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를 짓밟는 야성의 황소, 람보르기니 우루스
2018-01-09  |   30,774 읽음



LAMBORGHINI URUS

스포츠카를 짓밟는 야성의 황소

LM002의 뒤를 잇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두 번째 SUV이자 첫 터보 엔진 모델인 우루스.

큰 덩치에 스포츠카를 가볍게 짓밟을 만한 강렬한 성능은 황소 엠블럼에 가장 어울리는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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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지축을 흔드는 맹렬한 질주. 황소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아온 람보르기니가 그들의 두 번째 오프로드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2012년 컨셉트카로 등장했던 우루스는 군용차 프로토타입에서 탄생했던 LM002의 혈통을 잇는 동시에 람보르기니 최초의 터보 엔진 모델이기도 하다. 최고출력 650마력으로 최고시속 305km가 가능한 성능은 최근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온 프리미엄 SUV 시장에 새로운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소의 조상에서 따온 이름
이름은 이번에도 전통에 따라 소에서 따왔다. 우루스(Urus)는 오록스(Aurochs)라고도 하는데, 가축으로 개량된 현재 소들의 조상이라고 알려진 야생 동물이다. 1만5,000년 전 라스코 동굴벽화에도 등장하며 로마의 율리유스 카이사르(시저)는 갈리아 원정길에 이 동물을 보고 ‘코끼리보다는 약간 작고, 형체나 색은 소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분명 지금까지의 투우(鬪牛)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아직 사람에게 길들여지기 전 너른 대지를 질주했던 야생 소라니, 포장도로만 달려온 람보르기니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SUV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또 있을까?


사실 고정팬이 많은 브랜드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때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르쉐가 카이엔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 시장이나 기웃거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모터쇼 카이엔 부스에서 연신 틀어놓았던 959 프로토타입의 다카르 랠리 출전 영상은 마치 ‘포르쉐도 분명 네바퀴굴림으로 오프로드를 달렸습니다’라는 그들의 항변처럼 보였다.


이런 면에서 람보르기니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수퍼카 브랜드이면서도 빠른 타이밍에 거의 전 라인업에 네바퀴굴림을 도입했고, 2012년 베이징에서 우루스 컨셉트카를 선보인 후 지속적으로 양산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무엇보다도 람보르기니 우루스에는 포르쉐나 마세리타에게는 없는 선배 모델이 있다. 바로 LM002 말이다. 1972년 창업자의 손을 떠나 여러 주인의 손을 전전하던 람보르기니는 70년대 말 미군이 발주한 차세대 고기동 군용차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제 V8 엔진을 얹은 프로토타입 LM001 치타는 FMC가 설계한 XR311의 복제품에 가까웠을 뿐 아니라 군용차로서 성능도 부족했다. 남겨진 작품을 버리기 아까웠던 경영진은 LM002라는 이름으로 시판을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엔진이 카운타크용 V12 5.2L로 바뀌었다. 덕분에 3톤에 이르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444마력의 출력에 힘입어 최고시속 210km가 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프리미엄 고성능 SUV라면 오늘날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생소하고도 희귀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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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첫 SUV였던 LM002

컨셉트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디자인
2012년 베이징 오토쇼에서 등장한 우루스 컨셉트 디자인에서 군용차 베이스의 LM002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시기적으로 무려 4반세기가 흘렀을 뿐 아니라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언어도 많이 바뀐 터였다. 스텔즈 전투기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선을 사용하면서 프론트 엔진 레이아웃 SUV라는 성격에 맞추어 보디라인을 다듬은 것이 특징으로, 거대한 휠 덕분에 측면 라인은 해치백에 가까웠으며 노즈부터 이어지는 벨트 라인의 경사도와 근육질의 펜더 라인이 기존의 SUV들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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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트카 당시의 우루스.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양산형 우루스는 컨셉트카의 디자인 성격을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부적으로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2016년 3월에 새로이 치프 디자이너로 임명된 미트야 보르케르트에게 떨어진 첫 번째 임무였다. 프론트 엔진의 숨구멍이 될 프론트 그릴은 대형 육각 패턴과 양옆에 더해진 수평 루버를 통해 한결 과격하게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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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람보르기니 디자인 언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SUV 보디

옆으로 눈을 돌리면 휠아치 주변을 감싸는 새로운 라인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휠을 보완하고, 길어진 리어 오버행을 위해 C필러 디자인을 새롭게 손보았다. 범퍼 중간에 높게 달렸던 육각 배기팁이 아래로 내려가 평범한 타원형으로 바뀐 대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람보르기니 수퍼카들과 같은 화살표 모양 LED 램프를 품었다.

양산형 우루스는 길이 5112mm, 높이 1,638mm에 차폭은 2,016mm에 이르며 휠베이스 3,003mm로 5명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벤틀리 벤테이가보다 3cm 짧고 10cm 가량 낮지만 더 넓고 휠베이스 역시 길다. 21인치 휠에는 피렐리가 이 차를 위해 개발한 P제로가 사용된다. 기본 사이즈는 앞 285/45/ R21, 뒤 315/40 R21 규격이며 옵션으로 앞 285/35 R23, 뒤 325/30 R23까지 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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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스는 람보르기니의 두 번째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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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인 듯 아닌 듯 강력한 외모

 

인테리어만 놓고 보면 도저히 SUV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람보르기니라는 기준에서는 대시보드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높은 지붕과 넓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 센터 패드와 에어벤트, 시트의 스티칭 장식과 도어 핸들에 이르기까지 람보르기니 특유의 육각형 패턴으로 가득하다. 또한 알루미늄과 가죽, 알칸타라, 우드와 카본 장식 등을 통해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걸쳐 2개를 포개놓은 고화질 모니터로 다양한 기능의 조작과 정보를 전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SI Ⅲ는 인성과 동작인식 기능이 포함되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중국 시장을 위한 바이두-카라이프 등 스마트폰 연결성에도 신경을 썼다. D컷 디자인의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진동 댐퍼를 내장해 부드러운 조작감을 챙겼다. 특이한 모양의 변속레버는 주행모드를 아우르는 아니마(Anima), 이를 커스터마이즈하는 이고(Ego) 레버와 나란히 배치했는데, 빨간색 시동 버튼까지 달려 마치 항공기의 조종간을 보는 듯하다. 시트는 기본 5인승이지만 독립식 뒷좌석의 4인승도 가능하며 화물공간은 기본 616L, 최대 1,596L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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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에는 람보르기니의 특유의 육각형 패턴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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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안락한 좌석은 SUV만의 특권이다

다양한 노면에 대응하는 첨단 기술
우루스는 최초의 프론트 엔진 람보르기니는 아니다. 원래 미드십이었던 LM001 치타를 양산화하는 과정에서 설계를 많이 고친 LM002는 결과적으로 프론트 엔진 4WD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루스는 V12 대신 V8 4.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음으로써 람보르기니 최초로 터보 엔진을 얹은 프론트 엔진 모델로 기록된다. 페라리조차도 이미 80년대 초반에 터보에 발을 들였음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늦은 도입이다. 그런데 다운사이징 바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터보 엔진의 넓은 토크밴드는 SUV의 중량급 차체와 높은 공기저항을 상쇄하는 큰 무기다.


이 엔진은 V8 4.0L 트윈터보라는 레이아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우디 유닛의 튜닝 버전이다. 최고출력 650마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최대토크 86.7kg·m(2,250~4,500rpm)는 오프로드 주행에 맞추어 저회전에 중점을 두었다. 터보차저는 반응성이 우수한 트윈스크롤 타입. 650마력의 최고출력 덕분에 2.2톤의 차중에도 불구하고 마력당 하중 3.38kg/hp를 달성했다. 아울러 V12에 비해 콤팩트한 크기는 구동계 레이아웃과 무게배분 면에서도 유리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이 강력한 토크에 맞추어 토크 컨버터를 전용으로 개발했다. 4WD 시스템은 센터 디퍼렌셜에 토센식 디프록 기구를 넣어 평소에 40:60으로 토크를 배분하고 상황에 따라 70:30부터 13:87까지 배분율을 바꾼다. 리어 디퍼렌셜에는 토크벡터링 시스템을 넣어 조향에 따라 좌우 뒷바퀴의 토크 배분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탐부로라 불리는 운전 모드는 우르스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존재로 만들어준다. 스트라다(Strada: 온로드)와 테라(Terra: 오프로드), 니브(Neve: 눈길)에서는 토크벡터링이 요잉을 유도해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반면 스포츠 주행을 위한 Sport와 Corsa 모드를 선택하면 오버스티어 성격으로 변모시킨다. 테라와 사비아(Sabbia: 모래) 모드는 옵션인 오프로드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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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스는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다양한 가변식 장비들을 종합적으로 제어해 주행성격을 바꾼다. 아벤타도르S에 얹혀 이미 그 효과를 검증받은 4WS 시스템인 리어 휠 스티어링의 경우 전동식으로 뒷바퀴를 좌우 3도까지 방향을 제어함으로써 저속에서 보다 타이트한 턴이 가능하며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높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아울러 높이조절식 에어서스펜션과 전동식 액티브 롤 스테빌라이저는 비포장 노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플랫폼은 폭스바겐/아우디 그룹의 대형 SUV 플랫폼인 PL73을 기반으로 개량했다. 경량화에 많은 공을 들여 스틸과 알루미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한편 프레임리스 도어와 크로스멤버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아울러 휠은 물론 시트 프레임까지 단조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등 돈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부분에서 감량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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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링 랩타임 도전은 올 봄에 예정되어 있다

최강 성능 SUV를 목표로
우루스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출력이 센 SUV는 아니다. 무려 707마력짜리 헬켓 엔진을 얹은 지프 체로키 트랙호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게가 200kg 정도 가벼워 0→시속 100km 가속이 3.6초로 더 빠르며, 0→시속 200km 가속 12.8초는 어지간한 스포츠카들까지도 따돌릴 수 있을 수준이다. 현재 알파로메오 스텔비아QV가 가지고 있는 7분51초7의 양산 SUV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 역시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루스에게 세계 최고속 SUV 타이틀을 안겨줄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도전은 노면 그립이 확보될 올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녹색 지옥을 울릴 황소의 질주는 과연 어떤 결과표를 손에 잡을까? 어쩌면 우르스야말로 황소 엠블럼에 가장 어울리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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