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와 위스키 오반
2018-03-08  |   8,189 읽음

입문자를 위하다

골프와 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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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기호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이른바 남자의 3대 취미라고 하는 자동차, 카메라 그리고 오디오를 큰 그림으로 몇 개의 동그라미를 더 그리면 끝. 여기서 자동차와 함께 교집합을 이루는 취미가 있으니 바로 술이다. 자동차와 술. 얼핏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어떤 기호품보다 서로 닮은 구석이 많기도 하다. 폭스바겐 골프와 오반 14년은 이제 막 자동차와 위스키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최적의 조합이다. 

모두의 이상형, 골프 

폭스바겐 골프. 누군가 생애 첫차를 뽑으려 할 때 차 좀 안다는 이 중 열에 여덟, 아홉이 추천한다는 그 차다. 자동차를 평가하는 모든 영역에서 크게 트집 잡히지 않으려는 듯, 두루 무난함 그 이상을 보여주는 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살 때 고려하는 조건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편의기능, 성능, 실용성, 연비, 디자인 등이다. 하지만 첫차를 사는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자신만의 카라이프가 있을 리 만무하기에 모든 걸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그들의 희망사항은 이렇다. 첫차인 만큼 디자인은 튀지도 그렇다고 너무 점잔 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열선도 갖추고 선루프도 있었으면 한다. 달리고 싶을 땐 주저없이 속도를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연비가 나빠선 안 된다. 혹시나 마트에서 부피가 큰 물건을 사도 무리 없이 트렁크에 넣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남녀가 서로 바라는 완벽한 이성상을 보는 듯하다. 그렇지만 자동차 세계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조합도 아니다. 폭스바겐 골프는 이러한 예비 첫차 오너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입문용 위스키, 오반


오반은 몇 해 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를 꾸준히 키우고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 종류 중 하나다. 보통 위스키라고 하면 발렌타인, 조니 워커 등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차이는 간단하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만든 맥아 원료의 위스키만 담고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블렌디드 위스키는 숙성 정도에서 차이만 있을 뿐 브랜드가 구분되는 확연한 맛을 느끼기 어렵다(주재료로 쓰이는 키몰트에서 오는 맛의 차이는 있다). 반면, 한 곳의 증류소에서 고유의 재료와 숙성 방식을 적용한 싱글 몰트 위스키는 브랜드마다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위스키에 입문하고 싶다면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발을 들이는 게 맞다. 오반 14년은 그중에서도 숙성 연산이 상대적으로 짧고 대중적인 맛을 내는 위스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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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그 이상을 보여주다

골프는 디자인이 독특한 차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처럼 길거리에 전세계 다양한 메이커에서 만든 차들이 돌아다니는 와중에 골프가 시선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비례감 있는 디자인은 시각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차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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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룸메이트였던 친구 녀석이 타던 파란색 7세대 골프가 지금도 생각난다. 10km대 중반만 나와도 연비 좋은 차라고 생각하던 그때 그 친구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보여준 계기판 속 숫자는 리터당 20km에 육박하고 있었다. 자취방에 채워 넣을 가구를 사야겠다며 이케아로 떠난 친구는 어둑해질 때쯤에야 돌아왔다. 뒷좌석을 젖힌 상태이긴 했지만, 골프 엉덩이에서는 전신거울이며 식탁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왔다. 자료를 찾아보니 7세대 골프의 트렁크용량은 645L. 큰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능력만 실용성의 지표로 삼는다면 SUV 정도는 돼야 실용성에서 골프에게 비벼볼 수 있는 셈이다.

그 친구는 이따금씩 야근을 마치고 온 날이면 야간 드라이브를 제안하기도 했다. 성산대교를 타고 한강을 건너 개화동까지 뻥 뚫린 올림픽대로를 달릴 때면 조그만 차가 안정감 있게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 꽤 기특했다. 그때의 감회를 잊지 않고 있지만, 지금 나는 다른 차를 몰고 있다. 첫 애마를 마련할 즈음 구매 가능 신차 리스트에 골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영업이 재개됐지만 골프는 아직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골프의 중고차 시세는 7세대 2016년식이 2,100만~3,000만원(SK엔카 기준)에 분포한다.

 

오반 14년이 선사하는 넓은 아량

위스키 역시 자동차만큼이나 그 출신과 성분이 다른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다. 개중에는 병 모양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하면 오반은 지극히 평범한 모양새다. 볼륨감이 부각된 데가 하나도 없어 밋밋하기까지 하다. ‘작은 만’을 뜻하는 이름에 어울리게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파도와 새 몇 마리를 패키지에 그린 정도가 멋 부리기의 전부다. 이런 병 모양은 오히려 기본에 충실할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사실 오반은 입문용 위스키라고 하기엔 그 내공이 만만치 않다. 위스키 입문용으로는 가벼우면서 달콤한 맛이 강조되는 하이랜드 스타일을 추천하는데, 오반은 스모키함과 드라이한 맛으로 이와는 대비되는 섬 지역(아일레이) 스타일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 역시 하이랜드 스타일인 맥캘란으로 입문을 마치고 아일레이로 건너가기 위한 단계로 오반을 즐기고 있다. 오반과 골프의 궁합은 그래서 더 잘 맞는다. 가격대와 성능 등에서 골프가 자동차 마니아 입문용 차가 맞긴 하지만 입문용이라고 부르기엔 미안할 정도로 달리기 실력이 발군이기 때문이다.

 

오반 중에서도 가장 널리 소비되고 있는 건 14년산이다. 오반 14년은 술을 담은 잔에 코를 대고 담뿍 향을 들이켜도 세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히 알코올을 품은 꿀 향취가 알싸하게 코끝을 간지럽힐 뿐이다. 첫맛은 하이랜드의 전형적 향취인 과일과 꿀의 향연이다.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첫맛을 즐기고 있다 보면 어느새 쌉쌀함과 짭짤함으로 표현되는 끝맛으로 이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계속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탓에 손바닥에 땀을 맺게 하는 골프와 닮았다. 골프 오너가 오반 14년을 마신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오반 14년은 공항 면세점가 기준 58~62달러에 분포한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아우디폭스바겐 한국지사가 설립된 지 14년이 되는 해이다. 오반 14년과 골프가 최적의 궁합을 이루는 또 다른 이유라고 한다면 조금 억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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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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