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완벽해서 좋은 럭셔리카, 캐딜락 CT6 터보

M CARLIFE 0 22,024


CADILLAC CT6 TURBO
취향고백: 조금 덜 완벽해서 좋은 럭셔리카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6가 2L 터보로 가슴을 여미고 다가왔다.

후륜구동에 따라붙은 매끄러운 주행감은 럭셔리카의 가치를 다른 것에서 논하지 않아도 좋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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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그 차가 맞나? 캐딜락 CT6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 소호에 있는 캐딜락하우스였다. 당시 한국에 없던 새하얀 차를 온갖 미디어 아트로 꾸민 전시장에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분위기에 압도당할 만한 무엇이 있었다. 어느 영화에서 본 뜨거운 야심의 ‘눈의 여왕’ 케이트 블란쳇이 사업가로 환생한다면 이 차를 타지 않을까? CT6는 크고 아름다웠으며 캐딜락 태초의 모습을 잃지 않은, 길고 긴 직선의 옆모습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는 차였다.


현재 최고급 세단의 기준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다. CT6는 S클래스의 길이(5,120mm)를 뛰어 넘는 기다란 차체(5,185mm)를 가진 만큼 널찍한 실내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740kg의 가벼운 무게에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강력한 힘으로 파워풀한 주행질감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갖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힘의 원천은 작디작은 2L 터보 엔진이다. 한국에 오면서 간이 작아진 건가? 아니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캐딜락 내 최고급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슬그머니 내려놓으려고 하는 걸까?

캐딜락다운, 넓고 단단한 첫인상 
강인한 첫인상은 여전하다. 겉모습은 3.6과 크게 다를 게 없다. 1,880mm의 떡 벌어진 어깨 너비나 쭉쭉 뻗은 보닛의 라인들, 1,485mm 높이의 두툼한 팬더는 여전이 당당하며 세련된 비율을 뽐낸다. 방패 모양의 캐딜락 엠블럼에서 느껴지는 너른 가슴과 직선의 조합 역시 그대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 라인에도 각이 서렸다. 요즘 온갖 차들이 곡선의 미학을 운운한다. 이런 차들은 하나같이 앞머리부터 꽁무니까지 둥글리며 허리 라인을 빼버리는데 CT6는 이와 달리 당당한 자세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면 쪼로록 아래로 빛을 내려 긋는 헤드램프는 두어 번씩 눌러 보게 될 만큼 신선하다. 이제 더는 캐딜락에 각진 리어 램프는 없다. 빨갛고 하얀 사각 얼음을 켜켜이 쌓은 듯 했던 이전과 다르다. 리어램프 속 알맹이들은 하나의 라인으로 흐르며 주홍색 젤리가 녹은 듯한 매끈한 몇 줄의 빛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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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램프는 주홍색 젤리가 녹은 듯한 매끈한 몇 줄의 빛으로 완성되었다


그 곁에 놓인 19인치 울트라 브라이트 알루미늄 휠은 14스포크 타입이다. 단순한 형태의 휠을 사용해 깔끔한 차체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노린 듯. 가볍지 않은 첫인상을 간직한 채 시작한 첫 번째 드라이브는 점심시간을 앞둔 어느 주차장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에서 만난 벤츠 E클래스는 동네에서 유난히 좁은 골목과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느긋이 내려왔다. 익숙한 길을 따라 차분한 운전을 하던 중년 여성을 몰아세우려 했던 것은 아닌데, 그녀는 CT6가 옆에 다가올 때마다 주춤거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건 패들시프트를 쓰건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은 다소 소박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이 차의 음색이나 위세는 달랐던가 보다. 잠시 신호 앞에 나란히 섰을 때, 유리창 너머 E클래스와 나란히 보니 외려 따로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CT6만의 강인한 캐릭터가 다가왔다. 알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우아한 E클래스도 이 차 옆에선 왠지 나긋해 보였다. 동급 BMW나 벤츠보다는 털털한 상남자 같아 보이는 매력에, 마치 내가 상남자가 된 듯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비싸지 않은 대형 세단. 새로운 CT6 터보가 노리는 전략에 필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도톰한 두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스티어링 휠이 후륜의 뒷심과 만나 코너를 밀고 나갈 때면 마치 내가 운전을 꽤나 잘하는 듯한 착각을 안겨줬다. 뒷자리가 아주 빠르진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게 따라왔다. 너무 예민한 브레이크로 놀라게 하던 다른 독일 브랜드보다 편안함이 느껴졌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변속은 새삼 이차가 ‘from USA’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지난 수년간 많은 이들은 캐딜락을 비롯한 다른 미국 메이커가 독일차에 뺏긴 젊은 고객들을 되찾으려 이들을 따라해왔다고 주장했다. 어딘가 모르게 딱딱한 하체와 착착 들어가는 코너링 느낌으로 바뀌어왔다는 얘기다. 물론 아랫급 모델 ATS나 CTS가 그럴 수는 있다. 허나 CT6는 아직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캐딜락의 느긋한 천성이 묻어났다. 그것은 분명 딱딱한 차에 지친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이다.

2L 터보 엔진이 전하는 기분 좋은 가벼움
서울 시내 곳곳에 뒤통수를 때리는 과속 방지턱이 수시로 나타났건만 CT6는 ‘찰랑~’ 하고 세련되게 넘어갔다. 탄탄하면서도 푸근한 가죽시트 위에서 점점 등을 더 기대고 싶게 하는 안락함이었다. 정숙성도 뛰어났다. 일반적인 주행속도에서는 노면 소음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을 만큼 조용하다. 그럴 때마다 보스 오디오의 울림을 십분 발휘하고 싶어 CDP 자리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CDP는 찾지 못하고, 오로지 MP3 파일에 의존한 채 어둔 밤을 더 달렸다.


고속구간 역시 그저 여유로운 토크로 쓰윽 넘어간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솔린 엔진의 미덕을 시승 내내 생각했다. 시승하는 동안 기록했던 연비는 8.9~10km/L 수준. 참고로 필자는 평소 2L 디젤 엔진 차를 몰면서도 연중 12~13km/L를 절대 넘지 못하는 운전습관을 가졌다. 이 덩치에 이 정도 연비라면 다양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 사륜에서 후륜으로, 3.6에서 2L 터보로 엔진을 바꾸며 4개였던 머플러는 2개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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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 않은 성능과 괜찮은 연비를 뽑아내는 2L 터보 엔진

 

또한 LCD 계기판을 실물 계기판으로 바꾸는 수고를 거치며 CT6 터보의 차값은 가장 저렴한 3.6 트림보다 900만원이나 더 저렴해졌다. 여유로운 보디 사이즈에 적당한 주행 성능과 재미를 적절히 버무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차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다시 한번 실내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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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L 터보는 3.6L의 LCD 계기판과 달리 실물 계기판이 달린다


너무 큰 기대는 사치였음을
‘이 정도면 괜찮지’. 처음은 그랬다. 설사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운전 중에는 내비게이션 외에는 크게 쓸 일이 없는 실용파에게 딱 맞는 차다. 너른 실내 앞뒤로 히팅시트와 송풍구 등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고르게 들어찼다. 길고 넓어서 절대 운전 중 손이 닿지 않을 원목 마감 아래로는 터치로 열리는 글로브박스가 위치해 있다. 비상등을 포함한 모든 것이 터치 패널로 움직이고 애플 카 플레이 등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블루투스 성능도 매끄러웠다. 특히 운전 중 수시로 조작하는 오디오 연결이나 전화, 문자 메시지까지 읽어주는 음성명령은 최근 운전한 어떤 차들보다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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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건 없는데 눈길을 단번에 잡아끄는 것도 없는 실내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화려하고 섬세한 계기판과 편의장치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새파란 그래픽 화면과 아이콘들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수입차라서 어쩔 수 없는 한글 폰트의 어색함은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영문으로 바꾸어봐도 사실 비슷하다). 다행히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놓을 수 있는 암레스트 뚜껑은 양쪽 방향 모두 열리며 주행 중 충전에 필요한 USB 단자도 바깥으로 선을 빼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편의성이 좋다. 게다가 널찍한 433L 트렁크는 깊기까지 해서 퉁퉁 소리를 냈지만 전혀 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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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의 널따란 실내. 등받이 각도조절은 안 된다


그래, 마이너한 감성이 곧 나의 취향 아니던가. 이를 인정하자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한마디로 CT6 터보는 완벽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차를 권한다면 분명 뒷좌석의 넉넉함이 부족함을 상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운전기사를 자처해 서너 사람을 태워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각기 다른 성별과 나이대의 성인들이 전동식 리어 커버로 따가운 볕을 가리며 적당한 높이의 헤드룸과 한껏 여유로운 레그룸, 팔 높이에 맞춰 커버까지 공들인 암레스트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꼭 끝에 가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설마, 이 정도 차에 등받이 각도가 고정은 아니지?” 설마가 감흥을 잡아버렸다. 맞다. CT6의 뒷좌석 등받이는 필요할 때 앞으로 접히기만 할 뿐 각도는 고정이다.

김미한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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