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마을 · 외암민속마을

M 운영자6 0 18,806


이국적인 풍경과 과거로의 시간여행
지중해마을 · 외암민속마을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와 그리스 산토리니를 들여다 놓은 듯한 충남 아산의 지중해마을은 수도권에서 넉넉하게 잡아도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인근의 외암민속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주변 환경과 자연 속에서 어우러졌을 때 생동감과 가치가 살아나는가 보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3
냇가 건너편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근사했다. 눈이 부실 정로로 새하얗게 다가서는 이국적인 건물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에메랄드빛 지붕. 햇살에 비친 지중해풍의 이국적인 풍경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와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이 국내에 있었다. 충남 아산시 외곽에 자리한 블루크리스털 빌리지, 흔히 지중해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으니 바쁜 일상에서 가볍게 떠나기에도 부담이 없다. 외암민속마을과 현충사 등 주변에 둘러볼 곳이 많다는 것도 흔쾌히 발길을 옮기게 하는 매력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지중해마을은 초입부터 남다르다. 키 높이를 자랑하듯 우뚝 솟은 아파트의 숲 아래 자리를 잡은 2~3층의 건물에는 대부분 다양한 소품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옷가게가 들어서 있다. 추운 겨울철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고, 간간이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건물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3

지중해마을의 거리 모습. 겨울철 평일 낮이라 사람들이 뜸했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3
​색색으로 치장한 지중해마을의 모습


기대가 컸던 것일까? 마을을 둘러보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리고 조명으로 환하게 밝아지면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거리가 활기를 찾을지도 모를 일. 건물들도 새롭게 치장을 할 것 같지만 밤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느린 걸음으로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이곳에서 외암민속마을은 차로 20여 분이면 닿는 곳에 있으니 지척이라면 지척이다. 아산시 내에서도 거리가 8km에 불과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이곳은 조선 선조 때 예안 이씨가 정착하면서 집성촌이 되었고, 그 이후 후손들이 번창해 많은 인재를 배출하면서 양반촌의 면모를 갖췄다. 성리학의 대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이 살면서 더욱 널리 알려져 ‘외암’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고.


마을은 우리의 옛 것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설화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이룬 작은 하천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뉘엿하게 비치는 햇살을 받아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입구의 나무로 엮은 제법 운치가 있는 다리는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 되어주고, 다리 아래에는 겨울의 포근한 햇살을 즐기는 앙증맞은 원앙들의 모습이 한참이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3
외암민속마을로 들어가는 타임머신 같은 다리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3
외암민속마을 시냇가에서 노니는 원앙과 오리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매표소(성인 기준으로 2,000원이고 주차비는 무료)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현재와 단절된 듯한 과거가 그럴듯하게 펼쳐진다. 충청지방 고유의 격식을 갖춘 양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다양한 농기구와 민속품이 이따금씩 발길을 멈춰 세운다. 집들은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감찰댁, 풍덕댁, 교수댁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마을 뒤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정원수로 이용하는 특색 있는 정원도 만날 수 있다.


걸음은 시작부터 느려진다. 조청을 팔고 있는 초가집 안마당으로 들어서자 볏짚으로 엮어서 올린 지붕과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농기구들에 눈길이 머문다. 쟁기로 논과 밭을 갈고, 풍구로 곡물에 섞인 쭉정이나 겨, 먼지를 날리며, 탈곡기로 벼를 터는 농부의 일상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 옆 가마솥이 걸린 부엌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아궁이에서는 나무가 타는 연기에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아낙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한 집을 둘러보고 나니 이번에는 상류층 가옥을 대표하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떡 하니 서 있다. “이리 오너라”라는 큰 목소리에 “게 누구쇼”라며 얼굴을 빼꼼 내밀며 길손의 정체를 확인하는 청지기가 그려진다. 앞서의 초가와는 달리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점이 반갑다. 행랑채의 한쪽 벽에는 옷이 걸려 있고, 반다지가 놓인 수수한 공간은 그 시절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벗이 찾아온 듯 수담(바둑)을 나누는 장면이 정겹고, 대나무 병풍을 두른 연못으로 시선을 옮기면 그 푸름에 겨울을 잊게 된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외암민속마을 상류층의 가옥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상류층 가옥의 부엌. 아궁이가 정겹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상류층 가옥의 반다지가 있는 방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바둑을 두는 옛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길은 다시 초가로 이어지는데 규모에 따라 한 칸에서 세 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의 전형적인 서민층 가옥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았다.


“이게 전부일까?”라는 생각에 마을에서 높이가 한 뼘 정도 되어 보이는 뒷동산에 오르자 설화산 자락의 탁 트인 대지가 드러나면서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멀리서 바라본 그림 같은 마을의 모습

사람이 살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마을
외암민속마을은 드라마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단순하게 옛 시공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진짜로 사람이 살고 있기에 생동감이 넘쳐난다. 이곳에서는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떡메치기, 전통혼례, 다듬이와 전례구전, 문화예술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홈페이지(www.oeammaul.co.kr)를 통해 예약을 하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돌담으로 담장을 두른 초가와 기와집들 사이로 걷다보면 처마 아래의 벽에 ‘메주’와 ‘씨 옥수수’ 등을 엮어놓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화사한 날씨와 초가지붕, 그리고 황토색 벽과 어우러져 멋드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출사를 나온 이들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햇볕을 받은 처마 밑 풍경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메주와 씨 옥수수를 매단 풍경


문이 열린 가옥(마을 내 일부 가옥은 사생활 침해 및 도난, 훼손 등의 예방하기 위해 개방을 하지 않는 곳도 있음)으로 들어서니 뜰 한쪽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고, 집을 지키는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객을 맞는다. 이미 많은 이들과 소통(?)을 했는지 짖지도 않고 재롱을 떠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인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보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 3시간여. 이정표가 이끌어 마을 어귀로 나오니 추수가 끝난 논에는 제각각의 익살스런 개성을 간직한 허수아비들이 허허벌판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이들과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짧은 겨울해가 서산으로 기운다. 일정으로 잡았던 현충사와 온양온천랜드는 다음 기회로 남겨야 했다. 외암민속마을을 소개하는 안내책자의 설명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대

 

b97a05a18ca7376ad8799f2b17e35aa7_1486454
요즘 사람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

 

“옛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삶의 터를 정하지 않고, 바람과 물, 주변의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 외암민속마을은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 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나 경관 속에 사람이 어울려 살고 있을 때 생동감을 지니고 가치가 살아난다.”

외암민속마을 문화체험행사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1월 14일에 장승제와 10월 중 짚풀문화제가 열린다. 달집태우기라고도 하는 장승제는 정월 대보름 저녁에 달이 떠서 비칠 무렵 마을 뒷동산이나 들판 등에서 달집을 태우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10월 중 열리는 짚풀문화제에서는 이간 선생을 기리는 ‘과거시험’이 재현되고, 추수를 통해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짚풀공예는 새끼꼬기와 짚신 만들기 등을 통해 정을 나눈다. 

*글, 사진 김태종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0

, , , , , , , ,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Hot

인기 중국 속의 타이완, 금문도(金门岛)

댓글 0 | 조회 12,795 | 추천 0
중국이야기중국 속의 타이완, 금문도(金门岛)복건성의 항구도시 샤먼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한 금문도는 중국이 아니라 타이완의 영토다. 1958년만 해도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졌… 더보기
Hot

인기 멋있고, 맛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곳, 1박 2일의 대구

댓글 0 | 조회 17,245 | 추천 0
​멋있고, 맛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곳1박 2일의 대구대구 여행의 1번지,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로 가는 길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좋은 공간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과 성모… 더보기
Hot

인기 아이코스? 오브콜스!

댓글 0 | 조회 5,514 | 추천 0
광화문에서는 역시 궐련아이코스? 오브콜스!담배인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아니, 줄어들었다. 담뱃값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졌고 제대로 된 흡연구역 하나 찾기가 어렵기 때문… 더보기
Hot

인기 중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특별한 주택, 토루(土樓)

댓글 0 | 조회 25,780 | 추천 0
중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특별한 주택토루(土樓)우연찮게 토루를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예로부터 전란에 휘말릴 때가 많았던 허난성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해 복건성 산 속에 터를 잡… 더보기
Hot

인기 강진(下)

댓글 0 | 조회 12,640 | 추천 0
아쉬움은 그리움으로 피어나고강진(下)​모란이 필 때면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다는 영랑생가는 시인의 감성이 숨결로 다가오고 듯하다. 시문학파기념관에서는 한국 서정시의 진수를 만끽… 더보기
Hot

인기 강진(上)

댓글 0 | 조회 22,886 | 추천 1
다산 정약용의 숨결과 발자취를 오롯이 만나는강진(上)​초당의 툇마루에 앉으니 동백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로 인해 어두컴컴하다. 오른편으로 다가서자 거짓… 더보기
Hot

인기 독수리 5형제의 유럽 원정기

댓글 0 | 조회 44,232 | 추천 1
독수리 5형제의 유럽 원정기 2017년 1월호에 이어, 다시 돌아왔다. 유럽의 드라이빙 명소를 달리고 온 BMW Z3 클럽 멤버들의 두 번째 유럽 자동차여행기. 세계로 달려가는 ‘… 더보기
Hot

인기 징기스칸의 역사가 숨쉬는 대초원의 땅- 내몽골

댓글 0 | 조회 31,083 | 추천 0
징기스칸의 역사가 숨쉬는 대초원의 땅내몽골 언젠가 한번쯤 꼭 들르고 싶었던 내몽골을 우연한 기회에 찾았다. 징기스칸의 숨결이 남아 있는 메마르고 거친 야성의 땅은 달려도 달려도… 더보기
Hot

인기 경주

댓글 0 | 조회 29,017 | 추천 0
역사와 문화의 숨결과 함께 하는 경 주​짙은 안개를 뚫고 종소리가 은은하게 산사에 울려 퍼지는데 그 기운이 마치 파도가 너울대는 것 같다. 석굴암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낭떠… 더보기
Hot

인기 중국 속의 또 다른 중국- 상하이

댓글 0 | 조회 22,744 | 추천 0
중국 속의 또 다른 중국 상하이(上海)아편전쟁 패배 후 강제 개항되었던 굴욕적 역사를 지닌 상하이는 이제는 중국 경제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도심에는 화려한 빌딩들이 즐비하… 더보기
Hot

인기 연평도

댓글 0 | 조회 23,887 | 추천 0
상처는 아물어가지만 그날의 기억만은 더욱 더 또렷한 연평도​​해가 뉘엿뉘엿 지는 연평도는 ‘하이라이트’를 준비한다. 바로 구리동해수욕장이다. 북한의 옹진반도를 마주하고 있는 이 해… 더보기
Hot

인기 슬픈 역사 간직한 아름다운 해안도시 - 칭다오

댓글 0 | 조회 35,461 | 추천 0
슬픈 역사 간직한 아름다운 해안도시 칭다오(青岛)칭다오는 맥주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산동성의 해안도시다. 날씨는 물론 사람들의 체격도 비슷한 이곳에 90년대 초부터 많은 … 더보기
Hot

인기 오버랜더의 축제 한마당- 2017 오버랜드 엑스포

댓글 0 | 조회 30,811 | 추천 0
​오버랜더의 축제 한마당2017 OVERLAND EXPO오버랜더를 위한 차량과 소품을 전시하고 여행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최되는 오버랜드 엑스포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매년 열린… 더보기
Hot

인기 단양에 가다

댓글 0 | 조회 34,281 | 추천 0
봄바람 불고 볕 내리는 그 어느 날 단양에 가다 ​충주호 유람선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면서 윤선도의 그 유명한 ‘어부사시사’가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 더보기
Hot

인기 중국 제일의 위용 자랑하는 황과수폭포(黄果树瀑布)

댓글 0 | 조회 40,225 | 추천 0
중국 제일의 위용 자랑하는황과수폭포(黄果树瀑布)황과수폭포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제일 큰 폭포로서 짐바브웨의 엔젤폭포, 아르헨티나의 이과수폭포,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나이아가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