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메르세데스 AMG GLC43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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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AMG GLC43 4MATIC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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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맥가이버 칼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아버지의 서랍 속 작은 보물. 큰 칼, 작은 칼, 톱, 핀셋, 병따개, 이쑤시개가 한데 들어 있던 다용도 나이프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 사람을 자신만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설사 그 다재다능함을 1년에 한 번 발휘하거나 영영 쓸 일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SUV가 주는 뿌듯함의 기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명을 태워도, 많은 짐을 실어도,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는 자신감이야말로 우리가 SUV에 기대하는 본질이다. 하물며 3포인티드 스타에 AMG 배지까지 단 SUV라면 자동차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쁨에 접근할 권한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다.

중첩적 욕망의 집합체
크롬핀 총총 빛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그릴과 그 중앙에 박힌 삼각별, 유연한 곡선을 휘감아 빚은 보디 라인엔 짙은 우아함이 배어 있다. 작지만 선연하게 번뜩이는 AMG 배지, 휠하우스를 꽉 채운 21인치 알로이 휠과 앞 255mm, 뒤 285mm 광폭 타이어엔 오금이 저릴 정도의 흉흉함도 서려 있다.


C클래스의 그것을 그대로 뻥튀기한 실내엔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세련미와 명민함이 담겼다. 두툼한 D컷 스포트 스티어링 휠과 AMG 전용 버킷시트, 붉은 스티치가 물결치는 가죽을 마주한 채 새빨간 좌석벨트를 가슴에 두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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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만만찮은 성능을 지녔다. 9단 자동변속기와 호흡을 맞춘 엔진은 금세 순한 양처럼 굴다가도 일순간에 굶주린 늑대로 돌변한다. AMG 라이드컨트롤 스포츠 서스펜션 역시 주행모드에 따라 강도와 댐핑 압력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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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모드의 GLC43은 그저 선량한 가솔린 SUV일 뿐. 몸놀림은 산들산들 봄바람 같다. 하지만 반짝이는 토글스위치에 손을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스포츠+로 옮겨갈수록 심장엔 울분이, 서스펜션에 반항심이, 그리고 스티어링 휠엔 반발력이 샘솟는다. 수시로 고조되는 배기음을 감상하는 동안 섀시는 인내심을 시험받는다. 이 차의 4WD 시스템이 험로가 아니라 아스팔트를 쥐어짜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때쯤, 타이어는 노면을 긁으며 비명을 지른다.


이 차는 넉넉한 실내로 온 가족을 수용하고 드넓은 적재공간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하면서도 때로는 내재된 폭력성을 분출하도록 허용한다. GLC43은 현대인이 꿈꿀 법한 중첩적 욕망의 집합체나 다름없다.


욕망을 만족시키는 수단 하나하나가 절묘한 선을 지킬 때 삶은 마법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GLE나 GLS에 미치지 않는 필요·충분한 차체 크기, 아울러 AMG 배지를 달았으되 비교적 현실감 있는 고성능 엔진의 조합은 GLC43를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로 완성시켰다. 바라만 봐도 절로 흐뭇해진다. 500cc 잔 가득, 거품 적당히 덮인 맥주처럼.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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