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것들은 가라! 그놈만을 위한 스페셜 버전 2부
2018-02-07  |   10,517 읽음

흔한 것들은 가라!

그놈만을 위한 스페셜 버전 2부 

 

메르세데스 AMG나 BMW M, 아우디 RS 등 적잖은 메이커에서 스페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기존 라인업과 구별되는 성능과 비범한 개성으로 남다른 고객 취향을 만족시키며 이미지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SUV부터 대형 세단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달리는 이름이라면 희소성은 반감되기 마련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쉐보레 콜벳에만 붙이는 ZR1, 포르쉐가 911에만 부여하는 GT2 RS처럼 말이다. 특정 모델에만 허락되기에 남다른 가치를 지니는 존재들이다. 

「흔한 것들은 가라! 그놈만을 위한 스페셜 버전 1부」 에서 계속


5. FORD ESCORT·FOCUS RS  

 

흔히 MkⅠ이라 불리는 초대 에스코트는 포드 유럽이 1967년 선보였던 뒷바퀴굴림 소형차였다. 이 차는 패밀리카로 설계되었지만 랠리에서의 활약으로 더욱 유명하다. 1963년 결성된 포드 팀RS가 개발작업을 주도한 고성능 버전 RS는 로터스가 개발한 1.6L DOHC 8밸브 엔진을 얹다가 이후 BDA 기반의 코스워스 엔진으로 바뀌게 된다. 서킷과 비포장을 오가며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한 에스코트 RS1600은 1970년 하누 미콜라가 런던-맥시코 월드컵 랠리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산 2.0L 엔진을 얹고 성격이 마일드한 RS2000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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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에서 크게 활약했던 초대 에스코트 RS1600 

 

2세대(MkⅡ)에는 RS1800과 RS2000이 있었다. 그중 코스워스 BDE 엔진을 얹은 RS1800이 랠리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나 영국 랠리(RAC 랠리)에서는 1975년부터 79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대활약을 보였다. 하누 미콜라와 비외른 발데가르트, 아리 바타넨 등이 이 차를 몰았고, 발데가르드가 1979년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차지했다. 

 

1980년 풀 모델 체인지된 3세대에서는 구동계가 FF로 바뀌는 큰 변화가 있었다. 포드는 RS1600i와 RS 터보 외에 골프 GTi에 대항하는 XR3 트림도 추가했다. 게다가 WRC의 그룹B 규정을 위한 뒷바퀴굴림의 랠리 프로토타입 RS1700T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에는 랠리 전용 4WD 몬스터인 RS200이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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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에스코트에는 RS1600i와 RS 터보가 있었다

 

5세대 에스코트 기반의 RS 터보는 가레트 터보를 갖춘 132마력 엔진에 시에라 XR4용 대구경 브레이크, 레카로 시트 등을 갖춘 고성능 모델이었다. 90년대 들어 포드는 WRC 왕좌에 복귀하기 위해 새로운 네바퀴굴림 모델이 절실했다. 그래서 한동안 사용하던 시에라를 대신할 에스코트RS 코스워스를 1992년 선보였다. 단순히 양산차 고성능 버전이 아닌, WRC 그룹A 출전을 겨냥한 네바퀴굴림의 호몰로게이션 모델이었다. 코스워스가 튜닝한 2.0L 터보 엔진은 기본 상태에서 최고출력 227마력이지만 약간의 개량만으로 400마력 이상을 냈다.  

 

에스코트가 1998년 포커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RS라는 명칭 역시 자리를 옮겼다. 포커스RS는 2002년 처음 등장했는데, 4기통 2.0L 터보 215마력 엔진과 LSD, 브렘보 브레이크 등으로 무장했다. 2007년 풀 모델 체인지된 2세대 포커스를 기반으로 더욱 화끈한 성능을 손에 넣었다. 당시 포드 소속이었던 볼보에서 5기통 2.5L 터보를 얹은 덕분이었다. 기본형에서 305마력을 냈으며 345마력으로 출력을 높인 한정 버전 RS500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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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5기통 엔진으로 305마력을 냈던 2002년형 포커스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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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코트가 사라지면서 RS의 명칭을 포커스가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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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305마력에 네바퀴를 굴리는 최신형 포커스RS

 

최신형 RS는 2011년 그 존재가 처음 공식화되었고, 2015년 실물이 공개되었다. 기존에는 유럽에 RS와 하위모델 ST를 판매하고, 미국에서는 ST를 SVT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 전세계 시장에 포커스RS로 팔린다. 2.3L 직분사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의 최고출력 350마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네바퀴굴림이 기본. 또한 오버스티어를 제어하는 드리프트 모드와 런치 컨트롤도 도입했다.  

 

6. PORSCHE 911 GT2 RS 

 

지난해 E3 게임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모터스포츠7에서는 포르쉐의 신차 한 대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역대 911 시리즈 가운데 최강 성능을 내걸고 등장한 911 GT2 RS가 바로 그 주인공. 911 고성능형으로 역사가 깊은 RS와 레이싱카에 뿌리를 둔 GT2의 이름을 한데 모은 이 특별 버전은 지난 2010년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경쟁에서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목표로 등장했다. 

 

911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성능과 가치를 지니는 RS는 1974년 카레라 RS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FIA의 그룹4 규정에 맞추어 개발된 이 차는 경량 보디에 덕테일 스타일의 대형 리어윙을 갖추었고 수평대향 6기통 2.7L 엔진이 210마력을 냈다. 배기량을 3.0L로 키워 230마력을 낸 RS 3.0도 있었다. 레이스라는 뜻의 ‘카레라’는 이후 911에서 널리 쓰이는 명칭이 되었지만 RS는 여전히 특별한 모델에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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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911 카레라RS의 아름다운 덕테일 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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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RS는 911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였다

 

80년대 말 등장한 964는 전통적인 RR 외에 네바퀴굴림이 동시에 발매되었다. 하지만 964 시절의 카레라 RS는 출력을 264마력으로 높이고 뒷바퀴만을 굴렸다. 게다가 파워윈도와 뒷좌석은 물론 오디오나 크루즈 컨트롤 같은 편의장비를 제거하고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써 무게를 덜어낸 경량 버전이었다.  

 

한편 GT2라는 명칭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 80년대 성행했던 내구레이스(WSC)가 인기 하락으로 1992년 사라지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클래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양산 고성능차를 바탕으로 한 GT 시리즈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전의 GT1~GT4로 세분화되어 있던 규정이 90년대 중반에 GT1과 GT2 클래스로 정리되었다. GT1은 기존 내구레이싱카의 자리를 대신하는 존재로 25대만 양산하면 인증이 가능했던 반면 GT2는 양산 스포츠카를 개조하는 하위 클래스였다. 포르쉐는 이 새로운 시리즈에 맞추어 911 GT1을 개발하는 한편 911(993) 터보를 바탕으로 911 GT2도 만들었다. 당시 911 터보는 네바퀴굴림이었지만 GT2는 최고출력 444마력에 뒷바퀴를 굴렸다. 

 

레이스가 목적이었던 첫 모델과 달리 1999년 등장한 두 번째 911 GT2는 도로용 고성능 버전이었다. 포르쉐가 GT2 활동을 접고 보다 하위 클래스인 GT3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6L 트윈터보 엔진은 출력이 462마력(후에 483마력)으로 늘고 최고시속 319km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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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911 GT2는 도로용 고성능 버전이 되었다

 

997 시대에는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를 사용한 덕분에 터보랙이 더욱 줄고 최고출력은 530마력, 최고시속은 322km에 달했다. 닛산 GT-R과의 노르트슐라이페 랩타임 경쟁을 벌이면서 2010년에는 출력을 620마력으로 높인 911 GT2 RS가 만들어졌다. 티모 클룩의 운전으로 기존 911 GT2의 기록을 13초 단축한 7분19초의 랩타임을 냈다.  

 

최신 991 기반의 GT2 RS는 지난해 6월 E3 게임쇼를 통해 공개된 후 9월 뉘르부르크링에서 6분47초3의 양산차 랩타임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3.8L 트윈터보 엔진이 역대 양산형 911 최강인 700마력을 쏟아내며 7단 PDK와 뒷바퀴 조향, 가변식 엔진 마운트, 조절식 댐퍼와 토크 벡터링 등 첨단기술을 한껏 구사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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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 기반의 최신형 911 GT2 RS. 뉘르부르크링에서 6분47초3의 랩타임을 기록한 사상 최강의 911이다

 

 

7. SUZUKI ALTO WORKS

 

일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겨난 경차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모델들을 탄생시켰다. 그중에서 고성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즈키 알토 워크스. 2세대 알토를 바탕으로 1987년 발매된 알토 워크스는 줄여서 ‘워크스’라 부르기도 한다. 80년대 중반은 버블경재 영향으로 개발비를 생각하지 않은 차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알토 워크스는 경차 규격의 3기통 0.7L였지만 수랭식 터보차저와 대용량 인터쿨러, 강화 커넥팅 로드, 단조 크랭크샤프트 등을 갖추어 최고출력 78마력이 가능했다. 그런데 출력경쟁을 걱정한 운수성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출력을 64마력으로 낮추어야 했다. 이후 일본 경차들은 자동차 메이커 사이의 자율규제에 따라 출력이 64마력으로 제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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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차의 고성능 버전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존재가 알토 워크스

 

3세대 알토에서는 워크스 RS/X와 워크스 터보ie 등 보다 다양한 라인업이 더해졌다. 그중에서도 1992년 선보인 워크스R은 당시 전일본 랠리에서 활약하던 다이하쓰 미라를 잡기 위해 개발된 랠리카 베이스 모델. 하이리프트 캠과 크로스 레이쇼 변속기, 대형 인터쿨러, 라디에이터팬 등을 갖추어 양한 국내 랠리에서 활약했다.  

 

5세대에서는 워크스R이 사라졌지만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와 스로틀 바이 와이어 시스템 등으로 더욱 고도화되었다. 2000년 알토의 마이너체인지와 함께 사라졌던 워크스는 2년 후 케이(Kei)로 옮겨졌다가 2009년 케이 단종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오랫동안 혈통이 끊겨있던 알토 워크스가 부활한 것은 2015년 12월, 무려 15년 만의 일이었다. 

 

스즈키는 2014년 8세대 알토에 고성능형 터보RS를 발매했다. 그런데 이 차에 수동변속기를 얹지 않음으로써 더욱 고성능의 알토 워크스가 부활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돌았는데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엔진은 터보RS와 같은 R06A형. 최고출력은 64마력으로 같지만 토크는 10.2kg·m로 높아졌고 크로스 레이쇼 5단 변속기를 짝지었다. 섀시는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를 덜었고 전용 에어로파츠와 KYB 댐퍼, 개선된 전동 파워스티어링 등 워크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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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활한 8세대 알토 기반의 워크스. 알토 터보RS보다 더욱 고성능을 지향한다

 

 

8. SUBARU WRX 

 

적잖은 일본 메이커들이 활약했던 WRC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존재가 스바루다. 대량생산 메이커로는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70년대부터 해외 랠리에 참전을 시작했고, 1988년에는 STI(Subaru Technical International)를 설립해 모터스포츠 활동을 본격화했다. 1990년 중형 세단 레거시를 WRC에 투입하기 시작한 스바루는 3년 후에 보다 소형의 임프레자로 랠리카를 바꾸었다. 이를 위해 2.0L 터보 240마력 엔진과 조절식 센터 디퍼렌셜인 DCCD, 기계식 LSD 등을 갖춘 임프레자 WRX가 태어났다. WRX라는 명칭은 WRC에 임프레자 전신인 레오네의 고성능 버전 RX를 더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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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프레자 WRX는 스바루의 WRC 활동을 위해 태어났다

 

2000년 등장한 2세대는 리차드 번즈가 몰고 2001년 WRC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세대 베이스의 임프레자 WRX(2007년)는 기존 세단 보디를 버리고 해치백으로 갈아탔다. 처음으로 표준 임프레자와 다른 전용 보디를 사용한 WRX였다. 수평대향 4기통 터보 엔진에 대칭형 4WD 레이아웃은 여전했지만 멀티모드 DCCD와 멀티모드 VDC 등 전자제어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신개발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280마력으로 높아졌으며 2.5L 터보 버전도 있었다. 2013년에 4도어 세단 보디를 사용한 한정판을 마지막으로 WRX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추었다. 2008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회사 차원의 WRC 참전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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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임프레자에서는 해치백 보디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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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 디자인을 바꾼 2세대 후기형(2003년)

 

WRC라는 후광을 잃은 임프레자 WRX는 모델 성격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했다. 2013년 뉴욕오토쇼에서 컨셉트카로 부활을 선언했을 때는 임프레자라는 이름을 떼어낸, 완전히 별도의 모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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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 활동을 접은 스바루는 WRX를 별도 모델로 독립시켰다

 

 

9. FORD F-150 RAPTOR

 

고성능이 쿠페나 세단의 전유물은 아니다.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은 미국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는 만큼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포드는 1992년에 SVT(Special Vehicle Team)를 통해 튜닝한 F-150에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F-150 스탠더드캡 숏배드 보디에 V8 5.8L 240마력 엔진을 얹은 F-150 라이트닝은 1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2001년 등장한 2세대는 5.4L 수퍼차저 엔진이 380마력을 내 0→시속 97km 가속이 불과 5.8초.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픽업트럭이었다. 

 

다음 세대에서는 컨셉트카(2004년)만 선보였을 뿐 양산되지는 않다가 12세대 F-150에 이르러 이름을 랩터로 바꾸어 부활했다. F-150 랩터는 V8 5.4L 330마력에 6.2L 411마력 엔진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펜더와 보닛을 복합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폭스레이싱 댐퍼와 전자식 디프록, 오프로드 모드를 더해 비포장에서 더욱 강력한 성능을 추구했다. 

 

랩터라는 이름으로 2세대가 되는 현행 F-150 랩터는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라 V8을 버리고 V6 3.5L 트윈터보로 엔진을 얹었다. 하지만 출력은 450마력으로 늘어난 데다 알루미늄 보디 덕분에 무게가 200kg 이상 줄어 성능은 더욱 강력해졌다. 정지 상태에서 5.1초 만에 시속 97km 가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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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0 랩터는 SVT 라이트닝을 계승하는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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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마력의 V6 터보 엔진과 알루미늄 보디로 무장한 최신형 랩터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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