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가문의 미래 전략, 미쓰비시 e-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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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가문의 미래 전략
MITSUBISHI e-EVOLUTION


어려운 시기에 창업 100주년을 맞은 미쓰비시.

SUV와 EV라는 특기를 한데 모은 컨셉트카 e-에볼루션으로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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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도쿄모터쇼. 당시 절정에 달했던 버블경제 덕분에 일본은 돈이 넘쳐났고, 모터쇼에는 온갖 화려한 컨셉트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미쓰비시는 각종 첨단공학과 전자제어 기술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버블 붕괴와 2,000년대 들어 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도쿄모터쇼는 급격히 규모가 축소되어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한편 미쓰비시가 걸어온 길은 이보다 더 험난했다. 제품 결함 은폐와 연비조작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미쓰비시는 한때 대주주였던 다임러-크라이슬러마저도 2005년 손을 뗐고, 결국 지난해 닛산이 주식 34%를 매입해 단독 최대주주기 되면서 르노-닛산 언라이언스 소속이 되었다.

3개의 모터로 네 바퀴를 굴리는 EV SUV
지난 봄 제네바에서 공개되었던 콤팩트 크로스오버 이클립스 크로스가 회사 부활의 중책을 짊어진 글로벌 전략 모델이라면 이번 도쿄에서 공개된 e-에볼루션은 미래전략에 초점을 맞춘 컨셉트카. 게다가 올해는 미쓰비시가 첫 자동차인 A형을 선보인 지 딱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SUV로서의 새로운 가치, EV로서의 새로운 가치, 그리고 시스템으로서의 새로운 가치. 이 세 기둥을 구체화한 테크니컬 프로토타입’이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미쓰비시에 남아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요소들―SUV와 전기차―을 한데 모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가치를 탐구한 작품이다.


강렬한 얼굴과 직선을 많이 쓰면서도 힘이 넘치는 보디라인은 최신 미쓰비시 디자인의 특징이다. 대형 그릴이 달린 얼굴을 다이내믹 실드라 부르는데, 얇은 LED 램프와 그릴 양옆의 크롬 장식을 X자 형태로 만들면서 양쪽의 대형 흡기구를 배치했다. 이 흡기구는 전동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냉각시킬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는 강렬함을 더한다. 얼마 전 공개된 미니밴 엑스펜더와도 많이 닮았다.


보디 형태는 전통적인 SUV의 특징에서 벗어나 있다. 앞뒤 창문을 최대한 눕혀 거의 원박스에 가까우면서도 해치백과 쿠페를 뒤섞은 듯한 크로스오버 감각. 강렬한 전면 마스크와 높은 지상고 등 SUV적 특징을 바탕에 깔면서도 뒤로 살짝 경사진 지붕, Y자형 리어 램프가 속도감을 더한다. 덕테일을 떠올리게 하는 엉덩이의 육각형 부분은 파제로의 스페어타이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비행기 날개 모양의 C필러는 보기에 멋질 뿐 아니라 차체 뒤쪽으로 흐르는 기류를 제어하는 공력기술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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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SUV와는 차별화된 보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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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필러가 없어 승하차가 편하다

인테리어는 간결하면서도 IT 시대로의 변화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대시보드에는 다양한 정보를 전하는 모니터를 꽉 채워 배치하는 한편 스티어링 칼럼에는 소형 계기판을 플로팅 방식으로 배치했다.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자율운전 시대에 발맞추어 스티어링 휠은 절반을 싹뚝 잘라 U자 형태로 만들었다. 덕분에 전방시야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대형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 후방 시야와 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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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를 가득 채운 모니터에 비해 조그만 계기판을 플로팅 방식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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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포워드 디자인과 글라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이 뛰어나다

운전 기량을 높여주는 코칭 기능 탑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최초의 양산차(i-MieV)를 판매했던 미쓰비시는 전기차 분야의 선구자 중 하나다. 이번 작품에서는 3개의 모터로 고성능을 추구했다. 앞에 하나, 뒤에는 듀얼 모터식 AYC(Active Yaw Control)를 배치한 트리플 모터 구성으로, 미쓰비시의 차량 운동제어 시스템인 S-AWD가 뒷바퀴 좌우 토크를 실시간 제어해 움직임을 다잡는다. 운전석 시프트레버 바로 앞에는 랜드로버 등 고급 SUV에서 볼 수 있는 지형반응 시스템용 스위치도 갖췄다. EV이면서도 오프로더 메이커로서의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 특징.


아울러 아직 양산차에 흔치 않은 전동식 브레이크 캘리퍼를 달았다. 브레이크 제어에 의한 주행안정장치는 이미 익숙하지만 전동식 브레이크는 높은 응답성과 정밀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요즘 발표되는 컨셉트카들은 대부분 자율운전을 기본으로 상정한다. 그런데 e-에볼루션은 조금 다른 접근법을 더했다. 다양한 센서로 차의 움직임과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자율운전이라면, e-에볼루션은 자신의 운전방식과 드라이버의 실제 운전을 비교해 어드바이스 하는 ‘코칭’ 기능을 제공한다. AI의 운전방식이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자동차가 드라이버의 기량을 높인다는 점에서 AI의 색다른 활용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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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모터 네바퀴 굴림으로 노면을 가리지 않으며 운전자 코칭 기능까지 갖추었다


컨셉트카 e-에볼루션은 창립 100주년의 기념작으로는 조금 간소하다. 그만큼 미쓰비시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뜻인지로 모른다. 그래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회사의 비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란에보 부활의 신호탄이 아닐까 하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네 바퀴를 굴리는 고성능 EV 4WD라면 그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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