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 조각 V8, 메르세데스 벤츠 GLS 500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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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S-BENZ GLS 500 4MATIC
마지막 퍼즐 조각 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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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조각은 V8이었다. GLS에 V8을 끼워넣자, 육중한 몸집은 가뿐해졌고 널찍한 실내엔 고요함이 찾아왔다.

 빈틈없이 짜인 하체도 제 짝을 만났다. 이제 GLS란 이름이 당당하다. 사막의 S클래스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고속도로의 제왕 벤츠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2.6톤의 자동차를 시속 250km로 질주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 머리로는 이미 알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 동승자가 입을 열었다. “우와, 안정적이네!”
사실 GLS는 시속 250km로 질주할 때도 흐트러짐 없었다. 단지 이 차의 무거움을 알기 때문에 두려웠을 뿐 엉덩이는 안심했다. 그러니 이 덩치를 250km까지 내몰았을 터. GLS는 V8 엔진의 모든 힘을 포용했다. 고성능 엔진을 넣었더니 이미 고성능이던 섀시와 맞물려 균형이 딱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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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SUV의 정점 
사진으론 이 차의 위용을 담을 수 없다. 사진 속 18인치처럼 보이는 휠은 사실 큼직한 21인치다. 길이만 5,14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상대적으로 휠을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큰 덩치를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 미국 경호원이 탈 것 같은 묵직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거대한 검은색 GLS는 주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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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머플러를 통해 V8 엔진의 풍요로운 배기음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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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 500의 21인치 휠. GLS 350d와 크기는 같지만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둔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AMG 스타일 덕분이다. 거대한 그릴과 속 시원하게 뚫린 범퍼는 강력한 엔진을 암시하고, 21인치 AMG 휠과 펜더는 탄탄한 하체를 대변한다. 차체 아래 번쩍이는 크롬을 덧붙여 시각적 무게를 덜어낸 것도 특징. 마지막으로 트렁크 한쪽에 붙은 GLS 500 엠블럼이 고성능 V8 엔진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종지부를 찍는다.


실내를 보기 위해 두터운 문짝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열었다. 뒤따라 나오는 건 안도의 한숨. 사실 이전에 탔던 GLS 350d의 실내는 SUV의 S클래스라 불리기엔 부족했다. 2012년 공개된 GL클래스의 그림자가 역력했기 때문. 하지만 GLS 500은 벤츠 최고급 사양 디지뇨 익스클루시브를 받아들여 예전 그림자를 화사하게 걷어냈다. 특히 마름모꼴 재봉선의 퀼팅 패턴은 이 차가 벤츠 SUV의 정점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휘감은 고급 나파 가죽과 부드러운 스웨이드 천장도 S클래스 못지않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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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뇨 익스클루시브 실내가 적용돼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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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의 주행모드를 갖춘 다이내믹 셀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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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명의 성인이 앉아도 넉넉할 만큼 넓다


하지만 제아무리 S클래스라도 GLS의 광활한 공간은 부러울 거다. 시트를 다 펴면 7명의 성인이 넉넉히 앉을 수 있고, 모두 접으면 2,300L의 널찍한 짐칸이 펼쳐진다. 최고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만끽하면서 5명이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셈. 캠핑을 하든 탐험을 떠나든 모든 짐은 넉넉한 짐칸이 해결해줄 터다.

포효하지 않는 V8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내는 V8 4.7L 트윈터보 엔진. AMG의 거친 배기음이 들려올 것 같은 성능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부드럽다. 시동을 걸면 우아하게 출발 준비를 마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여유롭게 미끄러진다. 이 차에 AMG 엠블럼이 붙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느리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비처럼 날다가도 언제든 벌처럼 쏠 수 있다. 아니 벌보단 육중한 호랑이가 더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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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를 완성한 V8 4.7리터 바이터보 엔진


여유로운 움직임은 강자의 여유다. 1,800rpm부터 71.4kg·m의 최대토크가 흘러나오니 2.6톤의 거대한 덩치가 나비처럼 가뿐하다. 9단 자동변속기도 높은 토크를 파악하고 미리미리 높은 기어를 바꿔 문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회전수는 겨우 1,250rpm. 이렇게 낮은 rpm에서도 8기통 특유의 풍부한 음색이 귀와 발을 즐겁게 한다.


풍요로운 산책은 가속페달을 건드리는 순간 끝이 났다. 재빨리 낮은 기어를 바꿔 문 V8 엔진이 모든 힘을 쏟아내면 뒤통수가 시트에 파묻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 거대한 덩치 덕분에 스포츠카의 날렵한 기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돌진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거칠 것 없는 도로 위 파괴자가 된 느낌. 3,000rpm 너머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8기통 사운드까지 더해지면 가솔린과 함께 스트레스까지 화끈하게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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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220, 240, 그리고 250km. 455마력의 무자비한 출력은 이 차를 금세 최고속도로 올려놨다. 그런데 최고속도에서 인상적인 건 넘치는 힘보다 든든한 골격과 서스펜션이었다. 웬만한 사람 키보다도 큰 1,895mm 높이의 건장한 SUV가 시속 250km에서 안정적이라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거워진 운전대와 팽팽하게 조여진 에어 서스펜션은 2.6톤의 쇳덩이를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든다. 특히 도로의 너울을 넘는 솜씨가 일품이다. 서스펜션이 묵직하게 눌렸다가 차분하게 펴지며 자세를 다잡는다. 3m가 넘는 길쭉한 휠베이스와 관성, 든든한 댐퍼가 어우러진 하모니다.


이제 GLS의 선회 성능을 엿볼 차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코너 구간에선 여전히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은 약간의 쏠림을 허용하며 살짝 눌린 후 팽팽하게 굳는다. 부드러운 승차감에서 탄탄한 고성능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셈. 295mm 너비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도 든든하게 관성을 버텨낸다.

 

하지만 보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끈끈한 타이어와 서스펜션도 2.6톤의 무게에 굴복한다.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미끄러질 때의 기본 성향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주행안정장치(DSC)가 재빠르게 개입하기 때문에 금방 자세를 추스른다. 덩치와 무게를 고려해 DSC가 다소 예민하게 조율됐다. DSC는 오프 버튼을 눌러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미끄러짐을 허용하다가 과하다 싶으면 금세 가속 페달을 먹통으로 만들어 안전을 도모한다. V8의 힘은 충분했지만, 기자의 실력으론 드리프트 흉내내기도 어려웠다.

키 큰 쇼퍼드리븐
이토록 빠르지만, GLS는 스포츠 SUV가 아니다. 그저 여유로운 주행을 위해 커다란 엔진을 넣었을 뿐. 격한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조용하던 V8 엔진이 그 증거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꾸면 빠릿했던 서스펜션은 한층 느긋해지고 변속기는 높은 단수를 바꿔 물어 크루징을 준비한다. 덕분에 부드럽게 운전할 때는 시선만 좀 높을 뿐 최고급 세단처럼 여유롭다. 특히 3,075mm의 길쭉한 휠베이스가 GLS를 항상 품위 있게 만든다. 여기에 V8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더해져 그랜드 투어러로 쓰기에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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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주행에 몸의 긴장도 함께 풀고 싶다면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켜면 된다. 설정한 속도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 조정하고 차선을 이탈하기 전 운전대도 알아서 돌려준다. 덕분에 왼발과 두 팔의 힘이 스르륵 빠진다. 여기에 커맨드 컨트롤러를 돌려 안마기능까지 켜면 쇼퍼드리븐 뒷좌석이 따로 없다. 편안함에 눈꺼풀마저 무거워지려던 찰나, 별안간 경고음이 잠을 쫓는다. 계기판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메시지가 뜨며,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이 아직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보조장치라는 걸 일깨운다.


뒷좌석 승차감은 동승자를 통해 간접 체험했다. 퇴근 후 GLS를 집에 가져갔더니 아버지께서 군침을 흘리신다. 사 드리지는 못할망정 태워드리는 게 문젤까. 지친 몸을 이끌고 아버지와 함께 다시 야간 주행에 나섰다. 소프트 클로징으로 뒷문을 닫아드리자 출발 전부터 이미 흡족해하신다. 차 가격, 성능, 승차감 등을 이야기하며 자유로를 달렸다. “드르렁~~.” 달린 지 15분이 채 되기 전 뒷좌석에서 들려온 소리다. 결국 또 한 시간 가량을 혼자 외롭게 달려야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꿈속에서 시승한 아버지의 동승 소감은 대략 “운동장처럼 넓다, 세단처럼 편안하다. 그리고 너무 편해서 한 번도 안 깼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시속 250km의 대가        
연료게이지만 보면 이 차의 연비가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략 서울에서 광주까지 거리인 350km를 주행하고도 1/4이나 남았으니 아직도 100km는 더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연비가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GLS의 연료탱크는 무려 100리터에 달한다. 352km를 주행하면서 대략 75리터를 꿀꺽한 셈.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4.2km. 2.6톤의 4륜구동 차를 시속 250km로 내던진 대가는 가혹했다. 정속주행만 했다면 이보다는 연비가 훨씬 높게 나왔을 테니 말이다. 참고로 GLS 500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6.7km다.

GLS는 V8 엔진을 통해 완성됐다. 부드러운 회전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챙겼고, 넉넉한 힘으로 육중한 무게를 극복했으며, 풍요로운 소리로 벤츠 SUV 정점의 위용도 지켰다. V8의 과격한 힘도 고성능 섀시와 균형을 이뤘다.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다. 오래된 스타일만 바꾸면 이제 더할 나위 없겠다.


윤지수 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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