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같은 준중형, 혼다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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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CIVIC
중형같은 준중형, 혼다 시빅


혼다 시빅은 2.0L 엔진과 여유 있는 실내공간이 돋보이는 넉넉한 준중형 세단이다. 매력적인 패스트백 디자인과 간결한 움직임의 하체는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다. 다만 동급 국산차보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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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이 한국에 다시 등장했다. 미국에서 데뷔한 지 2년 만이다. 준중형 수입세단 입지가 부족한 까닭에 도입이 늦어졌다. 이들이 국내에서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국산 준중형차가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시빅이 정식으로 수입된 건 10년 전인 8세대 모델부터다. 당시 시빅은 잘 팔리는 수입차 중 하나였다. 수입차치고 저렴한 2,000만원대 가격이 인기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 차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점차 달라졌다. 갈수록 부족해진 제품 경쟁력도 문제가 되었다. 특히 9세대는 진부한 외관과 개성강한 인테리어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혹평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판매부진에 시달려 수입이 중단되었고 미국에서는 서둘러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아야만 했다.

패스트백 스타일이 매력적인 시빅
신형 시빅의 안팎에선 구형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8~9세대 캡포워드 모노볼륨 차체는 스타일리시한 패스트백 쿠페 스타일로 진화했다. 높이를 20mm 낮추고 너비와 휠베이스를 각각 45mm, 30mm 늘인 후 균형미 넘치는 디자인을 입혔다. 휠베이스는 아반떼와 같은 2,700mm지만, 길이가 80mm 길어 중형차에 가까운 스탠스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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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은 입체적으로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조형미가 워낙 독특해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강하다. 참고로 이는 신형 NSX를 통해 선보인 혼다의 새 얼굴이다. 앞으로 나올 새 모델들도 이런 형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오렌지색 리플렉터가 붙은 차폭등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임을 실감케 한다.

4도어 쿠페를 꼭 닮은 루프 라인도 매력적이다. 어설프게 쿠페를 따라 한 다른 세단들과 달리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모양만 보아서는 뒤 유리가 함께 열리는 해치도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래 철판부분만 열리는 패스트백이다. 이로 인해 트렁크 입구가 조금 좁아졌다. 동급 최초 풀 LED 헤드램프를 기본 장착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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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초 풀 LED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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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살린 리어램프가 멋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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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한 움직임의 하체가 돋보인다

 


실내로 들어서면 요즘 혼다 차에 공통적으로 달려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7인치 모니터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메뉴 구성도 단순하고 애플카플레이를 비롯해 한국에서 탑재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터치방식 UI에 낯선 사용자들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모니터 아래로는 미국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일자형 변속레버가 자리잡고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엔 2단 구조의 수납함이 있는데 마감 품질과 활용도가 조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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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해 한국에서 탑재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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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판은 너무 저렴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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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페시아 아래쪽엔 2단 구조의 수납함이 있는데 마감 품질이 미흡하다

시빅의 가장 큰 장점은 중형차 못지않은 넉넉한 뒷좌석공간이다. 쿠페 스타일 세단은 머리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시빅은 2열 시트 방석 높이를 최대한 낮추는 등의 절묘한 패키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시빅과 CR-V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모듈러 플랫폼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낮아진 엉덩이 위치만큼 머리와 다리 공간에는 여유가 생겼다. 1열 시트 프레임은 너비와 등받이 두께가 얇은 것을 사용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실내공간을 넓힐 때 자주 사용하는 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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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의 가장 큰 장점은 중형차 못지않은 넉넉한 뒷좌석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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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등받이는 4:6 분할 폴딩된다

 

 

연료효율성을 중시한 파워트레인
미국에서는 2.0L 엔진과 1.5L 터보엔진 두 가지가 있지만 국내에는 2.0L 단일트림만 수입된다. 가격에 민감한 차종인 까닭에 제조원가가 비싼 터보엔진은 뒤로 밀렸다. 국내에서 2.0L 엔진 준중형 세단은 보기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1.8~2.0L 엔진이 일반적이다. 시빅에 장착된 스퀘어 타입 엔진은 CVT 변속기와 맞물려 연료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12.8km/L, 고속 16.9km/L로 배기량이 작은 아반떼(1.6L 엔진 도심 12.1km/L, 고속 16.1km/L)보다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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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능수치 보다 부족한 가속력은 아쉽다

최고출력은 160마력. 1.3톤의 가벼운 차체를 견인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라 기대감을 갖고 차에 올랐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주행 감각은 경험할 수 없었다. CVT 특유의 헛도는 감각 때문이다. 물론 속도는 꾸준히 늘어난다. 반면 시시각각 변하는 기어비로 변속기의 격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스포츠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불만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발생하는 부밍음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로 시속 80km에서 60km까지 속도를 떨어뜨릴 때 발생한다. 까다로운 한국 고객의 눈높이를 생각하면 꼭 개선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앞쪽 서스펜션은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맥퍼슨 스트럿을 사용한다. 여기에 가변 기어비 방식의 스티어링과 짝을 이뤘다. 다만 그 완성도가 높지 않아 민감한 운전자의 경우라면 조향시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서스펜션의 가장 큰 특징은 콤팩트한 리어 멀티링크다. 넉넉한 뒷좌석공간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스펜션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움직임이 작다는 얘기. 자칫 운동 성능이 부족해지기 쉽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코너에서 몰아붙이거나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차체를 다잡는다. 리어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짧아 단단한 편에 속하지만 유압 부싱을 사용해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접지력을 높였다.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차체지만 혼다차답게 비교적 경쾌한 운전 감각이 아직은 살아 있다.

준중형 시장 축소와 높은 가격이 걸림돌
이렇듯 넉넉한 배기량과 실내공간, 그리고 깔끔한 몸놀림 등 중형차 못지않은 구성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먼저 3,060만원이라는 값이다. 편의사양이 다양하고 수입 과정에서 생긴 비용을 생각하면 사실상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가격이다. 하지만 비슷한 사양의 국산차보다 최소 500만원 이상 비싸고 3,000만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마저 넘었다.

폭스바겐 골프나 제타의 경우처럼 가격 차이를 상쇄할 만한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시빅과 경쟁하는 국산 준중형 세단은 철저히 미국 시장에 맞춰 만들었기에 내세우는 장점 또한 비슷하다. 즉 모든 면에서 조금씩 나은 점들이 눈에 띄지만 가격 차이를 극복할 만한 확실한 한방이 없다.


갈수록 줄어드는 준중형 세단 시장 역시 부정적인 요소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팔린 준중형차는 7만 대 정도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 9만 대가 넘게 팔린 것에 비해 20% 이상의 고객이 사라진 셈이다. 사라진 고객 대부분은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SUV로 옮겨갔다. 특히 쌍용 티볼리 에어의 경우 준중형차보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활용성을 갖춰 세단 고객 상당수를 흡수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현대와 기아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소형 SUV를 출시했다. 신형 시빅은 분명 나름의 매력을 가진 차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시장이 이차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인주 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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