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콤팩트 SUV 열전 -下
2018-09-05  |   20,326 읽음

VOLKSWAGEN TIGUAN

심기일전한 베스트셀링 SUV


 김현준 프리랜서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847_458.jpg


만약에 회사가 그 난리 통에 휩쓸리지 않았더라면 2016년은 폭스바겐에 꽤 행복한 시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를 모두 아우를 모듈러 플랫폼 MQB 바탕의 첫 SUV 티구안이 그 해 시판되었고, 이후 같은 플랫폼을 확장한 아틀라스 같은 SUV가 차근차근 발매되며 모든 세그먼트를 빈틈없이 채워 나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이 계획은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중장기 플랜중 하나다. 모듈러 플랫폼을 통한 제조공정의 혁신과 전세계적인 SUV붐의 편승, 게다가 거대 양산 브랜드로서 폭스바겐의 계획은 틀린 데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그들의 계획 대부분이 수정되어야만 했다. 당장 우리부터가 발매 2년이 지난 차를 이제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콤팩트 같지 않은 공간감의 콤팩트 SUV

그렇다고 이 차의 신선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신형 티구안은 2020년대를 보내기에 모자람이 없는 외형으로 빚었다.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폭스바겐의 최신 마스크와 차체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골프와 가족임을 강조하는 리어램프를 만나게 된다. 전형적인 SUV의 높이를 가지고 있던 구형과 달리, 신형 티구안은 껑충한 키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실제로 전 세대에 비해 전고가 35mm 낮아졌지만, 이걸 뺀 나머지는 다 커졌다. 폭은 30mm, 휠베이스는 75mm 늘어나 그대로 차의 볼륨이 커졌다. 4.5m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길이는 목표시장이 요구하는 목표에 충실한 탓. 그러나 실내 공간만큼은 넉넉하지 않은 조건을 딛고 이미 차급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뒷좌석에 앉을 때마다 무릎 공간이 빠듯하던 구형과 달리, 신형은 놀라울 정도의 여유로움을 과시한다. 오늘 모인 다섯 대의 차 중 가장 넓다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 비밀은 슬라이딩이 가능한 뒷좌석에 있다. 이동 거리는 약 180mm이며 여기에 등받이의 각도도 함께 조절된다. 트렁크는 615L로, 뒷시트를 접으면 1655L까지 확장된다. 이 정도로도 충분치 않다면, 휠베이스를 더욱 늘려 중형급을 넘보는 티구안 올스페이스도 선택할 수 있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868_102.jpg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넉넉한 공간의 뒷좌석. 트레이도 달려 있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868_1914.jpg
넓은 트렁크 공간은 최소 615L에서 최대 1655L까지 늘어난다


실내 품질은 전형적인 폭스바겐이다. 가격의 한계가 명확한 대중 모델이지만, 가능한 품질감을 끌어내려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스티어링 버튼을 통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명확한 피드백,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대화면 센터 콘솔, 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운전 환경은 한등급 위의 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충분하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풀 LCD 계기판인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가 빠져 있는 정도. 구글맵으로 대표되는 국내 지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계기판의 길 안내 정보 통합은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902_1484.jpg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폭스바겐의 모습


정상급의 운전 감각

호된 시련을 겪은 폭스바겐인 만큼, 그들의 디젤엔진은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RDE조건을 도입한 최신 유로6+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요소수를 쓰는 SCR기반의 배기정화 시스템을 사용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환경과 엔진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없는 확실한 시스템이다. 배기량 2,000cc급 디젤이 어렵지 않게 최고출력 200마력 언저리를 발휘하는 요즘에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5kg·m을 발휘하는 티구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용 영역에서 언제든 필요한 토크를 냉큼 꺼내 주는 출력 특성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지체 없는 변속 스피드의 도움으로 한 치의 아쉬움 없이 그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한다.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엔진 회전수는 1700rpm 내외. 엔진이 돌고 있는 느낌 정도만 아련하게 전해질 뿐이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1.4t의 차를 움직이는데 모자람이 없다. 탄탄한 하체의 움직임에서 자꾸만 골프를 떠올리게 된다. 순정 타이어의 훌륭한 접지력과 더불어 앞바퀴의 움직임을 따라 달리는 차의 움직임은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명료하다. 적어도 온로드에서 만큼은 티구안의 달리기에 불만을 표시할 구석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단 이 차는 어디까지나 온로드에 집중한 차다. 시승차는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 모델. 짧은 험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로도 차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오프로드를 달릴 것이라면 상시 사륜구동 옵션을 추가하는 게 낫겠다.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보조기능

시승한 차는 가장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탑재되어 있다. 전방 추돌상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는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같은 액티브 세이프티 기술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장착되어 있다. 특히 시속 60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할 때 활성화되는 트래픽잼 어시스트는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정지와 출발까지 지원한다. 전혀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아직 동급 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4,400만원의 차값에 이 모든 기능이 담긴 티구안의 경쟁력은 준수하다. 옵션을 모두 걷어낸 3,800만원 트림과 가격대 중간에 위치한 4,000만원 트림, 그리고 광활한 공간을 제공하는 올스페이스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구성한 티구안는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대성공의 기미마저 느껴진다. 티구안이 한국에서 폭스바겐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남은 것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일뿐이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948_9985.jpg

각종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949_128.jpg



JAGUAR E-PACE 

SUV는 잘 달리면 안돼? 


 이수진 편집장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980_8092.jpg


SUV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 보니 고성능 차 브랜드조차 SUV 라인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아니, 이제는 분위기라는 표현이 부족해 ‘광풍’이라고 해야겠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에 이어 페라리까지도 SUV를 개발한다니 말이다.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왜 SUV나 세단을 타느냐며 타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취향과 선택기준은 의외로 복합적이다. 제아무리 달리기가 좋다고 가족 모두를 태우기 힘든 쿠페를 선 듯 구입할 가장이 있을까? 용도에 따라 서너 대의 차를 구입할 수 있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오프로더에서 시작된 SUV와 스포츠카가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이날 모인 다양한 콤팩트 SUV 가운데 재규어 E패이스가 튀어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SUV 보디에 담아낸 스포츠 감성

남다른 E패이스의 컨셉트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비슷한 차종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한 전략적 선택 말이다. 고출력 엔진을 얹은 SUV가 희귀하지는 않다. GLA만 해도 무려 381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GLA45 AMG가 있다. 그래도 E패이스는 외모부터 남다르다. 프론트 그릴과 램프,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물론 운전석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재규어의 스포츠카인 F타입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콤팩트 SUV의 동글동글한 보디에 F타임의 얼굴과 엉덩이, 인테리어를 가져다 붙인 셈이다. 특히나 뒷모습은 단연 두드러지는데, 낮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최대한 눕힌 뒷창 때문에 D필러도 가장 얇고, 뒤창과 짐칸을 나누는 칸막이는 둘로 나누어 달았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8991_5048.jpg
F타입 쿠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운전석


E패이스의 디자인은 나쁘게 말해 이안 칼럼의 지나친 자기복제지만 SUV로는 파격적인 시도다. 전형적인 쿠페와 콤팩트 SUV는 매칭이 안 될 것 같은데도, 결과물만 놓고 보면 어색한 구석 없이 깔끔하다. 이런 선택을 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다섯 대의 콤팩트 SUV 가운데 세워두니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인다. 제아무리 시장이 넓어졌다 해도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은 빠르게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독일 3사는 물론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매력적인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레인지로버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는 피해야 하는 상황. 이보크가 동급보다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다면 결국 재규어가 고를 수 있는 카드는 온로드 퍼포먼스다. 재규어 SUV의 성격은 사실상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던 셈이다. 다만 전고는 1,638mm로 이날 모인 차들 중에서 높은 쪽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이보크보다도 키가 크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넘치지는 않아도 다이내믹한 달리기

인테리어 역시 윗급 F패이스가 아니라 F타입의 특징을 따랐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야 거의 전 모델 공통이라고 해도 재규어의 새로운 상징이 된 로터리식 시프트 노브가 아니라 막대형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동승자용 손잡이나 인터치 모니터, 3련식 공조 스위치까지도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에 센터패시아 부근은 그야말로 F타입을 복사한 수준이다. 차체 크기의 한계로 실내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볼록한 루프 덕분에 헤드룸은 넉넉하다. 인테리어의 디테일과 마감은 상당히 훌륭하다. 다만 한 가지,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차의 성격상 중요한 스위치임에도 조작감이 서걱거려 조금 아쉬웠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015_8191.jpg

공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지만 실내는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015_9065.jpg
뒷창을 날렵하게 눕히느라 트렁크는 그리 여유롭지 않다


E패이스의 파워트레인은 원래 가솔린과 디젤을 각기 출력 별로 두 가지씩, 네 가지 엔진이 있다. 다만 국내에는 가솔린 P250 AWD 자동뿐. 현재 라인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심장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국내 인증이 워낙 까다로워지기도 했거니와 E패이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가장 어울리는 엔진이기도 하다. 


실제 가속력은 기대만큼 강력한 수준은 아니다. P250은 AMG나 M에 대항하는 모델이 아니다 보니 고성능이되 밸런스형에 가깝다. 그래도 실제 주행은 스포츠 감성이 넘친다. 다이내믹 모드로 맞추면 액셀 반응이 보다 민감해지며, 엔진과 변속기, 네바퀴 굴림의 토크 배분이 더해져 더욱 강렬한 코너링을 선사한다. 이런 와중에도 재규어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하다. 댐퍼가 단단해진 상태에서도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250마력이라는 출력으로 0→시속 100km 가속 7초인 것은 4WD와 각종 장비를 싣느라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 미국 스펙 기준 1.8톤이 넘는다. 그래도 중고속 영역까지 꾸준한 가속감을 제공하기에 어떤 길도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달린다. 오프로드에 뛰어들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극단적으로 그립이 낮은 상황이라면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가 있다. 진흙탕이나 얼어붙은 길에서도 알아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운전자를 스티어링 휠만 조심해서 돌리면 된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050_7371.jpg
회전식 노브가 아니라 시프트 레버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다


또래 가운데서 개성 드러내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출력을 뽑아내다 보면 연비의 극적인 개선은 한계가 있다. 최근 신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타트/스톱 기능을 다는 이유다. 재규어는 액셀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성을 둔하게 세팅했다. 물론 페달을 깊게 밟으면 금세 시프트 다운하면서 가속 태세에 들어가지만 그 이전까지 딜레이가 있어 조금은 답답하다. 이런 느낌은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연비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개발진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요즘 자동차계의 화두인 연결성과 주행보조 장비 등은 평균 수준. 360° 주차보조 시스템과 후방 차량 감시, 주차 보조 기능 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보조 등이 들어간다.  


SUV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랜드로버)를 가족으로 둔 재규어는 SUV 라인업 확충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플랫폼이나 기술의 혜택이야 고마운 일이지만 모델 성격이 겹치면 안되니 말이다. F패이스와 E패이스의 시도가 재규어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비슷비슷한 라이벌 가운데서 남다름을 자랑하는 E패이스의 탄생만으로도 재규어의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075_3838.jpg



PEUGEOT 3008 GT

이유 있는 변신


 이인주 기자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100_6418.jpg


자동차도 거짓말쟁이가 적지 않다. SUV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장르를 속이는 차들 말이다. 이들은 지상고를 높이고 플라스틱 장식물을 덧대고선, 자신을 SUV로 봐줬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품는다. ‘푸조 최초의 SUV’라 등장한 1세대 3008도 그런 차 중 하나였다. 패키징과 주행 장비를 비롯한 차체 전반은 1.3박스 유럽형 MPV 그 자체. 그나마 앞·뒤 범퍼에 달린 스키드 플레이트와 높직한 시트 포지션이 SUV를 닮은 유일한 구석이었다. 


여기에 리어 오버행을 연장한 7인승 5008(1세대)은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오펠 자피라와 함께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했다. 사실상 한 가지 모델이 여러 시장을 두루 공략한 셈이다. SUV라 보기에는 그 성격이 애매했지만, 어쨌거나 흥행에는 성공했다. 2009년부터 2016년에 단종할 때까지 전세계 누적 판매 대수는 67만대를 넘겼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2세대 3008

달콤한 수익을 맛본 푸조는 2세대 3008을 ‘진짜 SUV’에 더 가깝게 만들기로 한다. 이미 SUV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뒤다. 달라진 성격은 외관에서 먼저 드러난다. 2세대 3008은 길이(88mm)와 휠베이스(62mm)를 크게 늘려 동급 C세그먼트 SUV와 비슷한 덩치가 되었고, 늘어난 보닛 비율과 낮아진 지붕 덕분에 기존 미니밴의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뿐만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펜더, 그리고 한 것 주름 잡은 보닛과 전면부는 더없이 늠름한 SUV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섰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29117_3087.jpg
고급스런 소재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3008의 가장 큰 매력이다


프리미엄 대중차를 지향하는 푸조의 고급화 전략도 빠지지 않는다. 범퍼, 도어, 사이드 윈도우 주변 등 차체 곳곳을 수놓은 대형 크롬 몰딩이 “나 고급차야”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주변부를 한 덩어리로 검게 물들여 다른 차에서 보지 못한 세련된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실내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대시보드 각 부위의 형태와 위치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대시보드는 원래 이렇게 생겼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부수었다. ·아래가 눌린 팔각형 스티어링 휠, 전방 시야를 고려해 슬림하게 빚은 LCD 계기판, 자연스레 감싸 쥐도록 앞으로 굽은 기어 레버까지,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특히 센터 모니터와 결합한 센터페시아는 처음 타는 운전자도 쉽게 쓸 만큼 직관성이 좋다. 공조기,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등 각 기능이 그려진 토글스위치를 누르면, 센터 모니터에 뜬 세부설정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이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30787_7385.jpg

시트의 단단한 착좌감은 호불호가 갈린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30787_8087.jpg
쥐는 맛이 좋은 기어레버와 직관성이 뛰어난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


최상위 트림인 GT 시승차는 내장재도 범상치 않다. 어지간한 고급차가 아니고서야 쓰기 힘든 값비싼 알칸타라와 부드러운 촉감의 새틴 직물로 과감하게 실내를 뒤덮었다.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과 같이 손이 자주 가고, 눈에 잘 띄는 넓은 면적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 공간은 동급 평균 수준이다. 무릎과 머리 공간이 충분한 뒷좌석과 590L에서 1,670L(2열 시트 폴딩)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착좌감이 단단한 시트는 일장일단이 있다. 두 시간까지는 쾌적한 반면 그 이상 운전하면 어떤 자세로 앉더라도 불편함이 밀려온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30829_6056.jpg
 트렁크 용량은 590L기본,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670L까지 늘어난다

 

도심 운전에 최적화한 크로스오버 SUV

3008을 몰면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가 왜 유럽에서 인기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행성능과 실용성을 모두 고려한 차체 크기를 갖췄기 때문이다. 주행 감각은 도심형 크로스오버라는 본연의 성격에 충실하다. 단단하게 조율한 섀시와 서스펜션,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은 기동성이 중요한 유럽의 도심 주행 환경에 최적화했다.

아울러 뛰어난 핸들링 성능에선 오랜 세월 차를 만들어온 푸조의 내공이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 성격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오프로드와는 비교적 거리가 생겼다. 특히 리어 서스펜션을 조합한 하체 구성은 SUV로서 근본적인 한계가 또렷하다. 또한 서스펜션이 수축하고 늘어나는 길이가 매우 짧은 탓에 불규칙한 노면에 대응하는 능력 역시 취약한 편. 그나마 한쪽 바퀴에 최대 100%의 구동력을 전달하는 그립컨트롤이 사륜구동의 부재를 어느 정도 보완한다. 저 그립 노면에서 트랙션을 확보해 주는 발전된 트랙션 컨트롤이다.

2.0L 디젤은 진동이 적고 회전 질감이 부드러워 여느 가솔린 엔진이 부럽지 않다. 효율성도 뛰어나다. 시승하는 동안 장거리 주행을 포함한 평균 연비는 15km/L 내외를 기록했다. 기온이 섭씨 40까지 오르는 날에 하루 종일 시동을 켜놓은 채 촬영한 조건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좋은 편이다. 역시 디젤 엔진에 노하우가 많은 푸조답다.

1.5t의 가벼운 차체를 이끄는 180마력의 엔진은 충분한 가속을 보여준다. 물론 시속 160km를 넘어가면 기세가 한풀 꺾이며 맥이 빠지는 점은 다른 디젤과 마찬가지. 최신 추세에 맞춰 자동 긴급 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조향 보조, 하이빔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고 등 다양한 ADAS 장비도 빠짐없이 챙겼다. 참고로 차선 이탈 조향 보조는 차로 가운데를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며, 이탈이 예상될 때 차선 안쪽으로 차 머리를 슬쩍 밀어 넣는 수준에 그친다. 이렇듯 풍부한 각종 사양과 고급스러운 내장재를 품은 2.0GT의 차값은 4,931만원. 대중 브랜드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이보다 저렴한 1.6L 디젤 트림도 마련하여 대중성을 확보했다.

 

업 마켓, 푸조의 방향을 이끌다

2세대 30081세대의 조심스러운 행보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이유 있는 변신을 거쳤다. 말로만 SUV라 외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동급 크로스오버 SUV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신체조건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한 프랑스 방식의 프리미엄 한 꾸밈새로 브랜드 이미지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2세대를 처음 출시한 2017년에는 168,356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1세대 모델을 생산했던 전년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같은 해에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 올해의 차에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한 단계 높은 자리를 바라보는 푸조의 견인차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30882_3357.jpg
 

7f8d44ef642fed0a0c8286df71656522_1536130898_6466.jpg
덩치만 비슷할 뿐 성격은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