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온다면 - 上
2018-07-09  |   64,691 읽음

재난이 온다면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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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지만 궁금했다. 재난이 온다면 무슨 차를 타야 할까?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이병주


VOLVO CROSS COUNTRY(V90) T5

서울 워 Z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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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어수선한 소음에 잠에서 깼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내다보니 헉, 세상이 망했다. 그렇게 좀비에 열광들 하더니 결국 그 염원이 실현됐다. 건너편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고 건물 아래엔 작은 좀비가 엄마로 보이는 시체를 먹고 있다. 일단 창문을 조용히 닫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미국 드라마와 온갖 영화로 좀비 장르엔 빠삭한 내가 아니었던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살아남자고 다짐해본다.


SCENE 1 - 준비

서울을 벗어나는 게 가장 먼저다. 인구가 밀집돼 좀비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내 차는 2도어 쿠페. 아 일단 차부터 훔치자.

야구방망이 하나 들고 슬금슬금 내려가 시동을 거니 아까 제 엄마 먹던 좀비가 갑자기 쳐다본다. “뭘 봐 불효자 XX야” 가속페달을 밟아 축구공 차듯 뻥 날려버리고 가까운 볼보 대리점으로 향했다. 대리점 안엔 아무도 없고 차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미 몇 대는 사라진 가운데 V90 크로스 컨트리를 골랐다. 아무래도 검은색 플라스틱이 덕지덕지 붙은 왜건이 믿음직스러웠으니.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온갖 생필품을 쓸어 담았다. 라면과 물, 통조림부터 담요에 이르기까지 두 명 가족의 짐은 엄청나다. 특히 반려견까지 데려가려니 사료와 밥그릇, 배변판 등 챙길 게 더더욱 많다. ‘아 개는 집에 둘까’라는 생각이 스칠 찰나, 스스로 뺨을 갈기며 다짐했다. 얘도 우리 가족인데 다시는 이런 생각하지 말자고. 다행히 크로스 컨트리는 그 다짐을 지켜줬다. 뒷좌석을 접으니 트렁크가 1,526L로 늘어나 고민이 무색하게 모든 짐을 여유로이 수용한다. 역시 왜건은 ‘짐차’로 제격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충돌 방지 장치 시티 세이프티 퓨즈까지 뽑으면 준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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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40mm 거대한 길이만큼 깊숙한 트렁크. 한번 누워보면 ‘차박’의 매력에 빠질 거다


SCENE 2 - 비껴가다 

드디어 출발, 서울은 이미 좀비로 바글바글한 생지옥이다. 방금 AMG 한 대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지나가, 좀비들이 모두 그 차를 쫓아갔다. 덕분에 크로스 컨트리는 한적한 도심을 유유히 달렸다. 옆에 몇몇 좀비들이 넋 놓고 있기는 하지만 조용한 가솔린 엔진의 속삭임 정도는 눈감아 줬다. 옆집 디젤 세단은 시동 걸자마자 떼로 몰려들어 출발도 못 했으니 참 딱할 노릇. 그렇게 30km가량을 달릴 즈음, 아까 그 AMG가 벽을 들이받고 좀비들에 둘러싸여 있다. 살금살금 지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무렵, 갑자기 앞에서 ‘펑’ 굉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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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답게 조용한 T5 엔진. 좀비를 자극하지 않는다


SCENE 3 - 걸음아, 아니 바퀴야 나 살려라 

천만다행이다. 타이어 터진 줄 알았건만, 빈 페트병 밟아 터진 소리였다. 그러나 놀란 가슴 쓸어내릴 때가 아니다. AMG 쪽 좀비들이 눈이 똥그래져서 이쪽을 껌뻑껌뻑 보고 있다. 설상가상 깜짝 놀란 강아지도 멍멍 짖어 좀비들 입맛을 돋운다. 평화로운 드라이브는 끝, 이제 이판사판이다. 가속페달을 짓이기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잠자던 터보가 깨어난다. 2.0 가솔린 엔진에 과급기가 쥐어 짜낸 최고출력은 254마력. 터보 엔진답게 1,500rpm부터 35.7kg·m 최대토크를 뿜어내 저속에서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단 7.4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정도니 느려터진 좀비들이 쫓아올 리 없다. 앞에 넘어진 버스와 SUV 등 온갖 장애물이 길을 막지만, 무게 중심 낮은 왜건답게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아마 SUV였다면 짐이 가득 실린 탓에 넘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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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컨트리 최저 지상고는 210mm. 뚱땡이 좀비만 피한다면 웬만한 좀비들은 밟고 지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남쪽으로 향하는 다리 앞 수많은 좀비가 방금 신나게 타이어를 비빈 크로스 컨르리를 향해 달려든다. 아마 피난 중 끊긴 다리 앞에서 감염된 사람들일 테다. 얼른 방향을 꺾어 옆 산길로 향했다. 출발 전 시티 세이프티를 꺼 놓은 덕분에 좀비 몇 마리를 쳐도 비상 정지는 없었다. 좀비 무리를 뚫고 산길에 들어오자 이번엔 오프로드가 길을 막는다. 다행이다. 아까 볼보 매장에서 겉모습에 끌려 V60 폴스타를 골랐더라면 오도 가도 못 할 뻔했으니. 크로스 컨트리는 가장 낮은 바닥 높이가 210mm로 SUV 만큼 높고 네바퀴를 굴리기 덕분에 웬만한 오프로드는 거뜬하다. 험지를 돌파해 다리 건너편으로 내려오니 이쪽은 말도 안 되게 고요하다. 북쪽에선 절망을 줬던 끊어진 다리가 건너편에선 이토록 든든할 수가 없다. 


SCENE 4 - 도로 위에서   

다리를 뒤로하고 여유로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 즈음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오밤중 헤드램프 켜고 달리다간 좀비에게 습격당하기 십상. 조용히 차를 세워 차 안에서 자기로 한다. 불 끄고 조용히 잔다면 좀비가 달려들 일은 없을 테니까.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짐을 한쪽으로 몰고 짐칸에 누우면 안방이 따로 없다. 볼보에 따르면 신장 198cm 성인까지도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다고. 짐이 없다면 두 명은 충분히 잘 공간이 나오지만, 짐 때문에 한 명은 동반석에서, 강아지와 나는 트렁크에서 잠을 청했다. 좀비가 나타나면 강아지가 깨워주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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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0도 카메라가 달려있어, 사각지대에 숨은 좀비도 문제 없다

SCENE 5 - 안전지대로 

다음날,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군부대가 고속도로를 막고 있다. 그들은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겁에 질린 우리는 그 자리에 섰다. 이어 앞에서 군인 두 명이 걸어오자, 두려움이 엄습한다. ‘괜찮다. 지금 우리는 왜건에 앉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니까. 게다가 건실한 스타일의 볼보가 아닌가’라며 속을 달래고 있을 무렵 군인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무표정으로 안을 둘러보더니 모두 멀쩡한 걸 확인하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뒤부터는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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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만 누르면 튀어나오는 견인 고리. 언제든 뭔가를 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

마치며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 상상 속 이야기다. 지난 주말 좀비 영화를 몰아보며 어떤 차를 타고 피난하면 좋을지 정리해보니,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높은 수준으로 아우르고 조용하며 짐칸도 넓은 차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찾은 차가 V90 크로스 컨트리 T5. 오글거림을 참으며 그 다재다능한 성능을 이야기에 녹여보려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좀비라는 재앙도, 그리고 그 재앙이 닥치더라도 시나리오대로 되라는 법은 없으니 그저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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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550d 

당신을 살리는 것은 스피드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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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살아있다’라는 말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하게 접하는 문구. 물론 지구는 태양계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생명으로 가득 찬 별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지구는 살아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행성이다. 흙과 바위, 물로 이루어진 지표면은 차갑고 단단하지만 그 중심부에는 수천℃에 이르는 핵을 품고 있으며 그사이 공간은 암석이 녹은 마그마로 가득 찬 구조. 마그마의 움직임은 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 거대한 대륙을 생성하거나 쪼개고 나누어 지금의 오대양육대주로 만들었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이른바 ‘판구조론’이다.  

암석이 녹아 젤라틴 같은 상태가 된 마그마는 가끔 지표면을 뚫고 분출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화산이다. 일본 후지산이나 한라산, 백두산 모두 화산이다. 다행히도 한라산은 이제는 활동하지 않는 사화산인 반면 후지산은 잠시 쉬고 있는 휴화산. 그런데 수백 년 혹은 수천 년간 조용하다가 되살아난 경우도 있다니 한라산이나 백두산이 다시금 불을 뿜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와는 다른 현실

일본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이것은 유라시아판과 북미판, 태평양판, 필리핀판 등 4개의 판이 맞물린 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 각각의 판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니 그 경계면에 엄청난 에너지가 쌓여, 지진이나 화산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진 예보뿐 아니라 화산 활동 상황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용암이나 화산을 직접 경험하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우선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화산을 소재로 삼았던 재난 영화 <단테스 피크>와 <볼케이노>가 있지만 가장 최근 영화라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우선 떠오른다. 사우론의 절대반지가 파괴된 후 용암이 흘러넘치는 운명의 산에 고립된 프로도와 샘와이즈가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온 간달프에 의해 구조되던 장면 말이다. 물론 이것은 환타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앞의 두 영화 역시 실제 고증보다는 오락영화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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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활화산이 없다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맞서지 말고 피해라

마그마는 지상에 올라온 상태에서도 800~1,200℃의 고온이라 복사열로 인해 미처 닿기도 전에 불이 붙을 정도다. 프로도와 샘와이즈는 간달프를 만나기 전에 이미 타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다. 게다가 산의 경사면에서 끈적끈적한 꿀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화산재와 연기, 식어서 굳은 암석 덩어리가 뒤얽힌 ‘화산쇄설류’로 바뀐다. 그 속도가 시속 700km에 달할 뿐 아니라 엄청난 유독 가스와 복사열까지 있어 조난자를 찾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화산쇄설류의 무서움은 폼페이 유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쇄설류가 인근 도시 폼페이를 덮쳐 도시 사람들이 몰살당했다. 1902년 카라브해 마르티니크 산이 분화했을 때는 생피에르 시 2만8,000명 중 3명만이 살아남았다. 

최근에도 화산쇄설류에 의한 재난 위험은 꾸준히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보와 방재 시스템이 꾸준히 발전해 온 덕분이다. 2014년 일본에서 온타케산이 분화했을 때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등산 중이었고, 무려 58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재해가 되었다. 화산과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에서조차 이런 사건이 일어난 데서 화산 예측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산에서 화산쇄설류를 만나면 사실상 대피는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라면 최대한 빨리, 멀리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 터. 거대한 자연의 분노 앞에 미약한 존재들은 그저 있는 힘껏 달아나는 것이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바람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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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은 그저 도망가는 게 최선


고성능, 고연비의 4터보 디젤 엔진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데는 고성능 GT가 적합하겠지만 단순히 스포츠성이나 가속력보다는 꾸준한 고속 크루징 능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장기간의 이동과 가족 동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넉넉한 실내 공간과 승차감을 갖춘 중형 이상의 세단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준대형 세단 BMW M550d가 우선 떠올랐다. 

5시리즈는 국내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는 수입차 베스트셀러 중 하나. M5는 사실상 독립 모델이니 이 차가 사실상 국내 라인업 최강 모델이다. 가솔린 V8의 550i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 트리플 터보차저였던 직렬 6기통 3.0L 디젤 엔진은 쿼드 터보로 바뀌었다.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이 20마력 정도 늘어 400마력에 도달했다. L당 출력 133.6마력은 어지간한 가솔린 터보 엔진에 필적하는 수치. 게다가 77.6kg·m의 막강한 토크를 2000~3000rpm에서 발휘한다. 이 강력한 파워는 x드라이브를 통해 네바퀴에 적절히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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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터보를 갖춘 직렬 6기통 엔진으로 400마력을 낸다


고출력과 고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분에 4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이 가능하고 최고시속은 250km(리미터 작동)다. 아울러 L당 11.6km(고속 13.8km/L)를 달린다. 르망 24시간에 디젤 경주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최측에서는 연료탱크 용량으로 가솔린과 디젤 경주차의 성능 차를 보정했다. 디젤 엔진은 스피드에서 살짝 떨어지는 대신 한번 주유로 훨씬 먼 거리를 달리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수퍼카라도 수시로 주유소에 들락거려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66L의 연료탱크가 달린 M550d는 공인 연비 기준 700km 이상을 달리고, 20L짜리 비상용 연료통만 더해도 900km 이상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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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연료통 하나만 있으면 주유소를 들르지 않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24시간 비서, 컨시어지 서비스

i-드라이브를 통해 IT 기술 접목을 선도했던 BMW는 이제 커넥티드 드라이브로 자동차를 인터넷 세계로 끌어들인다. 덕분에 날씨나 뉴스 등 다양한 정보 수집이 손쉽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컨시어지 서비스와 BMW 이머전시 콜도 비상시에 큰 도움이 되는, BMW 오너들의 특권이다, 그중에서도 24시간 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매우 유용해 보인다. 요즘 음성 인식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지만 비상시에는 역시나 사람의 목소리만큼 안정감을 주는 것도 없다. 물론 그런 재해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 편이 100배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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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시어지 서비스가 비상시에 든든한 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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