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메르세데스 벤츠 SL400 & 피아트 500C [1부]

M CARLIFE 0 20,101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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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MERCEDES-BENZ SL400 & FIAT 500C
낭만의 조건


네 바퀴로 달린다는 것과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 포개지지 않는 두 대의 자동차.

SL과 500C가 파란 가을하늘 아래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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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L은 결단코 힘이 세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까지 끝끝내 잡아끌고야 만다. 전형적인 FR 스포츠카 비율이, 목청까지 좋은 고성능 파워트레인이, 새빨간 고급 가죽 시트가 곁눈질로라도 한번쯤 쳐다보게 만든다. 무려 2가지 실루엣과 고작

2개의 시트를 지닌 까닭에 소수의 낭만주의자에게만 자신을 허락한다. 때때로 그 모습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된다.

 

#2 “이 차 특이하다.” 500C를 보면 누구든 한 마디씩 던진다. 그들의 관심이 질투나 시기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 설령 운전자와 눈을 마주쳐도 굳이 고개 돌리진 않는다. 성능이나 장비는 대단치 않지만, 유럽 대표 패션카가 지닌

독보적인 감성은 쉽사리 대체할 수가 없다. 때로는 어렵지 않게 누군가의 꿈을 실현시킨다.


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SL400과 500C 사이엔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SL400 한 대 값이면 500C 4대를 사고도 현대 아반떼 한 대 값을 거슬러받을 수 있다.


두 차는 가격만큼이나 성격의 차이도 크다. SL은 장거리를 빠르고 안락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포츠 GT, 500C는 도심을 요리조리 누비는 데 최적화된 시티카다. 루프 형태와 전개방식에도 닮은 구석이 없다. 하나는 하드톱 로드스터고, 다른 한 대는 4인승 해치백에 소프트톱을 더한 픽스드 프로파일(Fixed-profile) 컨버터블이다.


네 바퀴로 달리는 것 말고는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차가 한 자리에서 만난 이유는 단 하나.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 컨버터블 루프 때문이다.

1억원대 럭셔리 GT와 2,000만원대 시티카
SL은 수퍼모델처럼 늘씬한 스포츠카의 비율을 지녔다. 루프 적재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길게 잡아당긴 데크와 긴 리어오버행만이 전형적인 FR 스포츠카의 디자인 공식에서 벗어날 뿐이다. 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 거기에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과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해 하이테크와 럭셔리 감각을 한 데 버무렸다. 보닛 위 과격한 파워 벌지, 프론트 펜더 뒤편 에어벤트는 주저 없이 흉흉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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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


SL은 ‘Super Light’의 줄임말이다. 6세대 들어 적용된 알루미늄 보디셸은 스틸보다 110kg 가량 가볍다. 1952년 경량 튜블러 프레임을 선보인 오리지널 SL의 명성을 그대로 계승한 셈. 덕분에 루프 개폐장치와 안전·편의장비를 잔뜩 싣고도 무게는 2톤에 한참 못 미친다.


제아무리 ‘엄청나게 가벼운’ 혈통이라도 차급엔 장사 없다. 500C에 성인 남성 10명을 구겨 넣어야(755kg) SL400의 공차중량과 비슷해진다. SL은 500C에 비해 1m 이상 길고 폭이 한 뼘 더 넓다. 하지만 웬일인지 키는 막둥이 동생 같은 500C가 한 뼘 정도 더 크다.


늘씬하고 유려한 SL과는 달리 500C는 조약돌처럼 다부지고 앙증맞은 체구를 가졌다. 길이와 폭은 국내 경차 규격을 만족시키지만, 너비는 딱 4cm 넘친다. 실루엣은 앞에서나 옆에서나 모서리를 둥글린 사다리꼴 형태. 덕분에 짧고 좁고 껑충한 차체에 안정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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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오바 500으로부터물려받은 앙증맞은 얼굴. 쉽게 질리지 않을 인상이다


500C의 지붕은 필러와 루프의 측면 골조는 그대로 두고 상단 페브릭과 뒤창만 켜켜이 접히는 방식이다. 이 차의 조상 격인 500 토폴리노와 누오바 500뿐만 아니라, 시트로엥 2CV(1948)와 닛산 휘가로(1991)도 이 같은 루프 바리에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특이한 루프 구조 덕분에 500C는 시속 80km로 달리면서도 지붕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도심 주행이 많은 편이라면 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고마울 것이다. 섬세한 오너라면 톱을 어디에서 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게 흡족할 터다. 루프를 끝까지 접어 테일게이트 상단에 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5초. 지붕을 열면 앞창 위에 나지막한 윈드 디플렉터가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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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톱을 어디에서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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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용량은 152L. 일반 500에 비해 100L 이상 좁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663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SL400의 바리오 루프 시스템은 정지 상태에서만 작동을 시작하고, 시속 40km 이내에서 동작을 이어간다. 열거나 닫는 데 15초가 걸린다. 버튼을 누르면 헤드레스트 뒤편에 근사한 윈드디플렉터도 솟아오른다. 루프를 열고 닫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하드톱 로드스터의 가장 큰 매력. SL은 극도의 개방감을 주는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소음 따윈 걱정 없는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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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5초 만에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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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를 열려면 손수 여닫아야 했던 트렁크 안쪽의 세퍼레이터가 6세대 부분변경 이후부터 자동으로 움직인다


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견고한 느낌의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을 형상화한 네 개의 원형 에어벤트, 입체적인 D컷 스티어링 휠은 누구라도 이 차 운전석에 앉아보고 싶게 만든다. 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 스카프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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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사실을 분명히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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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스카프도 달렸다


500C의 인테리어는 온통 플라스틱 일색. 고급감과는 거리가 멀다. 동그라미를 테마로 하는 올망졸망한 디자인이 호감도를 가까스로 만회한다.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곧추선 윈드 실드와 넓은 옆 창, 높은 시트 포지션이 열어준 탁 트인 시야다. 기아 모닝보다 10cm나 짧은 휠베이스 탓에 뒷좌석은 다소 옹색하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앉을 만한 공간인데, 그마저도 등받이 각도가 가파르고 헤드레스트를 충분히 높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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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일색의 인테리어는 고급감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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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각각 하나씩 접이식 팔걸이를 달았다

367마력 V6 트윈터보와 102마력 4기통 자연흡기
SL400은 3.0L V6 트윈터보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0.9kg·m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시간이 짧고, 다운시프팅시 회전수 보상도 척척 해내는 명민한 9단 변속기 덕에 가속 감각은 시종일관 경쾌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구형보다 0.3초 앞당긴 4.9초. 사운드는 가히 스포츠 버전 V8과 견줄 만하다. 트윈터보 엔진이 쏟아내는 날카로운 고음과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내뱉는 웅장한 저음에 고소한 팝콘 튀기는 소리가 곁들여져 달리는 맛을 한껏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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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마력, 50.9kg·m의 힘을 발휘하는 3.0L V6 트윈터보 엔진


파워트레인을 압도할 만큼 견고한 섀시는 스티어링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무게이동 과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자세제어 능력과 승차감을 모두 챙긴 서스펜션 역시 압권이다.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에 유압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보디 컨트롤(ABC)이 적용됐다. 코너링시 차체를 코너 안쪽으로 기울여 롤을 억제하는 다이내믹 커브 기능 덕분에 와인딩 로드를 조금 더 빠르고 예리하게 공략할 수 있다.


500C에 들어가는 1.4L 엔진의 동력 제원(102마력, 12.9kg·m)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 반응이 무딘 가속 페달을 힘껏 지르밟으면 엔진이 6,000rpm까지 회전수를 올리며 걸걸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나 가속은 목청을 따라가지 못한다. 공식적인 최고속도 데이터는 없으나 대략 시속 160km까지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쓸 만한 고속 크루징 실력을 지녔지만, 500C의 진가는 아무래도 도심을 경쾌하게 휘젓고 다닐 때 나타난다. 전륜과 후륜의 간격이 짧아 좁은 골목을 날렵하게 누비는 재미가 제법이다.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솔직한 스티어링 휠은 조향감각이 꽤나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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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L 멀티에어 엔진의 동력 제원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두 하늘바라기
SL400의 안전장비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3세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엔 스티어링 파일럿이 포함된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비롯해 교차로 기능을 지원하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이탈 어시스트, 프리 세이프 플러스 등이 포함된다.


윈드실드 안쪽에 달린 스테레오 다기능 카메라는 최대 500m 전방의 큰 사물을 주시하며 50m 앞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레이더는 총 6개. 프론트와 리어 범퍼 옆면에 25GHz 단거리 레이더 4개가 달렸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중장거리 레이더, 리어 범퍼 중앙에 멀티모드 레이더가 담겼다.


그에 반해 500C의 안전장비는 단출하다. 운전석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과 ESC(전자식 자세제어 장치)로 최소한의 안전을 챙겼다. 편의장비는 더욱 간소하다. 그 흔한 오토 헤드램프나 오토 와이퍼가 없다. 선바이저 뒷면 화장거울 조명조차 빠졌고 스티어링 휠 텔레스코픽 기능과 후방카메라도 생략됐다. 하지만 국내 판매 모델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미국사양이다 보니 의외로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간다.


SL은 S클래스 카브리올레의 고급감과 AMG GT C 로드스터의 역동성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지극히 우아한 자태와 흠잡을 데 없는 성능, 기대 이상의 안락성을 갖춘 완성도 높은 GT인 만큼 가격도 높디높다. 반면, 500C는 누구라도 손 뻗으면 닿을 높이에 있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신차가 기준)한 컨버터블이니까. 이 차 앞에선 미니 쿠퍼 컨버터블(4,230만~4,720만원)이나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3,190~3,390만원)도 슬며시 가격표를 숨기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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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에 그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하지만 낭만에 값을 매길 수는 없는 법. 오픈에어링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남다름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에 대한 욕심, 한 줌 용기와 자기애 한 큰 술이 필요할 뿐이다. 가격부터 성격까지 전혀 다른 두 대의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동안 경험한 햇살과 바람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컨버터블의 양 극단에서 바라본 하늘은 오직 하나로서 푸르렀다.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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