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비 트럭 100년의 역사를 담다
2018-03-08  |   44,652 읽음

쉐비 트럭 100년의 역사를 담다

CHEVROLET SILVE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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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세대로 진화한 쉐보레 풀사이즈 픽업 실버라도는 체중을 200kg 이상 감량하고 공기저항을 7% 낮추었다.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려는 F150과 만년 2위에서 벗어나려는 실버라도의 북미 빅3 트럭 대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도로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왔다. 그럼에도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 여전히 포장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게다가 뿌리 깊은 개척의 역사는 SUV나 트럭 같은 차들이 사랑을 받을 만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왔다. 많은 짐을 싣고 거친 길을 시원스레 내달리는 픽업트럭은 덕분에 매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로 자리잡았다. 미국 승용차 베스트셀러가 연간 40만 대 수준인 데 반해 풀사이즈 픽업 시장에서는 최소한 70만 대는 넘어야 1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쉐보레 픽업은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인기 모델. 그런데 포드 F150의 인기가 너무 확고해 만년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램 픽업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 2위 자리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실버라도가 58만5,000대로 주춤하는 사이 램이 처음으로 50만 대를 넘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북미오토쇼가 열린 코보홀에서는 쉐보레와 램이 신형 픽업을 동시에 공개하며 불꽃 튀는 2위 경쟁을 예고했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으로 공기저항 감소

실버라도는 원래는 1975년부터 C/K 픽업의 트림명이었다가 1998년에 풀모델 체인지와 함께 아예 이름이 되었다. 실버라도라는 이름으로는 20년이지만 실제 역사는 그보다 오래되었다. 게다가 올해는 쉐보레가 트럭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0주년을 맞는 해. 따라서 이번 4세대는 새롭고 파워풀한 디자인 속에 쉐비 트럭 1세기의 DNA를 진하게 담아내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테일 게이트에 음각된 쉐보레 로고. 1950~60년대 C/K 트럭을 떠올리게 하는 포인트다. 사실 이것을 제외하면 외형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큰 트럭 보디는 직선을 강조한 듯 보이지만 구석구석 근육질과 공기를 잘 미끄러뜨리는 절묘한 곡선으로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고집해왔던 상하 2단 헤드램프 디자인은 측면 펜더에서 파고들어오듯 형태를 다듬어 인상을 크게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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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픽업 대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실버라도가 풀 모델 체인지되었다 

 

헤드램프 양옆으로는 앞바퀴 휠하우스 주변 공기 흐름을 조율하는 에어커튼이 달렸다. 에어로다이내믹은 이번 개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윈드 터널에서만 1,000시간 이상을 보냈다. 예를 들어 넓고 깊은 트럭 베드는 와류를 일으키기 딱 좋은 위치와 형태이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큰 걸림돌 중 하나. 그래서 지붕 뒤 끝단에 루프윙을, 테일게이트 위에는 스포일러를 추가해 지붕을 타고 넘은 기류가 뒤쪽까지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노력의 결과 구형보다 공기저항이 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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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실버라도는 공기저항이 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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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위해 윈드터널에서 1,000시간 이상을 보냈다  

 

개발진은 소비자 부류를 크게 세 가지―가성비 중시의 하이 벨류, 승용차로서 편안함과 기능성을 모두 요구하는 하이 볼륨,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하이 피처―로 나누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8가지 트림을 마련했다. 하이 벨류에는 워크 트럭과 커스텀 외에 오프로드 패키지를 더한 커스텀 트레일보스가 더해졌다. 하이 볼륨에는 스포티한 RST, LT와 LT 트레일보스가 있고 하이 피처에는 LTZ, 하이 컨트리 트림이 마련되었다. 트림에 따라 그릴과 범퍼 디자인, 크롬 몰딩 등으로 차별화했다. 가장 싼 워크 트럭은 그릴과 범퍼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보타이 엠블럼마저 옆에 조그맣게 들어가는 반면 하이 컨트리는 화려한 크롬/코퍼 그릴이 달린다. 이번에 새롭게 더해진 트레일보스는 램의 레벨 트림과 비슷한 오프로드용 모델이다. LT 트레일보스에 달리는 Z71 오프로드 패키지에는 란초 댐퍼와 LSD, 스키드 플레이트, 굿이어 듀라텍 오프로드 타이어가 포함되며 지상고도 5cm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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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으로 여닫을 수 있는 테일게이트

 

7기통을 잠재우는 V8 엔진  

클래스 최대 용량을 자랑하는 트럭 베드는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구형보다 높은 강성과 내구성을 부여했다. 화물 고정용 고리는 12개로 늘어나 활용성이 높아졌으며 전동식 테일게이트는 운전석에 있는 버튼과 리모컨키로 여닫는다. 120V 전원 단자와 LED 조명(옵션)도 준비했다. 리어 범퍼 양옆의 일체식 발받침은 이전보다 더 크고 튼튼해져 투박한 부츠를 신고도 사용하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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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베드는 내구성 확보를 위해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었다

 

실내 디자인은 고객 sk의견을 반영한 가운데 전체적인 인상은 유지했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 공간을 전부 모니터로 바꾸면서도 작은 미터 4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이전 레이아웃을 그대로 재현했다. 센터페시아를 둘러싼 팔각 형태도 눈에 익다. 물론 버튼 레이아웃을 새롭게 손보고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얹었으며, 동급 최초인 4G LTE 와이파이를 비롯해 애플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 같은 스마트폰 확장능력도 갖추었다. 차체는 이전보다 전장 4cm, 휠베이스가 10cm 늘어났는데, 그 상당부분이 거주성 개선에 쓰였다. 4도어 크루캡의 경우 레그룸이

 앞 113cm, 뒤 111cm나 된다.  

엔진/변속기 조합은 여섯 가지. 라이벌과 달리 다운사이징 엔진이나 하이브리드가 없는 대신 직렬 6기통 3.0L 듀라맥스 디젤이 연비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이탈리아 VM 모토리에서 개발된 이 엔진은 터보차저 가까이 촉매필터를 배치하는 등 배출가스 저감에 공을 들였다. 가솔린은 V8 5.3L와 6.2L 직분사 두 가지. 저부하 상황에서 연료소모를 줄이는 실린더 휴지 기능(Dynamic Fuel Management)은 이제 최대 7개 실린더의 연료공급을 끊어 1기통만으로 순항이 가능하다. V8 6.2L와 디젤에 조합되는 10단 자동 변속기는 스타트/스톱 기능으로 추가적인 연비개선이 가능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e어시스트의 추가 여부와 함께 구동계의 상세 스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력설계와 함께 많이 신경 쓴 부분은 경량화다. 차체에 사용된 강판 80% 정도를 일곱 종류의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고 섀시 일부와 도어, 보닛, 테일 게이트 등은 알루미늄으로 바꾼 결과 구형보다 200kg 이상을 경량화(크루캡 V8 기준) 하는 데 성공했다. 트럭 베드의 경우 면적이 넓어 경량화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거친 사용 환경을 고려해 강판을 썼다. 아울러 섀시는 이전보다 40kg 가벼우면서도 비틀림 강성은 10% 높아졌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더블위시본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단조 알루미늄 컨트롤암을 사용해 경량화와 함께 노면추종성을 개선했다. 뒤쪽은 당연히 리지드 액슬을 사용하는데, 일부 트림은 카본 컴포지트 소재의 리프 스프링으로 10kg 감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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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줄이면서도 강성은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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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과 도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200kg 이상 감량했다 

 

보수적이어도 괜찮아 

시에라와 램 1500이 풀 모델 체인지되면서 미국 픽업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되었다. 최근 포드 F150은 혁신적인 올 알루미늄 보디를, 라이벌 램 1500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면 시에라는 다양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써 무게를 200kg 이상을 덜어냈고 공기저항을 7%나 개선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법이라 생각되지만 비용 억제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뽑아내는 것은 회사의 이윤과 직결된다. 30억달러(약 3조2,600억원)라는 개발비만 보아도 GM 내에서 이 차의 중요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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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신형 섀시  

현재 픽업 시장 최강자가 포드 F150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는 없다. F150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무려 89만6,764대. 쉐보레 실버라도를 만년 2인자 자리에 묶어놓은 원흉이다. 하지만 외모만 살짝 다듬은 형제차 GMC 시에라를 합산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1위에 근접할 뿐 아니라 가끔은 능가한 적도 있다. 실버라도와 연합작전을 펼 신형 시에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외형을 약간 다듬고 트림과 장비만 차이 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시에라까지 경쟁에 뛰어들면 꽤나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이다. 북미 빅3 트럭 대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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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디자인을 계승한 인테리어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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