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2018-01-11  |   34,859 읽음

 

RANGE ROVER VELAR
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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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럭셔리를 강조하는 레인지로버와 실용적인 디스커버리,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이들 밑으로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세분화된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하위 차종은 대표 모델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이 녹아 있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를 파고든 럭셔리 중형 SUV. 벨라의 등장으로 풀사이즈에서 소형에 이르는 레인지로버 풀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우아한 디자인이 곧 캐릭터
레인지로버의 성격은 명료하다. 벤츠 S클래스에 견줄 만한 최고급 SUV라는 것. 이런 이미지를 하위 모델까지 끌어당긴 차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다. 두 차는 크기와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둘 사이를 메울 중간 모델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기존 모델과의 판매 간섭을 피하면서 오롯이 레인지로버다운 중형 SUV. 그 주인공이 바로 벨라다.

물론 틈새 차종 만들기에 도가 튼 랜드로버가 단지 크기만 어중간한 SUV로 벨라를 만들지는 않았을 터.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벨라는 동급에서 가장 빛나는 패셔니스타로 거듭났다. 비결은 바로 단호한 차체 비율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다. 휠하우스 중간까지 이끌린 헤드램프는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흐르고, 오리 궁둥이처럼 뒤로 내뺀 해치도어와 크게 누운 윈드실드가 쿠페라이크한 자태를 뽐낸다. 매끈한 보디에 숨어 있다 솟아오르는 도어캐치는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낮은 공기저항(Cd 0.32)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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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모듈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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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 타입 도어캐치는 컨셉트카에서나 볼 수 있던 디테일이다

 

실내는 여느 레인지로버에서 보았던 정갈한 대시보드와 다양한 질감의 내장재를 사용해 호화스런 분위기다. 대시보드 위/아래에 자리잡은 두 개의 10인치 터치스크린은 파나소닉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버튼식 센터페시아를 대체한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검은 패널에 숨어 있던 다양한 기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에어컨, 시트, 주행 설정 등 메뉴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며 큼직하고 직관적인 픽토그램을 띄운다. 이 정도 비주얼과 완성도라면 화면을 보면서 사용하는 터치스크린의 불편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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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레인지로버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대시보드와 미래적인 10인치 듀얼디스플레이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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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타입의 센터페시아가 미래지향적인 실내 분위기를 이끈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과 접고 펼치는 기능 모두 전동으로 조절된다. 40:20:40의 비율로 분할되며 모두 접으면 최대 1,731L의 적재공간이 마련된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좁은 편이다. 이는 형제모델 F-pace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패밀리카로서는 적잖은 단점이다.

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
벨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재규어의 입김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벨라의 뼈대는 널리 알려진 대로 재규어 XE, XF, 그리고 F-pace의 기반이 된 iQ 플랫폼이다. 알루미늄(사용비율 82%)과 마그네슘으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해 비슷한 덩치(벨라, 길이 4.8m, 너비 2m)의 레인지로버 스포츠(길이 4.85m, 너비 2m)보다 약 240kg 가볍다. 모노코크 섀시인 까닭에 기존 레인지로버와 스포츠보다 플로어 높이가 월등히 낮지만 시트높이 조절 폭이 넓은 덕분에 레인지로버 특유의 높직한 시야는 그대로 살아 있다.

하체는 재규어 F-pace와 마찬가지로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방식이며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까닭에(D240 제외)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예컨대 최저지상고 251mm까지 하체를 들어올리며, 65cm 정도 깊이의 물웅덩이도 가뿐하게 건넌다. 아울러 시속 105km 이상의 고속에서는 차체를 10mm 낮춰 보다 안정적인 공기흐름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해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손쉬워졌다. 온로드, 잔디, 자갈, 눈길, 진흙, 모대 등 다양한 오프로드 상황에 맞춰 엔진, 변속기, 섀시 등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장비다.


국내에 출시한 엔진은 2.0L 디젤, 3.0L 디젤, 3.0L 가솔린 수퍼차저 세 가지로 ZF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시승차에 얹은 엔진은 볼륨모델이라 할 수 있는 최고출력 300마력의 3.0L 디젤. 최대토크 71.4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6.5초에 끝내는 녀석이다.


성능 수치에서 짐작했던 것과 달리 벨라의 가속감은 경박스럽지 않다. 우아하고 진중하게 차체를 이끈다는 느낌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높은 속도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계기판 끝까지 바늘을 밀어붙인다. 최고시속은 241km에 달하는데 2톤이 넘는 무게와 공기저항이 심한 SUV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성능이다. 운전감각도 기존의 레인지로버와는 사뭇 달랐다. 고속에서도 자신 있게 주행할 수 있는 첫 번째 레인지로버랄까. 요트의 움직임에 비유했던 형님들의 몸놀림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엇다. 스티어링 반응은 민첩했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넘쳤다. 또한 노면그립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는 앞서 말한 가벼운 차체와 재규어가 다듬은 플랫폼, 그리고 포용력이 남다른 에어서스펜션의 도움이 컸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타고 넘어도 불필요한 몸놀림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격하게 몰아붙여 보아도 약간의 피칭은 있을지언정 롤링은 허용하지 않는 등 비교적 정갈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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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편의장비가 벨라의 옥의 티
사실 벨라를 여유 있게 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1억1,500만원에 달하는 시승차는 고급차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운전석 요추받침과 통풍기능이 삭제됐다. 1억2,600만원의 D300 HSE부터 마사기 기능, 요추받침을 포함한 1열 통풍시트와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차선을 벗어날 때 차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주는 장비로, 차선 가운데를 스스로 주행하는 다른 회사와 차이를 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따라서 D300 HSE부터가 고급차를 고급차처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대다. 또한 벨라의 실내는 진짜 가죽과 진짜 금속을 아낌없이 사용한 형님들과 차이를 두었다. 특히 실내 전반을 감싸는 마름모꼴 패턴 내장재의 표면 처리가 무척이나 아쉽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가죽 확장 패키지가 들어간 1억 4,340만원의 D300 퍼스트 에디션을 선택해야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비싼 만큼 벨라의 구매에 앞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통장잔고와 타협할 필요가 있다.


헤리티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으로 다듬어 틈새차종을 만드는 일은 누가 봐도 어려운 도전이다. 그러나 랜드로버는 이를 가장 멋지게 해낼 줄 아는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다.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남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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