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벗어난 남자들, 산악바이크
2018-04-10  |   9,142 읽음

아스팔트를 벗어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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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로 세워둔 KTM 프리라이드 250 F와 250 EXC-F 

봄기운이 차오르는 4월은 산과 들에서 두 바퀴의 낭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엔듀로 바이크와 함께한 초봄의 어떤 주말.

 

 

이른 주말 아침의 경기 여주 이포보 일대. 아직 어스름한 물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오프로드 바이크, 이른바 엔듀로(Enduro)를 즐기는 동호회 회원들. 주말 아침부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입문자를 위한 엔듀로 바이크 기초 강습을 받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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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회원들이 갖고 온 엔듀로 바이크

 

타는 것과 탈 줄 아는 건 다르다

이날 모인 동호회 회원들은 이미 엔듀로 바이크를 탄 지 꽤 된, 연차로 따지자면 신입 딱지는 한참 전에 뗐을 나이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굳이 이 교육에 참가한 이유는 뭘까? 십 수 년 전부터 라이딩을 시작했지만 한동안 쉬다가 이제 다시 타기 시작했다는 동호회 회원 양광복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탈 땐 멋들어지게 잘 타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게 전부예요”. 

그렇다. 바이크 전용 슈트와 현란한 무늬의 헬멧에 가려져 있어 그렇지 실은 이들도 애정과 보살핌이 필요한 바이크 입문자였던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양광복 씨는 지난 2002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 피해 복구 현장에 자원봉사자로 나서, 산사태 피해로 차량 진입이 어려운 산길을 바이크로 넘나들며 수재민을 도운 ‘착한’ 라이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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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작 전 다 함께 의지를 다졌다

 

팔과 다리는 또 하나의 서스펜션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있는 단상 한 켠에서는 이날 엔듀로 바이크 교육을 맡은 김진철 양평모터월드 대표가 부스를 설치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바이크 판매와 강습을 전문으로 하는 양평모터월드와 함께 KTM 경기·강원 지역 딜러십을 운영 중인 베테랑 라이더. KTM은 국내에 많은 엔듀로 라이더들이 선호하는 오스트리아 메이커로 입문자는 물론 전문가도 인정하는 가성비 갑의 엔듀로 바이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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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바이크 기초 교육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김 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차는 서스펜션이 하나이지만 바이크는 서스펜션이 하나가 아니에요” 팔꿈치와 무릎도 훌륭한 서스펜션이 되어주죠”. 동호회 회원이 어정쩡한 자세로 시범을 보이면 김 대표가 유의 사항을 짚어주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대표는 이어 바이크를 컨트롤하는 과정에서의 팁도 전했다.

“4점 그립, 더 나아가 6점 그립까지 가능해요”. 보통 바이크를 탈 때 자세가 손으로 핸들을 잡고 발을 페달에 걸치며 네 지점에 그립을 형성하는 4점 그립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양쪽 무릎을 바이크 몸통에 대면 총 6점 그립을 형성하며 더욱 안정감 있는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얼핏 라이더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었지만 교육을 듣는 동호회 회원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보였다.

 

엔듀로 실력은 곧 코너링 실력

간단한 이론 교육을 마친 후 오프로드 코스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오프로드 코스의 시작은 원 돌기. 원 모양으로 돌면서 계속 반경을 줄여, 완만한 코너링부터 급한 코너링까지 두루 연마하게끔 하는 코스였다. 아무리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실력이라지만 연차가 연차인 만큼 회원들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듯 가볍게 해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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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돌기 중인 동호회 회원들

 

엔진이 어느 정도 달궈지자 악셀 턴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악셀 턴은 오프로드 주행 중 막다른 길을 만났을 경우 회전반경을 줄여 돌아 나오는 스킬로, 오프로드에서 자주 쓰이며 가장 중요한 테크닉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부터는 교육의 유무에 따른 영향이 느껴질 만큼 회원들 간 격차가 눈에 확 띄었다. 일부는 요령껏 해낸 반면, 일부는 어설프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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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턴 시범을 보이고 있는 김진철 대표

 

 

위기 대응 능력도 중요

교육은 넘어진 바이크 일으켜 세우기로 이어졌다. 오프로드에서는 예기치 못한 지형 때문에 숙련자조차도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 이때 얼마나 능숙하게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느냐에 따라 그날 라이딩 컨디션이 좌우된다고 한다. 과연 무작정 힘으로만 바이크를 세우려는 회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기력을 많이 허비해 이후 라이딩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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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바이크를 올바르게 일으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교육을 지켜본 결과, 산악 바이크 실력은 곧 위기 대응 능력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엔듀로가 주말 여가 활동으로 제격이라는 사실도 함께. 그런데 우둘투둘한 오프로드용 바퀴로 아스팔트가 깔린 일반도로를 달려도 괜찮은 걸까? 이 같은 질문에 김 대표는 되레 기자에게 묻는다. “조던(나이키 브랜드 산하의 고급 농구화) 신고 아스팔트에서 농구하는 사람 봤나요? 엔듀로도 산악 코스에서만 즐기고 다 즐긴 후엔 인근 엔듀로 매장에 보관하면 됩니다.”  엔듀로 입문을 고민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고마운 서비스다. 이제 곧 본격적인 라이딩의 계절이다. 아침엔 다소 한기가 느껴지던 공기는 어느덧 적당히 기분 좋은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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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바이크 기초 교육이 진행됐다

 

 

글, 사진 김민겸 기자 취재협조 KTM, 양평모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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