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미래, 방법은 달라도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2018-01-04  |   24,941 읽음


JAGUAR DESIGNER INTERVIEW
재규어의 미래, 방법은 달라도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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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톰슨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디렉터와 박지영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리드 디자이너 (왼쪽부터)

“미래에 모두가 똑같이 생긴 자율주행 밴을 탈 거라는 생각은 버려도 좋습니다.” 재규어 선행 디자인팀 수장 줄리안 톰슨의 말이다. 지난 12월 4일 재규어는 줄리안 톰슨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디렉터와 박지영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리드 디자이너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두 디자이너 모두 재규어의 미래를 이끄는 대표 주자. 줄리안 톰슨 디렉터는 이안 칼럼 재규어 총괄 디자인 디렉터와 함께 현대 재규어의 변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며, 박지영 리드 디자이너는 아시아 최초 재규어 여성 외장 디자이너로 국내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재규어 디자인의 기대주다. 이들의 생각과 말엔 재규어의 미래가 담겨 있는 셈. 그들의 비전은 확고했다. 격변하는 미래에도 재규어는 여전히 아름답고 빠른 자동차를 추구할 거라고. 아래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한 인터뷰 내용이다.

Q :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바뀌어갈 미래에 재규어는 어떻게 브랜드 가치와 특징을 담아낼 것이가?

줄리안 톰슨 재규어는 감성적인 스타일이 강점인 브랜드로서 미래에도 여전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더라도 운전의 즐거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스포츠카를 만들 것이다. 재규어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박지영 자율주행 시대엔 차 안에서의 즐기는 시간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여태까지 재규어가 순수한 스타일과 비율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면,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즐길 시간에 재규어만의 가치를 녹여내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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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출시할 재규어 전기차의 모습이 담긴 I페이스 컨셉트

 

 

Q : 최근 재규어의 미래가 담긴 퓨처 타입 컨셉트를 선보였는데, 이 차에 녹아들었을 미래 재규어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줄리안 톰슨 퓨처 타입 컨셉트는 우리가 실험 정신을 발휘한 모델이다. 앞으로의 인터페이스의 변화, 운전 환경에 대한 변화, 그리고 재규어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질문으로 탄생된 컨셉트카다. 디자인 역시 수많은 아이디어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스타일이 나오기엔 너무 초기 단계라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 다만 우리는 디자인 철학을 항상 유지해왔기 때문에 미래에도 우아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은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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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퓨처 타입 컨셉트​

Q : 지금 2045년을 내다보며 신차를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혹시 20년 전에도 어드밴스드 디자인 팀에서 지금의 상황을 예측했었나?

줄리안 톰슨 어느 정도는 예측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바뀔 줄은 몰랐다. 특히 자동차의 전기화 속도가 가장 놀랍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문제와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전기화 속도에 가속이 붙은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20년의 변화는 지난 20년의 변화보다 더욱 빠를 것이다.

Q : 재규어는 앞으로 컨셉트카를 발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는데, 왜 그런 것인가?

줄리안 톰슨 20년 전만 해도 미래적인 컨셉트카는 의미가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이제 컨셉트카는 2~3년 뒤에 이런 차를 타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만약 그걸 판매하지 않는다면 고객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 실제로 양산할 차만 공개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컨셉트카를 만들긴 하겠지만, 공개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Q : 너무 미래에 대한 얘기만 한 것 같다. 현재로 넘어와서 재규어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줄리안 톰슨 일단 디자인은 아름다워야 한다. 재규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는 완벽한 비율과 라인에 미묘한 선과 그래픽이 더해지는 것이다. 요즘 과하게 꾸미는 스타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스타일의 홍수 속에서 말끔한 스타일이 다시금 빛나게 될 것이다.   
박지영 재규어의 디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비율을 제안하는 것이다. 재규어가 이만큼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아름답고 빠른 걸 추구하기 때문이다. 재규어도 이에 초점을 맞춰 ‘뷰티풀 패스트카’를 목표로 한다.

Q : 최신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 읽는가? 그리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줄리안 톰슨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축이나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주시하는 중이다.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환경오염과 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이를 차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박지영 차만 그려선 안 되고 최대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런던과 가까운 곳에 사는데, 이곳에선 영감을 주는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 디자인 역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 줄리안 톰슨 디렉터는 엔지니어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로서의 장점과 단점이 궁금하며, 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줄리안 톰슨 젊었을 때 등 떠밀려 기계공학과를 다니긴 했었다. 그렇게 좋은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디자인을 하면서 기술적인 지식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엔지니어와 논의할 때 또는 양산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들이 기술적인 지식이니까. 하지만 이게 디자이너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는 기술은 알지만, 고객을 잘 알지 못하니 말이다. 또 엔지니어에게 계속해서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서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Q : 박지영 디자이너는 재규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재규어 최초 아시아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박지영 2년간 RCA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영국 문화에 흥미를 느꼈다. 이 문화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었는데, 재규어는 영국 문화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브랜드일뿐더러 평소 디자인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최고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여성 디자이너로서 장점이나 단점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거니까.

줄리안 톰슨 한마디 덧붙이자면, 박지영 디자이너는 당시 RCA 졸업생 중 최고였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고용했을 뿐, 여성으로서의 가산점이나 불이익 같은 건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글로벌 브랜드로서 더 많은 해외 인력과 여성 직원들의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Q : 마지막 질문, 줄리안 톰슨 디렉터는 실제로 다양한 클래식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던데, 혹시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로서가 아니라 그저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자동차의 미래가 궁금하다.

줄리안 톰슨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동차나 제품에 대한 사람의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자동차가 그저 구입해서 차고에 넣어놓기만 하는 수집품이 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미래에 자동차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자동차 단 한 대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패키지로 판매하거나, 택시의 차종을 선택하는 방식 등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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