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ulous French Freak -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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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UGEOT 3008
Fabulous French Freak

 

3008은 단 한 세대 만에 폭풍성장했다. 크로스오버라는 회색지대를 벗어나 이제 SUV 영역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덩치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기능과 만듦새, 디테일의 완성도까지 한껏 성숙했다. 색다른 꾸밈과 감각적인 허세는 이미 주류를 위협할 만큼 농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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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조쉬는 기도한다. 유원지의 ‘졸타’라는 기계 앞에 서서 간절히 빈다.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당장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튿날 소년은 서른 살 청년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다. 갑자기 어른이 된 소년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영화 ‘빅’(Big, 1988)의 도입부다.


새로운 3008을 처음 보는 순간, 기억 속 조쉬가 고개를 들었다. 이전 3008의 기도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서다. ‘왜소한 체격이 싫어요. 아랫배 통통한 아이 몸이 싫어요.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근육을 두른 어른이 되게 해주세요. 누구든 고개 돌려 바라보게 되는 매력남 말이에요.’
아마도 하늘이 그 간절한 기도를 들어준 모양이다.

확대광선이라도 맞은 걸까?
3008은 정말이지 크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변했다. 너비는 이전 모델과 비슷하고 높이는 살짝 줄었지만, 길이(88mm)와 휠베이스(62mm)가 크게 늘어나 현대 투싼과 비슷한 덩치가 됐다. 뿐만 아니다. 성공적인 벌크업으로 부피감이 차체 위쪽으로 한껏 끌어올려져 더 없이 늠름해졌다.

 

힘찬 터치, 입체적인 면 처리로 완성된 카리스마 넘치는 익스테리어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매력적이다. 사나운 눈매를 양분하는 날카로운 송곳니, 보닛과 프론트 펜더 사이로 흐르는 깊고 짙은 아이 라인, A필러를 타고 올라 테일게이트 상단까지 역주하는 크롬장식, 차체 하단을 빙 두른 터프한 매트 블랙 플라스틱, 세 줄기 발톱자국을 품은 테일램프와 테일램프 사이를 검게 물들여 와이드한 뒤태를 강조하는 피아노 블랙 패널, 위 아래로 대응하며 후면부 테마를 완성하는 납작한 직사각형 배기구와 테일램프까지, 어느 하나 멋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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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터치, 입체적인 면 처리로 완성된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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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기 발톱자국을 품은 테일램프. 피아노 블랙 패널이 두 테일램프 사이를 검게 물들여 와이드한 뒤태를 강조한다

 

내면의 변화는 훨씬 수긍할 만하다. 아이콕핏 인테리어는 2.0으로 정상 진화했다. 운전자와 윈드실드 사이에 불뚝 솟은 헤드업 클러스터(HUC)는 보통의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중간쯤 높이에 자리잡아 운전 중 시선이동을 줄인다. 현란한 그래픽의 12.3인치 가상계기판은 ‘주행, 다이얼, 최소, 개인’ 네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납작한 팔각형의 가상계기판 아래, 역시 여덟 개의 각을 세운 스티어링 휠이 자리한다. 스티어링 휠 하단뿐만 아니라 상단까지 평평하게 깎아낸 이유는 HUC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록투록 2.8회전의 스티어링 휠은 입체적이고 콤팩트해 생김새만큼이나 조작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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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변화는 훨씬 더 수긍할 만하다. 아이콕핏 2.0은 아늑하고 모던하며, 눈에 익은 듯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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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업 클러스터는 보통의 계기판보다 높이 솟아올라 운전 중 시선이동을 줄인다.

스티어링 휠 상단을 평평하게 깎아낸 이유는 HUC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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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굽은 전자식 기어노브는 사용감이 직관적이며 손에 착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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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뚝 솟은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아래론 평행사변형의 송풍구가 자리한다.

센터페시아 중단에 도열한 토글스위치는 기존 3008을 계승한 디자인 요소

 

 

대시보드는 스티치를 두른 쫀쫀한 우레탄과 따뜻한 패브릭, 예리한 크롬장식으로 꾸며졌다. 위아래 2단으로 나누어진 입체적인 형상의 대시보드 위에서 소재와 소재, 면과 면이 빈틈없이 꽉 맞물린다. 우뚝 솟은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평행사변형의 송풍구가 자리한다. 센터페시아 중단에 도열한 토글스위치와 우측 격벽은 기존 3008을 계승한 디자인 요소. 하지만 완성도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다. 사용빈도를 고려해 배열된 7개의 토글스위치는 전체로서나 각각으로서나 지극히 섬세하고 정밀하다. 대분류는 물리버튼으로 선택하고 세부 설정은 스크린 터치를 사용하는 조작방식이 퍽 직관적이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적절해 앉는 자세가 편하고 머리·어깨·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짐공간은 590L. 2열 시트를 접으면 바닥이 완전히 평평한 1,670L의 적재공간이 생긴다. 개구부 하단과 트렁크 바닥면 사이에 층이 지지 않고 적재함 내부 면 처리도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발차기로 열고 닫는 핸즈프리 테일 게이트 기능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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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릭과 가죽 촘촘한 스티치로 마감된 시트. 예쁜 만큼 착좌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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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적절해 앉는 자세가 편하고 머리·어깨·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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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공간은 590L. 개구부 하단과 트렁크 바닥면 사이에 층이 지지 않고 적재함 내부 면 처리도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감각과 실용으로 빚은 도심형 SUV
현재 국내 시판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은 1.6 블루HDi 하나뿐.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내는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뛰어나진 않지만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은 시원시원한 편이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는 부지런히 속도를 쌓아올리고 덕분에 시속 100km까지 지체 없이 도달한다.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연비는 좀처럼 10km/L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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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내는 디젤 엔진. 출력과 토크 수치가 뛰어나진 않지만
실용 영역에서의 퍼포먼스가 좋다


디젤답지 않게 회전질감이 매끄럽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엔진회전수를 따라 목청을 높이는 날카로운 가상 배기음이 실내에 들어찬다. 바깥세상에선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자의 감성마력은 200마력쯤 상승한다. 굳이 가상 배기음을 켜지 않아도 경쾌한 스티어링, 견고한 하체와 매끈한 가속 감각이 조화를 이루어 운전이 즐겁다. 힐 어시스트 디센트와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은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오프로더로서의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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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이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새로운 3008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운전자주의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폿 디텍션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시끄러운 경고음이나 요란한 햅틱으로 생색을 내지 않으면서 세심하게 안전을 챙기는 세련된 세팅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방향지시 없이 차선을 넘어설 때 계기판에 아이콘을 띄워 주의를 준 뒤, 스티어링 휠을 아주 슬며시 감아 차선 안쪽으로 차를 넣어주는 식이다.


센터페시아 조절부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들어가며, 넓고 깊어 쓸모가 많은 양문형 센터콘솔은 냉·온장 기능을 지원한다. 카메라는 후방에 하나만 들어가지만 후방카메라 영상이 실시간으로 메모리/합성되어 어라운드뷰 영상처럼 디스플레이된다. 차체 전면 및 측면 영상은 차가 지나오면서 메모리된 영상이기 때문에 주변의 움직이는 장애물까지 파악하긴 어렵지만 정지된 환경에서 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는 꽤나 유용하다.


3008은 단 한 세대 만에 폭풍성장했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다. 크로스오버라는 회색지대를 벗어나 이제 SUV 영역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치열한 준중형 SUV 시장에서 다른 차가 흉내내지 못할 독보적인 매력까지 지녔다. 3008은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롭고 남다르다. 가장 눈에 익은 계기판 모드(다이얼)에서조차 회전계 바늘이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와이드하고 아름다운 크롬 머플러는 또 어떤가? 뒤 범퍼 하단 양쪽으로 뻗어 나온 배기구는 사실 장식에 불과하다. 진짜는 범퍼 하단에 숨어 바닥으로 숨을 뱉는다.


프랑스차란 본디 개성적이고 실용적이되 헐렁하고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008은 다르다. 섬세하고 치밀하며 독창적인 괴짜다. 누구라도 납득할 만큼 설득력 있게 낯설다. 남다른 꾸밈과 감각적 허세는 이미 주류를 위협할 만큼 농익었다. SUV 세계에 뿌리를 내린 3008은 비로소 활짝 피어났다. 봄꽃처럼 눈부시게. 어느 때 보다 찬란하게.

 

김성래 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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