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토닉 1.0 T-GDi, 짠돌이 스포츠
2018-10-12  |   51,451 읽음

KIA STONIC 1.0 T-GDi

짠돌이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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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짠 내’나게 아끼다가도 흥이 오르면 흔쾌히 지갑을 여는 호방한 친구처럼, 짠돌이 스토닉은 거침없이 쓸 줄도 안다.


“1,000cc라고? 세상에, 나가긴 나가?” 이차 몇 cc냐는 질문에 답했더니 곧바로 되돌아온 소리다. 하긴 놀랄 만도 하다. 우리가 아는 1,000cc는 경차도 버거운 답답한 이미지니까. 그러나 되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달랐다. “가뿐해.”


굉음을 지운 1.0

스토닉 터보의 핵심은 역시 1.0L 터보 엔진. 시승차를 받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시동부터 켰다. 일단 첫인상은 실망이다. 힘차게 시동이 걸린 것까진 좋은데 공회전 진동도 쓸데없이 힘차다. 마치 3기통 엔진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친절히 운전대와 시트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디젤 엔진 거친 진동과 비교하면 지나친 볼멘소리에 불과하지만, 3기통의 물리적 단점을 감추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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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인 분위기로 꾸민 실내. 저렴한 소재로 채워졌으나, 만듦새가 치밀해 저렴한 느낌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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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7cm 기자가 앞 시트를 조정한 후의 뒷좌석. 성인 남자가 앉아도 무릎이나 머리가 닿진 않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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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으로 만들어 깔끔히 정리할 수 있는 트렁크. 기본 용량은 352L며, 뒷좌석을 접으면 1,155L까지 늘어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 VDA 기준)  


그래도 움직이면서 실망은 다시금 기대로 바뀌었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능숙하게 클러치를 맞물리고 엔진은 민첩하게 반응한다. 더욱이 지하주차장 벽을 타고 들려오는 6기통 비슷한 3기통 엔진 소리가 괜스레 뿌듯함을 더한다.

힘도 불만 없다. 터보 엔진답게 1,500rpm부터 일찍이 17.5kg∙m 최대토크를 끌어내니, 도심에서 여느 1.0L 엔진처럼 굉음을 낼 일은 거의 없다. 체감 성능만큼은 1.6L 자연흡기 엔진을 웃돌 정도. 여기에 작은 차체와 유럽 지향 탄탄한 하체, 절도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더해져 도로를 경쾌하게 누빈다. 1.0L 소형차라고 도로 흐름에 뒤처질 걱정은 접어도 좋겠다. 효율은 1시간 동안 서울 도심 28km를 달린 후 12.5km/L 연비를 기록해 꽤 준수한 편. 놀랍게도 공인 연비와 완전히 같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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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가 돋보이는 120마력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터보 엔진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변속기가 고속 기어에서 다시 저속 기어로 바꾸길 머뭇거린다. 평지를 달리다 오르막을 만나면 엔진 힘이 부족해 부르르 떨 때까지도 요지부동인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나 배기량이 작아 낮은 rpm에서는 힘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말이다. 이럴 땐 차라리 수동 변속으로 기어를 먼저 내려주는 게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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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한쪽에 자랑스레 T-GDI 엠블렘을 붙였다


1.0 스포츠

일상에서의 주행은 합격점. 그렇다면 스포츠 주행도 가능할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변속기가 부리나케 저단 기어를 물고 속도를 높인다. 역시나 최고출력 120마력답게 가속은 무난하다. 속도계 바늘이 100을 막힘없이 지나 160까지는 꾸준히 올라간다. 이후 배기량 한계를 드러내며 바늘이 제자리에 선 듯 더뎌지지만, 끈기 있게 기다리면 180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 터보의 힘은 굉장했다.

싱글 터보 효과보다 인상 깊은 건 가속 감각이다. 3기통 엔진이 높은 rpm에서 6기통 비슷한 소리를 내는 데다,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그 소리를 절도 있게 잘라내 속 시원한 효과음을 구현한다. 팽팽한 서스펜션, 특히 뒤 서스펜션이 든든히 버텨 노면 충격을 흡수한 후 금세 자세를 추스르기 때문에 고속 안정감도 좋다. 주행 감각만큼은 둔중한 소리에 무게마저 무거운 1.6L 디젤보다 도리어 낫다.

물론 작은 스토닉의 주 무대는 쭉 뻗은 도로보단 꼬불꼬불한 고갯길이다. 2,580mm 짧은 휠베이스와 1,205kg 가벼운 덩치로 코너를 가뿐히 공략한다.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로 앞쪽에 무게를 실어 운전대를 꺾으면 손쉽게 방향을 튼다. 1.6 디젤보다 70kg이나 무게를 덜어낸 까닭. 그래도 전륜구동 차라 과욕을 부리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만, 금세 TVBB(토크 백터링 시스템)가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머리를 슬쩍 안쪽으로 당긴다. 덕분에 고갯길에서는 SUV보다는 해치백에 가깝게 날쌨다. 비록 SUV라며 높여 놓은 바닥 높이 때문에 좌우 쏠림을 감출 순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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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차에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불을 밝히는 코너링 램프가 달렸다


1.0L 엔진 출력을 바닥끝까지 다 끌어 쓰니 1.2t 덩치가 답답지는 않다. 120마력 출력은 대단치 않지만, 동력 손실 적은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 다만 주행 모드에 따라 변속 패턴을 바꾸는 기능은 없기 때문에 페달로 변속을 제어하기보단 직접 수동으로 조작하는 게 훨씬 빠르다. 그래서 운전대 뒤 패들시프트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다.

탈 1.0L급 파워를 낸 만큼, 격하게 주행할 땐 먹성 또한 배기량을 초월한다. L당 12km를 넘었던 평균 연비는 어느새 7km 아래까지 쭉쭉 떨어졌다. 평균 연비가 이 정도니 한창 달릴 땐 L당 5~6km 수준 효율을 보였단 얘기다.


1.0 효율

강원도에서 45L 연료탱크 대부분을 순식간에 비워버려 집에 갈 기름도 남지 않았다. 결국 반강제로 남은 거리는 효율을 우선해 달렸다. 속도는 시속 80~120km, 가∙감속은 부드럽게, 제동 시에는 멀리서부터 마치 브레이크 없듯이 감속하며. 

한적한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아쉽게도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기능 없이 속도만 유지하는 단순한 기능이다. 그래도 1.0L 터보 출시와 함께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이 들어간 건 반갑다. 차선 인식률은 K3가 그렇듯 준수한 편이며,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도록 하거나 이탈하기 직전에 방지만 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이 들어가며 형제 코나와 운전자 보조 기능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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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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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열선, 운전대 열선, 7단 DCT 변속기까지 동급에 흔치 않은 편의사양을 대거 갖췄다


그렇게 총 146.8km를 2시간 동안 달린 후 기록한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17.1km. 고속도로 비율이 60% 이상이었던 걸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높다. 실제 1.0 자연흡기 경차를 소유했던 입장에서 조금 시샘이 날 정도다. 낮은 rpm부터 큰 힘을 끌어내는 터보 엔진답게 정속 주행 효율은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전체 시승 총 13.5시간, 468.8km를 달린 연비는 그리 높진 않았다. L당 10.0km로 중형 세단을 넘보는 효율을 보였다. 다소 격하게 달린 구간이 꽤 길었기 때문일 터. 역시 본격적으로 밟으면 대배기량처럼 기름을 태워버리는 터보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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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8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0.0km/L. 정속주행 효율은 높지만, 페달을 밟으면 밟은 만큼 기름을 태운다


제목을 ‘짠돌이 스포츠’라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아낄 땐 1.0L 엔진답게 효율적으로 달리다가도 쏘아붙일 땐 화끈하게 기름을 태우며 즐겁게 내달린다. 5년간 50만원이 채 안 되는 자동차세와 1.0L의 높은 효율, 여기에 가끔 스트레스를 해소할 재미까지 모두 품었달까. 값은 시작가 기준 1,914만원.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 등 비싼 파워트레인을 넣었음에도 동급 SUV보다 경쟁력을 갖춘 건 칭찬받아 마땅하나, SUV 탈을 쓴 소형 해치백 값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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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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