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스토리- 국산 경차부터 르망 경주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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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경차부터 르망 경주차까지
RIVALS' STORY


좋은 라이벌은 경쟁심을 부추겨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높은 성능, 최고의 완성도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 자동차 세상에 숨겨진 다양한 라이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아메리칸 포니카 열전 

포드 머스탱 vs 쉐보레 카마로 vs 닷지 챌린저      

포니카는 스포티하고 성능지향적이면서도 콤팩트하고 합리적인 자동차라고 설명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해 등장했던 이 새로운 장르는 미국 자동차 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그중 몇몇 모델은 지금까지도 생존(혹은 부활)해 있다.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와 닷지 챌린저라는 포니카 삼총사가 바로 그들.


포니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름은 포드 머스탱이다. 당시 포드 부사장이었던 리 아이아코카의 주도하에 개발된 이 차는 엔트리 모델이던 팰콘의 플랫폼을 활용해 가격을 낮추면서 롱노즈 숏데크의 매력적인 디자인, 다양한 옵션과 엔진 선택권으로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번의 오일 쇼크, 일본산 쿠페의 도전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진화를 거듭한 머스탱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가장 최신형은 2014년 발매된 7세대. 시대 흐름에 맞춘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고, 우핸들 차를 처음 선보이는 등 글로벌화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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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머스탱


반세기 전 머스탱의 엄청난 성공은 수많은 라이벌들을 탄생시켰다. 플리머드 바라쿠다, 쉐보레 코르베어, AMC 재블린 등이 속속 등장한 것. 포니카는 판매량이 많았을 뿐 아니라 다양한 옵션과 고성능 엔진으로 회사 수익에 도움을 주었고 무엇보다도 젊은층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쉐보레는 판매가 신통치 않은 코르베어 대신 1967년 카마로를 선보여 머스탱의 대항마로 삼았다. 1969년 머스탱을 꺾고 SCCA 트랜스앰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4세대를 마지막으로 2002년 단종되었던 카마로는 4년 후 컨셉트카로 부활, 2009년에 5세대 카마로가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씨의 손에서 태어난 멋진 스타일링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도 도 빛을 발했다. 현행 모델은 2015년 등장한 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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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는 앞선 두 모델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인기가 저조했던 플리머드 바라쿠다의 E보디 플랫폼에 휠베이스를 연장하고 대범한 근육질 보디 라인을 더해 1970년 등장했다. 챌린저는 앞선 두 차에 비해서는 부침이 심한 인생을 살았다. 74년 일단 단종된 후 77년 부활했고, 다시 83년 단종되어 오랫동안 모습을 감추었다. 2008년 재탄생한 현행 4세대는 크라이슬러-벤츠 합작 시절의 유물인 LC 플랫폼을 뼈대로 삼아 초대 챌린저의 트윈서클램프와 보디 라인을 되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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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지 챌린저


60~70년대 불타올랐던 포니카와 머슬카의 인기는 두 번의 석유파동과 80년대 불황을 거치며 차갑게 식어버렸다. 넘쳐나던 모델들 역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지만 머스탱, 카마로, 챌린저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탱은 여전히 포니카의 상징이다. 그러면서도 4기통 2.3L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 반면 챌린저는 보다 미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V8 헤미 엔진은 6L가 넘는 배기량에 구식 OHV 밸브를 쓴다. 2015년에 50번째 생일을 맞은 카마로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7분29.6초의 랩타임(카마로 ZL1) 기록을 세워 직선에서만 빠르다는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이들 세 모델의 활약은 포니카, 아울러 미국 자동차 역사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수진 편집장

 한지붕 두가족
현대 포터 VS 기아 봉고 

 

한지붕 식구의 경쟁도 재밌다. 이들의 경쟁은 32년 전 시작됐다. 현대 포터, 기아 봉고의 이야기다. 한솥밥을 먹게 된 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왔다.


1톤 트럭 시장은 현대-기아가 양분하고 있다. 1톤 트럭 시장에 먼저 진출 한 것은 기아 봉고다. 기아는 1980년 마즈다 봉고(2세대) 트럭을 들여와 면허 생산했다. 봉고는 후륜에 복륜타이어로 짐칸 높이를 낮추고 앞쪽에 승용차형 위시본 방식을 사용하는 등 선진 개념의 설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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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봉고

현대는 1986년이 되어서야 포터를 내놓았다. 현대의 상용차 생산을 막은 자동차산업합리화조치가 풀리고 나서야 다시 등장한 것. 포터 역시 미쓰비시 델리카(2세대)를 밑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봉고의 후발주자인 만큼 차체크기와 엔진출력을 봉고보다 키워 상품성을 높였다. 봉고보다 10마력 높은 2.5L 80마력 엔진을 얹고 9cm 더 넓은 실내를 강조했다. 봉고와 포터는 경쟁자와 구분되는 차별화 노선을 택했다. 트럭에 노하우가 많았던 기아는 화물차의 기능성을 강조했고, 승용차에 도가 튼 현대는 편안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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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포터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모델이 97년 등장한 봉고 프론티어와 93년 등장한 뉴포터다. 봉고 프론티어는 캐빈 크기가 포터보다 넉넉해 큰 키의 성인 남자도 머리공간에 여유가 있어 운전자세가 편했다. 1.4톤과 2.5톤 형식도 추가됐다. 마이티는 2.5톤까지 있어서 1.25톤이 가장 큰 포터와 구분되었다. 기존 중형 이상의 트럭에 적용되는 틸팅캡으로 정비편의성도 크게 좋아졌다. 1톤 트럭은 시트 밑에 엔진이 위치해 있는 탓에 정비편의성이 부족한데 이것을 해결한 설계였다.


1993년 등장한 뉴포터는 온화한 디자인에 승차감을 우선시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승용차 같은 편안함을 강조했다. ‘중량짐은 봉고, 부피짐은 포터’라는 말도 이때 생겼다. 짐을 싣는 화물차 역할로는 봉고가 편리하고, 가벼운 짐을 싣고 다니기엔 운전편의성이 좋은 포터가 낫다는 소비자들의 평가였던 셈이다.


현대-기아가 합병된 뒤에도 포터와 봉고의 명맥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한집 식구가 되어 예전 같은 맞대결을 벌일 이유가 없어졌다. 2004년 동시에 이루어진 풀 모델 체인지에서는 두 차가 형제처럼 보일 만큼 비슷해졌다. 포터2는 봉고3를 의식한 듯 캐빈이 커지며 운전자세를 개선했다, 봉고3 역시 포터2와 유사한 디자인의 캐빈으로 한지붕 식구가 되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엔진만큼은 서로 다른 것을 사용했다. 포터2는 기아 쏘렌토(1세대)의 2.5L 123마력 A엔진, 봉고3는 2,900cc 123마력 J엔진을 얹었다. 봉고3와 포터2의 최고출력은 동일했지만 배기량이 큰 봉고3가 저회전 힘이 더 좋았고 실제성능 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에는 봉고3가 포터2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표를 달았다.


2012년에는 유로5를 만족하는 A2엔진을 얹으면서 엔진까지도 같아졌다. 프레임은 서로 달랐지만 비슷한 디자인에 파워트레인까지 동일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봉고3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엔진이 같다면 운전편의성이 좋은 포터가 더 낫다는 고객들의 선호에서 비롯됐다.
이인주 기자

에어컨과 냉장고의 전쟁
기아 모닝 VS 쉐보레 스파크

 

국내 경차 시장의 맞수, 모닝과 스파크의 본격적인 라이벌 관계는 2008년 시작됐다. 배기량 800cc 미만의 기존 경차규격에서 1,000cc 미만으로 상향조정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소형차 모닝이 경차로 편입되면서다. 불만인 쪽은 GM대우였다. 몇 년간 경차 시장을 독점하던 GM대우는 기아 모닝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신차개발에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에 제도도입 유예를 주장했지만 1.0L 엔진이 없는 GM대우를 배려해 이미 한 차례 도입을 미뤘던 터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기아 모닝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경차로 편입되면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마티즈는 모닝의 더 크고 넓은 차체와 200cc 큰 배기량 앞에서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8년 동안 경차 1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듬해인 2009년, 마티즈도 풀 모델 체인지되었지만 무거운 차체로 인한 연비저하와 성능부족으로 인기는 부진했다. 2011년에는 쉐보레 브랜드 출범과 함께 스파크라는 이름으로 바꿔달았다. 국내에서 마티즈라는 브랜드 밸류를 지우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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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닝


이후에도 엔진과 변속기를 개량하며 꾸준히 상품성을 끌어올렸지만 기아 모닝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쉐보레 스파크가 6년 만에 신형으로 바뀌면서 에어컨과 냉장고의 전쟁이 시작됐다. 스파크는 이전부터 튼튼했던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을 확대적용하고 전방충돌경고, 차선이탈경고, 사각지대경고 시스템을 기본으로 달아 안전성을 강조했다. 당시 모닝은 출시한 지 4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던 상황. 모닝은 스파크가 등장한 첫 달,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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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


그런데 바로 다음 달, 모닝이 반격에 들어갔다. 구입 고객에게 130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내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 신차 스파크도 이에 맞서 스마트 워치를 제공했지만 약효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파크는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출시 몇 달 만에 월간 판매량이 모닝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2015년은 모닝의 완승이었다. 김장철에 김치냉장고를 증정하는 시의적절한 전략이 주효했다.


경차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은 해가 바뀐 뒤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기아는 200만원 상당의 에어컨을 사은품으로 내걸었다. 차 가격의 20%에 이르는 사은품 혜택은 국산차 시장에서 전례가 없었다. 연초에 140만원 현금할인을 제공한 스파크가 월간 판매실적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쉐보레도 이에 질세라 5월에 230만원 상당의 냉장고를 제공했다. 이 덕분에 스파크는 2016년 7만8,000대를 팔아 모닝과 6,000대 가까이 차이를 벌리며 시장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승자라는 명예는 얻었지만 대당이익이 적은 경차에서 일어난 에어컨-냉장고 전쟁은 누가 봐도 도가 넘은 출혈경쟁이었다.


한편 올해 1월 새롭게 바뀐 기아 모닝은 경차 판매 1위를 사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스파크는 다시금 사은품 전쟁의 발동을 걸었다. 모닝은 아직 현금 20만원 할인혜택 외에 추가할인이 따로 없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 싸움은 쉽게 과열 경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냉장고-에어컨 전쟁이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인주 기자

 

 르망 24시간 역사의 디젤 시대를 열다
아우디 R10 vs 푸조 908HDi FAP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푸조가 르망 24시간 재도전을 선언했다. 90년대 초 2연승의 위업을 달성했던 푸조가 아우디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일어선 것이다.


모터스포츠 발원지 중 하나인 르망은 세계 최고의 내구레이스 이벤트, 르망 24시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80년대 이미 포르쉐의 장기집권을 허용한 바 있는 르망은 2000년대 들어 또다시 독일에게 점령당한 처지였다. 아우디가 직분사 엔진을 얹은 R8로 2000년~2005년 사이 5승을 휩쓴 것이다. 2003년 우승차인 벤트리 스피드8도 사실은 아우디 엔진이었다.


잘 나가던 아우디는 2006년에 디젤 경주차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R10에 얹은 V12 5.5L의 직분사 디젤 엔진은 700마력의 출력에 무려 122kg·m가 넘는 무지막지한 토크를 자랑했다. 저회전에서 높은 토크를 내고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은 르망과 잘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모터스포츠계에서 디젤은 아직 낯선 존재였고 크나큰 모험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대성공. R10은 뛰어난 연비를 앞세워 3연패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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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 R10


차체 옆에 커다랗게 써붙인 TDI 로고는 폭스바겐 디젤 엔진의 명칭이다. 디젤 기술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라 자부하던 푸조에게는 위기였다. 게다가 르망은 프랑스의 안마당. 아우디의 독주를 계속 허용하기에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결국 2007년부터 내구레이스 복귀를 선언한 푸조가 새로운 디젤 경주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2006년 파리모터쇼에 전시된 908 RC는 신형 경주차를 위한 디자인 컨셉트였다. 오픈형인 R10과 달리 벤틀리 스피드8 같은 쿠페 보디를 선택했고 엔진은 V12 5.5L 직분사 디젤. 730마력의 최고출력에 최대토크 122.4kg·m를 냈다. 푸조는 이 경주차에 908HDi FAP라는 이름을 붙였다. HDi(직분사 디젤)와 FAP(분진필터) 모두 푸조 디젤 양산차에 사용하는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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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geot 908 HDi FAP


2007년 르망 24시간. 테스트 주행부터 빨랐던 908HDi FAP는 아우디를 밀어내고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독일-프랑스 메이커 간 디젤 경주차 라이벌전은 초반부터 격렬했지만 승리의 트로피는 아우디 R10의 몫이었다. 푸조는 10랩 뒤처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듬해 푸조는 성능을 더욱 갈고 다듬어 1~3 그리드를 독차지했다. 개선된 스피드를 바탕으로 레이스 초반 선두권을 지켰다. 하지만 한밤중 내린 비가 경기의 양상을 바꾸어 근소한 차이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2009년 역시 폴포지션은 푸조의 몫이었다. 디젤 규정이 더욱 빡빡해지는 바람에 랩타임은 1년 전보다 4초 가량 늦었지만 그래도 아우디보다는 여전히 빨랐다. 이해 푸조는 드디어 르망 우승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게다가 1, 2 피니시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영광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듬해 3대 모두 리타이어라는 결과를 남긴 푸조는 회사 경영 상태를 이유로 르망 도전 중단을 선언했다.


푸조 퇴진을 기점으로 르망 24시간 역사의 디젤 시대를 열었던 아우디-푸조의 전쟁 역시 서서히 막을 내렸다. 2012년부터는 푸조의 빈자리를 가솔린 하이브리드 머신을 내세운 토요타가 대신했고, 2014년 포르쉐가 돌아오면서 싸움의 양상은 디젤-휘발유 경쟁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디젤게이트 여파로 아우디마저 퇴진을 선언하면서 이제 더 이상 ‘우우웅~’ 하는 디젤 머신들의 바리톤 사운드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수진 편집장

 

 프로덕션 랠리카의 마지막 세대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vs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현재 WRC를 달리는 랠리카들은 친근한 외모와 달리 사실상 랠리 전용 경주차다. 현대 i20를 예로 들면 1.6L 터보 엔진이나 서스펜션 구조는 양산차와 완전히 다르며 네바퀴굴림 역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다. 이렇게 대폭적인 변경이 가능해진 것은 90년대 말 도입된 월드랠리카 규정 덕분이다. 그룹A 시절에는 양산차에서 구조를 크게 바꿀 수 없었던 데다 의무생산 규정까지 있어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규 참가를 가로막았다. WRC 참가를 위해서는 우선 고성능 네바퀴굴림 소형차부터 시장에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랠리 규정이 정착되면서 푸조, 시트로엥, 포드 등이 소형 해치백 베이스로 랠리카를 제작했고, 그룹A는 자연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룹A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모델로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과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가 있다. 두 차 모두 일본에서 태어났고 동시대 WRC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2.0L 터보 엔진에 네 바퀴를 굴린다는 점도 같다. 뛰어난 랠리 성적과 함께 도로 위에서도 강력한 면모를 보인 호적수. 게다가 랠리카와 실제 양산차가 전혀 다른 물건인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양산차이되 랠리카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로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일명 ‘란에보’라 불리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은 그룹A 규정을 따른 마지막 WRC 랠리카로 기억된다. 첫 등장은 1992년. 10세대 랜서 세단을 바탕으로 개발된 첫 번째 랜서 에볼루션(에보Ⅰ)은 갤랑 VR-4용 4기통 2.0L 터보 250마력 엔진으로 네 바퀴를 굴렸고, 93년 몬테카를로 랠리를 통해 WRC에 데뷔했다. 첫승은 에보Ⅱ로 거둔 1995년 스웨덴 랠리. 96년에는 토미 마키넨이 에보Ⅲ로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올랐다. 미쓰비시는 토크 벡터링의 원조인 AYC(Active Yaw Control)와 ACD(Active Center Differential), 미스파이어링 시스템으로 달려진 PCCS(Post Combustion Control System)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5세대는 98년 드라이버즈와 매뉴팩처러즈 더블 타이틀로 이제 막 도입된 월드랠리카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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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99년 등장한 에보Ⅵ는 규정 변경에 따른 리파인 버전. 이때는 사실상 양산차와 랠리카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토미 마키넨은 란에보로 96~99년 4연속 드라이버즈 챔피언(98년에는 더블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쓰비시가 2001년부터 월드랠리카 투입을 결정하면서 란에보의 그룹A 활동은 끝을 맺었다. 7세대 이후 란에보는 WRC와 직접적인 관계가 끊어진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등장한 10세대가 2015년에 단종됨으로써 란에보의 화려했던 역사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양산형 랠리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대가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다. 비슷한 시기에 도로와 WRC에서 자존심 경쟁을 벌인 두 모델은 그야말로 호적수였다. 임프레자의 경우 레거시를 대체하며 1993년 제9전 핀란드에서 WRC에 데뷔했다. 양산차는 이듬해인 94년 판매를 시작했다. 무게중심이 낮은 수평대향 4기통 엔진과 좌우대칭형 구동계는 스바루만의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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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97년부터 월드랠리카를 투입한 스바루이기에 그룹A 활동은 1세대 임프레자를 베이스로 했던 1996년까지 4년간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활약 덕분에 임프레자 WRX STi는 란에보에 필적하는 일본 고성능 양산차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룹A 시절에만 매뉴팩처러즈 챔피언 3회, 드라이버즈 챔피언도 1회 차지했다. 2007년부터는 기존 세단형 대신 3세대 베이스의 해치백형으로 보디 스타일이 바뀌었고, 처음으로 자동변속기 버전이 더해졌다. 스바루는 2008년 12월, WRC 활동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임프레자라는 이름으로 엔트리한 것이 1993년이었으니 동일 차명 워크스 엔트리로는 최장 기록(14년)이다.


그룹A 시대가 끝남에 따라 란에보와 임프레자는 WRC와의 연결점이 사라졌다. 미쓰비시가 10세대를 끝으로 단종을 결정한 것과 달리 스바루는 다른 선택을 했다. 임프레자라는 이름을 버리고 WRX STi라는 별도 모델로 분리시킨 것. 플랫폼은 여전히 공유하지만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고 차체도 넓어졌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등 서킷 레이싱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WRX STi는 여전히 스바루의 고성능 이미지를 이끌고 있다.
이수진 편집장

  F1 드라이버 최고의 라이벌은?
아일톤 세나 vs 알랭 프로스트

 

모두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는 무척이나 흔하다. 따라서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라이벌을 꼽아야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니키 라우다 vs 제임스 헌트 혹은 마이클 슈마허 vs 페르난도 알론소의 신구 대결도 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천재’ 아일톤 세나와 ‘교수’ 알랭 프로스트가 벌였던 치열한 챔피언 쟁탈전이야말로 진정 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를 통틀어 첫손에 꼽힐 만한 스타 두 명이 맞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F1 관객들은 축복받은 세대였다. 


브라질 출신의 세나는 부유한 사업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원래는 부친의 사업체를 물려받았을 터이지만 4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레이싱 카트 덕분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13살에 카트 레이스에 뛰어든 세나는 1977년 남미 카트 챔피언에 올랐고 1981년 유럽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F1 데뷔는 1984년 톨레만팀에서였다. 머신 성능은 형편없었지만 세나의 천재성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폭우가 내린 제6전 모나코 그랑프리. 13그리드에 출발한 세나는 극도로 미끄러운 노면 위를 신기의 테크닉으로 극복하며 순식간에 2위로 뛰어올랐지만 경기가 31랩으로 단축되면서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당시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바로 맥라렌 소속이던 알랭 프로스트. 세나와 프로스트와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의 시발점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알랭 프로스트는 1977년 포뮬러 르노 유럽 챔피언, 78년 F3 유럽 챔피언을 거쳐 1980년 맥라렌에서 F1 데뷔했다. 당시 맥라렌 머신은 신뢰성 부족으로 경쟁력이 없었다. 하지만 르노 이적 후 84년 복귀한 맥라렌은 많이 달랐다. 프로스트는 강력한 85년과 86년 2연속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프랑스인 최초의 F1 챔피언이었다. 


세나와 프로스트의 챔피언 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는 1980년대 말.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세나가 로터스를 거쳐 맥라렌으로 이적하면서 원숙기에 접어든 프로스트와 한 팀이 되었다. 88년에는 불과 3점 차이로 세나가, 이듬해에는 16점 차이로 프로스트가 드라이버즈 챔피언이 되었다. 88년에 맥라렌팀은 세나와 프로스트 합작으로 16전 중 15승을 휩쓸었다. 당시 이 둘의 활약에 밀려 다른 팀에서 우승은 꿈도 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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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가 페라리로 이적한 90년에는 세나가 7점 차이로 챔피언을 차지했다. 특히나 89년과 90년 일본 그랑프리는 두 라이벌의 투쟁심이 폭발한 경기였다. 시즌 막바지에 챔피언 향방이 걸린 중요한 일전에서 두 대의 머신이 뒤얽혀 2년 연속 노 포인트에 머물렀다. 프로스트가 92년 1년간의 휴식기를 가지며 중단되었던 라이벌전은 93년 재개되었다. 그해는 윌리엄즈로 이적한 프로스트의 낙승이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1994년 비극적인 사고로 끝을 맺었다. 당시 세나는 최강 윌리엄즈팀으로 이적했고, 프로스트마저 은퇴해 무난히 챔피언이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제3전 산마리노 그랑프리. 고속 코너 탐브렐로에서 세나의 윌리엄즈 FW16이 시속 314km로 콘트리트벽을 들이박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 오후 6시40분, 아일톤 세나는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대부분의 라이벌들이 메스컴과 팬들의 과도한 대결구도 만들기로 인해 실제보다 사이가 나쁜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세나와 프로스트 역시 그랬다. 경기 중에는 치열했지만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세나 추모 인터뷰에서 프로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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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거의 매일 세나 생각을 한다. 그가 없어짐으로써 나의 소중한 추억 역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동기부여를 위해 라이벌이 필요함을 알았고, 나를 물리치기 위해 자신을 불태웠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존경했다. 나는 그가 레이스에 100% 집중한다는 점에 매료됐습니다. 그는 설사 머신에 트러블이 생긴다 해도 본능적으로 달리려 했다. 그와 함께 레이스를 뛰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이수진 편집장

 플랫폼의 미래를 짊어진 레이싱 게임들
그란투리스모 vs 포르자 모터스포츠

 

 

레이싱 게임 중에서 라이벌을 관계를 꼽자면 그란투리스모(GT)와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게임 플랫폼―소니 플레이 스테이션/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의 대표작들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그란투리스모가 훨씬 빨랐다. 1997년에 등장한 그란투리스모는 당시 기준으로 사실적인 움직임과 다양한 차종 리스트를 갖추어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는 홍보 문구에 딱 들어맞았다. 2013년 기준 누적 판매량 7,000만 장을 넘긴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현재도 가장 인기 있는 레이싱 게임 중 하나. 현재 PS3용 GT6까지 나왔고 2013년 판매를 시작한 PS4용 그란투리스모 스포트(GT Sport)는 개발 중이다. GT6의 후속이 아니라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FIA와 손잡고 전세계인들이 온라인 경주를 벌이는 스핀오프 성격의 타이틀. 신형 플랫폼을 활용하는 만큼 4K 화면과 60프레임, HDR, 와이드 컬러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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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자 모터스포츠는 2005년 등장했다.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엑스박스였다. 시리즈 3탄에 이르러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넘기며 순조롭게 인기를 얻었다. 강력한 하드웨어의 성능을 살린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한 포르자는 발매일을 연기하기 일쑤인 그란투리스모와 달리 2년 마다 꾸준히 신작을 더해왔다. 덕분에 출발이 8년 늦었음에도 벌써 여섯 번째 시리즈가 발매 중이다. 게다가 포르자6는 가장 최신의 엑스박스원용 타이틀. 구형 PS3에서 돌아가는 GT6와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확실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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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게임의 싸움은 플레이스테이션 vs 엑스박스라는 게임기 성패와 맞물려 있다. 누가 더 많은 게임기를 보급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른바 킬러 타이틀이라 불리는 인기 게임은 고객들의 선택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그란투리스모와 포르자의 라이벌 대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수진 편집장

 

 북미에서 맞붙은 일본산 패밀리 세단
캠리 vs 어코드

 

미국에서 중형차는 10대 청소년부터 80대 할머니까지 폭넓은 나이대와 인종,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애용하는 자동차다. 이 시장을 대표하는 차가 바로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미국인들이 두 차에 보내는 신뢰는 매우 견고하다. 1973년, 불가능하다고 여긴 머스키법을 통과한 혼다는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혼다는 시빅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발판 삼아 1976년에는 중형차 어코드를 내놨다. 캠리는 그보다 몇 년 늦은 1982년 등장했다. 영리하고 똑똑한 캠리와 저렴한 가격과 낮은 유지비의 어코드는 고장 없는 설계로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기술과 제품에서 부족한 미국 제조사들에게 이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눈치를 보던 일본 제조업체들은 대미 수출대수를 연간 168만 대로 제한하는 자율수출협약을 맺고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선회한다. 그때부터 캠리(2세대)와 어코드(2세대)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미국차가 되었다. 더 이상 일본 내수 시장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 두 차는 세대를 거듭하며 차체를 더욱 키우고 6기통 엔진을 추가하는 등 미국 시장에 특화된 중형차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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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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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90년대 들어 이 둘의 판매량은 급상승했다. 기존에 승용차 판매 1위를 지키던 포드 토러스(91~96년 1위)의 자리를 97년 캠리가 빼앗아왔다. 사실 토러스는 정부의 관용차와 렌터카 사업자들이 대량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판매의 질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났었다. 어코드는 89년부터 91년, 94년과 95년에 미국 10대 베스트카로 선정됐고 캠리는 2001년을 제외하고는 20년째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초 북미오토쇼에서 공개한 신형 캠리(10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과격하고 스포티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현대 쏘나타와 닛산 알티마등 새로운 도전자들이 만들어놓은 디자인 유행에 동참한 것이다. 반면 2012년 등장한 어코드(9세대)는 작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보다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췄다. 크롬을 강조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장식과 LED 헤드램프 등이 그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두 차 모두 올해 말과 내년에 새 모델을 만날 수 있다.
이인주 기자

 

 매력 넘치는 레트로 디자인 모델들 
폭스바겐 뉴비틀 vs 피아트 500 vs 미니

 

레트로 열풍이 패션이나 음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중에도 옛 걸작의 명성에 기댄 레트로 모델이 있다. 단순한 추억팔이는 아니다. 오래된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최신 플랫폼 위에 구현한다. 낡디 낡은 구식차가 아니니 안전성과 편의성이 보장되고, 엔진 역시 신형이니 매연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매력이지만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팬층을 거느린 원작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폭스바겐 뉴비틀과 피아트 500, 미니는 레트로 모델계의 호적수라고 할 수 있다.


폭스바겐 뉴비틀은 1994년 컨셉트Ⅰ이라는 이름의 컨셉트카에서 시작되었다. 2차 대전 직전, 히틀러의 명령으로 태어났던 국민차로 종전 후 전세계적인 히트작이 되었던 비틀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었다. 1998년 등장한 양산형은 골프 플랫폼을 가져다 쓰느라 비틀의 상징이었던 RR이 아닌 FF 구동계로 바뀌었고, 반원 세 개로 이루어진 귀여운 보디라인 덕분에 뒷좌석 헤드룸 확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큰 상관 없었다. 이제 실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대중차가 아닌, 니치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뉴비틀은 2011년에 풀 모델 체인지되면서 더비틀로 이름을 바꾸었다. 특유의 디자인은 계승했지만 지붕을 납작하게 눌러 인상이 약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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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도 이에 비견될 만한 존재가 있다. 피아트는 전설적인 소형차 500의 이름을 2007년 부활시켰는데, 길이 3.5m를 살짝 넘는 신형은 판다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개발되었지만 반세기 전 등장했던 2세대 500(누오바 500)을 똑 닮은 모습이었다. 이 차는 판매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데뷔와 함께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올랐을 뿐 아니라 한동안 히트작이 없던 피아트 그룹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500이 없었다면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인수 또한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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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레트로 모델이자 스스로가 브랜드가 된 케이스다. 그 시작은 1959년 영국에서 등장했던 소형차. 수에즈 전쟁으로 석유부족에 시달리던 1950년대 중반, 알렉 이시고니스라는 천재 엔지니어가 만들어 낸 미니는 어른 4명이 탈 수 있는 혁신적인 소형차였다. 1959년 시장에 나온 미니는 무려 2000년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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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세기가 흐르는 사이 영국 자동차 산업은 쇠퇴기를 맞아 대부분의 대형 메이커들이 해외로 팔려나갔다. 당시 미니의 판권은 로버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BMW는 로버를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니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미니를 독립 브랜드화시킨 BMW는 2001년에 신세대 미니 해치백을 시장에 내놓았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생산해 영국차로서의 전통을 유지한 것은 물론 BMW로는 처음으로 앞바퀴 굴림 손대는 앞바퀴 굴림 모델이었다. 옛 걸작을 그대로 재현한 디자인에 카트같은 짱짱한 달리기 성능은 보는 즐거움과 타는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켰다. 이후 미니는 컨버터블과 클럽맨, 쿠페에 이어 SUV인 컨트리맨 등을 추가하며 독립 브랜드로 홀로서기 위해 모델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수진 편집장​

 

자동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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