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EVest, 볼보 XC90 T8 엑설런스 & BMW 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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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 XC90 T8 EXCELLENCE & BMW i8
The PHEVest


서로 다른 이상을 좇아 진화한 두 대의 수프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최상급 PHEV가 하나의 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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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때 유럽은 네안데르탈인의 땅이었다. 다부진 체구와 쐐기형 얼굴을 지닌 이 원시인류는 타제석기를 사용했다.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 작살과 활을 든 크로마뇽인이 등장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2 한때 세상은 마차 애호가의 것 같았다. 귀부인부터 사냥꾼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마차를 즐겨 탔다. 그들은 벽을 들이받고 고철이 된 최초의 증기자동차를 비웃었다. 말이 없는 마차는 기름이 떨어지면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웃음은 길게 가지 못했다. 열기관 자동차가 혁신을 거듭하는 사이 마차는 유원지의 이색 탈것으로 전락했다.

#3 20세기를 주름잡은 내연기관은 21세기 들어 한껏 무르익었다. 힘, 효율성, 정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유해배기가스는 최소화한다. 전기차 대중화는 시기상조다. 설익은 EV나 애매한 HEV, PHEV는 미래를 대비해 오늘의 도로를 달리는 프로토타입일 뿐인지도 모른다.

주변인. 둘 이상의 갈등적 체계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 당면문화와 전통 가운데 어느 하나에도 귀속되지 못하는 문화적 잡종(Cultural Hybrid)에게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Park)가 붙인 별명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오늘날 자동차 세계의 주변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와 전기차 시대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아직 서먹한 신기술로서, 한낱 설익은 미래로서 도로 위를 달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는 또 어떤가. 이행기에 불과한 하이브리드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전기차 세상을 잇는 가교를 자처한다. 과도기의 과도기로서, 주변인의 주변인으로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갖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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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스포츠카와 쇼퍼드리븐 SUV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SLS, 아우디 R8에 대항할 수퍼스포츠를 내놓으리라는 세간의 기대에, BMW는 전혀 이질적인 컨셉트로 답했다. 첫 번째 컨셉트가 나온 지 5년 만에 데뷔한 BMW의 친환경 스포츠 쿠페는 생김새, 소재, 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당최 평범한 구석이라곤 없는 별종이었다.


현행 XC90은 한때 저장 질리 체제 볼보의 시금석이었다. 성공한 혁신으로 인정받는 지금에 와선 볼보의 전성기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된다. T8 엑설런스는 볼보의 개선장군 XC90 라인업의 정점에 자리한다. 볼보 역사상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SUV, 볼보 XC90 T8 엑설런스는 2015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차 CEO는 이 차를 소개하며 “볼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거창한 소개말에 비해 겉치장은 은근하다. 유난스런 꾸밈은 되레 고급감을 떨어뜨린다는 걸 잘 아는 듯. 길이 5m, 너비 2m, 높이 1.8m에 달하는 웅장한 차체를 그저 담담하게 풍부한 양감으로 빚어냈다.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를 담은 헤드램프와 새로운 아이언 마크를 품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언제 봐도 참신한 요소. 풍요로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사이드 뷰와 D필러를 타고 내려오는 테일램프는 볼보 왜건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i8엔 친환경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BMW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량화는 고성능/고효율/저공해를 위한 만능열쇠. BMW가 카본 복합소재,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 사용에 공을 들인 이유다. 라이프드라이브 아키텍처라 불리는 i8의 플랫폼은 엔진과 모터, 배터리, 충격흡수구조 등을 얹는 바닥 부분의 알루미늄 모듈과 카본 파이버로 만든 캐빈룸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i8의 무게는 1.5톤을 밑돈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i8은 여전히 미래에서 뚝 떨어진 듯 엄청난 위화감을 선사한다. 겉모습은 일견 외계에서 온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자체로 바람을 닮았다. i8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6. 외부 패널의 도움 없이 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탄소섬유 캐빈 덕분에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춘 현란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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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8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6. 외부 패널의 도움 없이 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탄소섬유 캐빈 덕분에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링이 가능했다

 

도어는 버터플라이 방식. 문을 열면 날아오를 듯 어깻죽지를 활짝 열어젖힌다. 하지만 개구부는 몸을 구겨넣어야 할 만큼 작다. 시트 구성은 2+2. 탑승인원은 두 명이 적정, 셋 이상은 만용이다. 인테리어 소재/레이아웃/장비구성은 기존 BMW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내를 뒤덮은 가죽 내장재가 고급감을 끌어올리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을 휘감은 파란색 라인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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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라인과 스티치, 안전벨트와 무드등이 시대를 선도하는 스포츠카로서 아쉬움 없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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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날아오를 듯 어깻죽지를 활짝 열어젖힌다. 하지만 개구부는 몸을 구겨넣어야 할 만큼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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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는 짐을 위한 공간이다


XC90 T8 엑설런스는 3열 시트를 없애고 뒷좌석은 좌우 독립식으로 구성한 4인승 구조. 인테리어는 아늑하고 심플하며 고급스럽다. 실내 곳곳에 자리한 우드 패널은 스웨덴 서부 해안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강한 추위를 견딘 나무가 견고함과 안정감, 심미성을 두루 충족시킨다. T8 전용 크리스털 시프트레버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유리공방 오레포스(Orrefors)의 작품이다.


엑설런스의 진가는 뒷좌석에서 나온다. 커다란 도어를 열고 2열에 들어서면 비행기 1등석 수준의 호화로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열 시트는 1열 시트와 같은 제품으로 통풍과 난방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접이식 테이블과 와인 두 병을 넉넉히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오레포스가 만든 전용 크리스털 잔이 승객을 극진히 환대한다. 두꺼운 유리로 짐공간과 탑승공간 사이를 철저히 분리해 짐을 싣고 내리는 순간조차 VIP의 아늑함을 지켜낸다.

 

그 이상의 프리미엄을 원하는 이를 위해 ‘라운지 콘솔’이라 불리는 옵션도 마련돼 있다. 이 옵션엔 조수석이 생략되고 대신 VIP를 위한 접이식 테이블과 대형 모니터, 신발장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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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아늑하고 심플하며 고급스럽다. T8 전용 크리스털 시프트레버는 스웨덴 유리공방 오레포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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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와 동일한 형상과 재질의 독립형 리어 시트. 접이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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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장 컵홀더와 오레포스가 만든 전용 크리스털 잔이 승객을 극진히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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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2병을 보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냉장고

시대를 선도하는 두 주변인
i8은 미니 쿠퍼와 같은 직렬 3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BMW 모듈형 엔진의 막내지만, 출력(231마력)과 토크(32.7kg·m)를 바짝 끌어올린 버전이다. 앞바퀴를 굴리는 싱크로너스 모터는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낸다. 두 가지 동력원이 완전히 분리된 까닭에 시스템 총 출력과 토크는 수치를 그대로 합한 362마력, 58.2kg·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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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톤 거구를 이끄는 2.0L 트윈차저 엔진과 미드십 스포츠카에 달린 1.5L 터보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이 소리 없이 눈을 뜬다. 배터리가 바닥나거나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지 않는 한 전기모터부터 작동한다. e드라이브 모드에선 앞바퀴굴림 전기차로서 시속 120km까지 내고, 최대 37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구동방식은 주행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초반 러쉬에 강한 전기모터와 서서히 힘을 쏟아내는 가솔린 엔진이 유기적으로 힘을 보태고 나눈다. 연료탱크와 배터리를 가득 채웠을 경우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약 600km. 배터리를 가득 채우기까지 일반 가정용 전기(220V)로 약 3~4시간, 전용 충전기 i 월박스로는 약 2시간이 걸린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모드에 상관없이 엔진이 깨어나 네바퀴굴림 스포츠카로 변신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전기모터는 효율보다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변속기와 댐퍼 반응, 스티어링 휠과 회생제동 감도 역시 달라진다. 가상 배기음은 가속에 따라 운전자의 심장이 달음박질하도록 마련된 제세동기다. 타이어 폭이 좁아 한계는 낮지만 접지력을 넘어서는 제동에서도 여간해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모터와 배터리, 엔진과 연료통을 적절하게 배치해 달성한 앞뒤 50:50의 무게배분과 낮은(460mm) 무게중심이 한몫 단단히 한다.


배터리가 바닥나고 나면 i8은 3기통 1.5L 미드십 후륜구동 차로 전락한다. 0→시속 100km 가속 4.4초의 맹렬함은 사라지고 매끄러운 주행감만 남는다. 사실 엔진과 모터가 온 힘을 다해 역주한다 한들 M의 흉포함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드라마틱한 도전과 치열한 사투 같은 원초적인 감동은 이 차와 어울리지 않는다.  i8을 타고 달리는 기쁨은 대개 날렵한 코너링과 산뜻한 고속주행이 주는 만족감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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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바닥나고 나면 i8은 3기통 1.5L 미드십 후륜구동 차로 전락한다


T8이라는 이름이 붙은 볼보는 원래 야마하가 만든 자연흡기 V8 엔진을 품었었다. 이제 그 자리에 모듈설계 직렬 4기통 2.0L 엔진이 들어간다. 실린더 개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파워는 여전하다. 터보+수퍼차저+모터 어시스트가 만들어내는 시스템출력은 400마력. 2.4톤이나 되는 덩치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몰아붙이는 데 5.6초면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연비가 L당 14.5km나 되고, CO₂배출량은 km당 64g에 불과하다.


XC90 T8의 구동방식은 i8과 비슷하지만 앞뒤 구동계 구성이 반대다. 앞바퀴는 엔진이 굴리고, 뒷바퀴는 모터만으로 돌린다. 차체 중앙에 샤프트 대신 배터리팩을 배치하고 뒤차축에 60kW(82마력, 24.5kg·m) 모터를 달았다. 앞뒤 차축이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구동계와 배터리 레이아웃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앞바퀴를 담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XC90 T6와 동일한 트윈차저 엔진. 모터와 배터리 탓에 T6 모델 대비 무게는 240kg 늘어났지만 낮게 깔린 무게중심 덕에 하중 특성은 더 좋아졌다.


스위치를 비틀어 전원을 켜고 기어레버를 D레인지에 위치시킨 뒤 가속 페달을 밟는다. 2톤이 넘는 덩치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나간다. 유령처럼 스르륵 가속하는 감각은 고급 대형 세단의 풍요로움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인 발진 상황에선 뒷바퀴를 굴리는 모터에 의지하지만, 강한 힘이 필요할 때나 미끄러운 노면을 만난 경우에는 앞 엔진, 뒤 모터가 힘을 합쳐 네 바퀴를 굴린다. 막대한 토크로 거구를 밀어붙이는 전기모터, 저회전에서 과급압을 빠르게 올리는 수퍼차저, 고회전에서 폭발력을 더하는 터보차저가 유기적으로 힘을 보탠다. 가속은 묵직하고 크루징은 풍요롭다. 볼보는 엑설런스 트림만을 위해 별도의 하체 방음 패키지도 달았다. 소음이 지워진 실내는 언제든 B&W 사운드 시스템으로 채울 수 있다. 오디오를 켜면 19개의 스피커와 공랭식 서브우퍼가 실내 곳곳 빈틈없이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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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가득 충전하면 전기차모드로 21km를 달릴 수 있다

미래라는 알을 품고서
i는 BMW의 미래를 상징한다. 겉모습부터 기존 라인업과 확실하게 구분된다. 기성차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레이아웃부터 완전히 새로 짰기 때문. 이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급진적인 시도가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EQ 브랜드 출범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XC90 T8 엑설런스는 쇼퍼드리븐카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볼보는 커다란 SUV로 프레스티지 세단을 대신한다. 도심, 고속도로, 험로를 안락하게 달릴 수 있는 능력과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21km를 달릴 수 있는 초능력이 그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이 차를 타는 내내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토록 대담한 볼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모든 혁명은 한때 ‘시기상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마련이다. 껍질에 쌓인 미래란 대개 별 볼일 없어서 무시당하기 십상. 미완의 혁신은 현실감각 없는 자의 판타지로 치부되고, 비전을 증명 못한 선각자는 미치광이로 불린다. 세간의 조롱에도 아랑곳 않고 웅크려 알을 품는 바보가 있어야 새 시대는 부화한다.


i8과 XC90 T8 엑설런스는 미래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다. BMW와 볼보가 품고 있는 알이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자동차 개념과 미래에 완성될 기술의 연결고리로서 이토록 개성 넘치는 PHEV를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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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는 한낱 주변인에 불과하다. 대안이 될지언정, 대세가 되긴 어렵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시소는 서서히 기울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 워치, 전자담배를 충전한다. 심지어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한다.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굴러온 전기차가 박힌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두 대의 최상급 PHEV가 일찌감치 우리 눈앞에 그려냈던 눈부신 비전을.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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