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4] 그랜저 XG 2.0
2018-06-08  |   62,548 읽음



​그랜저 XG 2.0 

화려하고 안전하면서 값도 싼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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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형차의 대명사라면 누구나 현대 그랜저를 꼽을 것이다. 지난 1986년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그 모습과 출력을 개선, 향상시켜 오늘날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러고 보니 현대는 소형차에서 대형차에 이르기까지 가장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현대는 이 차에 대해 애착심을 갖고 계속 개량해서 뉴 그랜저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제3세대의 차인 그랜저 XG로까지 끌고 왔다.

87년, 1세대 그랜저 시승기로 현대와 마찰 
150회 맞은 시승날 XG 타는 감회가 새로워

나의 시승기도 이번으로 150회가 된다. `150회`라면 이달까지 150개월에 걸쳐 150대의 차를 시승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나는 만 12년 6개월 동안 꼬박꼬박 여러 가지 차를 타봤는데, 그러는 동안 내 나름대로 차에 얽힌 추억도 많이 생겼다. 
자동차생활사는 창간 2년 뒤부터 나에게 시승기를 써달라고 해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내가 어떻게 시승기 원고를 쓰건간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주었다. 이 때문에 나의 시승기가 화근이 되어 그 차를 제공해준 회사가 <자동차생활>에 실릴 광고를 취소한다든가, 잡지구매를 거절한다든가 하는 등, 그 당시로서는 잡지사 운영에 큰 재정적인 충격을 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김사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어려운 시절들을 이겨냈다.


<자동차생활>이 내 시승기로 인해 첫 번째 봉변을 당한 것은 나의 두 번째 글인 현대 그랜저 시승기가 실렸을 때다. 때는 1987년 1월 10일. 나더러 현대가 만든 제1세대 그랜저를 마음껏 시승해 보라고 해서, 그것을 끌고 서울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다시 부여를 거쳐 호남과 경부고속도로를 마음껏 누벼보았다.

 

시승차는 흰색의 늘씬하고도 멋들어진 겉모양이며 실내 디자인이며, 모든 부분이 당시로서는 최고로 호화차였다. 엔진과 서스펜션, 브레이크도 당시 국산차로서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나는 이 차가 시속 157km에만 도달하면 차 전체가 마치 공중분해라도 될 것 같이 와들와들 떨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몇 번이고 속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시속 157km까지 끌어올려 보았지만 틀림없이 이 차는 진동했다.


나는 이 사실을 87년 2월호 시승기에 썼고, 그 내용을 그대로 실은 <자동차생활>은 현대의 눈총을 받아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 사실을 알린 덕분에 현대는 그 문제가 다른 그랜저들한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함임을 알고 곧바로 시정했다는 얘기를 훗날 전해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현대는 <자동차생활>에 감사해야 할 텐데,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동차의 판매실적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로 분풀이만 했던 것이다.


그 이후 오랫동안 나는 현대차를 시승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92년 9월 뉴 그랜저가 나왔다. 이른바 제2세대 그랜저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93년 봄, 현대는 나한테 다시 이 차를 시승할 기회를 주었다. 이번에는 별 문제 없이 시승기를 썼다(93년 3월호에 제71탄으로 실림).


그리고 이번의 150회 시승기에 제3세대 그랜저인 그랜저 XG 2.0에 관해 쓰게 된 것이다. 제2탄부터 시작해 꼭 149개월만의 일이다. 이렇게 그랜저는 나의 시승기 역사를 열었고 또한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배기량 줄여 값 내렸지만 생김새는 그대로 
뉴 그랜저 2천cc 모델보다 가볍고 힘 좋아
 
그랜저 XG라는 제3세대의 이 시리즈는 2천500cc 델타 엔진과 3천cc 시그마 엔진을 얹은 두 개의 잘 달리는 모델이 지난해 이미 시장에 등장해 대인기를 끌어왔다. 따라서 재빨리 이들의 시승기도 소개되었고 그 성능의 우수함과 디자인의 참신함도 거론했으며, XG란 이름은 엑스트라 글로리(Extra Glory), 즉 `최고의 영광`이란 뜻을 담고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

그런데 현대는 다시 이 그랜저 XG에다가 2천cc짜리 엔진을 얹어 값을 내림으로써(자동은 2천50만 원, 수동은 1천890만 원), 중형차 고객을 끌어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로 나온 그랜저 XG 2.0은 2천500cc나 3천cc 엔진을 얹은 모델과 똑같은 외형과 내부를 지녔고 다만 힘이 약간 떨어질 뿐이다.


하기야 우리 나라의 도로사정을 감안할 때 어디서 시속 190∼200km로 달릴 수 있을 것인가.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할 필요가 있을 때도 시속 175km 정도면 족할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볼 때, 그랜저 XG 2000는 최근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젊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을 가진 사람, 또는 유복한 가정집의 부인용 차로 아주 적합해 보인다.


내 눈앞에 나타난 그랜저 XG 2.0은 흰색 페인트를 칠한 멋들어진 모델이었다. 사실이지 나는 이렇게 외모가 균형잡힌 현대식 차는 다른 우리 국산차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본다. 특히 테일램프 디자인이 양쪽으로 툭 튀어나온 차들이 많은 가운데서, 이 차만은 아주 예쁘고 보기 좋게 만들어진 점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새 그랜저는 미국 매스컴으로부터도 디자인과 성능에 대해 절찬을 받은 차다.


이전의 뉴 그랜저보다 길이를 11.5cm나 짧게 한 반면 폭은 오히려 2.5cm나 늘렸고 높이도 1.5cm 낮게 했다. 그 특징은 차 안에 들어가 앉아보면 실감난다. 특히 운전석에 앉아 옆을 살펴보면 그 널찍한 분위기에다 장미목으로 장식된 콘솔이며 창문 밑 도어트림의 고급감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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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확실하게 차세대의 차임을 인식시켜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스크린, 국내 최초로 이용된 이른바 H-매틱 4단 자동변속기의 촉감은 나로 하여금 `으와, 대단하군!` 하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뉴 그랜저에도 2천cc 모델이 있었다. 이 차는 무게가 1천577kg에다 최고출력 139마력을 냈는데, 무게에 비해 힘이 딸려 고속도로 1차로에서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XG 2.0은 그보다 122kg 가볍고 출력도 9마력이나 늘어났다. 그래서 아마도 여유있는 운행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큰 차체에 V6 엔진 얹고도 11.3km/ℓ 자랑 
가속력 부족하지만 고속에서는 안정되게 달려

시승코스는 역시 자동차생활사가 있는 여의도에서 88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빠지는 길을 택했다. 그래야 기동성과 서스펜션, 최고속의 능력을 다양하게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미끈하게 달려나갔다. 핸들에서 느껴지는 접지감도 좋았다. 오랜만에 타보는 국산차지만 옛차에 비해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국산차가 이렇게도 좋아졌나?` 하는 말이 무의식중에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이 차의 2천cc 엔진은 쏘나타에 얹었던 것을 개량한 델타 엔진으로 XG 2.5 델타 엔진의 보어×스트로크가 84.0×75.0mm인 것에 비해 75.2×75.0mm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V6 DOHC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엔진회전이 아주 매끄럽다. 
그런데도 제원표에 따르면 연비가 ℓ당 11.3km나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내가 타는 티코의 실제연비가 ℓ당 15km 정도밖에 안되는데, 대형차인데다 기통수도 두 배나 되는 V6 엔진으로 그러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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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XG의 죄석에는 니크롬선이 들어 있어 겨울에 스위치만 넣으면 따뜻하게 가열된다. 따라서 웬만한 날씨에는 히터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좌석의 조절장치가 전동식이 아니라 수동식인 것에도 호감이 갔다. 이러한 장치는 쓸데없이 비용을 들여 전동식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가속이 붙으니까 `찰칵`하고 자동식 도어록 장치가 작동된다. 나는 이것도 필요없는 장치라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달려 있으니까 요긴하게 쓰일 때도 있으리라. 아직도 바깥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 반자동 푸시버튼 형식의 온도조절장치가 전자동식보다 마음에 든다. 이런 장비들이 바로 그랜저 XG 2.0의 가격인하에 도움을 주었을 텐데, 값도 값이지만 오히려 고장도 덜 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된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역시 원하는 힘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순발력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나같이 성미가 급하고, 유럽이나 미국 고급차와 스포츠카에 물들은 이들은 약간의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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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차의 엔진이 2천cc 임을 감안할 때 역시 가속능력보다는 순항능력을 따져야 하지 않을까. 직진성은 우수했다. 방음장치도 좋았다. 다만 가속할 때 힘껏 페달을 밟으면 반응이 약간 느린 데다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낸다. 그러나 시속 100∼140km로 올라간 다음에는 순항속도로 달리면 차에 진동이 없고, 더욱이 안정된 서스펜션이 그야말로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게 해준다. 다시 말해 한 번 가속이 붙은 다음에는 모든 것이 이상적인 상태가 되어 편안한 드라이브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델타 엔진은 2천500cc를 얹은 2.5 모델의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9.3초에 끝낸다고 하는데, 배기량 2천cc인 2.0은 약 12.0초가 걸리는 것으로 체감되었다. 이만하면 2천cc 중대형차로서는 평균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 달아 
충돌안전도 높이고 다양한 편의시설 준비해

이 차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서스펜션에 있다. 앞바퀴에는 고급 대형차에만 쓰이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달아 조종안정성이 뛰어나고 아울러 기분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준다. 뒷바퀴는 여러 가지 운전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달려 있다. 게다가 앞바퀴가 지면으로부터 받은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이 달려 있는 서스펜션 축의 캐스트각이 뒤로 3.15° 경사를 이루어 핸들의 복원력이 좋음은 물론 직진안정성도 높다. 이것은 직접 운전해 보면 다른 차와는 핸들의 감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XG 2.0의 액티브 ECS(Electronic Control System)는 급한 커브길을 돌 때 차체의 기울기를 최소화시키고, 험한 길을 달릴 때 작고 연속적인 충격을 흡수해 주고, 급가속과 급제동 때 차가 앞뒤로 기우는 것을 최대한 막아준다. 이것은 내가 급커브를 몇 번이고 돌면서 직접 체험해 봤는데, 확실히 다른 차와는 다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의 크고 작은 요철을 통과할 때도 다른 차와 달리 대범하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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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감각도 우수하다. 앞바퀴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뒷바퀴는 디스크로 되어 있는데 제동을 걸기 위해 발바닥이 페달을 밟을 때의 기분이 지나치게 연하지도,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적절한 수준이었다.


이 차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안전대책이다. 미국의 교통관리기관(NHTSA)이 정한 충돌안전도의 측정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최고점수인 별 5개(☆☆☆☆☆) 수준의 충돌안전도를 확보하고 있다. 고강성 차체와 충격흡수 차체구조, 완벽한 에어백 시스템에다가 사이드 에어백까지 있고, 시트벨트도 프리텐셔너를 채용하고, ABS 장치로 안전도를 높였다. 특히 전방위 안전구조는 정면과 측면 및 후면충돌로부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승객보호능력을 갖췄다.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은 큼직하고 믿음직하게 생겼고 사이드 에어백도 다른 고급차에 비해 아주 큰 것이 특징이다.


자랑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이 차는 국내 최초로, 이른바 HID(High Intensity Discharge) 헤드램프를 썼다. 라이트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원하고 강력해 보이는 이 램프는 조사거리와 폭이 다른 할로겐 램프(각각 80m, 12m)보다 긴 90m와 20m이며, 밝기도 두 배 이상이나 되어 밤길을 달릴 때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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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차 안 여기저기에 달려 있는 편의시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트렁크의 용량도 굉장히 크다. 모두가 훌륭했다. 
단 한 가지 옥의 티 같이 보이는, 꼭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앞 뒤 도어의 창문 위를 지나가는 고무 라이닝이 차체에 잘 밀착되어 있지 않고 넓게 벌어져 있어서 빗물이 안으로 스며든다는 것이다. 이를 그냥 놔두면 차체에 녹이 슬 것이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으니 조속히 개량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차에 대한 나의 종합평가점수는 95점이라고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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