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리터 전성시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2부]
2017-11-08  |   26,353 읽음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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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 COOPER S CONVERTIBLE
날쌘돌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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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중형 세단과 택시를 대표하던 2.0L 엔진이 앙증맞은 미니를 만났다. 이게 정녕 같은 배기량이 맞는 걸까? 지극히 평범했던 국민 엔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가뿐한 차체에 과급기까지 더한 2.0L는 족쇄 풀린 듯 팔팔했다. 과분한 힘을 얻은 미니도 마찬가지. 미니 쿠퍼의 붉은 S 배지가 당당한 이유다.

짜릿한 192마력
과분한 엔진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붉은색 스타트버튼을 누르는 순간 작은 차가 움찔하며 깨어난다. 이후엔 가솔린 엔진답게 조용히 잦아들지만, 첫 만남의 큰 고동은 강력한 성능을 쉽사리 짐작케 한다. 물론 보닛 아래 빼곡히 들어찬 엔진룸만 보더라도 이 차가 만만찮은 소형차인 걸 가늠할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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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엔진룸.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얹은 탓이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 이 평범한 성능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조그마한 차체다. 출발과 동시에 1,35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가 1,375kg의 미니를 가뿐하게 이끈다. 여유로운 힘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2,495mm에 불과한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미니의 주행엔 장난기가 가득 배었다.


하지만 이런 장난기는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싹 사라진다. 4기통 엔진의 최대치까지 이끌어낸 속 시원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시속 100km까지 단 7.1초 만에 주파하고, 시속 200km까지도 힘 부족 없이 가속한다. 보통 2.0L 세단이었다면 시속 160km 이상부터 버거웠겠지만, 미니는 가벼운 무게 덕분에 고속에서도 가뿐하다. 과연 ‘차의 무게를 줄이면 언제든 빠르게 달릴 수 있다’던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말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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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코너에서 더욱 빛난다. 작은 차체 특유의 잽싼 주행성능은 미니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 하지만 일반 미니는 깊은 코너를 탈출할 때, 또는 오르막 고갯길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채운 게 2.0L 터보 엔진이다. 무거운 엔진 때문에 날카로운 코너링은 다소 무뎌졌겠지만, 그만큼 더 강력한 힘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1.5L 미니가 저단 기어를 바꿔 물며 요란하게 헐떡댔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가속을 이어갔다.


가장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건, 듣기 좋은 배기 사운드다. 500cc 실린더에 가솔린을 듬뿍 부어 넣는 풍부한 음색에, 듀얼클러치 변속기만큼이나 절도 있는 변속이 더해져 체감 성능이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질 정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배기구 끝에서 ‘팍’ 하고 터지는 특유의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도 자꾸만 가감속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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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치 휠과 205mm 너비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작은 덩치를 끈끈하게 바닥에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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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S의 한가운데 달린 배기구에선 속 시원한 배기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낭만을 품은 2.0
아마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가 외치는 ‘고카트 필링’에 가장 가까운 차가 아닐까. 섀시에 시트만 붙인 카트처럼 뻥 뚫린 천장에, 덩치를 넘어선 과분한 힘까지 챙겼다. 세간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그 느낌이 옅어졌다곤 하지만, 이전보다 더 탄탄하게 조여진 차체 덕분에 보드라워진 서스펜션 위에서도 주행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튼튼한 골격으로 승차감과 주행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킷을 달리듯 레코드 라인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이전의 칼 같은 피드백이 확실히 줄긴 했다. 승차감에 신경 쓰느라 볼살을 뒤흔들던 잔진동과 함께 걸러졌기 때문. 날카로운 피드백의 빈자리엔 여유가 채워졌다. 덕분에 이제 뚜껑 열고 여유롭게 유영하는 그랜드 투어러 흉내도 살짝 낼 수 있게 됐다. 클래식한 스타일과 퀼팅 패턴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한 실내는 비록 작지만 GT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니까. 물론 2.0L 엔진의 성능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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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cm 가량 열리는 선루프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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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팅 패턴을 적용한 시트 덕분에 지붕을 열어도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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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특유의 재미있는 그래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메인 모니터

 

경제적인 고성능
평범한 엔진, 작은 덩치의 조합으로 연비는 준수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6km, 시승 중 실제 연비는 리터당 11km를 살짝 넘겼다. 최고시속 228km에 달하는 성능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 그래도 묵직한 개폐식 지붕이 연비를 좀 깎아먹긴 했다. 참고로 일반 미니 쿠퍼 S의 공인연비는 12.6km/L, 최고시속은 235km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2.0L 엔진은 출력이 대단하지도, 효율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이 평범한 엔진이 작은 덩치에 짝지어지면서 화끈한 성능, 준수한 효율, 그리고 날쌘 주행감까지 손에 넣었다. 버튼 하나로 맑은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낭만은 덤. ‘작은 차 큰 기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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