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나왔어야 할 기아의 스포츠 세단- 기아 스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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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STINGER
진작 나왔어야 할 기아의 스포츠 세단


진작 나왔어야 할 차다.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기아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차가 필요했다. 벨로스터도 현대가 아니라 기아 브랜드로 내놓았어야 했다. 지나친 프리미엄에 발목을 붙잡힌 현대와 달리 기아의 분위기는 좀 더 젊고 밝다. 그들을 공략할 기아 색깔이 진한 차가 필요한데, 스팅어가 바로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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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은 후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공개됐던 스팅어가 5월 1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후 같은 달 23일 공식 출시행사를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기자단 시승회는 지난 6월 8일 서울 워커힐 호텔과 원주 뮤지엄 산을 오가는 편도 84km 코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수십 대의 스팅어가 준비되었다. 제한된 수요층을 노리는 스포츠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다. 스팅어에 거는 기아의 기대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승회는 코스 대부분이 광주-원주 고속도로인 데다 달리는 차들도 많아 스팅어의 가속력과 주행안정성을 체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와인딩 구간이 전무해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능력을 가늠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었다. 짧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시승이었지만 스팅어가 작정하고 잘 만든 스포츠 세단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장거리를 고속으로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GT 성격만큼은 글로벌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이었다. 실질적인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성능 검증은 다음에 있을 단독 시승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대략적인 첫인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제원만큼 커 보이지 않는 쿠페 스타일
스팅어는 기아의 디자인과 기술역량이 총동원된 스포츠 세단이다. 뉘르부르크링 구 서킷을 1만km 이상 달리면서 주행안정성과 내구성을 시험했고, 국내 인제스피디움에서도 성능을 담금질했다. 기아차가 자체적으로 기록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은 8분20.46초로 대중 브랜드의 양산 세단으로는 꽤 빠른 편이다. 한 세대 전 포르쉐 복스터S에 비해서도 4초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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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행사장에서 밝힌 스팅어의 경쟁상대는 BMW M4와 아우디 A5다. 왜 쿠페형 세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쿠페(M4)를 지목했는지, S5가 아니라 A5를 지목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스팅어의 길이×너비×높이는 4,830×1,870×1,400mm, 휠베이스는 2,905mm로 M4(4,638×1,825×1,389, 2,810mm)나 A5(4,712×1,850×1,390, 2,810mm)보다 다소 크다. 덕분에 실내공간, 특히 2열 공간이 훨씩 넉넉하며, 트렁크공간 역시 406L로 M4(396L)나 A5(368L)보다 크다.


길이가 4.8m가 넘지만 실제로 보면 제원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실물이 사진보다는 확실히 낫다. 공기저항계수(Cd)는 0.30으로 앞 범퍼의 휠 에어커튼을 통해 들어온 공기를 펜더 가니시를 통해 뽑아내 앞바퀴 주변 공기흐름을 다듬었고, 리어 디퓨저로 뒤쪽 공기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한다.


플랫폼은 새로 개발한 후륜구동 전용 아키텍처로 고출력 엔진 탑재를 염두에 두고 낮은 무게중심과 높은 강성, 경량화에 주력했다. 덕분에 기존 플랫폼보다 파워트레인을 뒤쪽으로 옮기고 무게중심도 일반 세단보다 좀 더 낮출 수 있었다. 아울러 배터리를 트렁크 쪽으로 옮겨 앞뒤 무개배분을 조율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강화된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반영한 덕에 차체 강성과 충격흡수 및 분산 능력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서스펜션도 다시 개발했다. 앞 서스펜션의 지오메트리를 최적화하고 가상 조향축 및 듀얼로어암 구조를 적용해 스티어링의 민첩성과 핸들링 성능을 끌어올렸다. 멀티링크(5링크) 타입의 뒤 서스펜션 역시 링크 배치와 지오메트리 최적화로 코너링 중의 지지력과 응답성, 한계 선회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실내에 들어서면 납작한 스포츠 세단치고는 개방감이 좋다. 기아차가 의도적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낮고 넓게 설계한 덕분이다. 그러나 후방 시야는 보통의 세단보다 타이트하다. 부족한 후방시야 확보를 위해 주행 중 후방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주는데, 실제로 많이 활용될지는 의문이다. 앞 시트는 공압식 사이드 볼스터와 앞쪽으로 연장되는 방석, 전후상하 네 방향의 럼버 서포트 등 16방향 조절이 가능해 드라이버와의 밀착감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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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만든 GT 성격의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는 V6 3.3L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와 4기통 2.0L 터보, 4기통 2.2L 디젤의 세 가지 엔진이 올라간다. 준비된 시승차는 가장 고성능 모델인 3.3T 2WD. 이 차는 기아가 제로백 4.9초의 성능을 내세우는 스팅어의 간판 모델이다. 0→시속 100km 가속 4.9초의 성능은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를 넣고 론치 컨트롤을 작동시켰을 때에나 얻을 수 있는 수치. 최고시속 270km도 마찬가지다. 실제 주행에서는 5초대의 감각으로 느껴지며 가속감이 생각보다 격하지 않다. 하드코어 성향의 스포츠카가 아니라 GT를 표방한 스팅어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행모드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5가지이며 기본 모드는 컴포트다. 스마트는 주행습관 및 주행상황을 고려해 자동으로 변환되는 모드이고, 스포츠와 에코는 이름 그대로 목적에 충실한 모드다. 커스텀은 세부 사항에 따라 운전자가 미리 설정해놓을 수 있다. 기본 설정을 ‘컴포트’로 표시한 것 역시 GT스러움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까?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 간의 성격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며 뒷좌석에서도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실제 엔진음과 실내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가상 엔진음이 합쳐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을 체험할 수 있는데, 소리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조금 더 박력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뒷좌석은 쿠페형 세단치고는 헤드룸이 좁진 않다. 레그룸도 그다지 타이트하진 않지만 앞좌석 아래 발을 뻗을 공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빡빡하게 느껴진다. 엔진룸 속에는 당당한 V6 3.3L 트윈터보 엔진(물론 커버만 보인다)과 4개의 스트럿바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 뒤쪽 2개는 플라스틱 커버에 가려 있다. 트렁크도 쿠페형 세단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뒷좌석을 접어 짐공간을 늘릴 수 있는 실용성도 챙겼다.


속도와 핸들링을 즐기는 스포츠 세단이지만 기아의 다른 중형 이상 모델처럼 장비는 화려하다. 720W에 15개 스피커를 갖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물론 유보(UVO)와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 등으로 편의성을 챙겼다. 스포츠 세단에 들어가는 작은 선루프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스팅어에 맞는 넓은 선루프도 별도로 개발했다. 덕분에 개방 면적이 크지 않은 여느 스포츠 세단들과 달리 충분한 개방성을 제공한다. 그 밖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뷰 모니터, 나파 가죽시트, 전동식 파워 테일게이트, 전자식 변속레버 등 다양한 프리미엄급 장비를 갖췄다. 고속도로주행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포함하는 드라이브 와이즈도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팅어의 초기 계약 2,700대(5월 11일~6월 7일)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남성이 84%로 압도적으로 많고 연령대는 40대(34.5%)와 30대(30.6%)가 주를 이뤘다. 50대도 15.8%에 달해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층이 스팅어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엔진별로는 3.3T(49.8%)가 2.0T(42.7%)보다 많았고 디젤인 2.2는 7.5%에 그쳤다. 3.3T 중에서는 GT, 2.0T 플래티넘과 마찬가지로 고급 트립 선택 비율이 높았다. 계약자의 절반(50.4%)이 AWD를 선택했고, 고성능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와 브렘보 브레이크의 조합은 68.2%, 드라이브 와이즈의 선택 비율도 66.2%로 높았다. 광고에 나오는 주력 색상이 레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택 색상은 흰색이 28.1%로 가장 많았고 쥐색(27.0%)과 검정색(21.1%)이 그 뒤를 이었다. 레드(13.2%)와 블루(7.7%)의 유채색 비율은 높지 않았고 실버 색상은 2.9%로 선호도가 가장 떨어졌다. 역시 국내에서는 스포츠 세단이라도 유채색보다는 무채색이 진리인 것일까?
 

박지훈 편집위원 사진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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