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 BMW M760 &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 5.0 V8 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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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760Li xDrive & LAND ROVER RANGE ROVER 5.0 V8 SC SVA DYNAMIC
럭셔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


최대의 안락함과 최고의 분위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럭셔리의 최정점에서는 다른 차들과 구분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럭셔리를 표현하는 두 차가 있다. BMW M760Li 엑스드라이브와 레인지로버 5.0 V8 SVA 다이내믹. BMW M760Li는 럭셔리에 12기통 엔진의 강력한 성능을 조화시켰고, 레인지로버 5.0 V8 SC SVA 다이내믹은 최고급 SUV를 스포츠 감성으로 다듬어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두 차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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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760Li xDrive
정장 입은 독일대표 육상선수


배고픈 여우가 높이 달린 포도송이를 보며 말했다. “저것은 신 포도가 분명해.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의 이야기다. 배고픈 여우처럼 소유하지 못할 대상을 어림잡아 폄하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늘 함께 한 BMW M760Li 역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신 포도로 보일 수 있다. 2억2,300만원을 주고 최고출력 609마력에 0→시속 100km 가속을 3.7초 만에 끝내버리는 수퍼 리무진을 구매하는 사람은 결코 없으리라 단정짓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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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60Li에 오르기 전까지는 기자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5.2m 넘는 기다란 차체에 12기통 엔진을 달았다 한들 M 배지의 이름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리라는 선입견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차고 넘치는 배기량, 극한의 부드러움, 정교한 메커니즘은 브랜드의 자부심이자 상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M760Li는 갈수록 조여오는 환경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빠른 BMW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든 차
M760Li의 곧게 뻗은 차체 위에는 긴장감이 스몄다. 옆면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3박스 구성은 잘 차려 입은 신사의 느낌, 여기에 디테일의 날을 세워 평범한 7시리즈와 구분지었다. 검정색 하이글로시 사이드윈도 몰딩과 주름을 더한 사이드 로커패널은 M퍼포먼스 모델의 특징. 반광 소재의 사이드미러 커버와 키드니 그릴은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다. 반면 실내는 일반 7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 시승차는 4인승 옵션을 제외한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어 기사를 부리는 용도로도 훌륭했다. 평소라면 이 차에 들어간 가죽과 오디오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사치스러운가를 이야기했을 테지만 오늘은 아니다. M760Li가 과연 신 포도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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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광 재질의 크롬가니쉬와 키드니 그릴, 사이드미러 캡은 M760Li xDrive만의 고유디테일


M760Li의 6.6L V12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져왔다. 최고출력이 살짝 줄었을 뿐 12개의 실린더가 자잘하게 쪼갠 회전감각은 운전자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컴포트 모드로 달리면 일반적인 7시리즈와 다를 바 없다. 새롭게 손질한 에어서스펜션은 뒷좌석에 있는 오너의 심기를 거스르진 않을까 시종일관 나긋나긋하며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요하다. M760Li의 압권은 단연 가속감이다. 가속 페달 절반만 밟아도 여유 있는 출력으로 축지법 쓰듯 소리 없이 순간이동을 펼친다. 일반 자동차의 전력질주와 맞먹는 가속력과 전기차 같은 가속감은 과속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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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모니터와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춘 당당한 쇼퍼드리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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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2의 오케스트라 엔진음은 자극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시트 양옆을 조이고 배기구의 가변플랩이 열리며 거친 음색을 내뿜는다. 후륜조향 기능을 갖춘 가변비 스티어링 휠은 보다 묵직하고 민첩해진다. 오른발에 힘을 주자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도로를 집어삼킨다. 시속 200km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싱거울 만큼 쉽고 그 속도에서 재가속하는 것 또한 터무니없이 빠르다. 불안감 없는 움직임과 노면을 움켜쥐는 주행성능은 더 밟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330km까지 표시된 속도계는 허풍이 아니다. BMW가 밝힌 최고속도는 시속 305km, 기세등등한 성능으로 짐작컨대 도로조건만 확보된다면 최고속도까지도 손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초고속 영역에서의 차체거동은 빠르고 안락했다. 급하게 제동을 걸면 노면을 움켜잡고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속도를 줄인다. 굴곡진 노면에서 2.3톤 차체가 붕 떴다가 착지하며 한 번에 자세를 잡는 솜씨를 보노라니 BMW의 지난 100년간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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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필러에 자리잡은 V12 엠블럼

스포츠와 럭셔리, 두가지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 M760Li
시승을 끝내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럭셔리 세단에 바라는 성능에 대한 욕심이 한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M760Li는 어느 속도에서건 기함에 걸맞은 편안함을 지녔고 12기통의 강력한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다. 뒷자리에 앉아 쇼퍼 드리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운전석에 앉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로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 스포츠와 럭셔리, 두 가지 모두를 얻고자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양 끝단의 최정점에 선 M760Li는  두 가지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M760Li를 신 포도라 한다면 그것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질투 섞인 조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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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ROVER RANGE ROVER 5.0 V8 SC SVA DYNAMIC
남성미 넘치는 럭셔리 SUV


갖가지 종류와 다양한 크기의 SUV가 등장했지만 럭셔리 SUV의 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차라면 누가 뭐래도 레인지로버다. 레인지로버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프리미어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호시탐탐 왕좌를 넘봤지만 아직 이에 필적할 만한 차는 없는 상황. 그러나 하나 둘 등장하는 도전자를 의식한 까닭일까? 레인지로버는 후발주자를 피해 더 높은 자리로 오르려 한다. 그리고 4세대에 이른 레인지로버는 기존의 추격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상위 0.1%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보디와 엔진, 실내 구성을 세분화해 수제작에 버금가는 희소성과 브랜드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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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드리븐&오너드리븐 모두 겨냥한 레인지로버
오늘 만난 SVA(오토바이오그라피) 다이내믹은 운전자를 자극하는 스포츠 감성이 녹아 있다. 시승차는 숏휠베이스 차체에 금속 펄이 들어간 검정색으로 꾸며져 더욱 짱짱한 인상을 자랑한다. 강력한 출력을 뒷받침하는 네 개의 원형 테일파이프와 1cm 낮아진 차고, 브렘보 브레이크를 달아 시각적 만족감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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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테일파이프는 오토바이오그라피만의 전용 아이템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검고 붉은 가죽이 탑승자를 반긴다. 퀼팅 처리한 빨간색 시트패드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들고 가죽으로 뒤덮은 헤드라이너는 고급차 만들기에 도가 튼 영국차 고유의 사치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어지간한 프리미어 브랜드조차 흉내내기 어려울 만큼 고급스런 꾸밈새도 엿보인다. 일반적인 고급차는 부분적으로나마 인조가죽을 사용하거나 금속과 나무를 흉내낸 플라스틱을 쓰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진짜 가죽과 나무, 금속을 사용해 이들과 선을 그었다. 물론 다이내믹한 주행경험을 살리는 빨간색 금속 패들시프트는 이 차가 마냥 고급스럽게만 꾸민 차는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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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과 검은색 가죽으로 장식한 실내는 럭셔리-스포츠라는 차량 성격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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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패들시프트


엔진은 기존 510마력 5.0L V8 트윈 수퍼차저를 기본으로 재규어-랜드로버 고성능 담당, Special Vehicle Operations의 손질을 거쳐 최고출력 550마력으로 거듭났다. 수퍼차저는 엔진 동력에 직접 연결해 구동하므로 낮은 엔진회전수부터 출력증강이 이루어져 발진감각이 자연스럽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4초, 기대보다 낮은 수치에 실망할 수 있지만 탑승자가 느끼는 가속감은 위력적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며 내뿜는 두터운 토크는 디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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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XJ와 공유하는 550마력 V8 5.0SC엔진

오프로더 성격을 간직한 까닭에 승용차 같은 몸놀림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직선구간이 여유 있게 확보된다면 최고속도까지 도달하는 일은 매우 쉽다. 육중한 차체를 원하는 만큼 가속시키는 강력한 엔진과 레인지로버 특유의 높고 탁 트인 시야가 만나 도로 위의 왕이 된 듯한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도로에서 만난 이런 종류의 차들이 미련하고 뻔뻔스럽게 운전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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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오-그라피는 SVO에서 만든 재규어-레인지로버의 최상급 트림이다

다양한 캐릭터로 왕좌를 지키는 레인지로버
대형 세단과 경쟁하는 4인승 롱휠베이스 모델부터 다이내믹한 주행경험을 주는 SVA다이내믹에 이르기까지, 레인지로버가 표현하는 럭셔리는 방법과 능력 면에서 1인자다운 노련함이 느껴진다. 박력 있고 강인한 외관, 믿음직한 차체에서 펼쳐진 강력한 가속성능은 레인지로버가 가진 다양한 성격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평범한 세단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에 앉아보면  달라진 시야만큼이나 럭셔리를 보는 안목도 올라갈 것이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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