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포탕(佛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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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포탕(佛堂)

세계 최대의 도매시장이 있는 이우는 오늘날 현대식 건물과 고급아파트, 최고급 승용차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개혁개방 이전에는 그리 풍요로운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우 중심지에서 10km 떨어진 포탕이 명나라 때부터 이우의 중심지였다. 최근 재정이 풍족해지고 시민들의 삶에 여유가 생긴 이우시는 이우 시장과 포탕의 역사시설을 함께 엮어 쇼핑과 관광을 겸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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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소개했던 이우(义乌: 의오, 의로운 까마귀라는 뜻)에는 세계 최대의 도매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점포 수만 7만 개가 넘어 이를 다 구경하려면 9개월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이우는 세계와 중국 시장을 아우르는 상거래를 통해 중국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도시 중 하나다. 조그만 도시답지 않게 고층빌딩과 고급 승용차가 도로를 메우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곳이 중국일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처럼 이우에는 현대식 건물과 고급아파트, 최고급 승용차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개방 이전에는 그리 풍요로운 곳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우는 광동성과 더불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다. 만약 덩샤오핑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우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는 도매상가인 국제상무성을 중심으로 복잡하고 현대화된 도시를 형성하고 있지만, 2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우의 중심지는 포탕(佛堂: 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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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탕은 이우 중심지에서 서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공업단지가 형성되어 겨울철 여성들이 즐겨 입는 레깅스와 장갑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다. 포탕이 이우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배를 이용할 수 있는 수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기차가 생활화되기 이전에 중국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은 배였다.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인력이나 물자를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는  난관에 부딪치곤 했다. 육로를 이용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인들은 운하를 만들었고 그 결과 교통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 중국인들은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운하를 만들어서 수천km에 이르는 뱃길을 운송수단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물을 잘 이용할 줄 아는 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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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이용할 수 있는 수로 덕분에 포탕은 옛 이우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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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어 인력과 물자의 수송을 위해 일찍부터 운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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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 주변의 강태공들

명·청 흔적 간직한 이우의 옛 중심지
포탕이 21세기에 와서 다시 뜨는 이유는 이우가 먹고 살만해졌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역사에 별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필자가 미국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어딜 가나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민과 개척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200여 년의 짧은 역사 탓도 있겠지만 사실 먹고 살만하니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이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우 시장이 세계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시의 재정이 풍족해지고 시민들의 삶에 여유가 생겼다. 인간이 부를 축적하면 명예욕이 생기듯이, 이우 사람들 또한 자신들의 역량을 치장하고 과시하고 싶어졌을 터. 하지만 이우는 도매시장 외에 특별히 내세울 만한 유적지가 없었다. 그래서 주목한 곳이 바로 이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탕이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바이어들이 드나드는 이우에는 사실 내세울 만한 관광명소가 없다. 1,000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이 이우 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인근 똥양(东阳: 동양)의 헝디엔(横店) 영화촬영소로 향하는 것을 본 이우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내 집으로 들어온 이들을 다른 도시로 빼앗기는 것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놓치는 꼴 아닌가. 그래서 이우시는 쇼핑과 관광을 함께 할 수 있는 종합 관광레저 타운 개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포탕은 이우에서 명나라와 청나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오래전부터 운하를 통해 뱃길을 이용했던 중국인들은 그 수로를 이우까지 연결해 물자를 운반하면서 이우가 내륙으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포탕에 조성되어 있는 옛 거리에는 명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2층 집과 돌로 다져진 길을 걷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200년 전의 중국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오후부터 기나긴 담뱃대를 물고 마작을 즐기는 한량들이 주점을 점거하다시피 하고, 돌로 다져진 길 위를 바쁘게 지나가는 인력거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온다. 부두에는 힘겹게 물자를 나르는 고단한 노동자와 미소를 머금으며 돈을 세는 배 주인의 얼굴이 함께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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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탕에는 명나라와 청나라의 흔적이 공존한다


명나라 시대에 지어진 500여 채의 집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200여 미터에 이르는 구시가지에는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들 건물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건물 소유주인 이우인들은 이들 건물을 임대하고 환경이 좋은 이우 시내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집이라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시내에 비해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객지에서 온 사람들은 이런 시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근의 짱시(江西省: 강서성), 안후이(安徽省: 안휘성), 허난성(河南省: 하남성)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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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3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이 지역의 높은 습도 때문이다. 포탕은 우기인 겨울과 봄에는 빨래가 거의 마르지 않을 정도로 습도가 높은데, 중국 중부 지역은 이처럼 대부분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2층과 3층은 방으로, 1층은 주방으로 사용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이 큰 도시는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핵가족화되어 가고 있지만 작은 도시나 농촌은 아직도 2~3대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2층은 자녀들이, 3층에는 부모세대가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나라 시대 건물과 최신 카페가 공존
포탕의 여름은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기 때문에 에어컨 없이는 살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실외기가 달려 있는 집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 선풍기로 무더운 여름을 넘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점이 있는 길 안쪽으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이 그야말로 영화에서 본 청나라의 풍경을 방불케 한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은 일상용품에서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대부분 빨간색으로 치장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노라면 이곳 역시 중국의 한 지역임이 실감하게 된다.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은 빨간색이 행운을 불러오고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포탕의 어디를 가나 마오쩌뚱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와 모자, 가방 등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오쩌둥은 중국에서 재물 신처럼 받들어지고 있는데, 중국의 공산혁명을 이룬 마오쩌둥이 자본주의화된 지금에도 신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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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우리나라와 달리 마을 안에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우리의 경우도 고려시대까지는 국교처럼 여겨지던 불교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유교의 영향으로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절이 민중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마을에 있었다.
마을에는 명나라시대부터 영업을 해온 중의원이 있고 약국도 있다. 지금도 중의원은 진료를 하고 있으니 200여 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쪽으로 엿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원래 이우에는 오래전부터 탕(엿이나 사탕 같은 것)을 만드는 공장이 많이 있었다. 이우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를 재료로 사탕을 만들어 외부에 팔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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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우의 번영을 가지고 온 것은 일명 ‘지모환탕’(鸡毛换糖) 정신의 계승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모환탕이란 ‘탕과 닭털을 바꾼다’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이우 사람들이 탕을 만들어 짱시성(江西省: 강서성)에서 판 돈으로 닭털을 사와 부채를 엮어 다른 지역에 내다 팔았다. 당시에는 변변한 교통편이 없었던 만큼 걸어 다니면서 밤이 되면 길에서 잠을 자며 장사를 하러 다녔다. 여름에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작렬하고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을 한 달 가까이 걸어 다니며 장사를 했으니 그들의 억척같은 삶이 오늘에 이르러 이우인의 정신으로 빛나고 있는 듯하다. 혼자 다니기가 무섭고 위험해 보통 10명 정도 무리를 지어서 다니곤 했다고. 엿 가게에서는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엿을 만드는 방법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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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형상화한 조각들


엿 가게 바로 옆으로는 현대식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옛날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 현대식 카페가 있다는 것이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 풍경이 이색적이어서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홍콩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은 이우에 상품조사차 나왔다가 이곳에 들렸다고 한다.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커피 한 잔 값이 30위안(약 5,500원)이나 하니 마을 주민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곳에 들를 일은 없어 보인다. 아직은 포탕이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우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니 이곳에도 있을 건 다 있다. 비록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치과도 있고 이발소도 있다. 치과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보인다. 옆에 있는 이발소는 어린 시절 우리네 동네 이발소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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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쇼핑과 관광을 아우르는 도시
시내 밖으로 나오니 강과 엉성하게 이어진 다리가 보인다. 예전에는 강을 건너는 중요한 교통로였겠지만 지금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낡은 모습이다. 강을 끼고 강변에 제법 큰 규모의 나루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런 나루터를 마토(码头)라고 부른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한강에도 나루터가 여럿 있었다.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던 나룻배는 당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낭만적인 풍류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사공이 무척 힘든 직업 중 하나였다. 마토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 정도라면 당시 강을 통해 운반되었던 물자의 양이 엄청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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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자리한 옛 나루터 표지석과 기념물들​

실제로 포탕에 와서 보니 예전부터 이곳이 이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는 말이 어느 정도 실감이 간다. 강변에는 당시 일을 했던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형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조각을 보니 그때 사용했던 운반도구가 뗏목이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의 지류는 물살이 세지 않아 뗏목으로도 운반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뗏목이 수시로 드나들던 나루터는 이제 낚시터로 바뀌어 강태공들의 차지가 되었다. 표지석에 관청마토(官???)가 있는 것으로 보아 관청에서 관리하던 마토도 있었던 모양이다. 마토는 당시 물자를 운반하는 대단히 중요한 장소여서 관청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관청으로 들어오는 물품도 이를 통해 오갔을 것이다. 이 강의 지류는 가깝게는 인근의 진화(金?), 롱요(?游), 멀리는 항저우(杭州)까지 연결된다.


낡은 다리를 걸어서 강을 건너니 새로 짓는 건물들이 마지막 단장을 하는 중이다. 이우시가 이곳에 종합 위락시설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우 시장과 포탕의 역사시설을 함께 엮어 쇼핑과 관광을 겸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우시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명나라와 청나라 풍의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으나 그다지 훌륭한 외관은 아니다. 당시의 이우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항저우에 비해 그다지 중요한 곳이 아니었기에 시선을 끌 만한 웅장하거나 화려한 건물이 없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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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시가 새로 짓고 있는 명나라와 청나라 풍의 건물들

 

 

어쨌든 이우시의 이 같은 노력으로 포탕이 점점 변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로 포탕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이 기회를 틈타 재빠른 건설업자들은 인근을 재개발하여 대규모 아파트를 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중국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 최근 몇 개월 사이 중국의 외환보유고 6,000억달러가 해외로 빠져 나갔고 이우의 인구도 50만 명이나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가 조금 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제가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탕이 새롭게 단장하여 이우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이우에서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가 포탕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글, 사진 양인환(중국통신원)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16년 3월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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