고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와 매미, 여치, 그리고 산새들의 지저귐이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내어주지만 강렬한 햇빛 때문에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마침 통일대범종이라는 누각과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나무 한 그루가 신도들과 내방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동화사는 창건된 지 1,600여 년이 넘는 고찰이다. 493년 극달이 창건해 ‘유가사’라고 했지만 832년 왕사 심지가 중창할 때 겨울철임에도 주위에 오동나무 꽃이 만발해 동화사라 고쳐 불렀다고 한다. 이후 중창에 중창을 거듭하면서 대부분 조선시대 영조 때에 세워진 대웅전을 비롯해 연경전과 천태각, 영산전, 봉서루 등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대웅전의 삼존불상은 1728년에 왕준이 만들었고, 후불탱화는 1620년에 의현이 그린 것을 1688년에 다시 고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삼장탱화와 제석탱화 등이 있고, 천장의 극락조는 일품으로 이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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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사는 역사가 1,600년에 이른다 

 


한 시간여 후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찾은 인근의 식당 고려산장은 송이버섯전골을 전문으로 한다. 팔공산과 그 일대에서 한창 송이버섯이 나올 때여서 그 특유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송이버섯국과 불고기를 따로 내놓고 그 밖의 밑반찬들로 상이 차려지는데, 가격에 따라 구성이 달라진다. 다만 버섯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식당앞 도로의 중앙분리대는 닭과 원숭이, 호랑이 등 12간지를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앙증맞게 자리를 잡아 운치를 더한다.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의 하중도는 축구장 33개가 들어설 정도의 땅에 코스모스 군락지를 조성했다. 그곳에 들어서면 풀들이 누웠다가 일어서고, 코스모스가 살랑거리며 환한 미소를 보내올 때 비로소 바람이 지나간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가을날의 대구는 움켜쥐려 하면 어느새 줄행랑을 치는 바람처럼 자유로웠고, 싱그러웠으며, 맑았다. 연인들과 가족들은 꽃향기에 취하고, 어느새 코스모스와 하나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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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의 코스모스 군락

카톨릭 타운은 과거를 따라 걷는 명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과 성모당, 그리고 성 유스티노 신학대학으로 이어지는 ‘카톨릭 타운’은 과거를 따라 걷는 대구의 근대골목 중에서도 명소로 꼽힌다. 수녀원의 성당과 코미넷관, 그리고 일부 공간들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1898년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온 드망주 신부는 1911년 대구교구를 창설한 뒤 신부를 보좌하면서 고아와 노인을 돌보고 의료사업을 담당할 수녀를 파견해줄 것을 프랑스 성바오로 수녀회에 요청했다. 1914년에 수녀 파견이 결정되자 착공에 들어가 1915년 완공되면서 대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건물의 1층은 예배실과 유아원, 2층은 침실, 그리고 지하는 식당과 창고 등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수녀들의 숙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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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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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유스티노 성당

 


역사관으로도 사용되는 성당은 수녀원이 지나온 시간들을 나지막하게 들려준다. 내부는 아담하지만 경건함 그 자체로 다가와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특히​ 성녀 소화 데레사를 주보로 축성할 때 프랑스에서 소화 데레사 성상과 유해, 성모상, 요셉 성상 등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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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원의 성모 마리아상

십자가가 천장 중간에 걸려 있고, 수녀복과 당시의 휠체어, 한국 관구 초대 관구장인 멜 베아트릭 수녀의 신앙생활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11시 30분, 오후 1시 30분~4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과 국경일에는 문을 닫는다. 수녀원 홈페이지(www.spcdaegu.or.kr)에 들어가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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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톨릭의 초기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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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사용하던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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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과 성모당의 일부 공간은 역사관으로 개방되어 있다


수녀원의 맞은편 대구교구청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나오면서 성모당과 마주하게 된다. 성모 발현 기적의 프랑스 루르드 동굴을 기념해 1918년 만들었다. 성모당 위의 ‘1911’과 ‘1918’은 각각 대구대교구 설립과 설립자인 드망즈 주교가 교구를 위해 청한 3가지 소원이 다 이루어진 해를 뜻한다. 라틴어 ‘EX VOTO IMMACULATAE CONCEPTIONI’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바친 서원에서’라는 뜻이다. 소원과 기적이 자주 일어난다고 알려져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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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당 입구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바친 서원에서’라는 뜻의 라틴어가 쓰여있다

양초에 불을 붙인 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지긋하게 감으며 고개를 살포시 숙인 이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과 헌신, 건강, 부귀와 공명 그리고……. 저마다의 간절함으로 기도하는 이들의 뒷모습이 쉽게 다가서지 못할 울림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육체를 떠난 또 하나의 내가 나를 내려다보는 신비로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묻는다. 정말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발길을 옮기면 외래환자와 휴양 중인 성직자를 위한 건물 안익사(프랑스어로 부속건물 또는 별관이라는 뜻)를 만난다. 현재의 건물은 공산댐 공사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정월생(아네스) 집안의 가옥을 기증받아 옮겨온 것이다. 또한 사제 묘역은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게 만든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 캠퍼스의 성유스티노 100주년 기념관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에 가까운 우아한 건물로 벽돌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드망즈 주교가 신학교 설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 원조를 요청했을 때 중국 상해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자가 성 유스티노를 모시는 조건으로 거액의 헌금을 냈고, 대구의 천주교 신자 서상돈이 땅을 기증해 1914년 완공했다. 대구의 천주교 역사를 담고 있는 이곳은 성유스티노홀(건축관), 드망즈홀(설립자관), 앗숨홀(문서관), 옴니아홀(100주년관) 등 4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대구 가톨릭 100년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쉬는 날 없이 오전 9시부터 문을 열고 5시에 닫는다.


빡빡하던 강행군에 피로가 몰려오고 하루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즈음 찾은 앞산전망대는 대구 시가지 전경을 한눈에 보여준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흐느적거리며 벌판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빨갛게 물들이며 영역을 넓혀가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이들로 전망대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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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산에서 내려다 본 대구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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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앞산의 노을


해가 지고 시가지의 불빛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면 ‘맛있는 대구’가 우리를 유혹한다. 대구 남구에 있는 안지랑 곱창골목은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전국 5대 음식테마 거리로 지정되어 젊은이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넉넉하다 못해 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양에 한 번 놀라고, 달궈진 불판에 양념을 한 곱창이 알맞게 익어 입안으로 들어가면 그 맛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입안 가득하게 침이 고이면서 술을 부르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밤은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마비정과 인흥마을 그리고 사문진 나루터
이튿날의 첫 일정인 달성군 마비정의 벽화마을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비무’라는 수말과 ‘백희’라는 아름다운 암말의 사연에서 유래했다. 마을 전체가 토담과 벽담을 활용해 마비정 문지기, 오누이, 누렁이와 지게, 장독대와 메주 등 1960~70년대의 농촌 풍경을 벽화로 꾸몄다. 흙담과 좁은 골목길 등 토속적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했고, 국내 유일의 연리목(連理木)+연리지(連理枝) 사랑 나무와 국내 최고령 옻나무, 대나무 터널, 이팝나무 터널 길 등이 여행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2013년 도시 대상을 수상했고, 2015년 대한민국 경관 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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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정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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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의 사연에서 유래했다


마비정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인흥마을은 남평 문씨 세거지로, 세월이 흔적이 곱게 느껴지는 곳이다. 마을로 들어서려면 목화밭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에서 마을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고려시대 말 우리나라에 목화를 전한 문익점 선생의 18세 후손인 문경호가 19세기 중엽에 터를 잡아 만든 것. 당시에는 초가로 시작을 했지만 이후 100여 년에 걸쳐 지금의 세거지가 형성됐다. 현재는 70여 채의 기와집이 한울 안에 정연히 들어서 있다. 어른 키 높이를 훌쩍 넘는 흙 내음 가득한 토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마음이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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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 문씨 세거지인 인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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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흥마을은 문익점의 후손 문경호가 19세기 중엽에 터를 잡았다


여정의 끝에서 만난 사문진 나루터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남쪽에 있어 물류의 요충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한국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장소다. 달성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2년부터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매년 10월 가을 연례행사로 치른다. 500년 된 팽나무가 옛이야기를 전하는 주막촌에는 막걸리를 비롯해 잔치 국수, 국밥, 부추전, 두부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유람선 달성호는 나루와 강정보, 포 신당리를 거쳐 다시 나루터로 돌아오는데, 애잔한 노래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유람객을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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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진 나루터의 주막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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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터는 국내에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곳이다

내 사랑이 떠나가네 사문진 나루
칠백 리 물길 따라 흘러서 가네
못 지킬 그 약속을 그리 쉽게 말하더니
눈물만 남겨 놓고 가는 사람아
가는 이야 좋겠지만 남는 나는 어쩌라고
아 이별의 강나루 사문진 나루


나루터 위쪽의 화원 동산은 신라 유적인 상화대와 고분 떼 외에도 서북쪽으로 흐르는 낙동강 강물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깎아지른 절벽, 포플러 나무의 짙은 그늘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한다. 옛 봉수대가 있던 전망대를 지나 강변으로 향하면 낙동강과 금호강 두 물줄기가 만난다. 이곳에서는 사문진의 일몰은 물론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인 달성 습지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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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 전망대

 

 

시문진의 일몰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던 1박 2일 여정의 대구 여행도 막을 내려간다. 아직 가야 할 곳도 많고, 맛보아야 할 것들도 지천인데……. 일몰 속으로 여운이 짙게 드리운다.  

 

사진 김태종(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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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원 유원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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