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미니밴, 기아 레이
2018-02-02  |   80,583 읽음


KIA RAY

짧은 미니밴

 

 

레이가 데뷔 6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는 다른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104_3271.jpg

 

본지 뒤편에는 국내에 판매 중인 자동차 제원표가 실린다. 일반적인 양산차는 해마다 연식 변경 모델이 등장하므로 제원표 내용도 1~2년마다 갱신된다. 반면 상용차나 모델 교체 주기가 긴 차들은 몇 년이 지나도 제원표가 똑같다. 승용차 중에선 기아 레이의 제원표가 가장 오래되었다. 지난달까지 실린 레이의 제원표는 2013년에 출시한 2014년형 정보였다. 무려 4년 동안 사양과 가격 변동이 없이 그대로 팔렸다. 요즘은 완전 신차도 1년이 안되어 상품성 개선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이의 요지부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쟁모델이 마땅히 없는 까닭에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도 꾸준히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매 대수가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부분변경에 투입된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레이가 변화에 소극적인 이유다. 

 

 

길이만 짧은 소형 미니밴

그런데 시종일관 똑같은 레이를 보아오던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1.0L 터보와 LPi가 단종되면서 선택의 폭마저 좁아졌다. 그러던 중 마이너 체인지 소식이 들려왔다. 남들은 풀모델 체인지를 거쳤을 6년 만의 일이다. 새롭게 등장한 더 뉴 레이는 기존 레이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면부 얼굴.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자리에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한 음각 패턴 가니시가 자리잡았다. 해치도어에도 가니시가 부착되는데, 여기에는 디자인이 다른 튜온 액세서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헤드램프는 트림에 따라 두 가지 사양으로 나뉜다. 상위 트림인 시승차는 프로젝션 타입 하향등과 LED로 꾸민 주간주행등을 더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지녔다. 작은 차이지만 하위 트림의 순둥이 같은 인상과는 그 느낌이 180도 다르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156_1709.jpg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156_2174.jpg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156_2576.jpg
헤드램프, 리어램프, 범퍼, 사이드 리피터는 신차 느낌을 주기 위한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184_4364.jpg
새로운 디자인의 15인치 휠은 실제 사이즈보다 더 넓어 보인다

 

 

실내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다. 주로 손이 자주 닿고 눈이 자주 머무는 곳 위주로 포인트를 주었다. 다른 기아차와 함께 사용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노브를 적용했으며, 센터모니터 주변에 몰딩을 한 바퀴 둘렀다. 박스카 특유의 매력적인 공간은 여전하다. 길이가 짧은 미니밴이라면 적절한 비유랄까? 어린아이가 서 있어도 될 만큼 실내 전고가 높고 뒷좌석 무릎공간은 리무진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다. 특이한 생김새처럼 승하차도 남다르다. 플로어가 낮고 전고는 높은 까닭에 바닥을 딛고서 의자에 오르는 기분이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나 키가 작은 아이들이 탑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207_6514.jpg
실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222_3033.jpg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222_3318.jpg

          다른 기아 모델과 함께 쓰는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오버헤드 콘솔에 선반을 마련했다

 

 

넓은 유리로 바깥을 내다보는 개방감은 SUV와는 사뭇 다르다. 동승한 포토그래퍼는 “바퀴 달린 방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며 생경한 시승소감을 전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전후 200mm 이동)이 가능하다. 조수석 시트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테이블이 있는 널따란 방 하나가 만들어져 MPV로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트렁크공간은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겼을 때 319L,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324L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오버헤드 콘솔 선반과 실내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 등 넓은 공간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352_9267.jpg
200mm 슬라이딩과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376_9032.jpg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젖히면 테이블이 완성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어색한 운전자세가 거슬린다. 상체와 스티어링 휠 사이 거리가 멀고 다리와 페달 사이는 너무 가깝다. 운전자가 어떻게 앉더라도 등받이에 밀착하기 가 어렵다. 스티어링 컬럼의 조정 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시티 커뮤터

이 차는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좁고 높은 차체는 쾌적한 공간을 거머쥔 대신 주행성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레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레이는 작은 배기량으로 1톤을 이끌어야 하는 경차다. 즉, 다른 차보다 주행에 따르는 제약 조건이 많다. 파워트레인은 종전에 사용하던 3기통 1.0L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코딱지만 한 엔진이 큼지막한 차체를 감당하지만 시속 60km까지는 경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특히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언덕을 오를 때는 엔진회전수를 높여 적극적인 가속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실내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엔진 소리에 승객만 괴로울 뿐, 실제 가속은 더디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실내에 평화가 찾아온다.

조향 감각은 최신 현대-기아차보다 정확성과 노면정보 전달력이 부족하다. 레이의 기본 설계가 아직 2011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무게중심이 높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비교적 탄탄한 스프링을 서스펜션에 사용했다. 또한 전복 위험이 높은 만큼 자세제어장치도 남다르게 매만졌다. 일반적인 차들은 바퀴가 미끄러지고 나서야 구동력 제어에 들어가는데, 레이는 조금이라도 급하게 조향하면 엔진출력을 완전히 죽여 버린다. 빠르게 달리면 뒤뚱거릴 게 분명하니 아예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신형에서는 롤오버 센서를 추가해 전복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전개하도록 안전장비를 개선했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394_73.jpg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부족한 연비성능이 최대 약점 

사실 레이의 차값과 활용성을 감안하면 소형 MPV와 비교해야 적당하다. 그러나 레이도 법적으론 엄연히 경차다. 소비자가 연비성능에 대한 기대를 조금이나마 품는 이유다. 하지만 기자 주변의 레이 오너들은 실주행 연비가 중형차와 비슷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어째서 그럴까? 15인치 휠을 장착한 레이의 공인연비는 12.7km/L로, 쏘나타 1.6 터보(13.0km/L)에 살짝 못 미친다. 실제 시승에서 기자가 기록한 연비는 11km/L 내외였으며, 다음날 비슷한 주행 조건에서 말리부 2.0 터보(공인연비 10.7km/L)도 레이와 같은 약 11km/L를 기록했다. 레이의 부족한 연비성능은 토크가 부족한 엔진이 무거운 차체를 감당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 따라서 주행만족도는 말리부 2.0 터보가 높았다. 두터운 토크의 도움으로 어느 속도에서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레이는 시속 60~70km 구간에서만 좋은 연비를 뽑을 수 있다. 이때 표시되는 연비는 약 17km/L.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두 차의 출력특성을 비교해 짐작하건대, 만약 말리부를 레이처럼 살살 달래가며 몰았다면 더 나은 연비를 기록했을 것이다.

 

레이는 장점과 단점이 또렷하다. 하지만 어느 차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가 대부분의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만약 짧은 거리를 오가는 세컨드카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레이의 진가를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585a3f36b3fe820fdb1a14afd7a3fb4_1517536408_6081.jpg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