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뒤덮은 V8 사자후
2018-07-10  |   37,951 읽음

MUSTANG DRIVING EXPERIENCE

트랙을 뒤덮은 V8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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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신봉자들이 이 차를 탄다면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모른다.


머스탱은 구식으로 만든 최신 차다. 터보가 대세인 지금, 보란 듯이 거대한 5.0L 자연흡기 엔진을 떡하니 얹었다. 때문에 다른 터보 엔진보다 출력이 낮아 답답할 노릇. 그런데 이 구식이 사람 마음을 흔든다. 트랙 위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날 것의 8기통 사운드가, 머뭇거림 없는 자연흡기 반응이 가슴 한쪽 깊숙이 묻어둔 머슬카의 향수를 파헤친다. 트랙 위 잠깐의 만남 후 다른 차들이 시시해져 버렸다. 마치 마구간 속 길든 말을 보는 것 같달까.


감성과 성능의 조화

머스탱을 만난 무대는 포드코리아가 준비한 ‘머스탱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다. 지난 4월 출시된 머스탱이 외모만 바뀐 게 아님을 알리기 위한 행사. 서킷 주행과 소위 ‘제로백’으로 불리는 0?시속 100km 가속 테스트, 그리고 콘 사이를 이리저리 통과하는 짐카나 등 총 세 구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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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주행 후 피트로 들어오고 있는 머스탱. GT가 가장 뒤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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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시속 100km 가속 성능 테스트. 바닥 타이어 자국이 머스탱의 성능을 대변한다


먼저 서킷 주행부터. 서킷 위엔 2.3 에코부스트와 5.0 GT 두 모델이 준비됐다. 당연히 누구나 GT를 원하겠지만, 대열 가장 앞에 선 차는 에코부스트다. 반면 GT는 대열 맨 끝. 출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달려보기 위해 에코부스트에 먼저 올랐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다. 낮은 시트에 파묻혀 길쭉한 보닛 너머 도로를 바라보는 자세만으로 강력한 머슬카에 앉은 실감이 난다. 어디 그뿐이랴. 1세대 머스탱 실내를 오마주한, 양쪽이 볼록볼록 솟은 대칭형 대시보드엔 클래식 감성마저 스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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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가 볼록 솟은 디자인은 1세대 머스탱의 오마주다


구경은 여기까지, 본격적으로 인스트럭터를 쫓아 페달을 밟았다. 주행 모드를 ‘트랙’으로 맞추자 오일 속 자성체를 자기장으로 제어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마그네라이드 댐핑 시스템이 탄탄히 조여지고 10단 자동변속기가 저단 기어를 물어 긴장을 잔뜩 불어 넣는다. 갑자기 팽팽해진 감각에 저속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도 괜히 운전대를 꽉 잡게 된다.

첫 번째 바퀴는 탐사 차 부드럽게 돈 후 두 번째부터 속도를 높였다. 역시 4기통 엔진에 호쾌한 사운드는 없지만 출력이 291마력이나 되는 만큼 가속은 경쾌하다. 이어지는 코너. 인제 서킷 첫 코너는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큰 연속 코너다. 내리막 직선 끝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진입하자 앞이 가뿐하게 안쪽을 향하며 코너에 진입한다. 큰 보닛이 예상보다 가볍게 방향을 트는 감각이 어색할 찰나, 코너 중심에서 앞뒤 바퀴에 무게가 균일하게 실린 감각이 전해진다(실제 앞뒤 무게 배분 52:48). 이어 탈출을 향해 페달을 밟으니 뒤가 조금씩 바깥으로 흐르는 듯하면서도 끈끈하게 버틴다. 분명 DSC(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꺼져있는데 말이다. 

이후 다음 코너에서 더욱 빠르게 내던져 봤지만 바닥을 붙드는 능력만큼은 나무랄 데 없었다. 든든하게 버티는 서스펜션과 균일한 무게 배분, 그리고 새로이 교체한 스테빌라이저바와 횡 강성을 보강한 리어 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참고로 LSD는 2.3도 기본이다.

그러나 8기통 GT로 자리를 옮기자 2.3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마치 8기통 배기음에 묻혀버린 4기통의 가녀린 외침처럼. 소리의 차이는 흥분의 차이다. 전에 없던 ‘그르렁그르렁’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페달을 짓이기고 싶은 생각만 가득 찬다.

드디어 출발. 피트에 8기통 사운드를 흩뿌리며 GT가 나아간다. ‘2.3이 가벼워서 더 재밌다’는 동료의 말엔 동의할 수 없다.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듣는 맛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운전의 재미니까. 코너 진입 전 기어를 내릴 때 들려오는 rpm 치솟는 소리와 재가속 시 실린더에 가솔린을 부어 넣는 기름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없던 질주 본능이라도 솟아날 지경이다.

물론 소리만큼 성능은 화끈하다. 거대한 엔진 덕분에 2.3보다 120kg 더 무겁지만 그만큼 더 단단한 앞 스프링과 강성 보강, 6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2.3은 4피스톤)가 들어가 늘어난 무게를 상쇄한다. 그리고 120kg을 통해 얻어진 보상, 최고출력 446마력 최대토크 54.1kg·m 성능이 짜릿하게 차체를 이끈다. 이 짜릿함을 위해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섞어 쓰는 듀얼 퓨얼 기술을 넣고 압축비를 11:1에서 12:1로 높여 출력을 이전보다 24마력 더 끌어올렸다고. 최신 기술이 허락한 자연흡기 감성과 성능의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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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5.0L 엔진은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섞어 쓰는 듀얼 퓨얼 기술을 넣고 압축비를 높여 이전보다 24마력 오른 446마력 최고출력을 낸다


콘 사이를 요리조리

서킷 주행이 끝나고 짐카나 구간을 찾았다. 짐카나는 콘과 콘 사이를 정해진 대로 달려 완주 시간을 겨루는 경기. 광야를 누빌 것 같이 생긴 머스탱으로 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그림이 썩 어울리진 않지만, 이 차는 뒤차축에 리지드액슬이 달렸던 그때의 머스탱이 아니다. 6세대로 바뀌며 좌우 독립식 인테그랄 링크를 달았고, 부분변경을 통해 횡 강성까지 높였다. 덕분에 머스탱은 코스를 제법 믿음직스럽게 통과했다. 랩타임 욕심에 과욕을 부린 빠른 좌우 하중 이동도 뒷 서스펜션이 든든히 버텨준다. 이렇게 달린 랩타임 기록 결과는 조 1등, 전체 2등. 0.1초 차이로 1등을 뺏긴 게 분하지만, 2등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은 머스탱다운 이벤트, 0→시속 100km 직선 가속 테스트다. 2.3은 44.9kg·m의 최대토크를 일찍부터 쏟아내는 터보 엔진이라 꽤 잘나가지만 감동은 없다. 좋게 말하면 섀시 성능이 출력(291마력)을 웃돌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시시하달까. 백미는 역시 GT다. 페달을 짓이기면 성난 황소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돌진한다. DSC가 켜져 있어도 변속 시 바퀴가 미끄러질 정도. 물론 꺼버리면 출발부터 타이어 분진 파티다. 내심 앞 브레이크만 잠가 뒷바퀴를 맘껏 태우는 라인-록 기능도 써보고 싶었지만 뒤에 선 인스트럭터의 폐가 걱정돼 참았다. 참고로 신형 머스탱의 수치상 가속 성능은 새로 추가된 주행 모드 ‘드래그 스트립’을 켰을 때 2.3의 경우 60마일(시속 97km)까지 5초 이내, GT는 3.9초다.

머스탱은 과거를 향하지만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다시금 조율한 섀시의 세련된 움직임과 1초에 1,000번 반응한다는 마그네라이드 컨트롤 댐퍼, 10단 자동변속기는 최신 스포츠카도 부러워할 만한 기술. 그러면서도 V8 자연흡기 엔진과 레트로 스타일로 1964년 포니카 붐을 일으킨 1세대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깊은 헤리티지와 첨단의 공존, 오늘날 머스탱을 스포츠카 세계 판매 1위로 올려놓은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글 | 윤지수 기자 

사진 | 포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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