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 아우디 R8 V10 플러스 쿠페
2018-01-29  |   17,638 읽음


AUDI R8 V10 PLUS COUPE
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


아우디가 판매 재개의 신호탄으로 신형 R8을 쏘아올렸다. 610마력의 힘을 내는 괴물답게 버킷 시트가 기본 장착된다.

아이러니하지만 R8은 진정한 ‘데일리 수퍼카’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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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8은 ‘수퍼카’ 하면 떠오르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달리, 접근 가능한 아우디라는 네임택을 달고 있다. 이 때문에 R8을 타보지도 않고 데일리 수퍼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초현실적인 차란 뜻의 수퍼카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수사 ‘데일리’를 주저 없이 붙이다니, 반감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과연 R8은 데일리 수퍼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차일까?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기존 R8에는 직선보다 곡선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완성도도 높았던 까닭에 아우디가 수퍼카를, 그것도 이렇게나 우아한 수퍼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과장 조금 보태 아우디 신형 R8은 직선으로만 이뤄져 있다. 둥글둥글했던 싱글 프레임 그릴은 확실히 각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는 그릴 테두리에 맞춘 듯 각을 냈다.


옆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R8 디자인의 대표적 특징으로도 꼽히는 사이드 블레이드가 그것이다. 원래 통짜였던 이 파츠가 신형 R8에서는 옆유리창 라인과 캐릭터라인이 지나는 라인에서 끊어지며 보다 확실히 차체 라인에 녹아들었다. B필러가 없는 스파이더 모델에는 아래쪽 부분만 넣으면서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효과도 낸다. 아우디는 그대로 둘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이 사이드 블레이드를 2세대 R8에서 영리하게 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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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모델로의 디자인 확장성까지 고려한 사이드 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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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할 제동 성능을 암시하는 디자인의 휠과 타공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신형 R8을 본 많은 국내외 자동차 마니아들은 ‘기존 R8의 얼굴에 신형 R8의 엉덩이를 붙이면 완벽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신형의 엉덩이만큼은 확실히 예쁘단 뜻이다. 한껏 부풀어 있던 엉덩이의 셀룰라이트 제거 작업이 진행된 결과다. 알파벳 'F'을 뉘여 놓은 듯 불이 들어오는 테일램프는 실제보다 낮게 깔린 것처럼 보이게 해 안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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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살을 걷어내 매력적으로 변한 엉덩이


국내에는 V10 플러스만 들어오지만 일반 V10 모델도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카본 파츠의 유무. V10 플러스는 사이드미러, 사이드 블레이드, 디퓨저, 그리고 엔진룸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썼다. 그냥 V10에는 없는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도 카본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부족함 없이 ‘플러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을 옮겨놓다
신형 R8의 절반은 레이싱 기술에 기반한 부품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이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처럼 R8 역시 레이싱을 빼곤 논할 수 없는 몸인 셈이다. 레이싱카를 닮은 R8의 스티어링 휠은 다양한 버튼을 품고 있다. 우선 강렬한 레드 컬러로 시선을 끄는 시동 버튼을 지그시 눌러 본다. 이윽고 R8은 반경 30m 이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강렬히 포효한다. 마치 맹수가 곤히 잠자는 나를 깨웠으니 제대로 몰아보라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다. 시동 버튼 아래에는 배기구 모양이 그려진 가변 배기 사운드 시스템 버튼이 있다. 일반 모드가 “그르르”라면 스포츠 모드는 “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먹이 주위를 맴돌던 맹수가 드디어 먹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정도의 반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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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조작이 운전대 안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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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R8의 기어레버가 갖던 뚜렷한 색을 잃은 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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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좌감 좋은 레카로 버킷 시트


왼편에 놓인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으로는 컴포트, 자동, 다이내믹, 개별 설정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변속기의 D/S(드라이브/스포츠) 모드와 맞물리면서 보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며 매뉴얼 조작으로 접어들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 버튼 아래에는 체커기 그림이 그려진 버튼이 하나 더 있다. 일명 퍼포먼스 모드 버튼이다. 마른 도로, 젖은 도로, 눈 내린 도로 등의 노면 조건에 따라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 열악한 환경에서도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레카로 버킷 시트가 기본으로 달린다. 앞뒤 슬라이드와 높이 조절만 가능하지만 R8을 본격적으로 운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천후 수퍼스포츠카
신형 R8은 트랙 주행을 기본으로 일상 주행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승차감 모드를 선택했을 때 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단 얘기는 아니다. R8은 어디까지나 수퍼카가 기본 세팅이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서스펜션 댐핑을 조절해 일상 주행이 불편하지 않은 승차감을 연출하는 정도다. 조금 더 스포티하게 몰고 싶다면 기어레버를 S 모드로 내리면 된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며 보다 날카로운 반응으로 운전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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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8을 몰고 있자면 즉각적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엔진에서 변속기로의 출력 전달, 다시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을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한 치의 유격도 없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탄다고 하면 으레 변속하는 재미를 얘기한다. 하지만 R8은 그냥 차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편이 더 재밌다. 기자 역시 다운시프트 때 배기압 변화로 나타나는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듣고 싶을 때만 패들시프트와 가속 페달을 적극적으로 조작했을 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저 스티어링 휠만 얌전히 잡고 있었다.


V10 5.2L 엔진에서 나오는 610마력이란 출력은 일찍이 맛보지 못한 힘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2초. 체감상으론 불과 2초 남짓 지난 시점에 속도 계 바늘이 100을 통과한다. 속도를 올리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게다가 고속 안정감이 높다보니 마치 게임하듯 무감각하게 속도를 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R8은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접지를 확보하고, 여기에 낮은 무게중심까지 더해 매우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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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파츠가 들어간 엔진룸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시승 중 뻥 뚫린 길을 만날 때면 rpm 게이지를 높이며 속도를 내곤 했다. 고속 코너링으로 접지력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강추위로 얼어붙은 노면. 후륜구동이었다면 분명 뒤가 살짝 밀렸을 상황에서도 R8은 쫀쫀하게 바닥을 물고 돌았다. 카운터를 칠 만반의 준비가 번번이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 뒤 밀려오는 괜한 머쓱함은 온전히 기자의 몫이다. R8을 모는 동안 가쁘게 뛰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겨우 숨을 고른 것도 잠시, 시동을 끄고 내리려 하자 어디선가 “두근, 두근”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게 바로 아우디의 의도다. R8에 오른 이상 운전대에서 손 뗄 생각 말라는 것.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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