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SEGMENT SUV, 천차만별 2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2018-01-18  |   28,003 읽음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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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ROVER DISCOVERY SPORT
디스커버리다

 

“어라, 생각보다 작네?” 이 차를 디스커버리라고 소개하면 대개 반응이 이렇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이름과 달리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사실 프리랜더 후속과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소탈한 디스커버리가 내심 반가웠다. 원래 디스커버리는 호화 SUV 레인지로버와 정통 SUV 디펜더 사이에서 랜드로버의 대중화를 이끌던 소박한 SUV가 아니었던가. ‘대중화’의 역할만 놓고 보면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지금 디스커버리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본래 모습에 더 충실하다. ‘작은 프리랜더 후속이 무슨 디스커버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차는 1세대 디스커버리보다 더 클뿐더러, 오프로드 성능까지 살뜰히 챙겼다. 디스커버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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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배지의 믿음
XC60과 NX, 그리고 디스커버리 스포츠. 세 대의 차가 오프로드에 모였다. 당연히 선두는 디스커버리다. 단지 그릴 한쪽에 녹색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디스커버리를 앞에 세웠다. 시승코스는 흙길과 부드러운 모랫길이 어우러진 곳으로, 먼저 흙길부터 진입했다.


좁은 흙길에 들어서면 랜드로버의 노하우,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이 제 역할을 한다. 시야가 높은 건 물론, 보닛 끝이 높게 솟아 있어 차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다. 멋을 잔뜩 부리느라 이런 걸 놓쳐버린 이보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

도로 위에서 제법 팽팽했던 서스펜션도 신기하게 오프로드에선 성질을 죽이고 큰 요철, 작은 요철 상관없이 잘도 넘어간다. 
이어서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다. 사실 견인줄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촬영을 위해 디스커버리만 모랫길에 넣어보기로 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SAND(모래)’로 바꾸고 진입하자, 역시 타이어의 3분의 1이 잠긴다. 겁을 먹고 다시 빠져나오려는 찰나, 디스커버리가 네 바퀴를 동시에 미끄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니 좌우로 조금씩 미끄러지기는 해도 별 문제없이 의연하다. 의외의 모습에 관성을 죽여 정지 후 출발도 해봤지만, 디스커버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여기서 주행안정장치를 끄고 주행모드를 일반도로로 바꾸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차를 돌릴 수도 있다. 위에 사진이 그렇게 찍은 거다. 이렇게 열심히 뛰놀고 나와도 섀시는 삐거덕 소리 하나 내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비록 나중에 도로 위를 달릴 때 바람소리와 함께 모래 소리를 섞어 들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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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노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소탈한 디스커버리
디스커버리라면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패밀리 SUV 역할도 해야 한다. 다행히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 역할에도 충실하다. 우리나라엔 5인승만 들어오지만, 해외엔 7인승 모델이 판매될 정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수치상 넓이도 차체 크기에 비해 크다. 2열 시트를 폈을 때 트렁크 용량은 829L, 접었을 때는 1,698L다. 동급 최대라고 해도 될 만한 수준. 게다가 2열 시트가 등받이 각도 조절, 슬라이딩 기능과 함께 4;2:4 삼분할로 나뉘어 접혀 공간활용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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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하게 꾸민 실내는 쓰임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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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도로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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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안쪽으로 감아 넣어 잡는 손잡이에서 오프로더 혈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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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엔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철제 격벽이 붙어있었다.

완성도 높은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도 랜드로버의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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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시트를 트렁크 한쪽에 마련된 버튼으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도로 위 주행 성능은 그저 준수했다. 시승차는 2.0L 180마력짜리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 높은 출력이지만, 2톤에 육박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이끌기엔 43.9kg·m의 최대토크마저 알맞은 수준이다. 그래도 재규어-랜드로버의 노하우가 녹아든 서스펜션과 차체 완성도는 출력을 웃돌았다. 제법 팽팽하게 조율된 서스펜션은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며 끈질기게 관성을 버텨내고, 2,741mm의 길쭉한 휠베이스는 고속에서 여유를 품는다. 최고속도 시속 188km로 달릴 때의 고속안정감도 흠잡을 데 없다.


다만,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정차시 진동이 4기통 디젤 엔진인 걸 감안하더라도 다소 거친 편이며, 9단 자동변속기는 이따금씩 변속 충격을 전해왔다. 또 변속기가 토크를 믿고 너무 높은 기어를 끈질기게 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속 중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아보면, 엔진 힘이 부족해 부르르 떨리는 순간까지도 변속기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모습에서도 영국차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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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 전체가 들어올려지는 클램쉘 방식 보닛은 랜드로버가 이어온 전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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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치나 되는 휠에 검은색 페인트를 입혀 멋스럽게 꾸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타면서 재미있었던 건, 곳곳에서 다른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만날 수 있었던 점이다. 실제 판매량만 봐도 랜드로버 판매의 대부분을 이끌 정도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인기가 높다. 디스커버리의 매력을 오롯이 간직하면서도 부담을 줄인 게 그 비결이 아닐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디스커버리보다 더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으로 랜드로버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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