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버스로 즐긴 알찬 하루 -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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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버스로 즐긴 알찬 하루
부 산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의 첫 차는 오전 9시 45분에 출발한다. 정차하는 곳만 14곳인 부산역-해운대를 운행하는 ‘레드라인’이다. 이 노선을 타면 오륙도가 종착지인 ‘그린라인’과 해운대-용궁사의 ‘블루라인’으로 환승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1만5,000원이지만 당일 KTX 영수증이 있으면 2,000원을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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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련산청소년수련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야경

 

 

살랑살랑하던 바람이, 나긋나긋하던 바람이 심통을 부리듯 어지러웠다. 사람들은 코트 깃을 다시 올려 세우고 어깨를 잔뜩 오그라뜨렸다.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듯 세상은 차가운 침묵이었다. 봄의 문턱을 넘기가 그만큼 어려운 걸까. 바깥은 여전히 겨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고 꽃샘추위는 한겨울보다 더 매서웠다.


귓불을 살살 어루만지는 봄바람이 그리워질 즈음 부산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업계에서 알게 돼 20여 년의 시간 동안 정을 쌓아 이제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 약간의 취기가 묻어나며 “니, 요즘 어찌 지내는데?”라는 구수한 사투리에 “뭘, 그렇지. 근데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라고 답한다. “OO형이랑 있다 아이가. 둘이 술 한 잔 하다가 니 얘기하다 보니 목소리도 듣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언제 올끼고?”라는 말이 묘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문득 부산과의 아련한 추억이 스쳐간다. 부산 인근에서의 군대생활이 부산병무청과도 연결되어 있어 군인일 때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던 것 같다. 제대를 한 이후에도 기분에 따라 밤 열차에 몸을 실어 태종대로,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던 때가 몇 번이었던지. 따듯하게 속삭이는 바람을 부산에서는 서울보다 앞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형! 수일 내로 시간을 낼게. 술은 적당히 마시고 그만 들어가.”


얼굴 보고 술 마시고, 그렇게 수다를 안주로 곁들인 후 이름도 기억할 수 없을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귀경하는 일정이라면 너무 구태의연하다. 그를 만나고 부산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한 끝에 ‘부산시티투어코스’를 떠올렸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부산의 명소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는데다 야경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경 투어버스 타고 부산의 밤 감상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의 첫 차는 오전 9시 45분에 출발한다. 이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 6시 이전에 나서서 KTX를 타야 한다. 시간을 더 늦출 경우 투어는 ‘버스 타고 부산 한 바퀴’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오후에 도착해 야경을 보고 하룻밤을 잔 다음 ‘시티투어코스’로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이튿날 오후 6시 38분. KTX 부산행 열차는 종착지인 부산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마치 처음 방문한 것처럼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어둠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도시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야경 투어버스는 정류장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이미 10여 명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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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부산역 앞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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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연 2층버스를 타고 시티투어 코스 출발~

 

 

하루 한 번만 운행하는 이 버스는 저녁 7시에 부산역을 떠나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로 들어선다. 안내방송을 통해 영도의 유래(절영도라고 불렸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영도로 바뀌었다)를 들려줘 귀가 쫑긋해진다. 영도에 들어선 지 채 5분이 지났을까. 버스는 어느새 부산시 남구와 연결되는 부산항대교로 올라선다. 총 연장 약 3.3k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최대 상판의 높이가 60m나 되는데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크루즈선이 통과하기 위해 이렇게 높게 설계했다고 한다. 램프 길이가 짧은 영도구에서는 진입하기에 어려워 진입 램프를 나선형 구조로 설계,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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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대교를 건너가는 모습​

 

부산의 부두와 밤거리를 거침없이 내달은 버스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멈춘다. 10여 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광안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티투어 버스는 다시 마린시티와 해운대해수욕장을 거쳐 광안대교를 지나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의 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는 길은 제법 거칠다. 도로의 폭이 좁고 오르막이어서 마주하는 차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전망대에 닿으면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마린시티의 웅장한 불빛이 부산의 밤을 황홀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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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해수욕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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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너머로 마린시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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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유람선 티파니호가 정박하고 있다

티켓 하나로 3개 노선 모두 즐길 수 있어
이튿날, 2층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부산역 시티투어 코스 정류장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정차하는 곳만 14곳이나 되는 부산역-해운대를 운행하는 ‘레드라인’이다. 이 노선을 타면 오륙도가 종착지인 ‘그린라인’과 해운대-용궁사의 ‘블루라인’으로 환승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1만5,000원이지만 당일 KTX 영수증이 있으면 2,000원을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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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지붕이 열린 2층에 자리를 잡자 전날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하늘은 열려 있고 온기를 조금 머금은 바람이 싫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서 부서진다. 영도대교를 넘어 부산항대교를 타고 버스가 첫 번째 멈춘 곳은 UN기념공원. 목적지로 정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지만 이곳은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라고 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해 4월 완공했다고. 이후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의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했고, 1959년 11월 UN과의 협정에 따라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린라인’으로 환승하니 오륙도까지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곳의 명물은 스카이워크. 35m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 모양으로 15m를 이어 놓았다. 바닥은 12mm 유리판 4장에 방탄필름을 붙여 특수 제작한 두께 55.49mm의 고하중 유리라지만 발아래 투명유리를 통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모습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앞바다는 시시때때로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상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를 가까이 볼 수 있지만 오늘은 그쪽 하늘이 맑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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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스카이워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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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오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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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스카이워크


오륙도와 더 가까워지려 계단을 내려가자 바다와 바위가 만나는 곳에서 꾼들의 낚시가 한창이다. 해녀들이 인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전복과 해삼, 멍게들을 좌판에 깔기 시작하자 슬슬 사람이 모여든다. 신선한 해산물에 술 생각이 절로 일었지만 갈 길이 멀어 아쉬움을 남기며 다시 용호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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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에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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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해녀들이 좌판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관광객들

20여 분 정도를 기다리자 ‘레드라인’의 2층버스가 들어온다. 환승할 수 있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동용궁사 노선인 ‘블루라인’에 몸을 실어 달맞이 고개와 송정해수욕장을 그냥 통과했다. 다음에 올 차가 2대밖에 남지 않아 하차할 경우 해동용궁사를 둘러볼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아서다.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한국 3대 관음성지로 불린다.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어 그 어느 곳보다 신앙의 깊은 뜻을 담고 있는 곳이라 하여, 진심으로 기도를 하면 누구나 꼭 현몽을 받고 한 가지 소원을 이루는 영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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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해수욕장의 모습. 날씨가 쌀쌀해 사람들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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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접한 해동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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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 인근에 수산과학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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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과학관의 독도관 


사하촌이 끝나는 곳에서는 동양철학의 육십갑자 십이지상이 봉안되어 있고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교통안정기원탑이 눈길을 끈다. 춘원 이광수의 시비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라고 한 나웅화상의 시귀도 정겹다. 용문석굴을 지나 108돌계단을 내려가면 정렬된 석등군이 나오고, 이내 펼쳐지는 검푸른 넓은 바다가 용궁으로 들어가는 해탈에 이르는 길처럼 다가온다.
부산시티투어 www.citytourbusan.com

글, 사진 김태종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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