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국산 파티션 리무진 - 2017 노블클라쎄 EQ9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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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NOBLEKLASSE EQ900L
오랜만에 보는 국산 파티션 리무진


국산 플랫폼을 바탕으로 재기 넘치는 커스텀 모델을 속속 선보여온 KC노블이 미니밴과 버스에 이어 선택한 세 번째 플랫폼은 파티션 리무진.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노블클라쎄 EQ900L이 정식 시판에 들어갔다. 앞좌석과 완벽하게 차단된 뒷좌석은 절묘한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고품질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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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기운이 엄습하던 1997년 가을, 현대의 다이너스티와 기아 엔터프라이즈 기반의 리무진이 한꺼번에 출현했다. 이들은 현대도 기아도 아닌 국내 카로체리아가 들고 나온 작품이었다. B필러를 늘이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차체를 절단한 뒤 C필러를 250mm씩 직접 늘이는 대공사 끝에 만들어낸 차였다. 뒷좌석을 위한 파티션은 물론 테이블, 카폰과 소형냉장고, TV와 비디오를 내장한 호화로운 국산 리무진은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초의 진기록을 남겼다. 하필이면 때를 잘못 만났던 이 차들은 <자동차생활> 1998년 3월호에서 자세한 디테일과 함께 다뤄지기도 했다(www.carlife.net에서 ‘프로토 에쿠스 리무진’을 검색하면 당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3년 뒤인 2000년, 신형 에쿠스를 기반으로 한 호화 리무진이 다시 출현한다. B필러를 늘인 현대의 시판 리무진을 가져다가 C필러를 300mm 연장한 차는 압도적인 공간감을 자랑했다. 특별한 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주문제작방식으로 리무진을 제공했던 이 회사의 이름은 프로토 모터스, 지금도 카니발과 솔라티 베이스의 호화로운 커스텀 차량을 만드는 한국 유일의 카로체리아 ‘KC노블’의 전신이다. 엄밀히 따지면 노블클라쎄 EQ900L은 그들의 네 번째 리무진 모델인 셈이다.

파티션이 추가된 EQ900L
노블클라쎄의 새로운 리무진은 제네시스 EQ900의 스트레치드 리무진 EQ900L을 베이스로 한다. 시중에서 마주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데다가 현대차가 따로 미디어 시승용 차량을 제공한 적도 없으니 EQ900L이 기사로 다뤄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리무진 개조회사가 직접 휠베이스를 늘여야 했던 과거에 비해 EQ900L은 시판차량의 차체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일반 EQ900보다 B필러를 250mm, 뒷문을 40mm 늘여 총 290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만 3,450mm에 이르다 보니 딱히 차를 더 늘일 필요가 없었다고. 노블클라쎄의 손길이 닿은 곳은 투톤 도장과 보디키트, 그리고 내부공간을 나눈 센터 파티션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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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필러와 뒷도어가 늘어나면서 휠베이스도 290mm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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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의 인상은 동일하다. 추가한 프론트 립스포일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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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 전용 휠을 그대로 사용하되 횔캡만 변경했다. 타이어는 245/45 R19의 컨티넨탈 프로컨택트


운전석과 기능은 EQ900의 최고급 사양 모델과 다를 바 없다. 빈틈없이 들어찬 버튼과 주행 보조장비만으로도 이 차가 플래그십 모델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V8 엔진은 시동 때 아주 약간의 진동을 전한 뒤에는 마냥 고요함을 유지한다. 나직하게 아이들링을 유지하는 차에서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충격은 전무하며 낮은 엔진음의 변화로 변속을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외부환경과 완벽하게 분리된 고급차 특유의 쾌적함이 분명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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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마력의 8기통 5.0L 엔진. EQ900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국산 최대 배기량 엔진이다

 

운전은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다. 스티어링 기어비를 넓혀 놓았기 때문에 조향시의 반응은 빠릿함과는 거리가 멀다. 5.5m나 되는 길이 때문에 코너를 돌 때마다 후륜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차체가 천천히 회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운전하게 된다. 파티션과 장비 때문에 무게가 80kg 가량 늘어났지만 이 정도는 차량의 성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0L V8의 출력과 4륜구동의 트랙션에 힘입어 0→시속 100km 가속을 5.8초 만에 주파하는 준족이지만, 가속감은 강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드럽게 차를 밀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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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의 존재감은 어떤 차에도 뒤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급할 것 없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고급 리무진으로서의 필수 덕목은 모자람 없이 갖추고 있다. 운전을 동료에게 넘기고 뒷좌석으로 향한다. 커다란 뒷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좌석은 직업상 온갖 수입차를 다 겪는 기자도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었다.

국내 유일의 파티션 리무진
눈앞에 자리한 격벽의 품질은 대단하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분명히 새로 추가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인테리어와의 결합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센터콘솔의 기능은 빠짐이 살려 놓았고, 깊숙이 자리한 송풍구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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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기능과 구조는 순정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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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된 파티션의 디자인과 품질은 순정을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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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식 뒷좌석 가운데 암레스트에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파티션에 장착된 개인용 모니터는 원래 앞 시트 뒤에 붙어 있던 것이지만 파티션에 옮겨진 모습이 마치 원래부터 그런 모습이었던 듯 자연스럽다. 천장의 스웨이드나 파수비오 나파 가죽의 내장, 심지어는 우드그레인마저 EQ900L의 출고 옵션과 똑같이 맞추어 놓았다. 이것이 출고 후 작업이라고 말해주면 모두 눈이 동그레지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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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설치된 스마트 글래스와 기사 호출용 인터폰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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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과 발판까지 모두 파수비오 나파 가죽으로 마감했다. 마감 품질은 제네시스 순정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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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용량은 484L.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들어간다

 

푹신한 시트에 몸을 기댄 채, 인터폰을 눌러 출발을 부탁한다. 파티션의 차음 능력은 기대 이상. 뒷좌석에서 고함을 질러도 앞좌석에서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을 정도다. 운전석에서 한참 통화중인 동료의 음성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이상의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면 스마트 글래스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거대한 유리격벽이 순간 우윳빛으로 불투명하게 바뀌어 버린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 잠시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채 고요히 흐르는 세상을 바라보는 감흥은 어떤 고급차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기밀성이 대단히 높은 프리스티지 모델의 뒷좌석에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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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에 설치된 스마트 글래스. 스위치 하나로 투명도 조절이 가능하다


시트는 등받이 각도조절은 물론 다리를 받쳐줄 풋레스트까지 모두 원터치로 작동한다. 일반 모델이었다면 조수석이 앞으로 젖혀지며 넓은 다리공간을 확보해 주겠지만, 파티션이 생긴 지금 어떻게 처리할지가 궁금했다. 결과물은 아주 근사했다. 앞좌석이 스스륵 밀려나가면서 접혀 있던 풋레스트 공간이 오르간처럼 펼쳐진다. 다리를 쭉 편 채 휴식을 취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문을 여는 순간 좌석은 재빠르게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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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좌석의 풋레스트 확보시 조수석 시트가 접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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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풋레스트를 펼친 이미지. 앞좌석이 접히면서 별도의 발 공간이 생긴다

한정된 사람을 위한 차
소수의 열망이 담긴 비현실적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카로체리아라 부른다. 카니발은 물론 솔라티까지, 노블클라쎄가 선보인 차는 모두 카로체리아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물이었다. 다만 이 차들의 호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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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최고가의 승용차량이지만 고객층은 노블클라쎄의 모델 중 가장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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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B필러에 추가된 앰비언트 로고


노블클라쎄의 EQ900L은 완성차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다면 이미 보유한 차를 튜닝해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차의 고객층이 시판 EQ900나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 파티션까지 갖춘 스트레치드 리무진은 전문기사가 필요한 쇼퍼드리븐 모델이며,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채 이동 중에 발생하는 정보와 대화를 통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차다. 고객층이 기업집단의 최상위 임원들로 국한되며, 실제로 이 차를 구매한 사람의 면면이 그러하다. 목적에 부합한다면 돈은 부차적인 문제인 고객층인 셈이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30여 대 이상의 리무진이 주인을 찾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때도 지금도, 이 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노블클라쎄의 가치에 주목할 것이다.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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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에 추가한 전용 보디키트와 투톤 컬러가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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