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GR 슈퍼 스포츠 컨셉트
2018-03-07  |   27,292 읽음

도로에 뛰어든 르망 레이서 

TOYOTA GR SUPER SPORT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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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선보인 GR 수퍼스포츠 컨셉트는 르망용 하이브리드 
레이싱카를 활용한 차세대 수퍼카의 시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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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고성능과 뛰어난 효율을 동시에 추구한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레이싱카들은 도로용 스포츠카와는 무관한 존재로 진화해갔다. 50~60년대를 대표하는 재규어 D타입과 GT40 시리즈는 도로형이 존재했지만 70년대 이후의 경주차들은 오직 서킷만을 위해 태어나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룹C 종말과 함께 경주차 962를 몇몇 튜너가 도로용으로 개조해 판매한 사례가 있고 90년대 말에는 GT1 클래스가 등장하면서 포르쉐 911 GT1, 메르세데스 벤츠 CLK-GTR 등 호몰로게이션용 모델이 발매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레이싱카의 도로용 전환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경주차들의 하이브리드/EV화는 지나치게 벌어졌던 양산차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환경성능과 고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망 레이서용 심장을 얹다

지난해 공개되었던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1은 실제 F1용 파워유닛을 활용해 만든 하이퍼카였다. 내연기관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시스템출력은 무려 1,100마력. F1 기술을 도로로 끌어내린 것이 프로젝트원이라면 르망 경주차 기술의 양산화 역시 가능할 것이다. 사실 F1보다는 LMP 쪽이 더 양산차에 가까워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도쿄오토살롱에서 토요타가 GR 수퍼스포츠 컨셉트를 공개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컴퍼니의 토모야마 시게키 사장은 GR 수퍼스포츠 컨셉트를 이렇게 소개했다. “시판차를 레벨업해 스포츠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나 랠리에서 배양된 노하우를 다양한 제약 속에서 어떻게 시판차로 다듬어낼 수 있는가에 도전하는 것이 바로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 목표로 하는 자동차 만들기입니다. 그리고 현역 레이싱카에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토요타에게 있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고, 어디까지라도 멀리, 누구보다 빠르게, 아름답게 이동하고 싶다는 욕망은 불변한 것입니다. 그것을 실현해줄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풍부하며 마음 설레게 됩니다. GR 수퍼스포츠 컨셉트는 그야말로 자신의 애마라고 할 만한, 퍼스널리티하면서 매력적인 차세대 경주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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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경주차를 닮았지만 보디 디테일은 상당히 다르다

 

베이스 모델은 토요타의 최신 르망 프로토타입인 TS050 하이브리드. 토요타는 2012년 르망을 비롯해 내구 선수권 WEC에 복귀해 TS030, TS040, TS050을 차례로 투입했다. 2016년에는 르망 24시간에서 막판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최종랩에서 리타이어해 안타깝게 우승을 놓쳤다. 바로 이 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THS-R)과 주요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도로용 수퍼카로 만든 것이 GT 수퍼스포츠 컨셉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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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경주차에서 가져온 하이브리드 시스템

 

펜더가 튀어나올 만큼 낮은 차체와 캐노피형 앞창,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에어 스플리터, 거대한 공기 통로 등 전체적인 실루엣은 경주차에 다름 아니다. 기능 최우선으로 다운포스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도로용차라는 성격에 맞추어 매력적인 라인을 만들어냈다. 이를 위해 경주차 공력팀과 디자인팀, 설계팀이 섀시 설계부터 시작했다. 허니컴 그릴은 비츠 GRMN 등 GR 퍼포먼스 모델들과의 통일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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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 GRMN 등 GR 양산차들과 통일성을 살린 허니컴 그릴 

캐빈룸 확보를 위해 섀시 새로 설계

경주차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캐빈룸이다. LMP 경주차는 규정상 2인승이지만 실제로는 비좁아 둘이 탈 수 없으므로 도로용으로 만들려면 더 넓은 실내공간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모티브는 TS050에서 가져왔으되 구동계 레이아웃과 패키징 등 전부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뒤가 막힌 미드십 레이아웃에 낮은 운전석 위치로 인한 시야 문제는 펜더와 지붕에 카메라를 달아 해결했다. 이밖에도 T-커넥트 기술에 의한 최신 내비게이션은 물론 차와 차 사이의 커넥트(V2V)나 클라우드 기술 등 최신 IT 기술을 통한 지원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충돌안전, 보행자 보호 다양한 법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달라질 가능성도 아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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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룸 확보를 위해 섀시부터 새로 설계했다

 

구동계는 V6 2.4L 직분사 터보 엔진과 모터 2개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방식. 기존 TS040의 V8 3.7L에서 V6 2.4L 트윈터보로 바뀐 엔진은 희박연소 가능한 직분사 방식으로 최고출력 500마력을 낸다. 모터는 엔진과 앞바퀴에 하나씩 달아 합산출력 500마력. 시스템출력이 1,000마력이나 되지만 50%의 열효율을 자랑한다. 최신 프리우스가 40%에 겨우 도달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효율이다. 양산 과정에서 출력은 조금 줄겠지만 효율은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목표다. F1과 르망 경주차의 심장을 품은 차세대 고효율 수퍼카들이 도로에서 맞붙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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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트윈터보 엔진과 모터 조합으로 1,000마력의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Gazoo Racing

최근 토요타는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양산차에 가주(Gazo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토요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1996년 업무개선지원실 과장 시절에 만들었던 중고차 이미지 정보 시스템(UVIS)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는 인터넷으로 자동차를 사고파는 데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토요타 대신 붙일 이름이 필요했다. 원래는 화상(畵像)의 일본식 발음인 가조(Gazo)라고 하려 했다가 실수로 뒤에 o자를 하나 더 붙여 지금의 가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이트는 점차 규모를 키워 자동차 관련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냈고, 지금은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창구가 되었다. 4354f2b583afe6b4d02083700ef3ed38_1520385827_4801.jpg 

2007년에 뉘르 24시간에 도전한 사내 레이싱팀이 가주 레이싱으로 엔트리하면서 모터스포츠 분야에도 이름을 알렸다. 토요타의 정식 워크스팀이 아니라서 사용한 것이지만 2009년 도요타 아키오 사장 취임을 계기로 활동범위를 점차 넓히기 시작했다. 아키오 사장도 팀의 일원으로 뉘르 24시간에 직접 출전한 인연이 있다. 2015년에는 가주 레이싱, 토요타 레이싱, 렉서스 레이싱을 통합해 토요타 가주 레이싱과 렉서스 가주 레이싱으로 재편했다. 지난해에는 경주차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 팩토리를 개편하는 한편 가주 레이싱 컴퍼니를 새로 설립하는 등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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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의 이름은 양산차 베이스의 고성능 버전에도 쓰인다. 기존의 G's(G Sports)를 대신해 2017년 출범한 GR 브랜드는 성능에 따라 GR 스포츠, GR, 그리고 GRMN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여기서 GR은 Gazoo Racing의 이니셜. MN은 뉘르부르크링 마이스터(Meister of Nurburgring)라는 뜻으로 2010년 타개한 테스트 드라이버 나루세 히로시를 기리는 의미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운전 선생님이자 가주 레이싱 감독이었던 나루세 히로시는 역대 토요타의 고성능차 개발에 대부분 참여했을 뿐 아니라 가주 레이싱 출범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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