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러의 정석, 메르세데스 벤츠 E400 쿠페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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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BENZ E400 COUPE 4MATIC
그랜드 투어러의 정석


1968년, 필러리스 쿠페의 효시가 된 W115에서 시작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중형 쿠페가 6세대(W213)에 이르렀다.

50년째 이어지는 전통의 하드톱 스타일링 법칙은 벗어나지 않되,

 그 속은 신형 E클래스의 디자인과 첨단장비를 그대로 품었다. 그중 E400 쿠페를 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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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는 세단 베이스의 쿠페 시장이지만 이 시장의 창시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전히 모든 세단 라인업에서 공들여 만든 쿠페를 내놓는다. 주력 세단 라인업이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로 정리된 90년대부터는 수십 년째 단 한번도 빼먹은 적 없이 꾸준하다. 그러니 작년 E클래스의 풀 모델 체인지가 나왔을 때 조금 뜸을 들인 뒤 쿠페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다. S클래스의 쿠페를 CL, E클래스의 쿠페를 CLK라고 부르던 복잡한 시절도 있었지만 싸악 정리한 뒤 이제는 ‘E클래스 쿠페’라는 심플한 이름이 주어진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육중한 하드톱 쿠페는 CLK라기보다는 CL 쪽에 가깝게 보일 지경이다.


차가 커진 이유? 이번에는 진짜 E세단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그렇다. 그럼 전에는? CLK도 이전 세대의 E쿠페도 사실은 베이스가 C클래스였다. 보다 콤팩트한 쿠페 보디를 꾸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하위 플랫폼을 가져다 쓰는 것이겠지만 이 방법은 필연적으로 차의 볼륨감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전의 메르세데스 벤츠 중형 쿠페들에서 어딘가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은 차덕후가 맞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현행 E세단은 이미 5m에 육박하는 거구다. 이보다는 콤팩트해야 할 쿠페조차 길이가 4.8m가 넘어가고 휠베이스는 2.9m에 이른다. 선대의 E쿠페와는 실질적으로 세그먼트가 달라져버렸다. 이미 한 발은 대형차 카테고리에 걸칠 기세다.

S클래스 쿠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
디자인의 차이가 비교적 뚜렷했던 구형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에 대해 현재 모델은 크기만 차이가 있을 뿐, 메르세데스의 디자인 치프 고든 바그너의 디자인 언어로 통일되어 버린 상황이다. 특히 쿠페는 앞모습과 뒷모습만 놓고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페들은 세단과 단 한 장의 보디패널도 공유하지 않으며, 덕분에 완전히 다른 실루엣을 가진다. 꼬리를 치켜세운 C쿠페의 C필러 라인에 비하면 평탄한 솔더라인에 천천히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만나는 E쿠페의 측면은 뒷문이 빠진 CLS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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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런트마스크만으로는 C/E/S쿱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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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라인 적용으로 휠은 20인치의 AMG 모델이 기본 사양이 된다. 에어서스펜션도 기본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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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라이트나 리어엔드의 디자인은 쿠페 모델 모두 공통의 언어로 통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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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시에는 세꼭지 엠블럼이 스르륵 열리면서 카메라가 노출된다

 

S쿠페보다도 넓은 뒤측면 유리는 모두 내릴 수 있는 것이 특징. 프레임리스 도어에 B필러조차 존재하지 않는 차의 창문을 모두 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루프 라인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대형 파노라마 루프까지 연다면 그 개방감은 거의 카브리올레에 육박한다.

쿠페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은 성인 2명이 편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425L의 트렁크는 네 명분의 짐도 충분히 수납 가능하고 뒤 시트 분할 폴딩이나 스키스루까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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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필러가 없는 구조에 뒷유리창도 내릴 수 있어 개방감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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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사양 나파 가죽시트. 세단과는 다른 호화로운 양감과 디자인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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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 내리는 것이 불편한 것만 빼면, 뒷자리의 거주성은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인테리어는 E 세단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대시보드는 E세단의 파츠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은 상급의 S쿠페에 오히려 가깝다. 내장재의 소재와 패턴을 재조합하고 송풍구의 디자인을 달리 한 것만으로 세단의 일상적인 느낌을 모조리 씻어내 버렸다. 베이지와 브라운 컬러의 가죽, 카본 패턴의 내장에는 비일상적인 호화로움이 가득하다. 이전에는 S클래스 쿠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품질감을 그 아래급인 E쿠페에 아낌없이 쏟아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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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세단과 같은 듯 다른 인테리어. 그러나 품질감은 S쿠페 쪽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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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맨드 컨트롤 상단은 한글 필기 인식이 가능하고 다이나믹먼트롤과 에어서스펜션에 따른 차고 조절 기능도 탑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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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 탑재된 버메스터 오디오 시스템. 탁월한 음질을 자랑한다 2 스티어링 방향키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터치방식. 감도가 떨어지고 반응이 늦다. 이 차의 유일한 흠결 3 에어벤트의 디자인. 이런 게 4개가 나란히 있으면 과하게 느껴질 밖에

 4 도어트림의 품질감 또한 S클래스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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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형 디스플레이 2매를 이어 붙인 풀 디지털 화면 구성은 S와 E 세단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6 12.3인치의 와이드스크린. 크기와 해상도 덕분에 내비 사용이 크게 쾌적해졌다. 계기판에도 동일한 패널이 쓰였다

 

 

강력하고 안정감 넘치는 트랙션
컴포트 모드에서 살살 다루면 그 움직임은 벤츠 최상급 세단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정평이 난 에어매틱을 버리고 새로 설계한 에어보디 컨트롤 서스펜션은 더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행감각을 뽐낸다. 세단에서 종감속비만 바꾼 9단 G트로닉 변속기지만 성능만으로는 눈곱만큼도 불만을 느끼기 어렵다. 슬립을 느낄 수 없는 번개 같은 변속 속도에 두 단씩 뛰어넘는 다운시프트도 문제없이 해치운다.


탑재된 엔진은 아직 세단에 사용한 적 없는 V6 트윈터보. E300이 직렬 4기통으로 바뀐 마당이라 엔트리급 V6에 400이라는 명칭을 달았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V6 엔진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가속한다. 0→100km/h 가속이 5.3초인 차는 객관적으로도 빠르다. 하지만 333마력이라는 수치에서 기대되는 것과 달리 가속감은 그리 맹렬하지 않다. 지나칠 정도로 매끄러운 엔진과 4륜구동으로 인한 안정감 덕분이다. 실제속도보다 차가 느리게 가고 있다는 착각에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 않다. 앞뒤 33:67로 토크를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은 적지 않은 출력을 항상 차분하게 다스린다. 급격하게 휘두르면 2톤에 가까운 차중을 의식하게 되지만 에어보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탁월한 트랙션에 걸맞은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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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리터 트윈터보 엔진. AMG E43과 동일한 엔진이지만 터빈 사이즈로 출력을 차별화했다


스위치 조작으로 변속 프로그램이나 엔진 특성, 서스펜션 감쇠력과, 스티어링 특성이 바뀌는 다이내믹 셀렉터도 그대로 달려 있다. 평소에는 보통의 벤츠처럼 느긋하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는 순식간에 성능을 최대한 개방할 수 있다. 가장 야성적인 스포츠+ 모드는 짜릿함으로 넘친다. 서스펜션은 단단히 조여들고, 스티어링은 까칠해지며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춤을 춘다. 으르렁대는 V8만큼은 아니지만 목청을 높인 V6 사운드가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다운시프트마다 토악질을 하듯 뱉어내는 폭발음이 듣고 싶어서 자꾸만 패들시프트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강력한 주행보조 시스템
신형 E클래스에 탑재되어 호평을 받았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신형 주행보조 시스템은 중·장거리용 밀리파 레이더와 근거리 감시용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에 더해 주변 감시용 초음파 센서 12개로부터 끊임없이 외부환경을 감시해 주행에 반영한다. 가볍게 스티어링을 잡고 있다면 차는 알아서 주행라인을 감지하고 차선의 중앙을 흔들림 없이 달려 나간다. 파일럿 어시스트라면 다른 회사도 꽤 많이 탑재하는 기능이지만 실제 체험한 바로는 아직은 수준과 특성이 각양각색이다. 차선이 희미해지거나 도로가 손상된 경우에도 가드레일과 앞선 차량을 인식해 흐름을 유지할 때의 정확성은 단연코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장 앞서 있다.

 

개입과 해제의 과정도 매끄럽다. 이 정도의 안정감과 신뢰성을 갖춘 차는 아직까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능동형 어시스트 장비의 개입은 재미있게도 스스로의 운전에 보다 엄격해질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오른쪽 램프에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차는 가볍게 감속을 하며 원래의 차선으로 스티어링을 슬쩍 밀어낸다. 스티어링을 느슨하게 잡기라도 했다가는 여지없이 경고가 날아온다. 운전의 규칙을 엄수하지 않았다가는 차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게 된다.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주차공간을 스스로 찾아서 전후진 주차를 하고 자동 출차까지 깔끔하게 해내는 파킹 어시스트도 매우 유용한 장비다.


어찌 되었든 E클래스의 주력은 세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꾸준히 쿠페를 만드는 것은, 이를테면 추가금을 내면 잘 수 있는 오션뷰 스위트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숙소의 품질만 좋다면 창밖의 풍경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세상에는 근사한 풍경을 보기 위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할 사람도 꽤 많기 때문이다. 빠르고 쾌적하게, 그리고 스타일리시하게 목적지로 내닫는다. E400 쿠페 4매틱에서 그랜드 투어러(GT)의 이상을 보았다.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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