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가는 세계꽃식물원
2017-03-06  |   20,892 읽음


봄·봄·봄, 봄이 있어요~


충남 아산 세계꽃식물원

 

겨울에 만나는 봄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곳은 이미 봄이었고 여름이었으며 가을이 함께하니 마치 사계절을 한곳에 들여다 놓은 듯했다.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에 자리한 ‘세계꽃식물원’이 바로 그곳.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 톨케이트에서 100km 남짓, 경부고속도로 한남IC에서는 120km 정도여서 이 두 곳을 기점으로 각각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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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쌀쌀한 날, 유독 봄이 더 그립다. 여기다 한 달을 앞서 가야 하는 매거진의 경우라면 계절이 바뀌는 이 시기에 더욱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각종 소식들이 엮어져 <자동차생활>이 독자들의 손에 닿을 때쯤이면 봄은 이미 문턱에 와 있다. 그리고 봄 길은 저무는 태양을 마주하는 그림자처럼 점점 더 길어져 절정으로 내닫을 것이다. 그리하여 늘 이맘때쯤이면 철 지난 겨울 얘기에 눈길을 주고 귀를 기울여줄 마음씨 너그러운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된다.

 

겨울에, 아니 그보다도 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에도 풀내음 솔솔 풍기고 각종 꽃향기가 은은하게 휘감아 봄의 한가운데 선 듯 착각이 드는 그런 곳 어디 없나? 뜻밖에도 그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곳은 이미 봄이었고 여름이었으며 가을이 함께하니 마치 사계절을 한곳에 들여다 놓은 듯했다.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에 자리를 잡은 ‘세계꽃식물원’이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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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당일 코스
세계꽃식물원은 서서울 톨케이트에서 100km 남짓하고, 경부고속도로 한남IC에서는 120km 정도여서 이 두 곳을 기점으로 각각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당일로 다녀오기에 손색이 없고, 지척에 도고온천과 옹기 및 발효음식 전시체험관, 코미디홀 등이 있어 아쉬움을 남길 여지를 주지 않는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으니 발길이 가볍다. 목적지에 대한 설렘이 주는 야릇한 기운에 따사로운 햇살이 거들어 이미 차 안은 봄의 전령들이 마중을 나왔다. 그들의 환대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고 서해대교를 넘어 당진IC로 빠져 32번국도로 접어드니 예당의 너른 들판이 일어선 듯 다가온다. 예산·당진·아산·서산에 걸쳐 있지만 평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산과 당진의 이름을 따서 ‘예당평야’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길 이름도 ‘예당평야로’다.


충남 당진군 궁평리의 간양사거리에서 천안·아산 방향의 21번국도로 좌회전한 후 오른쪽 길을 이용해 터널을 건너면 세계꽃식물원이 너른 들 한가운데 서 있다. 아직은 빈 들판이지만 볍씨가 뿌려지고 싹을 틔워 신록이 한창이거나 누렇게 익어갈 때의 장관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가슴이 탁 트인다. 여기에 들어선 식물원은 생각보다 소박해서 ‘어, 투자한 시간에 비해 볼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표 하나가 눈앞에서 희미하게 떠오른다. 아직은 겨울이어서 식물원의 입구를 앞 다퉈 치장했을 꽃들은 생명의 빛을 잃었다.


그러나 어차피 내친걸음. 매표소에는 관광버스에서 내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하고, 관람을 마친 이들이 무언가를 받아가며 짓는 만족한 미소에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감이 말끔하게 씻긴다. 식물원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으로 관람을 마친 후 귀가할 때 제공하는 다육식물이 포함되어 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이정표가 안내하는 곳을 따라간다. 출입문을 제치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적당한 온기가 도는 실내는 카페와 레스트랑, 쉼터 등으로 꾸민 ‘삶이 꽃이다’라는 뜻의 리아프(LIAF, Life is a Flower) 가든이다. 쉼터의 테이블과 의자가 특이해서 눈여겨보았는데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상자(아마도 식물들의 모종 등을 운반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에 나무를 알맞게 잘라 고정시켜 놓았다. 완성도가 뛰어나고 나름대로 멋도 있어 일상에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다양한 종류의 호박은 한데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작불이 타오르는 모습이 정겹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군고구마를 내놓기도 한다지만 아쉽게도 오늘이 그날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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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F가든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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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즐겁지만 이게 무슨 꽃인고
반대편의 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식물원 탐방이 시작된다. 2004년 개장한 세계꽃식물원은 온실 2.8헥타르와 실내식물원 1.8헥타르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이라는 것이 이곳의 설명이다. 연중 3,000여 종의 원예종 관상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이 감동으로 다가 올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것 같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꽃과 식물의 수를 손꼽아도 얼마 되지 않을 것 같고, 그것이 또 그것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내식물원의 문을 여니 산발을 한 것 같은 식물이 천장에서부터 늘어졌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빨간 꽃 사이로 길을 냈다. 식물원 안에는 관람을 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탄성을 자아내는데 초록의 무성함에, 꽃들의 밝은 빛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의 신비로움에 저마다의 느낌을 추억으로 담으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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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천장을 뚫을 듯한 벤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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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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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은 느긋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을 더 채우려 하기에 이리조리 뜯어보고 요모조모 살펴서 무언가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관람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으니 사람들의 정체 아닌 정체가 발생하는 것. 이쯤 되니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으로는 땀이 미끄러지듯이 흘러 겨울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풀과 나무, 그리고 꽃들의 향연이 끝이 없을 듯 이어지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은 커져간다. 꽃 이름표를 붙여 놓은 곳은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보내며 “아, 이게 그 나무야, 그 풀이야, 그 꽃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라니! 식물원 측이 관람객들이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강구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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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일까? 이름표를 붙여 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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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잎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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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조화

 

 

발길이 무거워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무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꽃그늘 아래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저마다 식물원과 추억의 한 페이지를 간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촬영장소에서는 사람들의 맑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식물원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앵무새 체험관은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각양각색의 빛깔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앵무새들은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의 일상을 즐긴다. 미로정원을 걷는 것과 각종 선인장들의 모양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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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 곳곳에 쉼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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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정원의 주인공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막바지에 이르면 허브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내놓은 상점이 나오는데 둘러보면서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LIFA 가든과  맞댄 온실에서는 다육식물과 화기를 판매한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여기에서 일정을 끝낸다. 하지만 더 즐겨보고 싶다면 아름다운 꽃에 옷을 입혀주는 ‘분갈이 체험’과 물감이 아닌 꽃잎으로 손수건을 곱게 물들이는 꽃수건 염색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세계꽃식물원은 계절을 앞서거나 거스를 수 있고,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색다른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홈페이지의 콘텐츠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는 것. 지금의 홈페이지에서 볼 것도, 알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글, 사진 김태종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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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꽃식물원 www.lifa.kr 041-544-0746
충남 아산시 도고면 아산만로 37-37 (봉농리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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