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지프 랭글러 & 미니 컨트리맨 [3부]

M CARLIFE 0 14,907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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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P WRANGLER & MINI COUNTRYMAN
동그란 램프끼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닮은 구석이라곤 동그란 램프뿐. 비슷한 가격과 SUV 장르의 틀 안에서 두 차는 확연한 극과 극이다. 둥근 차와 각진 차, 온로드와 오프로드 또는 가솔린과 디젤의 극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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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랭글러는 원조 SUV에 기원을 둔 정통 오프로더다. 험지에서 버텨야 할 극한의 내구성과 어디든 갈 수 있는 신뢰성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편안한 승차감과 치밀한 마감 같은 건 그다음 얘기다.

#2 컨트리맨은 도심에 녹아든 SUV다. 사실 SUV를 닮은 해치백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오프로드보단 온로드가 먼저다. 도로 위에서 해치백처럼 날쌔고 안정되게 달리는 게 우선이다.

다른 극끼리 만나면 서로 당긴다 했던가. 각자 다른 세상을 사는 랭글러와 컨트리맨을 붙여놓으니 의외로 잘 어울린다. 한 차고 안에 넣어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두 차는 비슷한 가격대의 SUV이긴 하지만 서로 워낙 달라 경쟁관계라기보단 협력관계에 가깝다. 마치 카메라의 멀리 보는 망원 렌즈와 넓게 보는 광각 렌즈처럼. 

둥근 놈과 각진 놈
‘클래식 세트’. 두 차를 묶어 팔면 이렇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 랭글러는 지프의 기원 윌리스 MB의 직속 후손이며, 컨트리맨은 60년대 원조 미니 컨트리맨을 계승한다. 랭글러는 군용차에, 컨트리맨은 마이크로카에 각각 뿌리를 뒀다. 클래식하지만 스타일이 전혀 딴판인 이유다. 하나는 각졌고 하나는 둥글둥글하다. 그래도 원조 모델들의 등장 시기가 비슷해 둘 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네모난 테일램프를 달고 있는 게 마치 배다른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이 세트로 묶기에 딱 좋다.


클래식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컨트리맨은 최신 유행을 적극적으로 버무린 반면, 랭글러는 유행엔 관심 없다는 듯 뚝심 있게 제 자리를 지킨다. 두 차가 유일하게 닮은 구석인 헤드램프만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컨트리맨은 타원형 램프에 LED 프로젝션 램프 등으로 멋스럽게 꾸몄지만 랭글러는 그저 누런 원형 할로겐램프만 덜렁 붙어 있을 뿐이다. 이건 테일램프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랭글러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터프한 랭글러는 섬세한 LED보다 무심한 할로겐이 더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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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둥근 헤드램프가 달려 있지만, 컨트리맨은 LED로 화려하게 꾸민 반면, 랭글러는 군용차처럼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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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랭글러에 작은 테일램프, 작은 컨트리맨에 큰 테일램프


직접 문을 당겨보면 성격차이는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한쪽은 묵직하게, 나머지 한쪽은 경박할 정도로 가볍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연히 랭글러 쪽이 무거우리라 예상하겠지만, 묵직한 건 오히려 컨트리맨 쪽이다. 랭글러는 문짝을 떼어낼 수 있게 외부에 튀어나온 경첩으로 붙여놓은 탓에 진짜 군용차처럼 가볍다.


올라타는 감각도 극과 극이다. 컨트리맨은 높이가 적당해 마치 사무실 의자 앉듯 손쉽게 앉을 수 있지만, 랭글러는 말 그대로 올라타야 한다. 그래도 고생스럽게 올라온 수고는 탁 트인 시야가 보상한다. 넓은 시야 덕분에 랭글러는 평평한 시트의 불편함도,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성의 없는 마감도 모두 용서된다. 그저 캐주얼한 직물시트에 앉아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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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를 많이 써 클래식하게 꾸민 미니의 실내.고급 소재와 마감 등은 랭글러보다 한 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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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도 동그라미가 많아 클래식하다. 시트 높이가 매우 높아 개방감이 좋은 게 특징

반면, 컨트리맨은 시트가 낮고 좌우 볼스터가 높게 불거져, SUV인데도 고성능 분위기가 감돈다.
공간은 밖에서 보이는 그대로다. 큰 랭글러와 작은 컨트리맨. 뒷좌석도, 트렁크도 랭글러가 훨씬 넓다. 그런데 뒷좌석에 오랜 시간 앉아야 한다면 좁은 컨트리맨이 더 낫다. 뒷좌석 등받이가 조절되고 앞뒤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춘 만큼 더 안락하다. 랭글러는 이등병처럼 등받이가 꼿꼿하게 서 있어 장거리 주행의 필수 코스인 잠을 청하기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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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러는 넓지만 허술하고, 컨트리맨은 좁지만 치밀하다

17인치와 19인치
두 차의 주행 성격은 타이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랭글러는 17인치 휠에 245mm 너비, 편평비 75의 오프로드 타이어를, 미니는 거대한 19인치 휠에 225mm 너비와 편평비 45의 온로드 타이어를 신었다. 휠은 미니가 훨씬 크지만 바퀴 전체 지름은 랭글러가 165mm나 더 큰 셈. 오프로드의 날카로운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큼직한 타이어와 높은 편평비로 코너의 쏠림을 끈끈하게 붙들어야 하는 온로드 타이어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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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에 두 차의 확연히 다른 성격이 드러난다


그런데 시동을 걸면 뭔가 바뀐 것 같다. 덜덜거릴 것 같은 랭글러는 조용히 속삭이고, 조용할 것 같은 컨트리맨은 오히려 덜덜거린다. 이건 시승차 엔진의 차이로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6기통 3.6L 가솔린 엔진을, 컨트리맨 SD 올4는 4기통 2.0L 디젤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왠지 랭글러는 가솔린 엔진이라도 거칠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부드러워 인상적이다. 진동도, 소리도 거의 없다.


조용한 엔진 덕에 랭글러의 저속 승차감은 꽤 안락하다. 높은 시트에 앉아 6기통 특유의 풍부한 음색을 들으며 달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컨트리맨은 탄탄하면서도 잔진동을 잘 거르는 서스펜션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지만, 4기통 디젤 엔진의 정숙성은 6기통 가솔린 엔진 앞에서 자연스레 칭찬을 아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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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글러는 V형 6기통 3.6L 가솔린 엔진, 컨트리맨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을 얹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두 차의 평가는 뒤바뀐다. 컨트리맨 디젤의 진동은 rpm이 높아지면서 사그라지고 매우 잘 짜인 쫀득한 서스펜션의 승차감만 남는다. 반면 랭글러는 여전히 6기통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지만, 경직된 앞뒤 리지드액슬 서스펜션과 섀시와 차체 사이 고무 부시의 유격이 작은 진동도 털털거리며 받아낸다. 시트가 높아 작은 충격에도 운전자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기까지 하니, 승용차만 타던 사람에게는 다소 불쾌할 수 있겠다.


가속력도 마찬가지다. 저속에서는 랭글러가 284마력의 충분한 힘으로, 컨트리맨이 40.8kg·m의 강력한 토크로 밀어붙여 둘 다 속 시원하게 내달렸지만, 고속에선 컨트리맨과 랭글러의 거리가 벌어진다. 랭글러는 강력한 6기통 엔진에도 불구하고 각진 차체와 2톤이 넘는 무게, 5단 자동변속기에 발목 잡혀 고속에서 컨트리맨을 쫓을 수 없었다. 반면 컨트리맨은 8단 자동변속기가 효율적으로 힘을 나눠 시속 200km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래도 가속할 때 소리는 6기통 가솔린의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랭글러가 더 멋지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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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실력은 굳이 얘기할 필요 있을까. 납작한 차체, 쫀득한 서스펜션, 묵직한 운전대가 어우러진 컨트리맨은 커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카트 필링’이 남아 있다. 반면 랭글러는 코너를 빠르게 돌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오프로드 타이어는 도로 위에선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높은 차체는 뒤뚱거리며, 튼튼한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 스티어링은 유격을 허용한다. 그러니 코너에서는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는 편이 낫다.

17인치의 반격
도로 위에서 컨트리맨이 랭글러를 비웃었지만, 도로를 벗어나자 컨트리맨은 품에서 내려놓은 강아지처럼 맹견 랭글러 앞에서 꼬리를 말았다. 비가 내린 뒤의 흙탕길에서 컨트리맨은 바닥 닿을 걱정에 고개를 치켜들고 사뿐사뿐 움직여야 했고, 랭글러는 그저 맘 편히 달렸다. 컨트리맨이 갈 듯 말 듯한 길에서 랭글러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 높게 솟은 시트에서 마치 정복자라도 된 양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내달렸다. 혹시 미끄러져도 상관없다. 4륜구동 레버를 당기면 앞바퀴 좌우 동력이 5:5로 고정되면서 거칠 것 없이 나아간다. 컨트리맨의 ‘올4’ 사륜구동도 꽤 안정적이긴 했지만, 바닥 긁힐 걱정에 제 실력을 뽐내기 힘들었다.


온로드에서 빛났던 컨트리맨의 서스펜션도 오프로드에선 빛이 바랬다. 스프링이 너무 탄탄해 고르지 않은 길에서 네 바퀴를 제대로 땅에 붙일 수 없었다. 랭글러는 리지드액슬로 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달리는데 말이다. 랭글러의 도로 위에서 불편했던 서스펜션과 조향장치들은 반대로 도로를 벗어나자 숨겨두었던 진가를 발휘했다.


그래도 컨트리맨의 탄탄한 골격은 어디에서나 든든했다. 좌우가 비틀리는 돌길이라도 ‘삐거덕’ 앓는 소리 한 번 없이 통과했다. 타이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골격은 걱정 없다. 오히려 앓는 소리를 낸 건 랭글러지만, 이건 탈착식 지붕에서 들려오는 어쩔 수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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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와 세컨드카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랭글러와 컨트리맨을 번갈아 탔다. 컨트리맨은 온로드 성능에, 랭글러는 오프로드 성능에 각각 치중한 탓에 둘 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타기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이 중에서 더 편한 차를 고르라면 역시 컨트리맨이다. 쫀득한 승차감과 묵직한 조향감 덕분에 어떤 속도에서든 안정적이다. 젊은 취향답게 노면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지만, 그 충격을 부드럽게 둥글릴 줄 안다. 조금 흔들리더라도 불안한 기색이 없어 운전자는 맘 편히 달릴 수 있다.


랭글러는 마음 놓고 타기엔 스티어링 쪽이 걸린다. 유격이 제법 커 직진하는 중에도 계속 조정해야 한다. 크게 신경 쓰일 만큼은 아니지만 고속에서 운전대가 묵직해지는 컨트리맨에 비하면 안정감이 다소 떨어졌다. 승차감이 둘 다 좋은 편은 아니어도 컨트리맨은 역시 도로 위에서 운전이 즐겁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시승 중 연비는 랭글러가 리터당 7km, 컨트리맨이 15km 정도를 기록했다. 시승 환경이 다소 가혹했던 걸 감안해도, 고속주행이 많았기 때문에 둘 다 공인연비(랭글러 6.5km/L, 컨트리맨 13.1km/L) 만큼의 효율은 나온 셈. 랭글러가 예상외로 높았지만 그래도 미니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같은 거리를 달리면 랭글러가 비싼 가솔린을 두 배 넘게 먹어치운다는 소리다. 작고 가벼운 디젤차 앞에서 무겁고 큰 네바퀴굴림 가솔린차의 한계는 명확했다.


지프 랭글러와 미니 컨트리맨은 함께 놔두면 딱 좋은 그림이다. 클래식한 분위기로 차고를 채우면서도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아우른다. 온로드는 ‘고카트 필링’이 남아 있는 컨트리맨으로, 오프로드는 두말할 것 없는 오프로드의 대명사 랭글러로 말이다. 그래도 이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이땐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매일 함께 하는 차라면 컨트리맨이, 세컨드카로 탄다면 랭글러가 좋겠다.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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