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가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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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가 조용필
일단 떠나야 알 수 있는 것들


여기 무모하고도 용감한 여행을 떠난 남자가 있다. 조용필 씨는 아내와 아들을 태우고 자동차로 15개월간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 또 다시 새로운 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 그는 출발 전에 보다 많은 방법으로 이 여행의 보람을 여러 사람과 나눌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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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 어릴 때 놀림 많이 받았죠.” 유난히 추웠던 3월 초, 성산대교 아래에서 조용필 씨를 만났다. 취재진보다 먼저 도착한 그를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스티커가 붙은 차를 보고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 앞에 선 중년 신사는 여행에 대해 말하는 내내 생글거린다. 돌아온 일상에서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나오면 사람들이 차를 보고 주인이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고, 길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이 사진 한 장 찍자고 세우는 경우도 있어요. 신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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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개월 동안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온 지 꽤 되었지만 여행 직후 기록삼아 시작한 블로그(http://blog.naver.com/feelyoume)는 이미 30만 팔로어를 넘겼고 일상에서도 수시로 주목을 받는다. 그간의 기록을 모은 여행기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미다스북스)을 두 권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직업은 공식적으로는 ‘무직’이다. 이만 하면 작가로 부를 만도 하건만 아직은 부족하단다. 종종 전국 각지에서 가슴 속 로망을 가진 어른들의 초청으로 강연자가 되는 것으로 인생의 다음 스텝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가 떠난 것과 같은 여행을 꿈꾸는 이들, 그의 여행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철들지 않는 남자가 겪은 자세한 루트와 노하우는 블로그와 책을 통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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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들 재산부터 궁금해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다들 제가 아주 부자라서 수입차 끌고 가족들 태우고 떠난 줄 압니다(웃음). 당시에 4억원 정도 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금을 통으로 빼서 통장에 넣고, 연고도 없는 조치원까지 가서 아파트를 찾으니 훨씬 큰 평수가 서울 아파트 전세값의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세간살이를 다 옮겨서 넣어 놓고, 나머지는 차 구매와 여행 경비로 대부분 썼습니다. 차는 처음에 국산 승합차로 갈 생각을 하고 실제로 해당 메이커의 지원책이 혹시나 있을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름 없는 아저씨에겐 여의치 않았어요. 어차피 정비성이나 내구성을 생각할 때는 SUV가 좋겠다 싶어서 7만~8만km 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를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차로 달리면서 중간 중간 길에서 캠핑도 했지만 숙소 생활도네요 했고요. 비용도 예상하시는 것보다는 그리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차값 빼고 1억원 정도 쓴 것 같아요. 당연히 통장은 텅텅 비었지만 내가 40년 동안 꾸어온 꿈이고 세 식구가 다녀왔으니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유럽 패키지 여행도 한 15일짜리 갔다 오면 1,000만원 이상 쓰니까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 번도 어디가면 뭐가 맛있고 어디 가서 자면 좋고 이런 걸 써본 적이 없어요. 근데 참 많이들 블로그 댓글로 물어요. 어디가 좋냐면서요. 그런데 전 대응 안했습니다. 그걸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너무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그 과정이 여행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은 사람 사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내일이 어떨지 다 알진 못하잖아요. 여행도 다음 가는 목적지는 알지만 안 가본 길이 어떤지는 모르듯이. 그걸 즐겨야죠.

총각도 아니고, 남자 나이 50줄에 갑자기 떠난다는 건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철이 없거나 인생 막다른 길이란 생각일 때요. 그렇지 않고서야 통장이 빌 때까지 여행을 할 수가 있나요?
음…(한참을 망설이다), 맞습니다. 죽을 것 같은 스트레스가 있었지요. 처음부터 얘기하자면, 친구 사업에 투자를 했는데 잘못됐습니다. 15년 은행원 경력도 소용이 없었던 일이지요. 그리고는 가족들 보기가 미안해서 서울로 혼자 올라와 렌터카 운전 일을 했습니다. 서울 길도 모르는데 제가 가진 재주가 운전이라서 한 일인데요, 우연한 기회에 일본 사업가를 손님으로 모셨는데 좋은 인상을 남겼나 봅니다. 제가 일본어를 웬만큼 하거든요. 그 분 제안으로 새 일을 하게 되었죠. 액세서리 부속 등을 남대문에서 주문하면 일본으로 대신 부쳐주는 작은 사무실을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때 자리도 잡혀서 가족들과 다시 뭉칠 수 있었죠. 그 즈음 세무조사가 왔는데, 추징금이 상당했습니다. 제 딴에는 은행에 꼬박꼬박 넣고 받은 내역이 있어서 억울한 일입니다만, 작은 사업체에서는 몇 달 검사를 받는 것만으로 정말 피폐해지고 일에도 모든 의욕이 사라지더군요. 지난 빚도 다 갚고 우리 아들 삼형제도 알아서 제 공부 열심히 해서 다 커 가는데 너무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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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살림을 다 날릴 정도로요?
두통과 이명이 시작됐습니다. 갖은 검사를 해도 원인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쓰러져서 대형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갔을 정도였어요. 집에만 들어오면 베란다에 나가 뛰어내릴 생각을 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죠. 그런데 그때 타던 바이크로 3번 국도를 고속으로 한 번씩 ‘땡기고’ 나면 머리가 안 아픈 겁니다. ‘아,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안 아프네’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냥 어느날 불쑥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어릴 때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고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걸 기억해냈지요. 의외로 아내가 같이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그해 3월에 대학에 입학한 막내 놈도 휴학시키고 데려갔지요. 원래는 입학 첫 학기는 휴학이 안 되는데(웃음) 제가 학교 교수님을 찾아가서 담판지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웬만한 학교 교육보다 더한 걸 가르칠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교수님도 이 말엔 동의하셨고요, 학교 스티커를 한 장 붙이고 달리는 조건으로 같이 짐을 쌌습니다. 

가족들이 더 대단합니다. 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셨던 거겠죠?
어릴 때 저희 집이 운수업을 했습니다. 차 좋아하는 대개 그렇듯이 면허 따기 전에 운전을 할 줄 알았지요. 몰래몰래 많이 했습니다(웃음). 고등학교 졸업 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심사하는 경찰관이 좀 달리다 말고 “차 세워, 임마” 하더라고요. “면허증 줄 테니까 면허증 가지고 다니면서 운전해”라면서요. 이후로 직장생활 하면서도 갖은 차를 많이 탔습니다. 모터사이클도 엄청 좋아해서 동호회 생활도 오래했습니다. ‘R차’라고 부르는 바이크나 BMW GS 같은 멀티퍼퍼스도 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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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서는 정비할 일도 많았을 텐데 정비는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글쎄요. 저도 어느 책에선가 보고 통감한 이야기가 있는데, 여행에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있답니다. 여행에 필요한 하드웨어 세 가지가 뭐냐면 돈, 체력, 시간이래요. 나이 먹으면 세월은 빨리 흘러가고 남아 있는 시간은 적다보니 조급함이 생기기 마련이죠. 저 같은 경우는 웬만한 차 정비도 혼자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믿었으니까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가면 목적지에 맞는 어학원도 등록해 현지에서 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겁니다. 정비는 돈만 안 아끼면(웃음) 현지에 가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을 잘 못 하니까 진짜 힘들더라고요. 유라시아나 라틴 대륙 쪽으로 가면 영어가 거의 안 통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영어를 무척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여행 중에 젊은 부부를 만났는데  스페인어나 독일어 같은 걸 미리 공부해서 왔더군요. 정말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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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몇 개나 교체하셨어요?
한 9만km 달렸는데요, 11개 갈았습니다. 닳아서 찢기는 게 아니라 그냥 터질 때도 있었죠. 사막에서는 고온으로 돌을 크게 밟은 것도 아닌데 그냥 폭탄 맞은 것 같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지금 이 차도 자세히 보면 조수석 앞에 에어백이 들어 있는 대시보드가 살짝 금이 가 있습니다. 외부 열이 40도가 넘으면 차량 내 체감 지수가 거의 70도쯤 되는 기분인데 코 속이 아파서 문을 열 수도 없거든요. 그러니 내장이 굳어서 갈라지는 거죠. 윈드 실드를 뒤덮는 모래먼지를 닦아내느라 와이퍼도 갈렸고요. 보닛이랑 범퍼 쪽에 움푹움푹 돌로 파인 건 별 일도 아니죠. 그래도 차가 튼튼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지인이 랜드로버 매장에 가서 영업사원에게 디스커버리를 물어보니까 내구성은 최고라며 제 블로그를 보여주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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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경험이 없진 않았겠죠?
당시에는 미치게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다 추억입니다. 강도나 도난 없이 여행을 잘 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없었던 고생을 몽땅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하루 만에 다 겪었습니다. 안전하라고 경찰서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어딜 다녀왔는데 차 유리가 깨지고 카메라부터 반찬으로 싣고 온 젓갈까지 다 털렸더군요. 이 차가 연식이 좀 됐어도 이모빌라이저가 있어서 창이 깨지면 저절로 문이 잠깁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그런데 이런 경우가 많은지 깨진 유리만 고쳐주는 전문가를 경찰서에서 연결도 해줍니다. 카자흐스탄 일대를 달릴 때 수시로 경찰이 검문하는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에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신분증이랑 입국 관련 서류를 일단 내놓으라고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돈을 요구하는 식이지요. 나중에는 어차피 서로 말이 안 통하니까 능청스럽게 대충 협의하고
 넘어가게 되더군요. 브라질에 가서는 어떤 부자가 2억원을 줄 테니 이 차를 자기한테 팔고 가라는 말도 들었답니다.

갖은 일을 겪고 나면 성격도 바뀌나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다 버리게 되죠. 제 수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멈춘 적도 있어요. 남미 쪽에서였는데 빈부격차가 크면 이런 차를 소수가 타니까 정비사도 무척 적고 여기저기 정비소끼리 계측기 찾아서 옮기고 하다가 그 값을 어마어마하게 부르기도 합니다. 정비 비용으로 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할 때도 있었어요. 차를 실어 보내야 할 배나 세관원들도 그래요. 늘 “내일 해줄게, 기다려”라고 말이죠. 그러다 일주일, 열흘이 그냥 지나가 버리다보면, 그만큼 체류비가 늘어나기 마련.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고, 여러 루트로 연락해 SOS를 쳐도 답이 없으니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그 나라 사람들처럼 즐기게 되더군요. 일주일씩 호텔에서 정비소나 통관사무소 연락을 기다리다가 안 되면 근처 유명한 해변에서 일광욕도 하고 주변을 놀러다니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두어 곳을 돌다 이젠 가족들끼리 웃으면서 얘기하는 여유도 얻었답니다. “대기업 회장도 못 할 휴양을 우리가 몇 주째 하고 있네”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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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여행의 재미를 그렇게 말씀하시죠. 혹, 여행 중에 자신의 다른 면도 발견하셨나요?
돈보다 큰 스트레스는 내가 지금 이 여행의 리더이고 아버지이고 남편이라는 점입니다. 다들 걱정할 걸 아니까 제 마음 속에 있는 불안함을 드러내질 못해요. 그러다가 길에서 마구잡이로 달리는 차를 만나면 욕을 해댔죠.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이 욕을 하면 그걸 듣는 건 저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니까, 욕 그만하세요.” 머리를 딱 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무척 미안했고요. 그 뒤로 험한 말을 안 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이 더욱 소중해졌죠. 한국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장모님, 복학해야 할 막내아들을 생각해서 일단 돌아왔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또 다시 저 차 끌고 이번에 못 간 나머지 땅들을 보러 가려고 합니다. 당시 IS 테러 위협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쪽은 못 돌아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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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또 따라 가신다고 하던가요?
누가 한번 물어보니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네”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저보다 그걸 허락하고 따라간 아내와 가족들이 더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아들만 삼형제를 뒀는데, 다들 제 아버지 성질을 아니까 일찌감치 스스로 알아서 자리를 잡아서 각자 잘 살고 있어요. 이제 예전처럼 좋은 아파트로는 못 돌아갈 상황이지만 사람들 만날 일이 많아 일단 반전세로 서울에는 들어왔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여행 갔다 오니까 뭐가 걱정이 안 돼요. 어떻게든 살아지겠죠.

사실 이런 얘기를 또래 남자 분들은 무척 부러워할 겁니다. 그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여행을 가려면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던지고 가야 해요. 다들 ‘돈 모으면 가야지’ 하는데, 그러면 계속 못 갑니다. 특히 자동차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포장된 도로만 갈 거라면 평범한 세단을 끌고 가도 됩니다. 즐기며 가보십시오. 더 늙기 전에요. 다만 하체부터 보강해야 할 건 많습니다(웃음).

김미한(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최재혁,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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