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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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겨울바다
영종•용유•무의도


겨울바다를 찾아 나선 영종도. 간조 때라 바다는 저 멀리 물러섰고, 한여름 그렇게 북적였을 해변은 철이 지나 찬바람만

 휑하며, 상점들은 죄다 문을 닫았다. 그런 속에서도 드넓은 바다를 품고 싶은 한 쌍의 연인은 팔짱을 끼고

 수평선을 향해 느긋하게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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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유도에서 바라본 바다​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은 잃어버린 무엇을 찾기라도 하듯 간간이 햇살을 드러내고는 이내 새색시마냥 얼굴을 붉히며 회색의 커튼 뒤로 얼굴을 가렸다. 전형적인 겨울 날씨다. 어느 순간 흰 사라기 눈이나 비를 뿌려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날이다.


그럼에도 ‘떠남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던 누군가의 말이 장막을 비집고 진군하는 화사한 빛으로 다가선다. 굳이 ‘이런 날’이라는 생각의 문은 굳게 빗장을 걸었고, 잠시 후 제2경인고속도로를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과 경합하듯 나란하게 달리고 있다. 나설 때만 해도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지만 주택가의 이면도로에서 큰 도로로 들어서니 한나절의 드라이브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어진다. 거기다가 추억의 한 페이지를 열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정해진 목적지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용유도와 주변의 섬. 신도와 시도, 장봉도 등이 지척이지만 주변의 작은 섬은 무의도 하나로 결정했다.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이젠 두 개의 큰 다리(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육지와 섬을 잇고 있지만 이전에는 영종도로 가기 위해선 월미도나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야 했다. 카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10여 분 만에 닫는 영종도의 선착장에는 인근 바다에서 나는 각종 생선들로 회를 떠주는 좌판이 벌어졌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당시에는 삼목도와 용유도가 영종도 부근의 섬이었지만 이들 사이의 간석지를 매립한 후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세 개의 섬은 이제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영종도 선착장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서는 80~90년대 스피드를 자랑하던 이들이 드넓은 공터에 일정한 코스를 만들고 경주용으로 꾸민 자동차로 경기를 벌였었다. 굉음을 토해내면서 흙바람을 일으키고 질주하는 경주차들의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에 넋을 놓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카페리가 아닌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이용하면 된다. 편안함이 생긴 대신 기억의 한 페이지가 희미해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을왕리해수욕장
제2경인고속도로와 이어지는 인천대교는 다리 길이만 21.23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로 주탑의 높이가 238m에 달한다. 중간 부분을 높게 만든 것은 인천항을 드나드는 큰 배들을 위해서다. 다리에 진입하자 갯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송도의 마천루가 도열하듯 늘어섰다. 손에도 쥐어질 듯한 여객선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면서 휘적휘적 인천항으로 향한다. 인천대교의 이용요금은 6,200원으로 민간출자 방식으로 건설됐기에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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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교는 다리 길이만 21.23km에 이르며 주탑의 높이는 238m에 달한다

 


인천대교 고속구간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장봉도와 신도, 시도를 가는 삼목여객터미널을 오른쪽에 둔다. 삼목교차로까지는 공사 등으로 인해 길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이곳을 지나면 ‘인천공항북측방조제’의 탄탄대로가 펼쳐진다. 아쉬운 것은 제한속도가 60km라는 것. 오른쪽 방조제 위로 보호철조망을 친 탓에 달리면서 조망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방조제의 끝 지점에서 왼쪽으로 돌아서자 이정표가 친절하게 왕산해수욕장으로 안내한다. 때마침 간조라 겨울바다는 저 멀리 물러서 있고, 한여름 그렇게 북적였을 해변은 철이 지나 바람만 휑하다. 상점들도 죄다 문을 닫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드넓은 바다를 품고 싶은 한 쌍의 연인은 팔짱을 끼고 수평선을 향해 느긋하게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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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해수욕장 입구

 


왕산해수욕장에서 나와 5분 정도 달리니 ‘용유도’에 펼쳐진 넓은 모래밭 을왕리해수욕장에 다가선다. 늘목 또는 얼항으로도 불리는 곳으로 198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백사장 길이가 약 700m에 이르고 울창한 송림과 해수욕장 양쪽 옆으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서해안에서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힌다고 하는데 하늘을 보니 오늘은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마치 다운타운을 연상시킨다. 여러 숙박시설과 다양한 메뉴판을 건 즐비한 식당들, 그리고 잠시 쉬어가기를 권하는 멋진 카페. 차를 세우고 걸으면서 여유 있게 분위기를 감상하며 식욕을 돋궈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의 호객행위가 부담스러워 선뜻 들어서기가 주저된다. 바닷가에는 많은 이들이 백사장에 추억을 새기면서 귀밑으로 매섭게 파고드는 겨울바람을 만끽한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데다가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쉽기 때문에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꽤 있는 모양이다.


선녀바위는 해수욕장에서 ‘국립수산과학원서해수산연구소’ 방향으로 5분이면 닿지만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세월을 온 몸으로 맞아 부서졌거나 부서지고 있는 굴과 조개껍데기가 버물려 있는 것처럼 하얀 띠를 두르고 있는 해변을 ‘사각사각’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왼쪽으로 황토 빛깔의 괴석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 이게 바로 선녀바위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다 펴보고 조목조목 뜯어봐도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 퍼즐 같다. 앞이 아닌 뒤쪽 모양 때문인가? 이건 더 아리송하다. 선녀바위라는 이름을 어떻게 갖게 됐을까? 맑은 날에는 선녀들이 놀러 와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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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바위의 모습. 이름이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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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바위 부근에서 해풍을 맞고 있는 생선들

머지않아 추억이 될 무의도 뱃길
영종도(용유도 포함)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는 영종도를 절반밖에 즐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선녀바위를 지나 더 달리면 오른쪽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서해바다와 이따금씩 만나는 송림, 그리고 조망이 아주 뛰어난 식당(대부분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가 주메뉴)이 늘어서 있다. 길은 마시란로로 이어져 영종도 용유솔밭을 지난다. 오가는 차가 드물어 천천히 달리며 주변의 경치를 여유 있게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슬그머니 시장기가 고개를 들자 유명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황해해물칼국수’를 찾는다. 용유역 근처에 자리잡은 이 집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분점을 냈는데 각종 조개류에 황태와 새우 등으로 국물을 낸 칼국수의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갓 버무려낸 겉절이와 알맞게 익은 깍두기를 곁들여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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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인 황해해물칼국수


용유역에서 무의도는 바로 지척에 있지만 잠진도 선착장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배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도 왕복 이용요금이 3,800원(외래객 기준)이나 한다. 승용차는 여기에 2만원을 더 내야 한다. 무의도까지 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이 뱃길도 머지않아 추억이 될 듯. 주변에는 실미도, 소무의도 등의 섬이 있는데 과거에는 무의도에서 소무의도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어선을 이용해야 했으나 현재는 연륙교가 연결되어 있어(광명항 선착장에서 소무의도 사이) 걸어서 10~15분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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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진-무의를 오가는 잠진도의 여객터미널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하나개해수욕장은 선착장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다. 하나개라는 지명은 ‘큰 갯벌’이라는 뜻이라고. 주변에 호룡곡산, 국사봉 등이 있어 등산까지 즐길 수 있다.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깔린 갯벌 앞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데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황해도 장산곶까지 보인다고. 바닷가에 원두막식으로 지은 방갈로가 늘어서 있으며,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을 둘러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겨울의 짧은 해가 점점 빛을 잃어갈 즈음, 먼 곳으로 물러나면서 갯벌을 내어줬던 바닷물이 다시 찰랑찰랑 마중을 나온다. 겨울날의 짧은 해가 이내 바닷속에 잠기며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글, 사진 김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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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의 하나개해수욕장. 하나개는 큰 갯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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