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IT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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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SERIES
노인과 IT 바다


최신 IT 기술로 버무려진 세단과 차알못(차를 알지 못하는 사람) 노인의 만남.

80대 노부부는 5시리즈의 최첨단기술을 경험하고 뭐라고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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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 씨(84) ♡ 영희 씨(86)
지금까지 두 부부가 소유했던 애마는 대림혼다 DH88, 대림 CITI100, 대림 텍트. 네 바퀴 탈것은 뒷자리에만 타봤고, 8학년이 되었으니 두 바퀴 탈것을 졸업한 지도 꽤 됐다. 자녀와 손주의 자동차는 다양하게 경험해봤으나 한 대의 차를 샅샅이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 기철 씨가 최고로 꼽는 차는 기아 봉고 1톤 트럭, 짐을 잔뜩 싣고 험한 산길을 거침없이 오르는 모습에 반했다고. 영희 씨 생애 최고의 차는 큰 아들이 태워줬던 대우 에스페로다. 그 차가 생기고 난 뒤 어머니의 산소에 좀 더 자주 찾아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진 선생님, 우리 손자가 잘 하고 있나요?”
“저 땀 좀 봐. 얘, 사진가님 더운데 햇볕에 계셔서 어쩌니.”
“사진가 선생님, 물 좀 들어요.”
“사진 양반은 쉬지도 못하고 큰일이다, 참.”
영희 씨는 차보다 서울에서 찾아온 손님(포토그래퍼)이 신경 쓰였다. 멀리서 온 분이 혹시나 불편할까 내내 노심초사했다. 그녀의 지극한 배려심과 포토그래퍼를 매번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능력은 올림픽 금메달감이었다.
기철 씨는 최신 고급세단을 탄 것이나, 이런저런 신기술을 알게 된 것보다 손주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단다. ‘잡지 에디터’라는 말을 설명하기 어려워 그저 ‘기자’라고 말씀드리면, 그럼 방송국에서 일하는 건지, TV 뉴스에 나오는지 되묻던 기철 씨였다.
신형 5시리즈(G30)는 당초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BMW는 브랜드 대표 모델의 첫 공개 장소로 디트로이트가 아닌 라스베이거스를 택했다. 디트로이트모터쇼보다 며칠 앞서 열린 CES 2017에서 자율주행 및 자율주차 시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단순한 홍보 전략이라기보다는 자동차를 둘러싼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암시하는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신 비즈니스 세단을 더 이상 내연기관 탈것이 아닌, 움직이는 IT 기기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디스플레이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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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 씨 이건 뭐하는 거냐?
손자 차 키에요. 열쇠.
기철 씨 꼭 휴대전화처럼 생겼구나. 열쇠가 왜 이렇게 큰 게야?
손자 기능이 많아서 그래요. 그걸로 차 문도 잠그고, 가운데 화면을 눌러서 차를 타기 전에 미리 에어컨/히터를 틀어놓거나, 차에 타지 않고도 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요.
기철 씨 거 참.
영희 씨 그러니까, 이모콘(영희 씨는 리모컨을 이렇게 부른다) 같은 거구나?
손자 네 맞아요, 할머니. 이 차에는 적용이 안 됐지만 차 밖에서 이 열쇠로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일 수도 있어요. 운전자가 내려서 좁은 공간에 주차할 때 쓰는 기능이에요.
기철 씨 사람이 안 타고도 차가 움직인다고? 그럼 핸들(스티어링 휠)은 누가 돌린다니?
손자 이 열쇠로 사람이 원격조종하는 거예요.
영희 씨 그 뭐냐. 우리집 로봇청소기를 네가 이모콘으로 움직이고 그러더니, 그거랑 똑같은 거겠구나?
손자 맞아요, 할머니.
영희 씨 살다 살다 이런 열쇠를 다 보는구나.
손자 따로 살 수 있다면, 갖고 싶으세요?
영희 씨 얘, 이런 걸 내가 가져서 뭐하니. 난 쓰지도 못할 걸.

 

 제스처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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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할머니, 손을 이렇게 빙빙 돌려보세요.
영희 씨 이렇게 허공에? 어머, 얘 소리 좀 줄여라. 라디오 소리 좀!
손자 손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리세요, 할머니.
영희 씨 라디오 소리를 지금 내가 줄이고 있는 거니?
손자 맞아요. 이렇게 허공에 손을 돌리면 소리가 커지고, 반대로 돌리면 소리가 작아져요. 또 이렇게 하면 음악이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렇게 하면 전화를 받고요. 이렇게 하면…….
기철 씨 버튼을 누르면 될 걸, 무슨 짓이냐. 정신 사납게…….
영희 씨 그러게. 버튼 누르는 게 쉽지, 손을 휘젓는 건 너무 어려워. 할머니는 방금 네가 보여준 동작들 하나도 기억 못한다.
손자 지금이야 제가 운전석에 앉아 있으니까 버튼을 누르지만, 이다음에 운전석 없는 차가 나오면 굳이 앞자리에 앉지 않고도 이런 기능을 조정할 수 있어야 되잖아요. 그때가 되면 엄청 중요한 기능이 될 거예요.
기철 씨 운전석이 없으면 차가 어떻게 되는 거냐?
손자 목적지만 지정하면 차가 알아서 데려다주는 거예요. 사람은 출발지에서 타서 도착하면 내리면 끝인 거죠.
영희 씨 그런 차 나오면, 너나 네 아비가 덜 힘들어서 좋겠구나.
기철 씨 그래도 손을 이렇게 휘젓는 건 남사스럽다. 손가락만 가딱하면 될 걸 정신 사납게 팔을 왜 휘젓는지…….
영희 씨 그래, 차라리 멀리 앉아 있을 땐 아까 그 이모콘(리모컨)을 쓰면 되지 않니?

 

 어라운드뷰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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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여기 화면을 좀 보세요.
영희 씨 이게 다 뭐니?
손자 제가 차를 움직여 볼게요. 화면을 계속 보세요.
영희 씨 뭐가 자꾸 움직이는구나.
손자 이건 이 차를 저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보여주는 거예요. 차 주변에 장애물이나 사람이 없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건 여기 길바닥이에요. 이건 저 화단이고, 저건 저기 세워진 차고요. 그리고 이건 차 바깥에서 차의 특정 방향을 바라보는 것처럼 화면에 표시해서 장애물을 살필 수 있게 한 거고요.
기철 씨 그러니까 저기 저 위에 카메라가 여길 찍고 있다고?
손자 아니요, 할아버지. 허공에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니고, 차 앞뒤, 좌우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합성해서 이렇게 먼 허공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만든 거예요.
영희 씨 그럼 이 옆에서 찍은 건 어떻게 된 거니? 난 또 저 옆에 사진가 선생님이 찍어주신 건 줄 알았지 뭐니.
손자 그것도 마찬가지에요. 이 차에 달린 카메라 영상을 합성해서 꼭 밖에서 이 차 주변을 찍은 것처럼 만든 거예요.
영희 씨 신기하다 얘. 밖에 내다 볼 것도 없겠다 이제.
기철 씨 나는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가 보이질 않는데 어디서 뭘 찍었다는 건지, 원

 

 스마트 테일게이트(컴포트 엑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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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할아버지, 차에 짐 실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기철 씨 트렁크 열고 짐 넣으면 되지.
손자 그럼 트렁크 열 땐 어떻게 하면 돼요?
기철 씨 열쇠로 열고 덮개를 열면 되잖니.
손자 할아버지 주머니에 열쇠 넣어 드릴게요. 차 뒤에 가서 아래쪽에 발길질 한 번 해주세요. 진짜로 차를 뻥 차시면 안 되고, 허공에 살짝 차는 시늉만 해주세요.
기철 씨 이렇게 말이냐?
영희 씨 웬일이니. 문이 그냥 열린다, 얘.
손자 두 손에 짐 들었을 때 편하게 실을 수 있도록 여기(뒤 범퍼 하단)에 발길질을 하면 문이 열리도록 만든 거예요.
영희 씨 편하긴 하겠다만, 이렇게 좋은 차 궁둥이를 뻥뻥 차서 어쩌면 좋니?
손자 할머니, 그래서 살짝 허공에 하는 시늉만 하는 거예요.
영희 씨 나 같은 사람은 무릎이 안 좋아서 발 들다가 넘어지겠다, 얘.
기철 씨 난 이거 마음에 든다. 과일상자나 쌀 포대 나를 때 필요하겠어. 네 아비 차도 이런 거 되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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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할아버지, 할머니, 이것 보세요.
영희 씨 얘가 핸들(스티어링 휠) 놓고 뭐하는 거니? 위험해!
손자 지금 차가 알아서 운전하고 있는 거예요.
기철 씨 악세레다(가속 페달) 안 밟아도 차가 간다는 거냐?
손자 그럼요. 속도만 지정하면 돼요.
영희 씨 앞차가 갑자기 서면 어쩌려고? 앞에 잘 봐라, 브레끼(브레이크) 밟아야 해.
손자 차가 알아서 거리를 재다가, 앞 차와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이고, 앞차가 서면 따라서 서요.
기철 씨 지금 핸들(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는데 알아서 돌아가는 거냐?
손자 네, 할아버지 여기(룸미러 뒤편)에 있는 카메라가 좌우 차선을 읽고 그 사이 차로를 따라 달리도록 핸들(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거예요.
영희 씨 얘, 그만해라. 불안하구나.
손자 안 그래도 지금 경고 메시지가 뜨고 있어요. 핸들(스티어링 휠)에서 너무 오래 손을 떼는 건 아직 위험해요. 물을 마시거나 선글라스를 쓸 때 잠시 의지하는 정도로는 사용할 만하겠지만.
기철 씨 차한테 운전을 맡길 수 있다니 내 눈으로 보고도 거짓말 같다, 거 참. 차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신기한 건 신기한 거고, 한두 푼 하는 차도 아닐 텐데,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
손자 많은 자동차 회사가 앞으로 10년 안에 운전자 없이 알아서 움직이는 차를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어요.
영희 씨 너나 네 아비 운전 안 시켜도 되는 건 좋다만, 할미는 그런 차 무서워서 못 탈 것 같다.
기철 씨 암, 운전은 사람이 해야지. 기계만 믿으면 못 써.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의 힘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야.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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