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낮과 밤 사이
2018-08-08  |   66,302 읽음

CHEVROLET EQUINOX

낮과 밤 사이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5672_1417.jpg
 

군더더기 없는 적당한 사이즈, 가벼운 차체가 주는 높은 효율성과 사뿐한 몸놀림은 다른 중형SUV가 담지 못한 매력이다. 수입차로 볼륨모델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채롭다. 한국GM이 일으킨 작은 파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봄과 가을에 하루씩, 1년에 두 번은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동일한 날이 찾아온다. 24절기에서는 이를 이분(二分), 영어로는 Equinox라고 부른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이러한 의미를 차명에 담았다. 낮과 밤이 균형을 이루듯, 차의 전체적인 균형감을 강조해 만들었다는 뜻이다. SUV가 추구하는 균형감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안고 확인에 나섰다. 

이쿼녹스는 최근 일련의 어려움을 타개할 신차이자 대내외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수로 등장했다. 회사가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더 나은 긍정의 메시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까닭에 이쿼녹스에 실린 무게감과 상징성이 상당하다. 일단은 새롭게 시작하려는 회사 분위기와 이를 지켜보는 긍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까닭에 신차효과를 누리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군더더기 덜어낸 중형 크로스오버

아직 한국 소비자에게 이쿼녹스란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본토인 미국에서는 작년에만 29만대나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소개된 모델은 얼마 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3세대로 GM 글로벌의 신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완전 신형이다. 3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라인업 확장에 따른 차체 패키징 변화다. 1세대와 2세대 이쿼녹스는 쉐보레 SUV 라인업의 중간 역할을 책임졌지만, 올해부터는 신형 블레이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맞춰 3세대는 차체 길이, 휠베이스를 포함한 전체적인 볼륨을 선대 모델보다 조금씩 축소했다. 외관이 주는 인상은 SUV보다는 중형 크로스오버에 더 가깝다. 이는 낮게 깔린 플로어와 높직한 키, 차체에 비해 긴 휠베이스 등 실내공간을 우선시한 신체 비율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쿼녹스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가장 맞수라 꼽는 QM6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4652mm로 20mm 짧으며,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25mm로 40mm가 길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321_8263.jpg
차체는 동급 모델보다 조금 짧지만 실내 공간은 비슷한 수준으로 넓다


앞 얼굴은 새로운 패밀리룩을 반영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한 덩어리로 빚은 형태다. 부분변경을 앞둔 말리부도 곧 이와 같은 얼굴로 바뀔 예정이다. 후면부는 범퍼 양 끝단에 날을 세우고 테일게이트 면적을 줄이는 등 공력성능에 신경 쓴 모습이다. 이는 GM이 자랑하는 디트로이트 풍동실험실에서 500시간 이상 다듬은 결과물. 이전 세대보다 공기저항이 10% 이상 줄었다고 한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5683_7977.jpg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한 덩어리로 빚은 새로운 패밀리룩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5691_1804.jpg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범퍼 끝단을 예리하게 다듬고, 테일게이트 면적은 최소화 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346_4509.jpg
차체 하단을 플라스틱으로 한 바퀴 둘렀다


트렁크를 포함한 실내 공간은 이쿼녹스보다 기다란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패키징 대부분을 객실 공간 확보에 할애한 덕분이다. 운전석으로 들어서면 좌우대칭 형태의 대시보드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다른 쉐보레 모델에서 보아온 익숙한 디자인이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04_4565.jpg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센터모니터가 자리했다


시승차는 단조로운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검은색을 기본으로 도어트림과 시트, 대시보드 일부에 베이지 색상을 더했다. 내장재는 균일한 품질로 모난 구석이 없이 마무리한 덕분에 딱히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흠잡을 구석이 크게 없다. 가족이 주로 머무는 2열 공간은 충분히 넓다. 아울러 다른 경쟁 모델과 마찬가지로 각도 조절이 되는 등받이와 히팅 기능을 포함한 2열 시트, 두 개의 USB 충전 포트를 마련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22_2468.jpg

뒷좌석 도어그립도 스마트키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22_286.jpg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 최대 용량은 1800L로 늘어난다


가벼운 차체가 주는 다양한 장점

뼈대는 쉐보레 크루즈, GMC 올터레인과 같은 D2XX 플랫폼을 사용했다. 오펠이 개발한 이 플랫폼은 초고장력 강판 사용비율을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전보다 차체 강성이 증가했으며 몸무게도 180kg 가벼워진 1,645kg(1.6L 디젤 전륜구동 기준)에 불과하다. 중형 SUV를 통틀어 가장 QM6와 함께 가벼운 몸무게다. 엔진은 말리부에 탑재되는 1.5L 터보, 2.0L 터보와 1.6L 디젤 총 세 가지가 있으며 한국에는 1.6L 디젤만 출시했다. 시장반응에 따라 향후 가솔린 모델의 출시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진은 오펠이 개발했다. GM에서는 소음, 진동이 적은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을 붙인 바 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51_7805.jpg

SCR방식인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채택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51_8458.jpg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의 1.6L 디젤은 조용하고 진동이 적으며 필요 충분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배기량이 작은 만큼 엔진 자체 성능은 크게 내세울 게 없다.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2.6kg·m을 발휘하는 최대토크 모두 2.0L 디젤을 탑재한 경쟁 모델보다 부족하다. 최고 성능을 전부 다 사용하는 운전자는 극히 적다. 하지만 수치를 따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성능은 결코 숫자의 차이만큼 부족하지 않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가벼운 차체 중량이 출력이 적은 단점을 상쇄한 덕분이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물론 출력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시속 160km 이상부터는 속도상승이 더디다. 

기대 이상의 효율은 이쿼녹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공인연비는 12.9km/L지만 가혹한 주행을 일삼았던 시승 환경에서조차 평균 16km/L 내외의 연비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앞섰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필요할 때만 열고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액티브 셔터 그릴 등 연비를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었기에 가능했다. 경험상 비슷한 공인연비를 가진 경쟁 모델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이쿼녹스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승용차와 비슷한 주행 질감을 보이는 최신 크로스오버의 특징은 이쿼녹스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무게중심이 낮고 주행 품질이 만족스런 GM 차의 특성을 잘 살려낸 까닭에 사뿐한 몸놀림과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한편 이쿼녹스의 네바퀴 굴림은 작동방식이 특이하다. 상시 사륜구동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앞바퀴로만 주행한다. 만약 운전자가 AWD로 전환하고 싶다면 버튼을 눌러서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AWD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미끄러짐이 감지되었을 때만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뒷바퀴를 굴려 연비성능을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물론 이쿼녹스의 상시 사륜구동은 포장도로에서 구동력을 높여주는 용도다. 

주행보조 장비도 충실하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조향보조, 사각지대 경고, 자동긴급 제동 등이 모든 트림에서 기본이다. 그중에서 기자의 마음을 쏙 빼앗아간 안전 장비가 있었으니 바로 햅틱 시트다. 차선을 이탈할 때, 앞차와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주차 시 장애물이 있을 때 등 운전자에게 경고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운전석 시트 방석을 강하게 진동시킨다. 얼마 전 출시한 기아 K9 2세대 모델에도 같은 기능이 탑재된 바 있지만 그보다 진동이 더 강하다. 경고음은 동승자가 놀라거나 불안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장비라면 그럴 걱정이 적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5700_4637.jpg 

계절 변화의 기준점, 이쿼녹스

예상 밖의 넓은 실내, 적은 배기량이 보여준 충분한 성능과 효율적인 연비 등 이쿼녹스가 주장하는 ‘균형’ 잡힌 차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쿼녹스라는 이름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이를 절기의 기준으로 삼으며 음력에서 오는 모순을 줄였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재단하기 위해 관찰하기 쉬운 기상 현상을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춘분 이후에는 낮이 조금씩 길어지며 곧 여름이 다가옴을 알고, 추분이 지나면 밤이 길어지면서 다가올 겨울을 대비했다. 한국GM도 이쿼녹스를 계절 변화의 기준점으로 삼으려한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계절을 보내고 따스한 봄을 지나 풍요로운 추수를 거두려고 말이다. 작년에만 16만대 이상의 수요가 확인된 국내 중형 SUV 시장. 여기에 출사표를 던지는 수입산 국내 브랜드의 실험적인 모델 정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의 주목을 끌고 있다.


74433cb39e17a3d9f238f420ae60a981_1533702492.jpg
 


글 | 이인주

사진 | 최진호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