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kg ,쌍용 렉스턴 스포츠 시승기
2018-03-09  |   14,907 읽음

SSANGYONG REXTON SPORTS

+400kg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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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톤 물통을 가득 실은 렉스턴 스포츠는 과연 어땠을까? 


오랜만에 파스 한 장 붙였다. 18.9L 물통 21개를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 날랐더니, 저질체력 기자의 허리에 무리가 왔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했냐고? ‘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화물 운송 능력이 궁금해서다. 최대적재량 400kg을 싣고 달리면 SUV로서가 아닌 트럭으로서의 주행감과 장단점을 느낄 수 있을 터. 물을 실은 후 주행감은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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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짐을 싣기 전 렉스턴 스포츠부터 살폈다. 첫인상은 거대하다. 길이 5,090mm, 너비 1,950mm면 확실히 큰 차인데, 높이까지 1,870mm로 무진장 높여놔 위용이 대단하다. 같이 세워두면 이전 코란도 스포츠가 꼬마로 보일 정도. 사실 차체를 높이는 건 무게중심 끌어내리기 바쁜 요즘 트렌드를 거스르는 변화지만 어차피 느긋하게 달릴 트럭이라 주행성능보단 당당한 스타일을 쫓은 모양이다.

덕분에 운전석엔 말 그대로 올라타야 한다. 보통 SUV는 옆에 발판이 붙어 있어도 잘 안 쓰게 되는데, 이 차에선 참 유용하다. 발판을 딛고 올라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그 고생을 보상한다. 웬만한 차는 깔보듯 내려다보는 시야와 듬직하게 솟은 보닛 덕분에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갈 정도. 이 차의 크기가 자연스레 실감난다. 물론 그만큼 좁은 골목에선 더욱 긴장해야겠지만.

시선은 계속 밖에 두는 게 좋다. 2018년 등장한 따끈따끈한 신차 실내가 한 세대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스타일로 꾸며졌다. 이상하게 굴곡진 운전대, 저렴한 은색 플라스틱 장식, 그리고 틀에 박힌 투박한 구성까지. 나름대로 가죽장식을 쓰는 등 노력한 흔적도 엿보이지만 소재로 극복하기엔 스타일이 너무 과거에 머물렀다. 그러니 시선을 밖으로 옮겨 높은 시야를 즐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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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실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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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의 카메라 영상을 모아 주변을 3D로 보여주는 3D AVM 기능이 들어갔다

 

높은 시야와 4기통 디젤 엔진 소리. 딱 상용차 느낌 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말끔히 억제돼 상용차 느낌은 희미하다. 렉스턴 이름에 걸맞게 흡·차음재와 엔진 마운트 등에 노력을 기울인 모양새. 서서히 움직여 봐도 직경 763mm의 대형 바퀴가 작은 요철 정도는 뭉툭하게 소화시킨다. 보통 빈 트럭은 뒤가 가벼워 통통 튀기 마련이지만 쌍용차는 이 차의 쓰임새를 고려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렉스턴보다 조금 더 팽팽하다고 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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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차체만큼 뒷좌석은 한결 편안하게 바뀌었다. 레그룸이 933mm나 된다고

 

가속 성능은 신기하게도 경쾌하다. 2.2L 디젤 엔진 40.8kg·m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일찍이 나오는 까닭이다. 페달 반응도 예민하게 조율돼, 일상 주행에선 답답함이 없다. 그러나 속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181마력의 출력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속 80km 이상 속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엔진이 힘을 더하기보단 변속기가 저단 기어를 물어 속도를 붙이는 느낌으로 나아간다. 초반에는 둔하고 뒷심이 강했던 예전 무쏘 스포츠와는 정 반대의 가속감이다.

그래도 꾸준히 속도를 붙이면 시속 160km까지는 어렵사리 도달한다. 고속안정감은 바닥에 프레임 골격이 깔린 SUV인 걸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준. 높은 눈높이와 무게중심 때문에 가라앉는 기분까진 느낄 수 없지만, 다른 국산 프레임 SUV가 헐렁한 서스펜션으로 허둥댔던 너울진 노면에서 렉스턴 스포츠는 차분하게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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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을 가득 실은 채 달리는 모습. 뒤가 처졌지만 달리는 데는 지장 없다

 

+400kg

그렇게 새벽길을 달려 물통을 협조받기로 한 물류창고에 다다랐다. 덮개가 씌워진 렉스턴을 보자 창고 담당자가 혀를 차며, “여기 물통 21개 안 들어갈 거 같은데요”라며 비웃는다. 톱을 제거하기 귀찮았던 기자는 일단 넣어보자는 심정으로 하나씩 넣어봤는데, 웬걸 18.9L 물통 21개가 쌓을 필요도 없이 1층으로 다 들어갔다. 휠하우스 위에 눕혀 넣은 걸 빼면 총 20통, 양쪽 휠하우스 위에 하나씩 눕히면 총 22통을 쌓지 않고 넣을 수 있는 셈. 1,011L로 늘어난 화물칸 용량이 새삼 대단하다. 더 넣어보고 싶었지만 400kg을 넘기면 과적이라 21통(396.9kg)에서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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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이 1,011L에 달하는 적재함엔 물통 21개가 쌓을 필요도 없이 들어간다 

물통을 다 싣고 뒤로 나와 보니 뒤쪽 서스펜션이 푹 가라앉았다. 한눈에 봐도 어색해보일 정도다. 사실 400kg 무게면 1톤 트럭도 조금은 내려앉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짐칸을 비운 상태의 승차감도 중요하기에 화물차 치고 서스펜션이 다소 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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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싣기 전과 실은 후 휠하우스 공간은 6cm 가량 차이 났다 

 

운전석에 앉으면 뒤가 꺼졌다기보다는 앞이 살짝 들린 듯이 느껴진다. 차에 무리를 주는 게 아닌가 싶지만 400kg이면 정상적인 범위이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뒤로 조금 누워버린 시트 각도만 다시 조정하고 주행에 나섰다. 

400kg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출발부터 다르다. 다소 경박스러울 만큼 가벼웠던 이전과 달리 한층 차분하게 나아간다. 보통 이럴 땐 둔해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초반에 힘이 몰린 탓에 묵직해졌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사실 181마력 엔진이 짐을 가득 실으면 2.5톤 무게를 못 견뎌 헐떡댈 줄 알았는데 세팅이 잘 된 덕분에 일상 주행에선 예상외로 끄떡없다.

그러나 가속이 확실히 더뎌진 건 사실이다. 빈 차일 때도 마찬가지지만 초반에 힘을 몰아낼 뿐 후반에 더할 힘이 없어 페달을 더 밟아봐야 속도계 바늘은 느긋하기만 하다. 오르막길에서도 힘이 부친 듯 저속 기어를 오래도록 물고 있다. 다만 이 차에 이만큼 짐을 싣고 격한 주행을 할 사람은 없을 테니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놀라운 건 서스펜션 세팅이다. 일반 SUV나 MPV를 타는 사람은 알 거다. 짐을 가득 싣고 요철을 넘으면 뒤가 촐싹대며 흔들린다는 걸. 렉스턴 스포츠도 푹 주저앉은 만큼 댐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건만 웬만한 요철은 진중하게 넘어간다. 이후 스프링 반동까지 잘 잡아내니 비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매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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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토크가 매우 강력한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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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서스펜션은 5개 링크가 붙은 튼튼한 리지드 액슬 방식이다

 

 

든든한 댐퍼가 버텨주는 덕분에 전체적인 주행감은 최대적재량을 가득 채웠을 때도 딱히 불만 없다. 고속안정감은 이전과 비슷하며, 코너에서는 빈 차일 때보다 쏠림이 더 커지긴 했어도 여전히 문제없이 돌아나간다. 더 격하게 주행하면 고속출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코너에선 무거운 뒤쪽이 바깥으로 밀려나며 미끄러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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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에 전력을 끌어 쓸 수 있는 파워아웃렛이 달렸다

 

연비는 역시 떨어졌다. 렉스턴 스포츠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9.8km(자동, 4WD). 실제 연비는 빈 차였을 때 리터당 8.2km~9.9km 수준을 기록했고, 가득 채웠을 때는 리터당 7.2~8.0km 정도를 달렸다. 물통을 싣기 전과 실은 후의 주행 패턴이 같지 않아 단언할 순 없지만, 짐을 실은 후에는 트립컴퓨터에서 8km 이상 연비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촬영이 늦어진 탓에 물류창고가 문을 닫았다. 창고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내일 아침에 다시 오되, 물이 얼면 받아줄 수 없다”고 윽박지른다. 때는 영하 10도 이하 강추위가 계속되었던 1월 말. 어쩔 수 없이 회사 사무실에 올려 밤새 보관하기로 했다. 빌딩 뒤편 화물 상하차 지점에 차를 넣어보니 트렁크 바닥 높이가 1톤 트럭 높이에 맞춘 건물 도크와 딱 들어맞는다. 간이 화물차로 쓰기에 손색없는 모습. 덕분에 물통을 굴려가며 편하게 내릴 수 있었다.

쌍용차에 이런 말을 쓸 날이 올지 몰랐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치밀했다. 무겁든 가볍든 제 역할을 하는 서스펜션과 1,400rpm부터 힘을 쏟는 엔진, 그리고 위풍당당한 스타일과 기본 2,32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까지 두루두루 만족스럽다. 2002년 첫 픽업트럭 무쏘 스포츠 출시 이후 장장 16년의 세월이 허투루 보낸 시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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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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