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
2017-12-07  |   21,741 읽음


다양한 미국 자동차 문화를 보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


넓은 대륙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자동차는 그야말로 생활의 필수품이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미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유럽이나 일본, 우리나라와는 그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도 특징이며, 지역별로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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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해외에 나가거든 내셔널 혹은 주 단위 이상의 이름을 사용하는 박물관이나 시설은 최소한 평균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있어 손해 볼게 없다고 말이다. 미국 취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조사한 곳이 이런 기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붐비기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복잡한 LA 공항을 출발해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까지의 거리는 약 800km. 중간에 옥스나드를 거쳐 샌라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웨스트 새크라멘토의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기도 한 새크라멘토의 첫인상은 다듬어지지 않은 미국적인 분위기와 세련된 도시가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니는 영화의 주인공이 거쳐 갔을 듯한 호텔을 빠져나와 잠깐 둘러 본 다운타운은 오래된 도시의 느낌으로 가득했다. 웨스트 새크라멘토에서 1박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찾은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다행히 호텔과 가까웠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낡은 창고를 개조한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새크라멘토만큼이나 오래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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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만난 소방차 컬렉션
마치 격납고와 비슷한 분위기에 비해 박물관 입구는 소박하기까지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래된 개라지 특유의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감돈다. 자동차 마니아에게는 매우 반갑고 익숙한 냄새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1983년 캘리포니아 자동차 재단이 설립한 곳으로 일반 공개는 1987년 시작했으며, 토우 포드 뮤지엄이라는 이름을 1997년까지 사용했다. 여기에는 당시 포드 박물관을 제외한 미국 내 가장 큰 포드 컬렉션을 제공한 은행가 에드워드 토우의 도움이 있었다.


1997년부터는 포드 이외에 다양한 자동차들을 전시하면서 토우 자동차 박물관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지금의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이라는 이름은 200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시 차종은 200여 대로 이 중 40%가 캘리포니아 자동차 재단의 소유이며 나머지는 컬렉터들의 차를 임대해 전시하고 있다. 이들이 뜻하는 임대는 단순히 빌려오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컬렉터들이 차를 박물관에 임대하고 박물관은 이 차들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박물관에 비해 실제 움직이는 차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편이다. 또한 클래식카 매매를 겸하는 쇼룸이 함께 있다는 점도 다른 자동차 박물관과 차별화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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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다분히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자동차 역사를 약 120년 전후로 보는데, 이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린 자동차와 그에 따른 문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핫로드와 머슬카, 다양한 종류의 픽업들이 많이 전시되어 미국적인 분위기를 진하게 풍긴다.


운이 좋게도 취재차 방문했을 때는 미국 소방차에 관련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소방관에 대한 대우는 한국과는 천지차이다. 어린아이들이 꼽는 최고의 직업이다 보니 그 파트너인 소방차 역시 인기가 높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이 준비한 소방차 특별전은 소방관과 소방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미 190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에는 화학차가 등장했으며, 다양한 종류의 소방차가 화재 현장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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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반 승용차와 달리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적재한다. 장비 중에는 펌프, 사다리, 화학 탱크 등 당시의 기술력이 집약된 것이 많다. 또한 이들 장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량되어왔다. 먼저 박물관의 디렉터 델타 픽 멜로로부터 전시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소방차 특별 전시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는 그들의 노력과 희생에 대한 존경의 의미이며, 나머지 한 가지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소방차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그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자동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미국의 자동차문화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특별전시 구역을 지나면 본격적인 미국 자동차 역사가 나타난다. 헨리 포드가 포드 T로 미국 자동차 대중화의 길을 열었던 시기에서 시작되는 이 공간에는 1920년의 자동차들로 가득하다. 원래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미국에서 가장 큰 포드 컬렉션이 있었던 곳이다. 포드 박물관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포드 컬렉션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델만 따로 전시한 이 공간에는 포드 T를 기반으로 만든 다양한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편배달용 트럭을 비롯해 화물용 밴, 픽업 등 20세기 초반 미국의 자동차문화가 태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차들이다. 과거에는 픽업만 따로 전시하기도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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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20세기 미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1950년대부터는 크고 화려한 차들이 나타난다. 긴 보닛과 멋들어진 뒷모습은 낭만 가득하고 풍요로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사라진 패커드와 뒤센버그를 비롯해 캐딜락, 콜벳, 썬더버드 등 미국을 상징하는 차들은 유럽 차들과는 또 다른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미국 자동차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V8 엔진을 얹은 머슬카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머슬카 붐은 미국 스포츠카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패스트백의 과격한 보디를 갖춘 머슬카는 V8 특유의 묵직한 배기음과 폭발적인 가속성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크라이슬러 브랜드였던 데소토(De Soto)의 차들이다. 월터 크라이슬러가 1928년 설립한 데소토는 크라이슬러와 공유하는 부품이 많았지만 보다 화려한 디자인의 고급 노선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탐험가 에르난도 데 소토의 이름에서 따온 데소토는 당시 올즈모빌, 뷰익, 머큐리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1960년 브랜드가 없어질 때까지 200만 대 이상 생산되며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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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땅 미국도 1970년대 불어 닥친 오일쇼크를 피할 수는 없었다. 크고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미국차는 이때부터 독특한 개성을 잃어간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에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은 미국 취재 기간 동안 방문했던 곳 중에서 가장 미국적인 느낌이 강하고 미국 자동차문화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오래된 기름 냄새와 꾸밈없는 투박함, 마치 누군가의 손때 묻은 개라지 분위기를 가진 이곳은 미국 자동차문화에 관심이 있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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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스피커의 정체는?
미국인들은 처음 면허를 따고 부모님의 차를 빌려 자동차 극장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것을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 스피커는 자동차 극장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뒤에 있는 고리를 사용해 자동차의 윈도 유리에 걸쳐 사용했다. 카오디오가 등장하기 전에 자동차 극장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자동차 주차위치마다 이런 스피커 걸이용 기둥이 있었다. 당시 자동차 극장에서는 간단한 스낵 종류도 판매했는데 이때 제공되는 쟁반 역시 비슷한 형태의 고리가 있어 윈도에 걸어서 사용했다. 자동차 극장이 라디오 주파수를 사용하게 되면서 이런 유선식 스피커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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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상륙해 흉측해진 유럽차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했던 유럽차들은 미국 상륙을 위해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미국 내 안전규정 때문에 전후 범퍼의 길이를 강제로 늘여야 했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쿤타치(카운타크)나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 심지어 알파 로메오나 페라리 같은 차들에게도 이들 법규가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그 때문에 당시 미국에 수입된 유럽차들은 특유의 디자인 비례를 잃다 못해 흉측한 모습으로 바뀌곤 했다. 가장 최악이라고 꼽히는 람보르기니 쿤타치는 미국 수출을 위해 원래 없던 부품인 우레탄 범퍼를 앞뒤로 달아야 했는데, 이 모습은 당시 미국에 수입되던 스포츠카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
2200 Front Street Sacramento, CA 95818-1107
https://www.calautomuseum.org/
입장료 : 성인 $10, $9 (65세 이상)
 청소년 $5(5-17) 4세 이하 무료
개관시간 : 오전 10부터 오후 5시(마지막 입장은 오후 4시), 매주 화요일 휴무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류장헌  현지 코디네이터 Johan Lee(DRIVE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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