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마을 · 외암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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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과 과거로의 시간여행
지중해마을 · 외암민속마을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와 그리스 산토리니를 들여다 놓은 듯한 충남 아산의 지중해마을은 수도권에서 넉넉하게 잡아도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인근의 외암민속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주변 환경과 자연 속에서 어우러졌을 때 생동감과 가치가 살아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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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 건너편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근사했다. 눈이 부실 정로로 새하얗게 다가서는 이국적인 건물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에메랄드빛 지붕. 햇살에 비친 지중해풍의 이국적인 풍경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와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이 국내에 있었다. 충남 아산시 외곽에 자리한 블루크리스털 빌리지, 흔히 지중해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으니 바쁜 일상에서 가볍게 떠나기에도 부담이 없다. 외암민속마을과 현충사 등 주변에 둘러볼 곳이 많다는 것도 흔쾌히 발길을 옮기게 하는 매력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지중해마을은 초입부터 남다르다. 키 높이를 자랑하듯 우뚝 솟은 아파트의 숲 아래 자리를 잡은 2~3층의 건물에는 대부분 다양한 소품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옷가게가 들어서 있다. 추운 겨울철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고, 간간이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건물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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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마을의 거리 모습. 겨울철 평일 낮이라 사람들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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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으로 치장한 지중해마을의 모습


기대가 컸던 것일까? 마을을 둘러보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리고 조명으로 환하게 밝아지면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거리가 활기를 찾을지도 모를 일. 건물들도 새롭게 치장을 할 것 같지만 밤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느린 걸음으로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이곳에서 외암민속마을은 차로 20여 분이면 닿는 곳에 있으니 지척이라면 지척이다. 아산시 내에서도 거리가 8km에 불과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이곳은 조선 선조 때 예안 이씨가 정착하면서 집성촌이 되었고, 그 이후 후손들이 번창해 많은 인재를 배출하면서 양반촌의 면모를 갖췄다. 성리학의 대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이 살면서 더욱 널리 알려져 ‘외암’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고.


마을은 우리의 옛 것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설화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이룬 작은 하천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뉘엿하게 비치는 햇살을 받아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입구의 나무로 엮은 제법 운치가 있는 다리는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 되어주고, 다리 아래에는 겨울의 포근한 햇살을 즐기는 앙증맞은 원앙들의 모습이 한참이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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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로 들어가는 타임머신 같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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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 시냇가에서 노니는 원앙과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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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매표소(성인 기준으로 2,000원이고 주차비는 무료)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현재와 단절된 듯한 과거가 그럴듯하게 펼쳐진다. 충청지방 고유의 격식을 갖춘 양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다양한 농기구와 민속품이 이따금씩 발길을 멈춰 세운다. 집들은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감찰댁, 풍덕댁, 교수댁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마을 뒤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정원수로 이용하는 특색 있는 정원도 만날 수 있다.


걸음은 시작부터 느려진다. 조청을 팔고 있는 초가집 안마당으로 들어서자 볏짚으로 엮어서 올린 지붕과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농기구들에 눈길이 머문다. 쟁기로 논과 밭을 갈고, 풍구로 곡물에 섞인 쭉정이나 겨, 먼지를 날리며, 탈곡기로 벼를 터는 농부의 일상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 옆 가마솥이 걸린 부엌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아궁이에서는 나무가 타는 연기에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아낙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한 집을 둘러보고 나니 이번에는 상류층 가옥을 대표하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떡 하니 서 있다. “이리 오너라”라는 큰 목소리에 “게 누구쇼”라며 얼굴을 빼꼼 내밀며 길손의 정체를 확인하는 청지기가 그려진다. 앞서의 초가와는 달리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점이 반갑다. 행랑채의 한쪽 벽에는 옷이 걸려 있고, 반다지가 놓인 수수한 공간은 그 시절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벗이 찾아온 듯 수담(바둑)을 나누는 장면이 정겹고, 대나무 병풍을 두른 연못으로 시선을 옮기면 그 푸름에 겨울을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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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 상류층의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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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가옥의 부엌. 아궁이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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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류층 가옥의 반다지가 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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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을 두는 옛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길은 다시 초가로 이어지는데 규모에 따라 한 칸에서 세 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의 전형적인 서민층 가옥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았다.


“이게 전부일까?”라는 생각에 마을에서 높이가 한 뼘 정도 되어 보이는 뒷동산에 오르자 설화산 자락의 탁 트인 대지가 드러나면서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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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본 그림 같은 마을의 모습

사람이 살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마을
외암민속마을은 드라마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단순하게 옛 시공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진짜로 사람이 살고 있기에 생동감이 넘쳐난다. 이곳에서는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떡메치기, 전통혼례, 다듬이와 전례구전, 문화예술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홈페이지(www.oeammaul.co.kr)를 통해 예약을 하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돌담으로 담장을 두른 초가와 기와집들 사이로 걷다보면 처마 아래의 벽에 ‘메주’와 ‘씨 옥수수’ 등을 엮어놓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화사한 날씨와 초가지붕, 그리고 황토색 벽과 어우러져 멋드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출사를 나온 이들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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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받은 처마 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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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와 씨 옥수수를 매단 풍경


문이 열린 가옥(마을 내 일부 가옥은 사생활 침해 및 도난, 훼손 등의 예방하기 위해 개방을 하지 않는 곳도 있음)으로 들어서니 뜰 한쪽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고, 집을 지키는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객을 맞는다. 이미 많은 이들과 소통(?)을 했는지 짖지도 않고 재롱을 떠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인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보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 3시간여. 이정표가 이끌어 마을 어귀로 나오니 추수가 끝난 논에는 제각각의 익살스런 개성을 간직한 허수아비들이 허허벌판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이들과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짧은 겨울해가 서산으로 기운다. 일정으로 잡았던 현충사와 온양온천랜드는 다음 기회로 남겨야 했다. 외암민속마을을 소개하는 안내책자의 설명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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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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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

 

“옛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삶의 터를 정하지 않고, 바람과 물, 주변의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 외암민속마을은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 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이나 경관 속에 사람이 어울려 살고 있을 때 생동감을 지니고 가치가 살아난다.”

외암민속마을 문화체험행사
외암민속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1월 14일에 장승제와 10월 중 짚풀문화제가 열린다. 달집태우기라고도 하는 장승제는 정월 대보름 저녁에 달이 떠서 비칠 무렵 마을 뒷동산이나 들판 등에서 달집을 태우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10월 중 열리는 짚풀문화제에서는 이간 선생을 기리는 ‘과거시험’이 재현되고, 추수를 통해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짚풀공예는 새끼꼬기와 짚신 만들기 등을 통해 정을 나눈다. 

*글, 사진 김태종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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