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삼성 QM6 VS 쉐보레 이쿼녹스, 함께하는 경쟁
2018-10-15  |   59,230 읽음

RENAULT SAMSUNG QM6 VS CHEVROLET EQUINOX

함께하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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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관계가 늘 적대적이건만 아니다. QM6와 이쿼녹스 관계가 그렇다.


자동차회사가 바라보는 중형 SUV시장은 무척 매력적이다. 시장으로서 양과 질이 뛰어나서다. 작년 판매량은 약 16만대. 중형 세단(20만대)과 준대형 세단(18만대)에 이어서 가장 큰 볼륨이다. 뿐만 아니다. 기본 찻값 역시 동급 세단보다 비싼 까닭에 자동차회사의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LPG차 판매비율이 높은 중형 세단(45~53%), 준대형 세단(20~23%)과 달리 중형 SUV는 부가가치가 높은 자가용 판매가 대부분이다. 자동차회사가 중형 SUV시장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한 중형 SUV시장

이 시장을 휘어잡은 차는 싼타페와 쏘렌토다. 2000년대 초반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 왔고 고객의 선호도 또한 높았다. 모델 교체 시기를 놓친 뒤, 허수아비로 전락한 캡티바와 국내 취향과 거리가 먼 QM5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사실상 두 차가 중형 SUV시장을 독식해왔다. 경쟁사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넋 놓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 2년 전 르노삼성은 QM5의 후속 모델인 QM6를 출시했고, 한국GM도 심기일전하며 이쿼녹스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도전자 입장에 선 두 차는 차체가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한다. 사이즈가 중요한 상품성으로 작용하는 한국차 시장에서 핸디캡을 갖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쿼녹스는 데뷔 때부터 덩치가 비슷한 QM6를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고 있다. 모든 차의 기준이 현대-기아차가 되어버린 국내 시장에서 신체 조건의 단점을 적게 노출하고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QM6도 이쿼녹스와 비교되는 상황이 나쁘지만 않다. 등장한 지 2년을 넘기며 관심이 줄어든 이때, 다시금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다. 기자는 이들이 바라는 대로 실제 두 차를 맞비교해 보았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차가 어떻게 다른지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차체 패키징

QM6는 유럽 기준 D세그먼트 SUV다. 개발을 주도한 르노삼성은 본사 르노를 설득 끝에 전작인 QM5보다 차체를 대폭 키웠다. 길이 4,675mm, 너비 1,845mm, 높이 1,690mm이며 휠베이스는 2,705mm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쏘렌토나 싼타페에 비교하면 모든 수치가 작다. 유럽식 ‘중형(D세그먼트)’과 미국식 ‘중형(미드사이즈)’의 차이다. 조화로운 비율로 빚은 차체에는 당당한 인상이 스몄다. 직선을 강조한 크롬 몰딩과 측면 유리 덕분에 차체가 더욱 길고 낮아 보인다. C자 형태의 감각적인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 등 SM6와 함께 좋은 평가를 받는 디자인도 매력이 넘친다.

반면 국내에 입성한 이쿼녹스(3세대)는 구형보다 차체 크기가 줄었다. 브랜드 안에서 위치가 달라진 까닭이다. 트랙스와 트래버스 사이를 메우던 이전 이쿼녹스의 역할은 신형 블레이저가 가져가고, 블레이저 밑으로 이쿼녹스가 자리 잡았다. 이처럼 후속 모델의 사이즈를 크게 줄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모습은 오일쇼크 이후 생겨난 미국 자동차회사의 특징이다. 신형은 당연히 더 커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수치를 살펴보면 길이 4,650mm, 너비 1,845mm, 높이 1,690mm, 휠베이스 2,725mm다. QM6와 비교하면 너비와 높이는 비슷하고 길이는 25mm 짧으며 휠베이스는 25mm 길다. 

이쿼녹스의 차체 측면 비율은 엔진룸이 짧고 캐빈룸이 길다. 제한된 길이 안에서 중형급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탓에 차체 길이가 QM6와 거의 비슷함에도 인상이 짜리몽땅하다. 공기 역학적으로 다듬은 차체 볼륨은 뒷부분이 점차 축소되는 형태다. 디트로이트 풍동실험실에서 500시간 넘게 다듬은 결과다. 지붕선은 앞문 중간을 꼭짓점 삼아 테일게이트를 향해 완만하게 떨어지며, 차체 옆면도 뒤로 향할수록 빠르게 좁아진다. 다만 테일게이트 면적이 함께 좁아진 탓에 차 뒷부분이 작게 느껴진다.


실내 공간

QM6는 시트 포지션이 낮아 탑승이 한결 쉽다. 시트를 최대한 낮췄을 때 높이도 비교적 낮은 편. 덕분에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도 쉽게 적응 할 수 있다. 넓은 면적으로 포근하게 신체를 감싸는 시트에서 편안함을 강조하는 QM6의 성격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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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는 시트 포지션이 낮아 승용차 같다. 편안함을 강조한 푹신한 시트도 퍽 만족스럽다


처음부터 르노삼성이 개발한 만큼 인테리어에 한국 고객의 취향을 적극 담았다. 하이글로시 장식재와 스티칭을 더한 대시보드는 누가 봐도 한국차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까닭일까? 도어 트림, 대시보드 상단, 계기판 덮개, 센터패시아 외곽 등 인접한 내장재가 서로 다른 소재로 조화롭지 못한 채 엮여있다. 특히 표면 처리가 미흡한 윈도우 스위치는 볼 때마다 싸구려 느낌이 짙다. 이처럼 적용 부위에 따라 질감 차이가 크면 전체적인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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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인테리어는 지극히 한국인 취향이다. 다만 조화롭지 못한 내장재가 실내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링크는 첨단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구성이 난해한 인터페이스가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오디오를 바로 선택할 수 있는 버튼과 볼륨 버튼 정도는 따로 마련했으면 한다. 공간과 구성은 다양한 연령대의 운전자와 가족이 함께 누리기에 부족함 없다.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가 있으며 트렁크 공간도 반듯하다. 2열 시트 등받이는 각도가 조금 서 있고 각도조절 기능을 지원하지 않지만, 그만큼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어 주행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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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렁크 공간이 반듯해 실용도 높다 


이쿼녹스 실내 분위기는 QM6와 정반대다. 미국 브랜드가 만든 차에서 유럽차 분위기가 감돈다. 단단한 착좌감으로 신체를 타이트하게 지지하는 작은 시트, 그리고 저렴한 내장재라도 밀도 있게 다듬어 실내 품질을 끌어 올린 점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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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 2열 시트는 방석 길이가 짧고 좁으며 착좌감이 너무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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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직한 시트와 탁 트인 시야가 쾌적한 운전 환경을 만든다. 저렴한 내장재지만, 밀도 있게 처리해 품질을 끌어올렸다


도어 안쪽과 차체의 실링 처리도 돋보인다. 웨더스트립에는 경질 고무와 펠트를 조합해 객실로 유입되는 소음과 외부 오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다. 운전석이 QM6보다 훨씬 높은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더 작은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히 넓지만, QM6만큼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물방울 형태의 차체를 고수한 탓이다. 2열 시트는 방석 폭과 길이가 짧아 성인 가족을 뒤에 태우기 부담스럽다. 푹신하고 넉넉한 시트로 편안함을 강조한 QM6와 대조적이다. 또한 D필러 각도가 크게 누운 탓에 트렁크 위쪽 공간이 손해를 보았다. 현재 한국GM은 이쿼녹스의 트렁크 용량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모저모 따져 보면 동승객 편의성은 QM6보다 못한 반면, 운전자 편의성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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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 촌스러워 시각적 만족도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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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하우스가 튀어나온 부분이 크고 상단부도 좁은 편이다


장·단점이 분명한 파워트레인

두 차는 파워트레인 구성이 조금 다르다. 2.0L 가솔린과 2.0L 디젤로 나뉜 QM6는 공통적으로 CVT를 사용하며, 이쿼녹스는 경쟁차보다 한 체급 작은 1.6L 디젤만 수입된다. 즉 일반적으로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파워트레인 조합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먼저 QM6 시승차를 살펴보면 최고출력 177마력을 내는 2.0L 디젤과 CVT 변속기를 조합한 상시사륜구동이며, 이쿼녹스 시승차는 최고출력 138마력의 1.6L 디젤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상시사륜구동. 시승에서 드러난 두 차의 특성도 이 구동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QM6 CVT는 영민한 변속이 매력적이다. 언덕을 비롯한 고부하 주행에서 최적의 기어비를 찾아 두터운 토크를 전달한다. 또한 급가속하는 경우에는 3,000rpm 전후로 변속하는 가상의 단수를 만들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다만 모든 조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가속상황에선 1,500~2,000rpm 사이를 유지한 채 속도가 상승하는데, 이때가 엔진 출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이다 보니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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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진동과 소음이 크다


이쿼녹스의 1.6L 디젤은 일장일단이 있다. 일단 회전 질감이 매끄러워 가솔린 엔진 부럽지 않다. 유럽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적어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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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위스퍼 디젤


수치상 출력은 경쟁 모델보다 크게 부족하지만, 모두의 걱정과 달리 실제 움직임은 활기차다. 몸무게가 100kg 이상 가볍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제 두 차의 가속 성능은 시속 160km까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출력의 한계는 또렷하기에 그보다 빠른 속도에서는 가속이 더디다. 부족한 가속 성능의 아쉬움은 뛰어난 연비가 달래준다.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포함한 연비는 16km/L내외. 함께 주행한 QM6보다 약 20% 뛰어난 수치다. 6단 자동변속기는 이따금 변속 반응이 늦어 운전자 의지를 벗어나지만, 기어비를 짧고 촘촘하게 구성하여 가속하는 맛이 살아있다.


성격 차이가 또렷한 주행 품질

두 차가 극명한 성격 차이를 드러내는 또 한 가지, 바로 하체 세팅이다.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QM6의 서스펜션은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저속과 고속구간 모두 부드러운 한편, 폭우가 쏟아지는 시승 조건에서 노면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 앞바퀴에 100% 가까운 동력을 배분하며, 급가속 등 일부 상황에서 뒷바퀴에 최대 50% 동력을 보낸다.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도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없다. 

이쿼녹스는 운전자가 즐거운 SUV다.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기본기에 있어서만큼은 탄탄함을 자랑한다. SUV에 기대 않던 예리한 조향 감각과 탄탄한 서스펜션을 엮어 몸놀림도 민첩하다. 드라이브를 좋아하고 혼자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가장이라면 눈여겨볼 만 한 하다. 껑충한 키와 덩치에도 불구하고 롤링을 최대한 억제했고 불규칙한 노면에서 오는 불쾌한 충격을 최대한 걸러준다. 마치 키 큰 왜건 같다. 효율을 앞세운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4WD 버튼을 따로 누르지 않는 이상 앞바퀴만 굴린다. 또한 사륜구동이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필요할 때만 뒷바퀴를 굴린다. 빗길과 눈길에서 운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주행을 돕는 성격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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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점이 다른 QM6와 이쿼녹스

이처럼 다양한 면에서 편안함을 강조하는 QM6와 운전자 만족에 더욱 집중한 이쿼녹스는 그 성격이 명확하게 다르다. 뿐만 아니다. 겉으로는 라이벌이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끼리 가격대가 겹치지 않아 직접적인 경쟁을 피했다. 현재 QM6는 2.0L 자연흡기 가솔린 트림을 작년 9월에 출시한 이후로 가솔린과 디젤 판매 비율이 7:3에 이른다. 이제는 기본값이 2천435만~2천995만원 사이에 위치한 가솔린 모델이 주력 트림이다. 한편 이쿼녹스는 2,945만~4,182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QM6 가솔린과 이쿼녹스의 편의사양을 비슷하게 맞추면 최소 3,0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이 된다. 따라서 주력 트림을 기준으로 두 차의 값을 비교하면 약 600만~1,000만원 차이가 난다. 사실상 경쟁 모델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기자에게 두 차 중 한 대를 선택하라고 하면 장고를 거듭할 것이다. 머리로는 합리적인 가격의 패밀리 SUV QM6가 더 나은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기본기가 뛰어난 이쿼녹스가 가슴속 깊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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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시장은 QM6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QM6는 2,804대, 이쿼녹스는 97대가 팔렸다. 출시한 지 석 달 된 이쿼녹스가 비싼 찻값 논란을 이겨내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한 상황. 강력한 적을 혼자 상대하기 보다는 함께 협공하며 경쟁하는 편이 낫다. 두 차의 관계도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선 이쿼녹스가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어쩌면 이쿼녹스의 부진한 실적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이는 QM6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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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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